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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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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나도향
1
어머니 (2)
 
 
2
춘우가 자리 속에서 이렇게 어제 일을 생각할 때 관철동 영숙의 집 안방 미닫이가 열리며,
 
3
『어멈, 세수물 놓게!』
 
4
하는 소리가 마당에 묵직한 돌멩이를 떨어뜨리는 것 같이 똑똑히 들린다.
 
5
영숙은 다시 누우면서, 허리에 걸린 홑이불을 한 발로 탁 차서 다리 위에 걸치게 하고 다리 하나를 세웠다. 한참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멀거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
 
6
『세수 물 놓았어요』
 
7
하는 소리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 눈만 깜박깜박하고 누웠는데, 그의 기억에는 또다시 어제 저녁에 만나던 춘우가 타오르는 담배 연기 모양으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십오 년이나 떨어지었다 만나는 영숙의 마음이 어렸을 때 마음이 아니언마는, 그의 마음은 그리운 옛날로 돌아가 재미있던 그때를 다시 생각하니, 그때가 그리운 동시에 또한 그때에 똑같이 그 재미있는 때를 누리던 춘우가 한번 만나 보고 싶었다.
 
8
영숙은 다시 하인의 재촉하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려고 홑이불을 걷고, 고쟁이 바람으로 미닫이에 기대앉아 흐트러진 머리를 두 손으로 모아 아무렇게나 쪽지고서, 두 다리를 쪽 뻗고, 옆에 놓인 담배를 끌어 잡아당기어 붙여 물더니 바깥을 두어 번 살피고 아무 소리 없이 앉았다가,
 
9
『나리께서 어디 가신다고 나가셨니?』
 
10
하고, 마루를 훔치는 계집애 종년에게 묻는다.
 
11
『제가 압니까, 어디 가신 것을!』
 
12
걸레를 손에 든 채 계집애는 댕기를 고개 너머로 마룻바닥에다 질질 끄을면서, 대답을 한다.
 
13
『아무 말씀도 없이 나가셨어?』
 
14
『네, 별말씀 없어요.』
 
15
『언제 들어오신단 말씀도 없어?』
 
16
『곧 다녀오신다나 봐요.』
 
17
『계동 가신다지 않든?』
 
18
『박 주사 나리 댁에요?』
 
19
『그래』
 
20
할 즈음, 안방에서 나이가 한 오십 되어 보이는 목소리로 그의 어머니가 말꼬리를 붙여서,
 
21
『그래, 창하에게 갔나 보다. 서울 오면 그 집밖에 가는 곳이 없으니까…』
 
22
『무엇이라 하고 갔어요?』
 
23
『난들 알 수 있니. 잠깐 다녀오마고 갔으니까.』
 
24
영숙은 다시 앞치마를 두르더니, 수건을 들고서, 마루 앞으로 나와서 분세수를 시작하였다. 햇빛에 번쩍번쩍하는 놋대야에 담긴 물이 눈이 부시도록 울멍줄멍하는 그 속에 영숙은 매끈한 두 손을 잠그고서, 한참이나 아무 말도 없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영숙의 머리속에는 어제 저녁에 본 춘우의 그림자가 다시 나타나며 그 머리속에 있던 그림자가 대야 속에 비치는듯 하였다. 뜨거운 혈관 속으로 스미어드는 차디찬 물 기운이 정신이 새로 나게 하는데, 그는 두 손을 모아서 물 한 번을 떴다. 가늘은 손 새로 흘러 새는 물을 옥으로 만든 표주박 같은 손에다 들고서 들여다볼 때, 그 속에도 춘우가 있어 자기를 바라보는 듯하였다. 그러나 그것을 오래 들여다볼 수 없게 모두 흘러 새려 하는 것을 안 영숙은 그대로 자기 얼굴에 갖다 대었다. 석경에 비친 그림자가 그 석경이 깨어져 부서질 때, 없어지는 것 같이 얼굴에 닿은 물이 방울이 되고, 줄기가 되어 대야에 떨어질 때, 춘우의 그림자는 없어지고 말았다. 자기의 눈에 닿고 코에 닿고 또 입에 닿았을 때 춘우는 사라지었다. 분세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서 경대앞에 앉아, 머리를 풀고 빗질을 한 뒤에, 다시 머리를 쪽지고, 분을 바른 후 단장을 곱게하고 손을 씼었다. 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25
안방에는 자기 어머니가 담배를 피워 물고 아랫목에 앉아 있고 웃목에서는 침모가 옷을 짓는다. 영숙을 본 어머니는 치마 앞을 휩싸고, 옆으로 자리를 비키고서, 아랫목 한가운데로 자리를 권하니까, 영숙은 앉으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무엇이 그리 갑갑한지, 입김을 한번 후 내쉬더니,
 
26
『에그, 더운데 마루로 나가 앉어야』
 
27
하고, 다시 마루로 나와서, 뒷창에 기대앉는다. 그러자, 문간으로부터 사내들의 목소리가 나며 들어오는 사람은 영숙의 남편과 박창하였다. 남편 되는 사람은 단장을 두르면서 마당 한가운데로 들어서며,
 
28
『에 더워』
 
29
하고 웃옷을 벗으니까, 영숙은 마루 끝으로 나와서, 웃옷을 받아서 안방으로 전하고, 다시 창하에게 향하여 능란한 말소리로,
 
30
『어서 오셔요. 어제 저녁에는 왜 그렇게 먼첨 가셨어요?』
 
31
하고, 웃음을 머금으니까, 박창하도 싱긋 웃으면서,
 
32
『제가 먼첨 갔읍니까. 두 분이 나중 오셨지. 웬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셔요. 한참 기다리다 못하여 그대로 와 버렸읍니다』
 
33
하며, 다시 안방에서 나오는 영숙의 어머니를 보고 인사를 한다.
 
34
『안녕하십니까?』
 
35
영숙의 어머니는 두어 개 빠진 앞니를 두 입술 사이로 내다보이며,
 
36
『어서 오시우, 그동안에는 왜 그렇게 한 번도 오지 않았단 말요. 어서 올라와요.』
 
37
『네, 올라가죠, 자연히 그렇게 되었읍니다. 하는 일은 없지마는, 공연히 분주해서…』
 
38
하며, 마루 끝에 올라섰다. 영숙의 남편 되는 사람도 올라와 앉으며,
 
39
『오늘 날이 퍽 덥소, 우리 배나 타러 한강으로 갈까?』
 
40
하고 와이샤쓰 가슴을 손가락으로 집어 훌훌터니까, 계집애 종이 부채를 들고, 뒤에 와서 부친다. 창하는 두 다리를 세우고 앉으면서,
 
41
『한강? 좋지 좋아,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꼼짝도 하기 싫으니, 자네 집에서 술이나 좋은 놈으로 한잔 주게.』
 
42
『그러죠. 그거야 못하겠소만, 대관절…』
 
43
하고, 고개를 돌이키어 영숙을 보며,
 
44
『아침 먹었소?』
 
45
하는 목소리에는 정이 묻었다.
 
46
『녜, 아직 먹지 않았어요』
 
47
하고 단정한 태도에 부끄러움을 섞는데도 영숙의 독특한 아리따운 점이 있다.
 
48
이 말을 하는 틈을 타서 박창하는 주인 노파를 다시 보며,
 
49
『마나님께서는 저에게 중매를 들어 주신다 하더니 여태까지 웬 일이십니까?』
 
50
하고, 빙글빙글 웃는다. 노파도 양 껍질로 만든 주발북을 두드리는 듯이 입속에서 울려나오는 웃음을 웃으면서,
 
51
『하하하, 나 같은 옛날 사람이 어떻게 당신 같은 신식양반의 중매를 할수 가 있겠소, 옛날 계집애는 물론 싫으실 터이니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나 하나 얻어 사시구려. 시방 세상에는 부모가 일이 없어, 계집이나 사내나 모두 저좋으면 사는 것이지.』
 
52
『마나님도 그런 줄 아십니다그려. 그렇지만, 저는 여학생도 싫고 들어 앉은 여자도 싫고 아무것도 싫습니다. 저는 웬일인지, 마음에 드는 여자는 아직까지 한 사람도 없어요. 정말 저를 알아 주는 여자만 있으면 어떤 여자라도 좋지요, 여학생들은 별다른 사람인가요.』
 
53
『저런 말 좀 보게, 남들은 저의 장가처허고 이혼들까지 하고 여학생들과 살려고 애를 쓰는데, 그래 여학생이 싫단 말요.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딸들의 덕을 보는 세상이예요. 딸 공부만 시켜 놓으면 그 덕에 먹고 살 수 있는 세 상이 라우…』
 
54
창하는 껄껄 웃으며,
 
55
『덕 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돼야죠. 제 생각 같아서는 딸 덕 보려고 공부 시키지는 않겠읍니다』
 
56
하고, 말꼬리를 돌려서,
 
57
『여보게, 철수(喆壽), 아침 주마고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 밥을 주든지 술을 주든지 하게, 사람 배고파 못 견디겠네…』
 
58
하며 영숙의 남편을 본다. 철수는 무슨 궁리를 하는 사람처럼 멀거니 앉았다가,
 
59
『그러죠』
 
60
하고, 다시 영숙을 보며,
 
61
『밥상을 좀 가져오. 그러고 술 좀 허구』
 
62
하며, 점잔을 빼듯이 두 다리를 뻗는다. 이 말을 들은 영숙은 다시 자기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부엌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며,
 
63
『얘, 상 가져오너라』
 
64
하고 일어서더니, 반침 속에서 술을 꺼내어 주전자에다 따라 놓는다.
 
65
창하는 주인을 다시 보며,
 
66
『그래, 자네가 오늘 한강 뱃놀이 한턱을 낼 테란 말인가?』
 
67
하니까, 주인은 고개를 끄덕 끄덕하며,
 
68
『내죠, 내요』
 
69
하고, 무릎을 쓰다듬는다.
 
70
『그런데, 자네 내외분이 노는 데는 참 참례하기가 어렵데그려. 나야말로 무슨 재미가 있어야지.』
 
71
이 말을 들은 영숙은 손에 들은 태극선을 마루 위에 놓으면서,
 
72
『왜요?』
 
73
하고, 생긋생긋 웃으며 묻는다.
 
74
『나도 얼핏, 장가를 들던지 해야지…』
 
75
말이 끊어지기도 전에 철수는 고만 창하의 말을 끊어서,
 
76
『왜, 좋아하는 기생 하나 불러 가지고 가십시다그려. 기생허고 잘 노시죠!』
 
77
『기생! 또 기생 이야기가 나오는군! 그렇지만 기생허고 자네 내외허고 같이 놀 수야 있나. 나는 아무 관계가 없지만, 자네들에게…』
 
78
할 즈음, 하인이 상을 갖다 놓았다. 철수와 창하는 겸상을 하고, 영숙은 외상을 받았다.
 
79
밥이 시작되기 전에 술이 두어 순 돌았다. 술 잘 먹지 못하는 창하가 술을 좋아는 하여 달라기는 하였으나 몇 잔 먹지 않아서 얼굴이 빨개지었다. 그러더니, 잔말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창하는 언제든지 철수의 귀에 듣기 싫은 소리를 잘하는 사람이라 또 꼭꼭 꼬집는 말이 나온다.
 
80
『자네는 참 행복스러운 사람일세.』
 
81
철수는 언제든지 듣는 소리지만, 들을 적마다 듣기가 싫은 것을 억지로 참느라고 얼굴을 찌푸린다.
 
82
『무엇이요, 행복얘요. 제가 행복얘요?』
 
83
『그럼 행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집에 많은 재산이 있겠다. 사랑하는 안해가 있겠다, 또는 영숙 씨 같은 이가 계시겠다.』
 
84
『듣기 싫소. 그것은 아저씨가 나의 마음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지. 정말 나는 불행한 사람이라우. 나같이 불행한 사람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요.』
 
85
『그런 소리 말게. 자네가 그러면 이 세상에 다른 사람들은 벌써 죽었겠네. 자네는 아직 세상 경험이 적어. 나도 그렇지만, 아직 고생을 몰라. 참세상 맛을 모르는 사람이야.』
 
86
『기가 막혀. 세상에 나의 마음을 알아 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야죠. 참으로 나의 마음 아픈 것을 알아 주는 이가 없어요.』
 
87
말이 떨어지려 할 즈음 바깥에서 영숙의 딸을 업은 계집애가 들어와서 마당 앞에 서니까 등에 업힌 영숙의 딸이 토실토실한 손을 벌리고 모란꽃잎 같이 붉은 입을 벌리고 벙긋벙긋 웃으면서,
 
88
『엄마 엄마』
 
89
하고 달려들려 한다. 마루에 앉았던 사람들은 모두 청아(靑兒)를 바라보자, 창하는 젓가락 든 손으로,
 
90
『어꾸, 청아야 청아, 어디 어디.』
 
91
어를 적마다 벙싯벙싯 웃는데, 영숙도 두 손뼉을 탁 치고 쩍 벌리며 안을듯이 어른다. 청아는 그것을 보더니, 한층 더 발버둥질을 치며, 저를 업은 계집애 등에서 빠져나가려고 야단이다. 이것을 보는 영숙의 어머니는,
 
92
『이리오너라. 어미 밥 좀 먹게』
 
93
하고 두 손을 내미니까, 계집애는 어린애를 업은 채 영숙의 어머니 편으로 향하여 갔다. 청아는 자기를 업은 계집애가 저의 어머니 편으로 데려가지 않고 할머니 편으로 가는 것이 싫다는 뜻인지 소리를 치어 운다. 어린애 우는 소리를 듣고서 영숙은 자기를 따르는 것이 귀여워 그랬든지 손님 있는데 어린 애가 우는 것이 미안해 그랬든지 얼른 청아 편으로 가며,
 
94
『오, 이리온. 울지 말고…』
 
95
하며, 어린애를 받아서 안고, 다시 상 앞자리로 와 앉았다. 철수는 영숙이가 어린애를 안고 있는 것이 자기 생활에 만족함을 주는 듯이 재미있는 눈으로 한참 바라보다가,
 
96
『저 코 좀 봐라. 씻어라, 씻어』
 
97
하며, 청아를 들여다본다. 영숙은 청아의 코를 씻기고 청아를 번쩍 들며,
 
98
『자, 아버지에게 가 보아라』
 
99
하고 내미니까, 청아는 이마 앞에 내리가린 머리털을 팔랑팔랑 하며,
 
100
『해해.』
 
101
웃고 아버지에게로 달려든다. 철수는 자기 딸을 팔 위에 안고 까불까불 하며,
 
102
『어디 보세. 애, 참 예쁘다. 내가 누구냐?』
 
103
하니까, 청아는 아버지의 두 뺨을 두 손으로 문지르면서,
 
104
『아빠!』
 
105
하며 재롱을 부린다. 이 소리를 들은 집안 사람은 모두 웃었다. 더구나 안방 문앞에 앉았던 할머니는,
 
106
『저것 좀 봐. 그래도 아버지를 알아보네』
 
107
하며, 깔깔거린다. 철수는 어린애를 가슴에다 안으며, 기막히는 듯한 말로,
 
108
『네가 네 아범을 알아보니 다행이다』
 
109
하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영숙은 다시 어린애 편으로 손을 내밀면서,
 
110
『이리 온, 자, 젖 주께, 젖』
 
111
하니까, 청아는 다시 안기었던 아버지를 떼밀치고, 어머니 편으로 왔다. 영숙은 청아에게 젖꼭지를 물리고서 다시 밥먹기를 시작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난 것처럼 박창하를 보면서,
 
112
『참 어제 저녁 때 댁에서 만나 본 그 어른 성함이 이춘우 씨 아녜요』
 
113
하며 주인 한 번 보고, 다시 창하의 대답을 기다린다. 창하는 신기하다는듯이 영숙을 바라보며,
 
114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115
『글쎄, 이춘우 씨죠?』
 
116
『그래요, 맞었어요.』
 
117
『어려서 같이 같은 학교에 다녔는데, 그것을 몰라요?』
 
118
박창하는 고개를 끄덕 끄덕하며,
 
119
『네, 그러셔요.』
 
120
영숙은 다시,
 
121
『그이 누님이 있지요?』
 
122
『있죠.』
 
123
『지금 무엇 하나요.』
 
124
『시집가서 자기 남편하고 동경 유학 갔지요.』
 
125
『동경요? 그러고, 이춘우 씨, 그이는 무엇 해요.』
 
126
『하는 것 별로이 없어요. 집에서 놀죠. 그동안 시골 다녀왔지요.』
 
127
『네, 참 오래간만에 만나 뵈었어요. 어렸을 적에 그의 집 동산에서 소꼽질하던 생각이 여태까지 환하게 나는데, 저는 벌써 자식까지 낳았으니, 그 이는 장가나 드셨나요.』
 
128
『장가가 다 무엇입니까. 그 사람이 동경서부터 장가 안가기로 나허고 동맹을 하였는데요.』
 
129
『그것은 왜요?』
 
130
『다 까닭이 있지요. 요 다음에 길게 이야기 하지요』
 
131
할 때, 변소에를 갔었는지, 뒷창 밖으로 들어오던 그 어머니가,
 
132
『누구 이야기를 그렇게 하우. 춘우라니, 많이 들은 듯한 이름이야?』
 
133
하며, 두 사람을 본다. 영숙은 얼른 반가운 사람의 소식을 전하려는 듯이,
 
134
『왜 어머니, 춘우라고 나 학교 다닐 때 놀러다니는 사람 모르시우, 우리 석다리〔石橋[석교]〕 살 제.』
 
135
어머니는 눈을 끔적끔적하고, 한참 생각 하더니,
 
136
『오, 옳지 옳지, 그 누이가 있겠다. 그래, 그애가 어떻게 되었단 말야.』
 
137
『그이를 어제 이 어른 댁에서 만났어요』
 
138
하니까, 늙은이 마음에도 옛사람이 그립던지,
 
139
『박 주사는 그애를 어떻게 알았읍니까?』
 
140
하고 여전히 옛날로만 알고, 그애 한다.
 
141
『동경 있을 때부터 친했어요. 아주 친형제처럼 지냈는데요.』
 
142
『동경 계실 때부터, 응 그것 참 한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군. 한번 놀러 오시라우. 저 석다리께 살던 김 의관 집이라면 알 터이다. 퍽 자랐을 걸』
 
143
하니까, 영숙은 깔깔 웃으며,
 
144
『퍽 자란 게 무엇얘요. 나이가 몇인데 나보다도 두 살이 위이 아녜요. 어머니는 여태까지 어린애로 생각을 하시는구려.』
 
145
『내게 대면 어린애지. 참 못 본 지가 십 년이나 되네…』
 
146
하며 담배를 담는다.
 
147
철수는 술기운이 올라와 익어 가는 자둣빛 같은 얼굴로 뒷문 밖을 내다보면서, 힘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다.
 
148
창하는 영숙 어머니 말에 대답을 하면서 젓가락으로 상에 있는 반찬을 집어 씹는다.
 
149
『데리고 오죠. 나는 그런 줄을 몰랐읍니다그려, 그러셔요』
 
150
하고 젓가락을 상에다 놓으면서 바깥만 내다보는 철수를 돌아보더니,
 
151
『이 사람아, 밥 먹다 말고 무엇을 이렇게 보나! 어서 한강 뱃놀이나 나가세, 내가 보우트도 잘 젓지, 그 대신 술이나 많이 사 내게』
 
152
하며, 기염을 토한다. 철수는 비웃는 듯이 꺼먼 수염난 입술을 빙긋 하면서,
 
153
『한 잔만 먹어도 새빨개지면서 술을 퍽 사달래우, 염려 말우. 그만한 술은 얼마든지 사 드리께』
 
154
하며, 상을 물리고 벌떡 일어나며,
 
155
『옷 입으슈』
 
156
하고, 영숙을 보며 양복 조끼를 아래로 잡아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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