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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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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나도향
1
어머니 (19)
 
 
2
그 이튿날 저녁 때이다. 서쪽 하늘에는 넘어가는 저녁 해가 핏빛같이 보기에 무섭고 지긋지긋한 광선을 난사하여 온 세상을 그 빛으로 세례 주려는듯이 내려붓는다.
 
3
산 중턱에 걸리어 무서운 눈망울을 꿈벅거리는 해는 웬일인지 세상과 하직 하는 것을 주저하는 듯하다. 해를 보내자, 다시 달이나 별을 맡기는 몇 만년 전 사람이나 또는 몇 만 년 후 사람이 조금도 다른 것이 없으나, 그때나 이 때나 그것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나 유의식적으로나 가슴속에 뭉클한 비애를 느끼는 것은 우리 인류의 비애이다.
 
4
날이 가고 달이 바꾸이매, 나고 죽는 것은 우리 인류가 자꾸 되풀이 하는 평범한 사실이다. 언제든지 면하지 못하는 것은 이 비애이다.
 
5
수구문 밖에는 수철리라는 공동 묘지가 있다.
 
6
넘어가는 해가 이 산비탈 위에 앞산 그림자를 끌어다가 비추인 산길 위로는 춘우가 어린 인우를 이끌고 서울을 향하여 돌아온다.
 
7
『아까 보던 것이 어머니 산소요?』
 
8
인우는 오던 길을 다시 돌아다보며 물었다.
 
9
『그래.』
 
10
『그런데, 왜 거기 계시우. 그러고, 내가 왔는데도 나와 보지도 않으시고…』
 
11
춘우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흩어질 대로 흩어진데다 인우의 이 소리를 들으매, 가슴이 터져서 피가 솟는 듯하다.
 
12
춘우는 어린 인우에게 죽음이라는 것을 아니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13
『어머니는 그 속에서 주무시느라고 나오시지를 않으신단다. 아직 잠을 깨실 때가 되지를 않아서.』
 
14
『그렇지만 왜 흙 속에서 누워 계셔?』
 
15
『그 흙 속에는 훌륭한 집이 있고 뜰이 있고 물이 흐르고 언제든지 꽃이 피는 곳이 있으나 우리는 어머니처럼 착하지가 못해서 그리로 들어가지는못하고 바깥에서 돌아다니다가만 온단다.』
 
16
『그럼, 우리도 어머니같이 착한 일만 하면 어머니께로 가게 되지.』
 
17
『그렇지.』
 
18
『그러면, 어머니도 나를 귀애하고 언니도 귀애하고…』
 
19
『그래, 그런데 내 이야기 하나 하여 주랴?』
 
20
『응.』
 
21
『너 누에라고 하는 벌레 알지.』
 
22
『눼? 몰라, 눼가 무엇요.』
 
23
『누에라 하는 것은.』
 
24
말을 꺼내면서 따라오는 인우를 구름이 낀 눈으로 내려다본다.
 
25
『저 명주실을 입으로 뽑아 내는 벌렌데, 그 실로 우리의 옷을 짜는 것야. 그런데 그것이 처음에는 알에서 까지면서 굼벙이 같은 벌레가 되어 뽕나무 잎을 먹으면 손가락같이 굵어진단다. 그래 그것이 굵을 대로 굵으면 제 입에서 실을 토해서 그것으로 제 몸을 칭칭 감아서 집을 만든 후 그 속에서 죽어 버린단 말이지.』
 
26
인우는 춘우를 보며,
 
27
『제가 죽어?』
 
28
하며 신기히 여긴다.
 
29
『그래, 제가 죽은 뒤에는 번데기라는 것이 되어, 그 속에 들어 있다가, 또 얼마가 되면은 다시 그 속에서 나비가 되어서 그 전에는 기어다니던 것이 날개를 펴고 펄펄 날아다니게 되는 것이란다.』
 
30
『응, 그러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게, 그렇지.』
 
31
『그래, 그와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저렇게 땅 속에 계시더라도, 나중에 더 좋게 되어 인우를 보러 오실는지도 모르는 것이야.』
 
32
춘우는 이러한 이야기로 인우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면서도 그것이 너무 현실적이 아닌 데 저도 홀로 속으로 부끄러웠다.
 
33
『그런데, 나는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그러한지, 언니가 없으면 쓸쓸해서못 견디겠어. 인제부터는 언니가 집에 있고 아무데도 가지 말아요.』
 
34
『그러지, 집에 있지. 인제는 언제든지 집에서 너와 같이 있자.』
 
35
춘우는 인우에게 돌아가기를 약속하였다.
 
36
그러나, 춘우에게는 인우에게로 돌아가기 전에 또 한 가지 할 일이 있는것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37
자기가 짧다고 하면 짧으나, 또 값으로는 한이 없는 영숙과 자기 사이의 사랑의 역사를 눈 딱 감아 버리고 자기가 이제 상처난 가슴을 어린 인우의 사랑으로 고치려 할 때, 그에게 어찌 무량한 감개가 없으랴. 그러나 괴로움을 견디어 이긴 뒤에 즐거움이 그의 가슴에도 얼마 아니 하여 그의 가슴에 넘쳐 흐를 것은 기대하지 않고 자연히 돌아올 것이다.
 
38
지금 그에게는 마지막의 괴로움이 꼭 한 가지 남아 있으니, 그것은 영숙에게 최후로 마지막 말 한 마디를 하는 것이니, 그것은, 「잘 있으라」 하고 짧고도 기막힌 말이었다.
 
39
인우를 처음으로 어머니 산소까지 데리고 왔던 춘우는 다시 마지막으로 영숙을 만나 보려 하였으나, 그는 그것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40
자기는 자기의 마음을 안다. 자기가 영숙을 눈 딱 감고 보지 않으면 모르거니와, 다시 그의 얼굴을 보고, 다시 그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의 웃음을 본다 하면 그는 지금까지 결심하였던 것이 눈같이 녹아 버릴 것을 자기는안다.
 
41
만일 다시 만난다 하면, 그 일순간에 또다시 자기는 거짓말을 하게 될 터이다. 그러나, 그거짓말은 그 순간을 다시 지나는 때에 또다시 비극의 원인을 이룰 것이다.
 
42
「그래도 가서 말이나 한 마디 하여 볼까?」
 
43
하고 왈칵 발길을 그쪽으로 향 하였다가도,
 
44
「아니 안 된다. 나를 의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좋다. 나를 너무 매정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다. 내가 나의 굳은 신념(信念)아래 행하는 일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든지 좋다. 나는 결코 주고서 다시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45
그날 창하는 기뻐 뛰며 춘우를 찾아왔다.
 
46
 
47
『야, 춘우 춘우.』
 
48
그는 춘우의 손목을 잡아 흔들며,
 
49
『고마와 고마와. 자네에게는 옛날의 행복이 다시 돌아왔네.』
 
50
하고 치하하였다. 춘우는 하도 이상하여,
 
51
『무슨 옛날 행복이란 말인가.』
 
52
하고 냉연한 태도로 창하에게 물었다.
 
53
『지금 영숙 씨가 또 내게 오셨어.』
 
54
『그래?』
 
55
『그런데, 지금껏 내가 생각한 것이 모두 잘못이 되었데그려. 내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을 해서 영숙 씨를 믿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도 자네에게 미안하게 되었네.』
 
56
『자네가 의심한 것이 무엇인가.』
 
57
『압다 어서 가세. 지금 내가 기어이 자네를 데리고 가야 하겠네.』
 
58
『나는 갈 수가 없네.』
 
59
『왜!』
 
60
『자네의 말도 나는 벌써 자세히 알고 있네. 자 자, 이것을 보게.』
 
61
춘우는 주머니에서 영숙의 편지를 꺼내주었다.
 
62
창하는 그것을 처음서부터 끝까지 한숨에 읽고 나서 두 주먹을 마주치며,
 
63
『글쎄, 이것야 이것. 내 말도 이 말이란 말이야.』
 
64
하고 혼자 좋아한다.
 
65
『그렇지만 나는 갈 수가 없네. 내가 세상에서 어떠한 욕을 먹드라도 가지는 않을 터이야.』
 
66
『압다 공연히. 좋거든 그냥 좋다고 그래. 어선 잔말 말고 가.』
 
67
하고 춘우의 손목을 잡아 끈다.
 
68
『나는 아주 장담을 하고 왔네. 자네를 데리고 갈 터이니 집에 가서 기다리시라고.』
 
69
춘우는 도리어 귀찮은 기색을 보이면서,
 
70
『이거 왜 이러나, 놓게』
 
71
하며 손을 뿌리친다.
 
72
창하도 춘우의 기색이 너무 거짓말 같지 않으므로 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73
『정말인가?』
 
74
하고 춘우를 뚱그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75
『정말이지, 거짓말일까. 실없이 할 일도 따로 있지.』
 
76
춘우는 침착한 태도로 대답을 하였다.
 
77
창하는 불가사의 일을 당한 듯이 고개를 수긋하고 앉아 있다가,
 
78
『왜 그러나? 내 생각 같아서는 자네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79
『나는 결심한 것이 있어.』
 
80
『무슨 결심을?』
 
81
『당초에 이제부터는 영숙과 만나지를 않으려고.』
 
82
『그것은 또 무슨 까닭야. 나는 자네 마음을 알 수가 없네. 어느 때는 날더러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나게 하겠느냐고 하더니, 지금 일이 다 해결이 되니까, 또 만나지를 않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자네가 한 번 버티어 보는 셈인가?』
 
83
『아니지, 이번 일을 그렇게 술 먹는 사람의 장난처럼 할 수는 없으니까!』
 
84
『그럼, 왜 그래. 영숙 씨도 모든 일을 자백하였고 또 철수나 청아를 단념하고 다시 자네게로 온다고 하였는데.』
 
85
『단념?』
 
86
춘우는 반쯤 코웃음같이 말을 하며,
 
87
『철수는 단념하려면 그것은 될는지 몰라도, 청아는 단념하지 못할 것이니까. 내게 청아를 단념하는 것보다도 청아를 데려온다 하면 내가 갈는지 모르지마는 그 외에는 내가 갈 수가 없네. 만일 내가 지금 간다 하면 얼마 동안은 다시 옛날같이 지낼 수가 있을 터이지. 그러하나, 영숙은 또다시 나를 속 이지 않으려 하나, 아니 속이지를 못하게 될 것이며, 또 맹세를 몇백 번 몇 천 번 거듭하고라도, 그 맹세를 어기게 될 터이지.』
 
88
『그렇지만 이 사람아, 그런 일이 세상에 아주 없는 일이 아닌게 아닌데. 그까짓 것을 가지고 그럴 것이 무엇인가?』
 
89
『그렇지만, 나는 벌써 나의 어린 아우에게 맹세를 하였네. 나는 다시 너를 떠나가지 않겠다고.』
 
90
그날밤이다. 낮부터 하늘 위로 떠돌아다니던 구름장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이리 쌓이고 저리 쌓이더니, 해가 넘어간 뒤로는 반짝거려야 할 별들도 눈을 감았으며, 떴다가 사라져야 할 초승달도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를 숨기었다.
 
91
경성의 둘레를 빙그르르 돌은 산 위에는 시커먼 구름들이 산 위에다가 다시 산을 쌓은 듯이 멧부리가 보이지 않도록 쌓여 있고, 괴물이 지나가는 듯이 바람에 불리어 공중을 달려가는 무서운 구름장만 컴컴한 가운데서 움직일 뿐이다.
 
92
마치 지구라는 큰 자연 뭉텅이가 지금에 운명을 한 듯이 칠같이 검은 어둠이 그 위를 내려 덮으며, 무엇인지 원혼을 하소연하는 귀곡새가 효창원 송림 위로 울면서 지나간다.
 
93
장탄식을 하는 듯이 바람 한 번이 지나가면 소나무가 이리 굽히고 저리 흔들리는 대로 몸 속으로 스며드는 으스스한 소리가 사람을 웅숭그리게 한다.
 
94
밤 열 시가 넘었다. 모래가 깔린 길이 분명히 보이지는 아니하나, 희미한 가운데로 이리 구부러졌다 저리 펼친 것이 은은히 보이는데, 영숙의 집을 향하여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95
검은 양복을 입고 조심스럽게 영숙의 집 문간 앞에 가까이 와 선 사람은 춘우였다.
 
96
며칠 되지 않건마는, 자기 집 문간에 와 서매 몇 해를 지난 것 같이 그립다.
 
97
깜깜한 밤이지마는 모든 것이 대낮에 보는 것보다도 더 소상하다.
 
98
춘우는 문 틈으로 안을 살피었다. 고요 적정한 가운데 백지 한 장을 통 하여 영숙이가 앉아 있어 가끔가끔 가는 기침을 하는 소리가 그 적막을 깨뜨리는 소리이다.
 
99
춘우는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아니하고, 앞 대문을 돌아서 뒤창으로 갔다.
 
100
춘우는 결코 영숙을 의심하여 그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영숙을 안 보리라 안 보리라 입술을 깨물어가면서 결심을 하려 하였으나 그의 발은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101
그는 들창에 귀를 기울이고 방 안의 공기를 들여다보았다. 영숙의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게 고요하고 아무 말이 없다. 그러나, 다시 창 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영숙은 책상 앞에 앉아서 무엇인지 뒤적거리며 열심으로 읽고 앉아 있다.
 
102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옛날에 자기가 영숙에게 보내었던 편지이다.
 
103
영숙은 그것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다가는 그것을 춘우나 만난 듯이 자기 가슴에다 가도 대어 보고 또는 뺨에다가도 대어 보았다.
 
104
나중에는 그 편지 앞에 엎드리기도 하듯이 입속으로,
 
105
『모든 것을 용서하여 주셔요.』
 
106
하여 보기도 하였다.
 
107
춘우는 이것을 볼 때 그대로 뛰어들어가 끼어안고 싶었다. 그리고, 도리어 자기가 영숙에게 사죄를 하고 싶었다.
 
108
그러나, 그는 끓어나오는 마음을 억제하고 한참이나 멀거니 서 있었다.
 
109
다만 벽 하나 창하나가 두 사람을 천 리나 만 리를 격한 것처럼 지척에 두 고도 서로 알지 못하며 서로 만나지 못하며, 또는 서로 말을 하지 못 하게 한다.
 
110
누가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요, 누가 만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니요, 누가 서로 알지 말란 것도 아니지마는, 그 무슨 신의 섭리(攝理)가 두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111
생각하면, 모든 것이 애달플 따름이다.
 
112
춘우는 시커멓게 흐린 하늘을 쳐다보고 섰을 때, 가슴에서 치밀리는 슬픔이 눈물이 되어 두 눈에서 흐를 뿐이다.
 
113
애달픔과 또는 섭섭함이 춘우를 미치게 할 듯하다. 그는 속으로,
 
114
「아아, 영숙! 영숙은 내가 여기 서서 우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115
그러나, 영숙의 방 안은 언제까지든지 고요할 뿐이다.
 
116
소나무가 우수수 하기를 시작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선선 한 바람이 나뭇잎을 건드리고 지나갈 때마다 처끈처끈한 물기운이 춘우의 전신을 적셔 준다.
 
117
춘우에게는 어둠도 없고 비도 없고 추움도 없다. 그의 눈앞에는 산천초목이 모두 없고 다만 영숙을 떠나가는 슬픔이 그의 가슴에 찼을 뿐이다.
 
118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다.」
 
119
하는 것을 생각할 때, 그는 그대로 담에 기대어 울었다.
 
120
비는 소리를 치며 쏟아진다. 어느덧 낙수가 머리 위에 떨어진다. 그는 온몸이 젖어 쥐어짜게 되었어도 그 자리에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집 한 바퀴를 휘돌았다.
 
121
빗방울 떨어지는 장단을 맞춰서 바로 옆의 집에서는 다듬이질을 한다.
 
122
그는 다시 문간에 와 섰다. 무슨 결심을 한 것처럼 그는 우뚝 서더니,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어 우편함(郵便函)에다가 그것을 넣었다. 그러고는, 발길을 돌이키어 다시 그 길로 내려올 때 그는 몇 번이나 돌아다 보았는지, 한 걸음에 한 번, 두 걸음에 한 번 어두컴컴한 가운데 집 그림자의 윤곽이 사라질 때까지 그는 돌아다보았다. 그는 전차 궤도 앞으로 올 때까지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를 않았다. 비는 여전히 퍼부었다.
 
123
하루 저녁을 쏟아지던 비가 새벽이 되자 어느덧 개고, 왜청 가루로 물들인듯 한 하늘에는 아침볕이 웃는 듯이 솟아올랐다.
 
124
영숙은 하룻밤을 홀로 새고 나서 아침 문을 열려 할제, 그의 눈에는 이상한 편지 한 장이 우편함에 있는 것이 보였다.
 
125
언제 우편 배달부가 두고 간 것인가 하고 피봉을 보매 거기에는 자기 이름이 씌어 있고, 그 뒤에는 춘우의 이름이 씌어 있다.
 
126
우표를 붙이지 않은 것을 보면은 필연 누가 갖다 둔 것인데, 춘우 씨가 갖다 놓고 가신 것인가, 그러면 왜 들어오시지를 아니하셨을까?
 
127
피봉을 뜯고 속 사연을 보니까,
 
128
 
129
사랑하는 영숙! 영숙의 편지는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는지 알 수가 없소. 나는 그 편지를 읽고 감사한 마음과 또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울었소. 마음으로 다시 사죄하는 바이요. 그러나, 우리의 운명은 여기에 두 사람을 서로 떠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우리는 그 운명에 복종하지 않을 수가 없는것이요.
 
130
영숙! 영숙은 지나간 짧은 세월에 일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내게 부어 주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오늘에 꿈같이 사라질 것을 알았더면, 오히려 그 행복을 처음부터 취하지 않았을 것을. 이것도 신이 아닌 사람의 하는 일이니까 그러할는지!
 
131
영숙은 영숙의 직분이 있는 것을 알아 주시오. 나의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랑이 있는 것을 알아 주시오. 나는 지금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정처 없이 갑니다.
 
132
영숙은 남의 어머니로서의 직분을 지켜 주기를 바라오.
 
133
 
134
영숙은 그대로 엎드려 울었다. 만일 세상에 가장 슬픈 일이 있다 하면 이 것이라고 결정을 하도록 기가 막혀 울었다.
【원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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