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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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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나도향
1
어머니 (17)
 
 
2
근자에 춘우의 동료 사이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아다니었다.
 
3
『춘우가 요사이는 퍽 침울하여졌어?』
 
4
『글쎄, 나도 퍽 이상하게 보는 중야.』
 
5
『그 까닭을 자네들은 모르나?』
 
6
『모르지.』
 
7
『허허, 실연야, 실연.』
 
8
『실연이라니.』
 
9
『지금 같이 지내는 여자가 있지 않은가?』
 
10
『그래, 그 영숙이 말이지?』
 
11
『옳지!』
 
12
『그것이 왜 그만 냄새가 난다고 한 모양일세그려.』
 
13
『어떻든 세상은 돈 있어야 하겠데. 사랑의 마지막 승리는 돈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말데.』
 
14
『그것을 인제야 알았나!』
 
15
『인제 안 것은 아니지마는, 언제든지 진리인 것을 어찌하나.』
 
16
『그럼, 승리자란 대관절 어떤 사람야.』
 
17
『그 승리자 말인가. 전라도 부자로 연전까지 같이 지내다가 춘우에게 영숙을 빼앗겼었지. 그러다가 다시 지금 얼려붙기를 시작한 모양이야.』
 
18
『이름이 무엇이람?』
 
19
『압다 이 사람, 일전에 내가 교동 모퉁이에서 자네더러 자세 봐 두라고 그러지 않든가?』
 
20
『응응.』
 
21
『그 사람야 바로.』
 
22
『옳지, 웃수염 까맣고 얼굴이 둥근 그 사람 말이지.』
 
23
『그래.』
 
24
『그렇지만, 춘우가 돈이 없어도 사람은 퍽 얌전하고 귀염성스러운데.』
 
25
『얌전하고 귀염성스러우면 무엇을 하나? 돈이 있어야지.』
 
26
이처럼 만나는 대로 춘우의 친구들은 춘우와 영숙의 소문으로 서로 찧고 까불 제, 춘우는 벙어리 모양으로 말이 없이 자기가 일 보는 회사 책상 앞에서 자기의 맡은 일만 볼 뿐이었다.
 
27
붓을 잡는 것도 시덥지 않고, 남과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아서, 다만 꿈꾸는 사람 모양으로 앞만 내다보고 앉아 있을 뿐이다.
 
28
그는 몹시 고적함을 느끼었다. 자기의 주위에서 모든 것을 누가 빼앗아 간것 같이, 그는 적적하였다. 그러할수록 그에게는 공포(恐怖)의 마음이 생기었다. 자기가 어떠한 깊은 산이나 넓은 들로 혼자 지나가는 듯이 외롭고도 무서웠다. 그 무슨 무거운 것이 자기의 머리에서도 누르고 가슴에서도 누르는 듯 하였다. 그러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하나, 아니 미끄러지지 않을 수 없는 수렁 가장자리로 자기가 차차 들어가는 것을 느끼었다.
 
29
영숙과 자기 사이에 자기의 힘으로는 헤쳐 버릴 수 없는 구름이 만지려 하나 만질 수도 없고 보려 하나 분명히 볼 수도 없이 가리어 있는 것을 생각하 매, 다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30
예전에 즐겁던 날을 생각하고, 오늘에 이것을 헤아리매, 알 수 없는 사람의 살림살이가 더 한 번 알 수가 없었다.
 
31
한강의 보우트놀이며 청량리에서 처음 만나 꿈 같은 사랑의 마음을 서로 속삭일 때의 효창원의 봄놀이, 짧으면 짧다 할 수 있으나 일생의 잊지 못 할 새로운 살림살이의 즐겁던 것이 오늘에 거품을 쥐는 듯이 사라지려 하는 것을 생각하며, 눈물까지 흘리지 않을 수 없이 감개가 무량하다.
 
32
나의 사랑이 엷어졌느냐! 영숙의 사랑이 식었느냐! 영숙을 잊어버려 보려고 하여 보기도 하였으나, 잊으려고 하면 더 생각이 나고, 보지 않으려 하면 보지 않으려 할수록 더 보고 싶은 것은 사람의 힘으로 풀 수 없는 수수께끼며, 밉고 질투스러울 때마다 더 마음이 어찌하여 타는지, 그것을 알려주는 열쇠를 아직 조물이 우리 사람에게 주지를 아니한 모양이다.
 
33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이러하고 저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저런 것 같은 것이 사랑이요, 믿으면 눈 딱 감고 믿어지며, 의심을 하기 시작 하면 머리카락 하나가 움직이는 것을 보아도 수상하여 보이는 것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사랑의 빛깔이다.
 
34
오늘에 춘우는 영숙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마는 속이 공연히 타고, 영숙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지마는 공연히 의심스럽다.
 
35
춘우는 혼자 생각하여 보았다. 내가 영숙을 의심하는 것이 사실이니, 영숙에게 그 모든 의심스럽게 여기고 믿고 하던 바를 모조리 이야기하여 버린 후, 모든 것을 잊어버려 버릴까! 그렇지 않으면, 영숙의 마음을 떠보고 모든 것을 탐지하여 볼까. 만일 내가 의심하는 바 또는 창하가 내게 일러 준것이 거짓말이라 하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고 그것이 사실이라 하면 어찌하 랴. 그때 춘우는 남자의 자부심이 몹시 상하여지는 듯하였고, 또는 우열 승패를 다투는 장사가 적에게 몹시 모욕을 당할 그때 마음과 같이 분함을 느끼었다.
 
36
「옳다.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속에다가만 넣고 우물쭈물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천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의 태도는 마치 채무나 채권을 가진 자들이 서로 앉아 청산을 하여 받으려면 받고 탕감하려면 탕감하는 것이나 똑같은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피차의 권리 의무가 있는 부채인 까닭이다」
 
37
하고는, 첫째로 영숙이가 철수나 청아를 다시 보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하고서 어찌하여 철수에게 다니는 것, 둘째로 어찌하여 근자에 와서는 퍽 침울하여졌느냐 하는 것, 세째로는 그 돈 사십 원의 출처를 어찌하여 말 하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다. 그러면 나도 내가 생각하였던 것은 모조리 말을 하여 버리리라 하였다.
 
38
그날 저녁 때 춘우는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서 말성꾼 친구 몇 사람과 만났다.
 
39
그 중에 나이는 어리고 인물 예쁘장한 사람이 먼저 춘우의 손을 잡고
 
40
『어디 가나?』
 
41
하며 새부랑거리는 말소리로 묻는데,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
 
42
『집에 가네. 한잔들 했네그려』 하며 침울한 웃음과 함께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바꾸었다.
 
43
그 중에 몸집이 똥똥하고 로이드 안경을 버틴 친구 하나가 배창자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로,
 
44
『집에 가서 와이프하고 재미있게 저녁을 먹는 것도 좋기는 좋은 일 이지마는, 우리 같은 친구들허고 같이 먹는 것도 그리 무미할 것은 없겠지.』
 
45
하며 조금 풀어진 눈으로 춘우를 흘겨보며 빈정거리기를 시작한다.
 
46
『자, 가서 한잔 내게』
 
47
하며 그 말을 받아서 말썽을 꺼내는 사람은 그 중에 얼굴이 가장 까맣고 술을 그리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춘우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사람들을 떼어 보내려고 나오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웃어 가면서,
 
48
『글쎄, 좋기는 좋은 말이지마는, 돈이 있어야지』
 
49
하며 두 손을 펴보였다.
 
50
『옳지, 핑계가 좋으이. 그렇지만, 자네가 정 사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것 같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술 한잔 내지 못 하겠나』
 
51
하는 사람은 로이드 안경을 쓴 사람이다.
 
52
『암, 그렇구말구. 그렇지만, 그런 말 말게. 춘우가 그럴 사람이 아니니. 낼 마음이 있으면 우리가 내라고 하기 전에 먼저 내는 사람이니까.』
 
53
서로 찧고 까부는 사이에 서서, 춘우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애원이나 하는 듯이.
 
54
『정말 돈이 없네. 돈만 있으면 자네네들이 말하기 전에 내지.』
 
55
『거짓말 말게.』
 
56
『정말일세. 자, 보게』
 
57
하고 지갑까지 꺼내 보였다.
 
58
사 달라는 말을 먼저 꺼낸 사람이,
 
59
『정말인가?』
 
60
하고 한참 섰더니, 머리에 얹었던 팔을 뚝 떼며,
 
61
『가세, 내가 한잔 내지』
 
62
하고 일행을 잡아끈다. 춘우는 돈 없는 핑계나 해서 거기에서 모면을 하려하였으나, 이 경우를 당하여서는 조금 난처하였다. 그러나, 술 낸다는 친구가 술을 많이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인 까닭에 잠깐만 먹고 얼핏 나오려 하고 그 뒤를 힘없이 휘우적거리며 따라갔다.
 
63
『어디로 갈까?』
 
64
『글쎄.』
 
65
『맥주나 한 잔 먹어 보세그려.』
 
66
『맥주? 그까짓 것을 먹어야 취해야지. 위스키나 브랜디가 아니면 주량 이 차지를 않을 걸.』
 
67
자기네끼리 의논이 분분하다. 춘우는 그저 새끼에 맨 돌멩이처럼 어디든지 가자는 대로 가리라 하고서 구경만 한다.
 
68
술 낸다는 친구는 돈푼이나 있고 놀기를 좋아하나, 원래 술은 먹을 줄 모르는 까닭에, 그 대신 여편네를 좋아한다. 그래서, 술집에 가자면 반드시 계집을 보러가는 것이며 술을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요, 요리집에 가서 논다 하면 기생 없이는 놀지를 않는 사람이라, 지금도 자기의 애인을 볼 마음이 불현듯 나서 춘우 술 사준다는 핑계로 애인을 보러 가는 것이다.
 
69
『요리집으로 가지』
 
70
하며 로이드 안경에게 물어 보았다.
 
71
『아직 이르지 않을까?』
 
72
『이르기는 무엇이 일러. 일찍 가야 기생도 맘대로 부르지.』
 
73
『자네야 판에 박아 논 기생이 있으니까 언제는 못 만나 보겠나』
 
74
할 때 옆에서 이 말을 듣던 춘우가 만일 요리집에를 간다 하면 시간이 너무 늦어질 터인즉, 그리하지 말고 간단히 어디 가서 술이나 몇 잔 먹고 헤어지리라 하고서,
 
75
『요리집에는 가서 무엇을 하나, 어디 청요리집에 가서 저녁이나 먹지』
 
76
하며 만류를 하려한 즉 또 고 새부랑거리는 친구도 속심은 단단하여,
 
77
『그러이, 그래. 돈 많이 들이고 그리로 갈 것 없네. 어디 가서든지 간단히 먹지.』
 
78
그러나, 그 말이 모두 성금이 서지 못하였다. 네 사람은 명월관 지점으로 갔다.
 
79
방 하나를 치우고서 들어앉아 있을 때 춘우의 마음은 술 먹을 것이나 또는 놀 마음은 조금도 없고 다만 오늘 저녁에 자기 집에 돌아가서 어떻게 사랑의 셈을 따질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자기가 돈을 가지고 대금업자나 또는 이해 타산을 잘하는 성격을 가지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사랑에 들어서도 그리 타산적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자기가 자기를 앎으로 여간한 결심을 하지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라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나 춘우는 다만 한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어서 속만 혼자 졸이고 앉아있었다.
 
80
조금 있더니, 기생이 들어왔다. 그 기생을 볼 때 춘우의 눈은 뚱그래지며 가슴이 설렁하였다. 당장에 대들어서 손목을 잡고 인사라고 하고 싶었으나, 춘우는 그렇게까지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기생이란 옛날에 춘우더러 선생님 선생님 하고 친하게 따랐으며, 자기가 시골로 갈 제 용금루 난간에서 눈물까지 흘려 주던 설성월이었다. 기생 역시 춘우를 보기는 반갑고 놀라는 눈으로 보았으나,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어 버렸다. 다른 기생 이또 하나 와서 술을 먹기 시작할 때는 벌써 방 안이 어둠침침하여질 때였다.
 
81
술들이 얼근히 취하더니, 서로 치기로 술잔을 왔다갔다한다. 로이드 안경은 술잔을 들였다 놓았다 하며, 기생을 더럽게 건너다보며 잡담을 하고 앉았는데, 설성월은 그때까지 별로이 말이 없이 좌석 주인 옆에 앉아 있다. 그는 무슨 난처한 일이나 있는 듯이 유쾌하지 못한 표정으로 술만 따른다.
 
82
춘우는 술 먹을 생각보다도 집에 갈 생각이 더 많아서 연해 시계만 꺼내 보고 있을 때 깐죽깐죽하는 친구가 춘우를 보더니,
 
83
『시계는 왜 그렇게 보나?』
 
84
하며 옆으로 다가앉아서 술잔을 주며,
 
85
『한 잔 들게. 그러고, 나 한 잔 주게』
 
86
하며 술을 권한다.
 
87
『자네가 전에 일본 있을 때는 그렇게까지 술을 잘 먹더니, 요새 와 서는 한동안 끊었었다지?』
 
88
『그랬었지!』
 
89
『예끼, 미친 사람. 술을 왜 끊나, 술처럼 좋은 것이 없데. 열정이 없는 사람이 향내나는 술을 먹으면 그의 가슴에서는 불보다도 더 뜨거운 열 정이 솟아 오를 것이요, 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 하는 사람이 한 번 마약(麻藥) 같은 술잔에 입을 대면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잊어버릴 대로 잊어버릴 것일세. 울고 싶거든 먹어보게, 맘껏 울 것이요, 웃고 싶거든 먹어 보게, 폐부가 터지도록 웃을 수가 있는 것일세. 거기에는 거짓이 없어지고 흉 허물이 없어지고 세상의 모든 얼기설기한 그물을 벗어나 초연한 경지에서 놀 수가 있단 말일세.』
 
90
한참이나 술 철학 강의를 하고 나더니, 다시,
 
91
『그러나, 여자는 사귈 것이 아닐세. 영원한 스핑크스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마는, 여자는 못 사귈 것이야.』
 
92
『그러면, 여자가 남자를 볼 때 역시 영원한 스핑크스로 보는 것을 자네는 잊어버려 서는 안 될 것이야.』
 
93
춘우는 옆에서 권하는 술을 사양하다 못해 주는 대로 받아 먹어서 얼근하게 취해 온다.
 
94
그러는 동안에 옆에 있던 설성월이가 보이지를 아니하였다. 술이 들어가서 돌기를 시작하는 대로 춘우 마음이 누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자기의 손으로 자기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하였다.
 
95
『내가 술을 먹는 것이 자기를 멸망시키는 것이다』
 
96
하는 말이 술 먹은 사람마다 생각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요, 옛날부터 오늘에 그렇지 않아 본 일이 없는 진리지마는, 어찌하여 먹으며 무슨 까닭에 먹는지도 알지 못하고, 술잔을 입에서 떼지 못하는 것은 그 가운데 사람의 어떠한 약점이 있는 까닭일 것이다.
 
97
이러한 생각을 하기는 하면서, 춘우도 술을 마시고 싶은 대로 마시었다.
 
98
『이춘우 씨, 전화를 받으셔요.』
 
99
보이가 들어오더니, 춘우에게 눈짓을 한다. 일동은 모두 그편을 보았다.
 
100
춘우는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다는 듯이.
 
101
『전화? 누군가?』
 
102
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런즉 보이가,
 
103
『이리 오셔요』
 
104
하더니, 다른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105
『누구야?』
 
106
하며 필연 다른 방에서 자기를 불러 가느라고 속인 것인가 보다 하고 보이를 따라가 본즉, 거기는 설성월이가 빈 방에 혼자 앉아 있었다.
 
107
『오!』
 
108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춘우의 다리는 벌써 술기운에 바로 놓여지지를 아니 한다.
 
109
『참 오래간만야』
 
110
하며 설성월의 손을 잡는 춘우를 설성월의 웃는 낯을 쳐다보며,
 
111
『그래 언제 서울 왔어.』
 
112
『온 지 두서너 달 돼요. 선생님 말씀은 제가 모두 듣고 있었지요. 그래 안녕히 계셨어요.』
 
113
『잘 있었지.』
 
114
『부인도 안녕하시구요.』
 
115
『부인? 하하, 잘 있어 내가 안해 있을 줄을 어떻게 알았담.』
 
116
『그것을 몰라요. 모두 다 알아요. 그러나 저러나 아까는 매우 실례를 했어요.』
 
117
『무엇을?』
 
118
『인사를 여쭙지 않아서요.』
 
119
『응, 그것야 나도 하지 않았으니까 마찬가지지.』
 
120
『그런데, 선생님은 퍽 변하셨어요.』
 
121
『무엇이 변했어?』
 
122
『글쎄, 무엇이라고 꼭 집어서 말씀은 할 수 없어두요. 어떻든 이상해지셨어요』
 
123
하며, 다시 춘우를 신기한 듯이 들여다본다.
 
124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러는 게지.』
 
125
『참 웬 약주를 그리 많이 잡수셔요. 저는 오늘야 첨 뵈었어요.』
 
126
『술 먹는 사람이 공연히 먹는 줄 아는 게지.』
 
127
『사내 어른이 약주를 너무 아니 잡수셔도 빽빽하고 융통성이 없어서 안되었지마는, 너무 많이 잡수실 것도 아녜요.』
 
128
『하지만, 먹게 되면 어디 그런가.』
 
129
설성월은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입을 벌릴 듯 벌릴 듯하다가, 나중에 결심한 듯이 입을 열면서,
 
130
『선생님, 부인의 이름이 영숙 씨죠?』
 
131
춘우는 고개를 번쩍 들면서,
 
132
『그래.』
 
133
『또 전 남편되시는 이는 철수 씨고.』
 
134
『응, 그것은 어떻게 그렇게 자세 아누.』
 
135
『자세히 알지요』
 
136
할 때 옆의 방에서,
 
137
『성월이!』
 
138
하고 소리를 질러 부른다. 그러자, 보이가 와서 재촉을 한다.
 
139
『가만히 있어, 곧 갈 터이니.』
 
140
춘우는 보이를 보내고서,
 
141
『어디서 보았나.』
 
142
그 대답은 하지도 않고,
 
143
『또 그 딸이 지금 앓지 않아요.』
 
144
『그래』
 
145
『선생님이 지금 약주를 아니 잡숫다가 다시 잡숫는 것이며, 또는 침울하게 계신 것이며, 전보다 몹시 변한 것을 저는 그 원인이며 어떻게 해서 그러한 것까지 모조리 알고 있어요』
 
146
하고 일어서며, 춘우가 다시 그립다는 듯이 어깨에 매달려 보며,
 
147
『저의 집에 내일 한 번 오셔요. 그러면, 선생님을 위해서 말할 것이 있어요.』
 
148
『무슨 말을?』
 
149
『무슨 말이든지요.』
 
150
『가지.』
 
151
『꼭요.』
 
152
동명과 번지를 가르쳐 주고 설성월은 먼저 나아갔다.
 
153
춘우는 다시 한번 신기러운 중에도 의아한 생각이 나서 천천히 난간으로 배회하며 생각하였다.
 
154
옛날에 놀던 사람을 다시 만나매 옛 회포가 다시 새롭거니와 그렇게까지 자기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것이 이상하였다. 그러고 옛날에는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서까지 사랑하리라 하던 설성월이도 오늘에 와서 퍽 많이 범 연하여진 것을 생각하여 보고 또 자기 가슴에 있는 정열이 옛날의 그것보다 얼마나 식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사람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간사한것을 깨달았다.
 
155
옛날에는 자기가 없으면 못 살겠소 하고 눈물을 흘리던 설성월이도 오늘에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며 기생의 생애가 죽어도 싫다던 사람이 오늘에는 또다시 웃음을 지어 웃으며 목소리와 단장을 일부러 만들어 남자의 피를 긁으려 한다. 그것이 억지로 질질 끄을리어 그리하는 것인 것은 누구나 거짓말이 아니라 하겠지마는 자기 혼자만 질질 끄을리어 세상살이를 하는 것이 아닐것이다. 부귀나 영화를 누릴 대로 누리는 사람도 제가 사람의 새끼인 이상에는 인간고(人間苦)를 떠나지 못하였을 것이며 제 아무리 지지하천의 미천한 사람이라도 사람인 이상에는 또한 그것을 변치 못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156
기생의 처지를 동정하는 것은 그 뒤에 사회의 결함이 있으므로 그 결함을 저주하는 반동으로 나오는 동정이요, 여자라는 성적(性的)으로 보아서 동정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어디까지든지 여성이란 여성은 면치 못할 것임으로써 남자의 반목과 질시가 끊일 수가 없을 것이며, 애착과 사모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사회상(社會相)을 떠나서 본 점에 있어서 기생도 다른 여성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을 것이다.
 
157
춘우는 이렇게 종작이 없는 생각을 하고 왔다갔다하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가 술을 먹었다.
 
158
춘우는 인력거를 타고서 정신 모르게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159
영숙은 춘우를 맞아서 전과 같이 자리에 눕히었다.
 
160
춘우가 눈을 떴을 때에는 그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 왔을 리가 없는 자기가 집에 와서 누워 있는 것은 기적이었다.
 
161
여러 친구와 지껄이고 떠들며 기생들과 희롱하던 장면이 딱 끊어지고 자기의 안해인 영숙 앞에 누워 있는 장면이 너무 급하게 이어진 것이 춘우에게는 이상한 감흥을 일으킨다.
 
162
그는 어제 자기가 친구들에게 끌려가기 전에 하루 종일 고민하여 내려온 그 사랑의 부채의 청장을 어찌하였는가? 하는 생각을 할 때, 그는 자기가 너무 무슨 일에 등한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었다.
 
163
자기의 일생을 지배하는 큰일이라고 결심에 결심을 하였던 일이 술과 설성월로 말미암아 계획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하면 그것은 너무 가벼운 일이다.
 
164
그러나, 춘우는 어저께 밤에 설성월이가 자기에게 일러 준 일을 생각 하였다.
 
165
지금에 영숙과 자기 사이의 중대한 문제를 청장하려는 이때에 자기와 영숙과 또는 철수나 청아의 관계를 자세히 안다 하며, 또는 거기에 대하여 내게말하여 준다는 것을 그대로 지나쳐 버린다는 것을 또 한 번 생각하여 볼 일이다.
 
166
하루를 연기해서라도 설성월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제 맘먹은 대로 청장을 하리라. 비록 기생인 설성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도 내게는 참고가 될는지 알 수 없다고 춘우는 하루를 연기하기로 하였다.
 
167
그날 저녁 때 춘우는 설성월을 찾아갔다. 기생집에 발들여 놓은 지가 하도오래 매, 그는 서먹서먹하여 얼마간 주저하였다.
 
168
남들이 설성월이를 약하여 성월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춘우도,
 
169
『성월이!』
 
170
하고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다시 목소리를 높이 하여 불렀다. 그때야 안에서,
 
171
『누구요?』
 
172
하는 소리가 나며 나오는 사람은 설성월이었다.
 
173
『에그, 오셨어요.』
 
174
춘우는 설성월이 몹시 난처해 하는 눈치를 보고서,
 
175
『손님이 계시우?』
 
176
하며 설성월의 말을 미리 해 주었다.
 
177
『예.』
 
178
『그러면…』
 
179
하고 한참이나 춘우는 말이 없이 있다가,
 
180
『어떻게 할까?』
 
181
『글쎄요.』
 
182
춘우는 무엇을 깨닫듯이,
 
183
『옳지, 내가 부를 터이니 기다려 줘.』
 
184
『예, 그러셔요. 오래간만에 모처럼 오신 걸 들어오시지도 못해서 미안합니다.』
 
185
『천만에.』
 
186
춘우는 요리집에 앉아 인력거를 보내었다. 얼마 아니하여 설성월은 왔다.
 
187
자리를 정한 후 춘우는 설성월의 말문을 열리게 하기 위하여 그동안에 어떻게 지냈으며 서울로 다시 오게 된 사정 이야기를 물었다. 설성월은 자못 감구의 회포가 있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188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나의 사정을 아나.』
 
189
춘우는 혼자 맥주 잔을 들며 물었다. 설성월은 고개를 잠깐 숙이고 상긋 웃어서 자기가 그만한 것을 아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이 입을 연다.
 
190
『그것을 몰라요. 선생님이 지금에 어떻게 괴로우신 마음을 가지고 있는것도 저는 아는데요.』
 
191
『무슨 괴로운 맘을, 나는 조금도 괴롭지 않아. 언제든지 유쾌한 마음으로,』
 
192
『듣기 싫어요. 그렇게 거짓말을 하신다고 제가 속을 줄 아십니까.』
 
193
춘우는 속으로는 그 말을 인정하며 거죽으로는 억지로 웃음을 나타내면서,
 
194
『내가 속이기는 무엇을 속인단 말이야. 그 속지 않는 이야기를 좀 들려주어.』
 
195
『속지 않는 이야기요. 저는 그 말씀을 선생님께 말씀하기는 싫어요. 그것이 조금도 선생님께서는 이롭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196
『이롭거나 해롭거나 그것은 성월이가 내게 친절함을 보이는 것이니까, 무슨 이야기든지 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내게 이롭다고 이야기를 하고, 이롭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여 주지 않는다 하면 그것은 의리 있는 사람들 이하지 못할 일이니까.』
 
197
『의리요? 제가 무슨 의리가 있겠읍니까. 의리가 비록 있다 하드라도 그 의리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은 우리들이니까』
 
198
하고 말이 없다가, 갑자기 나지막한 소리로,
 
199
『선생님!』
 
200
하고 춘우를 부르더니,
 
201
『아까 저의 집에 있던 이가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202
『몰라.』
 
203
『그이가 바로 청아의 아버지예요.』
 
204
이 말을 듣고 춘우는 자기도 모르게,
 
205
『응?』
 
206
소리를 냈다.
 
207
『그 사람이 철수야.』
 
208
춘우는 당장에 철수가 옆에 있는 것처럼 주먹을 쥐고 별렀다.
 
209
『아, 나의 행복이라면 어디서 어디까지 깨뜨려 부수려 하는 악마다.』
 
210
이리할 때 옆의 방에 어떠한 손님이 들어오더니, 춘우와 설성월의 이야기를 남겨 놓지 않고 듣는 사람이 있었다. 설성월과 춘우는 그것을 알지 못하 였다.
 
211
『그렇게 노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그러나, 김철수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가지고 노하실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는 누구든지 올 수가 있는 것이 아녜요. 그렇다고 오는 이를 가라고 하지 못하는 것이 저의 직분이니까 요.』
 
212
설성월은 춘우에게 철수의 말을 한 것이 여러 가지로 자기와 춘우 사이의 관계를 소원히 하게 되는 동기나 되지 아니할까 하여 철수와 자기 관계를 춘우가 의심하거나 오해하지 않게 하려고 극력으로 변명을 하였다.
 
213
『철수가 성월의 집에 다닌 지는 얼마나 되나?』
 
214
『얼마 되지 아니해요. 한 서너 달 되는지요.』
 
215
『그러면, 성월이도 철수를 생각하는 게지?』
 
216
『아뇨.』
 
217
고개를 내 흔들며,
 
218
『그저 여러번 놀았을 뿐예요.』
 
219
춘우는 얼굴에 엷게 올라온 술기운에 조금 흥분이 되어,
 
220
『그야말로 나를 속이려고 하는 구나. 그렇게 나도 쉽게 속으려 하는 사람은 아니야!』
 
221
하고 조소하듯이 웃음을 웃었다.
 
222
『그거 참 기막히네. 그것야 제가 변명을 한다고 곧이들으시지 않으시면 곧이 듣지 않으실 터이오. 변명하지 않드라도 저의 양심은 있는 것이니까 요.』
 
223
춘우와 성월의 이야기가 잠깐 머리를 딴 데로 돌리었다가, 춘우가,
 
224
『그러나저러나 어저께 이야기하여 주마 한 것을 이야기해 주어야지』
 
225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머리를 바로잡게 되었다.
 
226
『어저께 하겠다는 말씀요?』
 
227
『응.』
 
228
『그것은 말씀을 해 드릴 터인데요.』
 
229
『그래.』
 
230
『저의 요구 조건도 하나 들어 주신다 하면 말씀을 하여 드리지요.』
 
231
『무슨 요구 조건을?』
 
232
설성월은 잠깐 웃음을 띠더니 부끄러운 듯이 얼굴빛이 불그레하여진다.
 
233
『무슨 요구든지 제 요구면 언제든지 들어 주시지요.』
 
234
『내 몸으로나 내 마음으로 할 수만 있으면.』
 
235
『그러면, 다음에 다른 말씀을 하시지 못합니다.』
 
236
『그래, 한 입으로 두 말 할까.』
 
237
『그러면, 이야기하지요. 선생님의 부인이 지금 선생님을 사랑하는 것은 선생님이 모르실 것입니다. 영숙 씨만큼 선생님을 사랑하는 이가 없어요. 선생님이 지금 영숙 씨를 의심하는 것도 나는 알아요. 그러나, 그 의심 하시는 것이 결코 잘못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까 요. 그렇지만, 영숙씨는 지금도 예전과 다름없이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238
이 말을 듣는 춘우는 속으로 비웃었다.「네가 무엇을 안다고.」그러나, 거죽으로는 웃음을 지으면서,
 
239
『그것은 무슨 증거로?』
 
240
『증거요? 증거는 얼마든지 있지요. 영숙 씨가 선생님에게 맹세까지 하고서 철수 씨에게는 가지 않겠다 하였지요.』
 
241
『그래.』
 
242
『그러고도 영숙 씨는 철수 씨에게 아니 갈 수가 없게 되어 선생님의 눈 을기이고 다닙니다.』
 
243
『그것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이 아니고 무엇이람. 한 번 내게 맹세를 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그것이 잘한 일이 못 될 터인데, 두 번씩.』
 
244
『글쎄요. 얼핏 생각하면 그래요. 그렇지만, 만일 영숙 씨가 선생님을 위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렇게 선생님을 속일 리가 없지요. 가야하기는 가야 할 터인데, 선생님이 그것을 아신다 하면 선생님의 마음이 어떠하시겠 읍니까. 아마 좀 좋지 못하시겠지요.』
 
245
『그것야 그렇겠지.』
 
246
『또 선생님이 군색하실 때에 영숙 씨가 철수 씨와 사실 때에 장만 하였던 패물을 팔든지 그렇지 않으면 철수 씨의 주머니서 나온 금전을 갖다 드린다하면 그것을 선생님이 받으시겠읍니까, 아니 받으시겠읍니까?』
 
247
『물론 받지 않겠지.』
 
248
『그러니까 말예요. 영숙 씨가 선생님을 속이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예요.』
 
249
춘우는 설성월에게 이 말을 듣고서 비로소 지나간 일을 한 가닥 두 가닥씩 풀 수가 있었다. 그와 같은 말을 듣고서 춘우는 영숙의 일동일정을 모두 이해 할 수가 있었다.
 
250
문을 닫고 다니는 것이며, 돈을 변통하여 가지고 와서 자기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이며, 영숙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근심 빛이 있는 것을 춘우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251
「만일 설성월의 말이 참말이라 하면, 나는 도리어 영숙에게 죄를 지었으며, 그만큼 영숙을 알아 주지 못한 사람이다」
 
252
하고 속으로 뉘우치는 생각과 또는 감사한 생각이 핏속에 스미어드는 듯이 느끼었다.
 
253
『그렇지만 선생님!』
 
254
설성월은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255
『선생님이 영숙 씨를 사랑하시는 것도 제가 알고 영숙 씨가 선생님을 사랑 하는 것도 저는 압니다. 그러나, 선생님과 영숙 씨의 장래가 반드시 불행에서 끝날 줄을 저는 알아요. 선생님이나 영숙 씨의 사랑은 반드시 영구 히 계속 되지 못할 것입니다.』
 
256
춘우는 이 말을 들을 때 가슴이 서운함을 느끼었다.
 
257
『왜?』
 
258
『왜요? 그것은 청아라는 아이 때문이지요. 선생님은 사내 양반이 시니까 자세히 모르실는지 알 수가 없겠지마는, 여자는 자식을 내버리고 그 남편을 따라가는 일이 없다고 해도 가합니다. 만일 자식을 내버리고 애인을 따라간 여자가 있다 하면 그것은 음부거나 사랑이 아니라 색정이겠죠.』
 
259
『그러면, 자식이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에게로 돌아간다는 말이지.』
 
260
『어느 편이든지 마찬가지지요.』
 
261
『그러면, 청아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면 고만이지.』
 
262
『글쎄, 딱한 말씀도 하시네. 청아를 그애 아버지가 내줄세 말이지요. 애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영숙을 잊지 않고 자기 것을 만들려고 별별 수단을 다 쓰는데요.』
 
263
『그것은 내 생각 같아서는 영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둘의 원수를 갚으려 하는 것이겠지. 만일 참으로 영숙을 사랑한다 하면 얼핏 청아를 내놓으면 얼마나 영숙이가 즐거워할 것이냐 말야.』
 
264
『그것은 선생님이 바꾸어 생각을 하여 보셔요. 선생님도 그런 일을 당하시면, 아마 그대로 계시지를 않으실 터이지요.』
 
265
춘우는 속마음으로 얼마간 설성월의 말을 옳다고 생각한 점이 있었다.
 
266
『자, 술 한 잔 먹지 않을 터이야.』
 
267
『술요? 선생님이 주시는 술이면 한 잔만 먹지요.』
 
268
얼마간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269
설성월은 핏빛 같은 포도주를 따라서 한 모금 마시고 입맛을 다시려고 입술을 벌리었다가 닫칠 때, 옥 같은 이에는 선지 같은 포도주가 묻었다 사라진다. 술기운이 어린 눈으로 설성월을 보는 춘우의 눈에는 옛적에 자기를 위하여 눈물을 흘려 주던 설성월의 고아(高雅)한 듯하고 순진한 듯한 그림자는 어느덧 사라지고 깜찍하고도 그 미력에 끌려들어갈 듯한 빛이 보였다.
 
270
마치 여자 마술사(魔術師)를 대한 듯이 뻔히 그런 줄 알면서도 그리로 끌려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듯하였다.
 
271
설성월은 속눈썹 기름한 까만 눈동자를 수정같이 번적이며 입을 꼭 다문 채 한참이나 뚫어지게 춘우를 보더니,
 
272
『선생님! 선생님의 요구하시는 대로 제가 할 것은 다해 드렸으니까, 저의 요구도 선생님이 들어 주셔야죠』
 
273
하며 목마른 사람처럼 포도주를 마시었다.
 
274
『참 무슨 요구인데, 들을 만하면 들어 주지.』
 
275
『들을 만하면 들어 주셔요?』
 
276
『그래.』
 
277
『그러면, 들어 주실 만하지 않으면 못 들어 주시겠다는 말이지요?』
 
278
『그것야 다시 말할 것도 없겠지.』
 
279
『첫째 선생님은 영숙 씨를 단념하셔요. 그러신다 하면, 또 제가 말씀 할것이 있으니까요.』
 
280
『그것은 지금 그렇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일이니까 천천히 대답하지.』
 
281
『제가 이런 말씀을 하면 선생님이 저를 고약하고 또는 몰인정한 사람이라 하실는지 모르겠지마는, 선생님을 위하여 저는 말씀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오늘 이 자리에서 단념을 하시지 않는다 하면 도리어 선생님이 후회 하시게 될 것입니다. 영숙씨는 벌써 철수 씨에게로 돌아간 지가 오래니까요.』
 
282
춘우의 마음은 에이는 듯이 아팠으나, 그러한 내색은 조금도 밖으로 내 보이지 아니하며,
 
283
『영숙이가 철수에게로 돌아갔거나 그것은 그 당자의 할 일이요, 내가 단념을 하거나 말거나 그것은 또 내가 할 일이니까…』
 
284
설성월은 허리가 부러질 듯이 웃으면서,
 
285
『사내 양반들이 저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야. 그래도 잊지를 못 하셔서 입으로 말씀은 저렇게 하시지만, 속으로는 영숙 씨나 철수 씨를…』
 
286
『아니.』
 
287
춘우는 설성월의 말을 중단시키어,
 
288
『조금도 그 사람들을 원망을 하거나 또는 원수로 알지는 않아. 영숙에게나 철수에게 운명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까.』
 
289
춘우의 말에는 애조가 흘렀다.
 
290
실성월은 이 말을 듣더니, 반쯤은 그러하다고 춘우의 말을 긍정(肯定) 하는 듯도 하고, 또 반쯤은 춘우의 가슴속을 들여다보아, 그 괴로운 것을 거죽으로는 나타내지 않고 감추려 하는 것을 비웃는 듯이 코웃음 비슷한 웃음을 웃다가,
 
291
『그럴까요? 그럴는지도 모르지요』
 
292
하며 춘우를 다시 뚫어지도록 들여다보더니,
 
293
『그런데요』
 
294
하고 다시 말을 이으며 분결 같은 손으로 타는 듯이 새빨간 능금을 들었다놓았다 고양이가 방울 장난하듯 하다가, 다시 그것을 놓고,
 
295
『선생님! 선생님이 옛날의 설성월이를 잊어버리신 지가 오래시지요?』
 
296
하며 의미가 깊은 눈초리로 본다. 춘우는 그의 표정으로써 성월의 맘을 짐작 할 수가 있었다. 그때의 춘우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아픈 감정의 설성월의 말을 통하여 얼마간 녹아 버리는 듯함을 느끼었다.
 
297
『그럴 리가 있나? 나는 아직까지도 옛날의 성월을 생각하는 그 마음을 고대로 가지고 있는데』
 
298
하는 말을 하는 춘우는 자기가 자기의 입을 의심할 만큼 옛날의 순진한 마음이 없어진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299
『선생님도 거짓말을 하실 줄 아시게 되었읍니다그려.』
 
300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해.』
 
301
『정말로 저를 옛날과 똑같이 생각하여 주셔요?』
 
302
『그럼.』
 
303
『그럼요? 저도 그동안에 선생님보다 더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런 까닭에 남이 거짓말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잘 분간할 수가 있게 되었답니다.』
 
304
『그것야 그럴는지 모르지마는, 내가 거짓말 한 증거가 무엇야?』
 
305
『하하, 증거요? 증거야 지금 당장에 선생님 가슴에 손을 대어 보십시요. 그 심장이 얼마나 높이 뛰나. 영숙 씨 때문에 고민을 하신다는 것은 즉 저를 잊어버리셨다는 증거니까요.』
 
306
『그것이 어째서?』
 
307
『그래도 못 알아들으시겠어요? 영숙 씨와 꿈 같은 사랑을 속살거리실 때나 선생님의 팔 위에 영숙 씨를 끼어안으셨을 때 아마 설성월을 한 번도 생각이나 해보신 때는 없으셨을 터이지요.』
 
308
춘우는 말이 없었다. 성월은 어느 틈에 춘우 곁에 가까이 가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이 춘우의 귀를 간질였다. 그의 입 향기가 춘우의 코에 맡이었다. 검다 못해 푸른 눈동자가 그의 마음을 모두 빨아들일 듯이 춘우의 얼굴 위 에서 굴러다니는 듯하였다. 그의 연지 바른 입이 가까이만 가도 불같이 뜨거워 춘우의 피를 태울 듯하였다.
 
309
부드러운 손이 춘우의 다리 위에서 산 뱅어처럼 꼼지락거릴 때 춘우는 무엇에 홀리는 줄 모르게 홀리었다. 춘우의 팔이 설성월의 허리를 감고 가슴과 가슴이 닿고 뺨과 뺨이 문질러졌다. 그러다가는, 입과 입이 닿았다. 떨어질 때 그들은 서로 부끄러웠다. 이것이 설성월과 춘우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옛날에 두 사람은 이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사랑을 말 하는 것도 아니요 또는 반드시 유탕 기분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과 마음을 서로 경계하기는 두 사람이 똑 마찬가지지마는, 또는 정과 정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옛날과 다른 것이 그들의 가슴을 둘이서로 헤치는 것이 너무 쉽고 또는 너무 속하여 어느 것이 진정인지 그것을 두 사람까지도 분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310
성월은 지금에 춘우의 약점을 안다. 춘우의 속이 몹시 원망과 분노와 또는 비애로 찬 것을 안다. 더구나 세상에 혼자 선 것 같이 쓸쓸함을 안다. 이 것을 속히 알아챈 성월은 춘우의 마음성을 얼핏 사로잡기 쉬운 것을 안다.
 
311
『선생님! 제가 아까 단념하시란 말씀을 여쭌 것이 몹시 잘못한 말이지요?』
 
312
춘우는 다시 단정한 태도로 말을 꺼내었다.
 
313
『천만에, 그 말에도 일리는 있겠지.』
 
314
『글쎄요. 그렇지만 제 생각 같아서는 선생님이 영숙 씨를 단념하지 않으시고 만일 고집을 세우신다 하시면, 네 사람이 불행해질 터이고요. 그렇지 않으시면 한 사람이 불행해지겠죠… 아니 그렇지도 않죠. 도리어 다섯 사람이 행복스러워질는지도 몰라요.』
 
315
『다섯 사람이라니? 또 한 사람은 누구야?』
 
316
『그것은 생각해 보셔요. 그런 사람이 저기 어디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터이니요.』
 
317
춘우는 알아챘으나, 그는 일부러 모르는 체하였다.
 
318
『그렇게 모르신다 하면 차차 제가 가르쳐 드릴 때가 있겠지요.』
 
319
「인생은 영원한 단념이다」이 말이 새 말이 아니지마는, 춘우에게는 다시 진리를 말하는 것 같다.
 
320
「단념! 단념!」
 
321
단념이라는 것은 하려다가 할 수 없으니까, 고만두고 내버린다는 것이다.
 
322
「내가 나의 목숨을 단념한다고는 할지라도, 이것을 단념할 수가 있을까?」
 
323
춘우는 그대로 그 자리에 엎드리어 울었다.
 
324
『안돼! 안돼! 영원히 단념을 못 할 것이다.』
 
325
춘우는 고개를 비벼 가며 울었다.
 
326
『내가 한 사람이 행복스럽기 위하여 세상 사람이 다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단념을 할 수 없다.』
 
327
『아, 안 돼! 누가 어떠한 말을 하든지 나는 영숙을 놓을 수는 없다』
 
328
하며 춘우는 다시 일어서서,
 
329
『성월! 너와 나와는 다시 만나지 말자. 오늘 내가 네게 한 것도 내가 영숙에게 대하여서는 일종의 부정이다. 죄악이다. 자, 얼핏 헤어지자.』
 
330
춘우는 시뻘겋게 피가 오른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설성월을 돌아다 보며,
 
331
『잘 가거라. 서로 깨끗하게 잊어버리자. 다시는 만나지 말자』
 
332
하고 나오려 하매 설성월은 생긋 웃으며, 춘우의 소매를 잡고 귀에다 입을 대고 나지막한 소리로,
 
333
『그렇지만, 내일 이맘때가 되기 전에 만나 뵙게 되겠지요』
 
334
하고는 자기도 나왔다. 설성월이 춘우를 보내고 막 돌아서려 할 제, 뒤에서 딱 달려드는 사람 하나가,
 
335
『재미가 좋구려, 두 분이.』
 
336
놀려먹는 어조로 말을 하는 사람은 철수였다. 설성월은 무슨 원수나 만난듯이 가슴이 덜컥 내려앚으며,
 
337
『앗, 언제 오셨어요?』
 
338
하고 달려들려 하며,
 
339
『나 온 것은 알아 무엇하료?』
 
340
하고 역시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341
추우는 혼자 경성 시가를 헤매었다. 꿈 같은 생각이 가슴을 눌러서 느긋한 감정이 안개 같이 전신을 싸고 돌 뿐이다.
 
342
달아나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에 매달렸다가, 뿌리침을 당한 것 같이 그는 적적함과 무서움과 외로움이 있었다. 벌써 서로 갖다가 붙이려 하나, 붙일수 없이 깨어진 것 같이 영숙과 자기 사이에는 파탄(破綻)이 생긴 것을 알때에 그는 광야에 홀로 선 것 같았다.
 
343
그에게 다시 불행과 불운이 닥쳐온 것을 깨달을 때 그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에서 끓어올라와서 눈물이 뜨겁게 두 눈에서 솟을 뿐이다. 그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었다. 가는 곳 오는 곳마다 영숙과 자기의 옛날 사랑을 이야기하는 기억의 흔적이 아닌 곳이 없으며, 행복의 기념이 아닌 것이 없었다. 옛날에 길거리를 거닐 때에는 반드시 영숙이 자기 옆에 있어 희망과 즐거움이 가득 찬 얼굴로 서로 쳐다보았으나 오늘의 자기는 혼자 넓은 길거리를 외롭게 걸어간다.
 
344
그는 나침반(羅針盤)을 꺾어뜨린 배 모양으로 지향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닐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옛날의 어머니가 자기를 강보에 싸서 들고 푸지 한 것을 두 발로 장단맞춰 밟으시며,
 
345
「자장 자장」
 
346
하시던 어머니가 보이더니, 또다시 자기의 손목에 이끌리어 길가를 헤매이는 인우가 보인다. 어머니를 잃어버린 자기와 자기 동생의 우애는 그것으로 인하여 더욱 깊었으며 안해를 잃어버린 아버지는 그것으로 인하여 지금에 타락의 깊은 구렁에서 신음하는 것이다.
 
347
「만일 어머니가 계셨드면?」
 
348
이러한 소리로 부르짖은 것이 하루에도 몇 번인지 알지 못하였었으나, 오늘 같이 어머니 없는 설움을 느끼어 본 적이 드물었다.
 
349
모든 불행의 원인(遠因)을 찾아 올라가서 그것이 귀착되는 곳은 어머니 없는 그곳이다.
 
350
춘우는 불현 듯이 인우가 보고 싶었다. 혼자 남아 있는 인우를 생각할 때 내버리고 온 자기가 너무 무정한 듯하였다. 데려오려 하나 주지 않는 아버지의 심사도 책망할 수도 없거니와, 혼자 내버려둔 자기가 부끄러울 만큼 죄악 같았다.
 
351
『그렇다. 오래간만에 인우나 만나 보자.』
 
352
그는 과자 가게에 가서 과자를 샀다. 그러고 다시 서대문을 향하여 갔다.
 
353
『아버지가 보시면 꾸중을 하시겠지. 문에서 내쫒으시겠지.』
 
354
『그렇지만 간다. 내가 내 아버지 집에 간다. 탕자가 돌아오는 것을 맞는 부자 집 아버지 같이 너를 맞아 주지는 않을지라도, 나는 인우를 위하여 가볼 것이다.』
 
355
춘우가 집에 들어설 때에는 가슴이 미어지도록 반가왔다. 마당에서 마루 끝으로 올라설 때에는 아버지가 마루까지 뛰어나왔다. 인우가 자다가 울면서 반가와 벗은 채 뛰어나왔다.
 
356
『춘우냐?』
 
357
『언니!』
 
358
『예. 오냐.』
 
359
단 네 마디가 세 사람을 울릴 만큼 감격이 있었다.
 
360
춘우의 아버지는 입끝과 코가 씰룩씰룩하고 떨리도록 감격이 복받쳐서 말을 못 하고 그저 울 듯 웃을 듯 하며,
 
361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니? 너도 집에 올 날이 있구나.』
 
362
『언니, 인제 가지 않소?』
 
363
인우는 과자를 먹으며 춘우를 어머니 어루만지듯 어디를 어루만져야 좋을지 몰라서 팔다리를 더듬기도 하고 고개를 대고 비벼 보기도 하면서 좋아하였다.
 
364
『그래 그래.』
 
365
춘우는 무엇이라 대답을 할지 몰라서, 글저 그래그래 할 뿐이었다.
 
366
『인제 언니가 왔으니까, 나는 퍽 좋아. 당최 가지 말우, 나는 퍽 보고싶었어.』
 
367
『그동안에 창가 많이 했니?』
 
368
『창가? 누구허구 해? 같이 할 사람이 있어야지. 언니가 간뒤에는 같이 할 사람이 없어 못 했어.』
 
369
인우는 몹시 수척하여졌다. 보지 않았더면 좋으리만큼 여위고 못되었다.
 
370
그것도 춘우에게 어머니 없는 탓으로 돌려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371
『언니! 인제는 어디를 가든지 나허고 갑시다.』
 
372
그는 애원하듯이 춘우의 팔에 실리며 말을 하였다.
 
373
『같이 가지. 어디든지 데려다 주지.』
 
374
춘우는 울고 싶기만 한 감정으로 그 말을 하였다. 인우는 춘우를 보더니, 꺼칠꺼칠한 수염을 만져 보면서,
 
375
『이게 뭐요. 수염 좀 깎우. 전에는 아주 예쁘더니. 흉해.』
 
376
춘우도 아는 바지만, 인우도 자기의 얼굴이 못된 것을 알아 주고 동정 하는 모양이다.
 
377
『그런데 언니!』
 
378
『응!』
 
379
인우는 무슨 말을 할 듯하더니, 아버지의 눈치를 살핀다.
 
380
『왜 그래. 말을 해라.』
 
381
아까까지는 절대의 권위자는 아버지였으나, 지금에 자기의 후원자를 얻은인우는,
 
382
『저』
 
383
하고 다시 입을 닫치면서,
 
384
『아버지께 또 꾸중 듣게.』
 
385
아버지는 눈을 흘겨보며 자기의 죄악을 폭로시키려는 인우를 무섭게 흘겨본다.
 
386
『말해라. 내가 들어 보아서 꾸중 안 듣게 해 주께.』
 
387
춘우는 인우를 끼어안고 타일렀다. 인우는 그때에 말 아니 할 수 없는 듯이,
 
388
『언니가 지난번 겨울에 날더러 꽃이 피면 어머니가 오신다 하더니, 어디 어머니가 오시우? 벌써 꽃이 다 떨어졌는데.』
 
389
춘우는 인우를 끼어안고 그대로 울고 싶었다. 자기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인 우의 어린 가슴을 태우게 하였는가?
 
390
『어머니 그렇게 보고 싶으냐?』
 
391
『보고 싶고말고, 나는 어머니가 얼핏 와서 다른 애들처럼 귀애해 주었으면 좋겠어.』
 
392
『인제 네가 나만해지면 오시지.』
 
393
『또 더 있어야 해?』
 
394
『그래.』
【원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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