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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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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나도향
1
어머니 (6)
 
 
2
영숙은 자기 집에 돌아왔다. 문간을 들어서는 영숙은 아까 자기 집에서 나갈 적의 그 영숙이가 아니라, 참으로 행복을 가슴에 싣고서 돌아온 영숙이었다. 영숙의 눈에도 자기 집이 아까 나갈 적의 그 집 같지가 않고, 모든 것이 변하여 보이었다.
 
3
마루에 불이 켜 있고, 장독대에는 다림질한 빨래가 널려 있으며, 하인은 댓돌 위에서 불을 붙이고 있었다.
 
4
『마님 계시냐?』
 
5
영숙은 마당 한가운데 서서, 하인에게 말을 붙인 그의 가슴은 이상하게도 물결 치었다.
 
6
『네』
 
7
하고 하인은 대답을 한 후, 다시 불을 두어 번 붙이더니,
 
8
『안방에 주무셔요』
 
9
하였다. 영숙은 공연히 죄지은 사람 같았다. 집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의 죄를 미리 아는 것처럼, 그들의 눈이 자기를 책망하는 듯하여 모든 사람을 바로 볼수가 없었다.
 
10
방으로 들어갈 때도 전같이 큰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를 부르고싶었으나, 어머니가 일어나면, 자기에게 꾸지람이 내릴 것 같았다. 의걸이에 옷을 벗어 걸고 버선을 바꾸어 신은 후 다시 건넌방으로 건너갔을 때, 그의 눈앞에는 평화롭게 잠이 들은 청아가 자기를 기다리는 듯이 누워 있었다.
 
11
영숙은 한참이나 청아를 내려다보다가, 그 옆으로 가까이 가 앉았다. 나팔나팔 한 머리에 예쁜 입을 다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쌕쌕 코고는 자기 딸을 볼 때, 영숙은 여태까지의 모든 거북한 생각을 잊어버릴 수가 있었다.
 
12
영숙은 자기 입을 청아의 따끈따끈한 뺨에 문질렀다. 새큰한 젖냄새가 코에 스미어들고, 부드러운 살은 자기의 마음까지 녹이어 주는 듯하였다. 세상의 모든 평화를 모아다가 작은 얼굴에 부어 놓은 듯한 것을 볼 때, 영숙은 자기가 다시 옛날의 소녀 시대로 돌아간 듯하였다. 영숙은 자기 딸에게서 얼굴을 떼고 방안을 돌려다볼 때, 그의 눈에는 문갑 위에 놓인 자기 남편의 사진이 보이었다. 영숙은 깜짝 놀랐다. 자기 남편은 자기를 보고서 꾸짖는 것처럼 엄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 같았다. 영숙은 청아를 내려다볼 적의 평화롭던 마음이 다시 괴로워졌다. 그는 그 사진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었으나, 저쪽 미닫이틀 위에는 또 남편의 초상화가 보이었다. 자기 남편의 초상화는 또 자기를 꾸짖는 듯하였다.
 
13
「너는 나를 배반하였지?」
 
14
영숙은 일어섰다. 그리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15
자기 어머니는 쭈글쭈글 이맛살이 잡힌데다가, 팔을 베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그는 코를 골았다. 까맣게 삭은 이가 입술 밖으로 내밀렸다. 허리 매 무시는 쭈글쭈글한 허리에 아무렇게나 걸리어 있고, 엄지발톱이 빠진 발을 새우같이 꼬부리고 있었다. 가끔가끔 떨리는 한숨을 쉬기도 하고 고개를 장판 위에 부딪칠 것처럼 꼬박꼬박 하였다. 영숙은 베개를 들어 자기 어머니의 머리를 얹어 주었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들여다볼 때, 그는 자기 어머니가 말할 수 없이 원망스러웠다. 자기를 돈에 팔아 그것으로 먹고 입고 지내고 또 자기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을 생각할 때, 그는 자기 어머니가 미웠다.
 
16
조금 있다가, 어머니는 눈을 떴다. 핏기 있는 눈방울을 광채나게 뜨고서 한참 있더니 손으로 입을 씻으며,
 
17
『언제 왔니?』
 
18
할 때 영숙은 자기 어머니 목소리에서 생각하던 바와는 다르게 자애 로움을 느끼었다.
 
19
『온 지 얼마 안 돼요.』
 
20
어머니는 잠에 취한 듯이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21
『몇 시나 되었니, 어서 건너가서 자려무나』
 
22
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을 때 자기 가슴은 따뜻한 봄볕에 눈 슬듯이 녹는듯 하였다.
 
23
어머니는 다시 잠이 들었는지 아무 말이 없는데, 영숙은 다른 때와 달리 근지러운 자애를 깨닫고, 다만,
 
24
『녜』
 
25
하고서 건넌방으로 다시 건너가서, 펴 놓은 자리에 누웠다. 방 안은 쓸쓸하였다. 초가을에 나뭇잎을 부시시 떨어뜨리는 것 같이 적적하였다. 의걸이, 반닫이 머리맡의 문갑이 전기불 빛에 차디찬 기운이 도는 듯이 번득 거리 었다.
 
26
모기장을 치었다. 물 속에 켜 놓은 듯한 불빛이 영숙의 얼굴에 풀물을 들여 놓은 듯하였다. 영숙은 침침한 것이 싫었다. 무엇으로 자기 가슴을 누르는 듯하여 고개를 모기장 바깥으로 내놓고 신문지를 들고서 소설을 읽고, 잡지를 보았으나, 한 마디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눈앞에는 녹음이 우거진 청량리가 보이고 보얀 달빛이 눈앞에 어리이니, 춘우가 보이었다. 그러고, 자기가 춘우의 가슴에 고개를 대고 있던 것이 생각나며,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하던 소리가 제 입에서 나가서 제 귀에 들리는 듯 할 때, 그는 눈을 얼핏 떴다. 그리고 자기가 부끄러운 듯이 제 얼굴이 뜨거워오는 것을 깨달았다.
 
27
「왜 내가 그이에게 그런 말을 하였을고? 내가 처음에 그이가 손을 잡 을제, 영영 거절을 하며 버티었드라면 좋았을 걸!」
 
28
하고 자기가 자기의 한 짓이 부끄러운 중에도 허무한 듯하여 혼자 웃었다.
【원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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