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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10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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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와 미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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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내가 마지막 본 파리」를 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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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오랫동안 진부한 미국 영화만을 보아왔었으나 금년 가을 시즌이 되자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우수한 작품 「내가 마지막 본 파리」(리처드 브룩스 감독)와 「로마의 휴일」(윌리엄 와일러 감독)을 보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최근의 미국 영화의 대표작이며 소재와 내용은 다르나 그 작품이 전개하는 배경의 땅이 구라파, 거기서도 파리와 로마에서 시종일관되어 있다는 것은 지극히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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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독일의 저명한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를 미국은 불렀다. 그의 뒤를 이어 폴라 네그리, 빌마 뱅키, 그레타 가르보, 디트리히 등이 있었다. 이것은 셔우드 앤더슨의 「어두운 웃음」이나 도스 파소스의 「1919년」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구라파에 대한 인페리오리티 콤플렉스(열등감)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문화적으로는 낡은 오래된 전통에 대해 많은 열등적인 기분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비단 영화부 면만이 아니고 필라델피아의 오케스트라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이 외국에서 지휘자와 연주가를 불렀고 거트루트 스타인과 헤밍웨이를 비롯한 많은 미국의 문학 청년들은 몽파르나스에서 방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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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크렐의 「유령 서쪽으로 간다」에서 스코틀랜드의 고성(古城)을 돈을 사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그러한 일면을 그려낸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미국인의 전통에 대한 욕구는 오늘에 와서 완전히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인블루」나 「파리의 아메리카인」과 같은 음악을 그 후에 만들어냈고 싱클레어 루이스의 「애로스미스」나 「도즈워스」,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1940년대에 이르자 구라파는 고독해졌다. 2차 대전을 겪으며 그들은 미국의 청춘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고 저명한 예술인의 대부분은 미국에 건너가 새로운 예술을 발견하여야만 하였다. 몽파르나스를 헤맸던 문학청년은 이젠 전세계의 주목을 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고 어느 사이 에른스트 루비치나 그레타 가르보, 디트리히는 영화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즉 아메리카인은 미국 예술의 새로운 발전에 대해서 자신을 갖고 더욱 우월감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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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이나 「내가 마지막 본 파리」는 이러한 전통에 대한 자신과 우월감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마지막 본 파리」의 주인공 찰스는 작가로서 가정인으로서도 처음엔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가 파리에서 방황한 소득은 수년 후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자유로운 분방과 쾌락 그리고 파탄은 파리가 풍기는 오랜 향기인 것으로 알던 미국인은 그것을 다시 회상하고 참회할 때 거기서 새로운 힘을 갖게 되는 모양이다. 「로마의 휴일」에서의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 역시 밤에는 포커나 하고 아침 8시 반의 출사(出社) 시간을 어기는 것쯤은 보통, 앤 왕녀와 의 인터뷰에도 나가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었으나 “로마의 방문은 나의 생애가 끝날 때까지 나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왕녀의 입을 통해 나오게까지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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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의 성공은 물론 감독자인 와일러나 브룩스의 힘이겠으나 역시 미국 영화, 미국 예술의 힘이라고 하고 싶다. 「로마의 휴일」에 비할 때 「파리」는 떨어진다. 하지만 거기서는 파리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 전통 속에 있는 이단자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그것은 미국인이 아니면 도저히 솔직한 반성을 스스로가 그리지도 못하는 일이다. 오래도록 미국 영화는 남의 것을 가지고 많은 좋은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즉 처음에 말한 것과 같이 훌륭한 구라파의 예술인을 불러다가 미국 영화의 예술적인 지반을 닦고 이제 와서는 자기 자신의 완성의 길로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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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의 영화 「파리의 아메리카인」(MGM)에서도 조지 거슈인의 음악에 맞추어 모던 발레를 추는 장면에 불란서 후기 인상파 화가 앙리 루소, 위트릴로, 드가, 르누아르 등의 화풍과 색채가 그대로 조화되어 나온다. 이러한 독창적인 스타일은 구라파를 그리고 전통이라는 것을 미국이 완전히 이해하고 배웠다는 것을 의미하는 새로운 증좌이다. 「로마의 휴일」에서도 베스타 사원의 ‘진실의 입’이나 도 포리노의 ‘소원의 벽’(‘진실의 입’은 베스타 사원이 아니라 산타마리아교회의 입구에 있으며, ‘소원의 벽’은 실제로 존재하는 명소가 아님 ─ 편집자)의 여러 신과 대화들도 결국 이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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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파, 정신과 문화의 기원지로 알려진 파리와 로마에 오늘날 미국의 카메라는 마음대로 진출해서 지난날 그들이 보고 헤매고 배우고 하던 것을 다시 관찰하고 있다. 과거라는 것이 회상을 위하여 있는 것처럼 마치 파리와 로마는 미국인이 그 쾌활한 기질로 새로운 자기의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있는 것 같다. 「로마의 휴일」의 그 소재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내가 마지막 본 파리 「」역시 어디까지나 배경은 파리여야만 한다. 앤 왕녀는 어빙이 준 기념사진을 들고 눈물을 참고 퇴장했다. 그는 구라파의 모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넓은 응접실에 혼자 남은 조 브래들리도 걸어 나온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이것은 「내가 마지막 본 파리」의 주인공 찰스의 경우처럼 미국인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라파에 한없는 매혹과 잊지 못할 회상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미국인에게는 이젠 오랜 전통과는 다른 새로운 우월 감정이 앞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두 작품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이 아니면 제작할 수 없는 일이며 오랜 전통에서 새로운 자기의 예술을 찾고 있는 미국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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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1955. 10. 9, 11)
【원문】서구와 미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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