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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
◇ (1) ◇
해설   목차 (총 : 20권)     처음◀ 1권 다음
미상
나도향
1
어머니 (1)
 
 
2
이춘우(李春雨)가 시골서 돌아온 지 사흘이 지났다. 그는 자기 집 건넌방자리 속에 누워서 두 눈을 깜작깜작하며 담뱃불만 피우고 있다.
 
3
아침 해가 동향한 미닫이에 뜨겁게 쬐는데, 벌써 먼 곳에서는 이슬 흐르는, 잎사귀 밑에서 시원히 노래하는 매미소리가 들리고, 부엌에서 아침밥을 짓는지 솥뚜껑을 열었다 닫는 소리와 소반 위에 떨어지는 숟가락의 울리는 소리가 춘우의 귀에 다시 가정에 돌아온 맛을 느끼게 한다.
 
4
춘우는 담배를 재떨이에다가 아무렇게 비비고, 팔로 깍지를 껴서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천장 위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춘우의 조그마한 눈 속은 얇은 껍질 사이로 스미어 드는 광선으로 말미암아 어두려 하는 저녁도 같고 밝으려 하는 새벽도 같이 어두움에 약간의 광명이 섞이어 무한대(無限大)의 공간을 펴놓았다. 모든 환상(幻想)을 지웠다가 그리었다 차려 놓았다 집어 치웠다 뛰놀게 하다 사라지게 하기에 아무 거칠 것이 없는 큰 무대이며 끝없는 마당이며 네 귀퉁이를 헤아릴 수 없는 캔버스(畫布[화포])다. 그는 지금에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려는 환상의 활동을 거기에 전개시키려 한다. 그믐 칠야에 은하(銀河) 를 가로질러 흐르는 운성(隕星)과 같은 별이 찬란한 광채를 내 고서 그 복판을 지나가더니,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한꺼번에 터져 천 갈래 만 갈래로 헤어지는 것도 같고, 고요한 푸른 물에 은가루를 뿌린 듯한 수만의 별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또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더니 동쪽 수평선에 솟아오는 살림포의 팔구비 같은 둥근 달처럼 영숙의 얼굴이 그 속에서 웃는다. 열대 지방 어두운 밤중에 깜깜한 살림을 통하여 바라보는 장경성(長庚星) 과 같기도 하고, 성 소피아 사원(寺院) 신단(神壇) 앞에 켜놓은 은은한 두 줄기 촛불 같은 그의 눈, 동쪽에서 서쪽으로 몰려가기만 하고 한번도 밝아 보지 못한 암흑(暗黑)보다도 더 까만 기다란 머리, 서산으로 넘으려는 초승달같이 깜찍하게도 그린 듯한 눈썹, 예쁘게 다문 것이 도리어 사람을 속태우게 할 듯이 성난 듯한 입술, 루비보석을 우유에 갈아서 찍어 버린 듯한 그의 두 뺨이 그 속에 보이더니, 그 무한한 공간 위로 그의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며, 후리후리한 키의 윤곽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듯한 것이 천천히 떼어 놓는 걸음걸이에 이리 주름지었다 저리 주름지었다 물결같이 울렁거리는 얇은 옷 속으로 비치며, 반 뼘이 오히려 길다 할 예쁜 발을 게으른 듯이 떼어 놓는 것이 보인다. 춘우는 눈을 감고 뜨지 않으려 하였다. 깜박깜박 피의 고동으로 눈꺼풀이 떨리어 그 환영(幻影)의 극히 미세한 곳이 빛이 얇아지기도 하고 선(線)이 가늘었다 굵었다 하는 것까지 애석하여, 그는 죽은 사람처럼 터럭 끝 하나 꼼짝거리지 않고 누워 있다.
 
5
그리고 속으로.
 
6
「영숙! …영숙!」
 
7
없는 이의 이름을 두어 번 불러 보더니, 다시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 <영숙>이라는 음조가 피아노의 파음을 두 번 울린 것 같이, 온몸 온 영(靈) 속에서 미묘한 선율(旋律)을 일으키더니 연기 위에 비친 그림처럼 사라지었다.
 
8
머리속은 혼탁하여졌다. 영숙의 그림자는 안개 속으로 보이는 동상처럼 희미한 윤곽만 보이더니 동에서 모여들었다 서로 사라지고 천 리 밖에서 달려왔다 만 리 저쪽으로 달려가는 천 가지 만 가지 뜻하지 않던 연상(聯想) 이번개와 같이 꼬리를 잇고 인화(燐火)와 같이 사라지는 것에게 밀리고 휩싸이 어간 곳 모르게 없어지었다.
 
9
춘우는 다시 영숙의 환상을 찾아내려고 안공(眼孔)에 펼쳐 있는 무한한 광야를 방황하듯이 생각으로써 헤매었으나, 다시는 찾아낼 수가 없고 구름을 손가락으로 잡으려는 것처럼 잡힐 듯하고도 자세히 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10
『일어나우』
 
11
하는 동생의 소리에 그의 눈은 번쩍 떠지었다. 선명한 광선이 안공으로 기어 들고, 찬란한 세계가 다시 눈앞에 있으나, 눈 감았던 그 속에 비하여 몸 거북할 만큼 좁고, 영숙의 환영이 꿈같이 사라지고 놓여 있는 세간과 걸려있는 옷이 눈앞에 있어 똑똑한 반영을 그의 눈 속에 비출 때 그의 마음은 섭섭과 무미함으로 찼었다.
 
12
『으응.』
 
13
대답은 하였으나,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도 생각의 나머지가 그의 몸을 보이지도 않는 가는 실로 잡아매 놓은 것 같았다.
 
14
춘우는 다시 어제 저녁이 눈에 보인다. 어제 저녁 자기 친구 박창하(朴昌夏)의 집에 갔을 때, 그는 십 년이나 잊어버렸던 영숙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가 주인과 작별을 하고 일어서려 할 때 누구인지 마침 사랑으로 들어서는 사람 둘이 있었다. 산뜻한 양복에 채플린 수염을 깎고 자랑스러운 어조로 주인에게 농담 비슷하게 인사를 붙이는 젊은 신사의 뒤를 이어 들어오는 사람이 십 년 전에 자기와 함께 소학교에 다니던 영숙이었다. 머리를 쪽지어 비취 옥비녀를 꽂고, 발에는 반쯤 지르신은 듯한 버선에 미색 마른 신을 신었었다. 힐끗 이것을 바라보는 춘우의 머리속에는 십년이나 끊어졌던 기억이 다시 이어지는 듯하여, 한참이나 영숙을 바라보았었다. 영숙은 춘우가 쳐다보는 얼굴에 기억이 있는지 잠깐 곁눈으로 유난히 살피려다가 춘우의 시선과 자기의 시선이 마주칠 때에 그는 얼굴을 돌리었다.
 
15
춘우는 주인과 문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려다가, 다시 돌아서서 물었다.
 
16
『그게 누군가?』
 
17
『왜 그러나?』
 
18
『글쎄말일세.』
 
19
『미인이지?』
 
20
『괜찮아, 대관절 누구야?』
 
21
『남자는 우리 친척 되는 사람인데, 전라도 부자지, 그 여자는 그의 첩이라네.』
 
22
『그런데, 어째 왔나?』
 
23
『응, 그것은 오늘 저녁에 나하고 활동사진 구경을 가자고 약조를 하여 놓았기 때문에 그래 왔나 보이.』
 
24
『활동사진? 무슨 좋은 사진이 왔나? 나도 한몫 끼세그려?』
 
25
춘우는 실없는 말로 물었다.
 
26
『그러게 그래, 어려울 것 무엇 있나.』
 
27
『하지만, 그만두게. 여자 꽁무니를 쫓아가는 것 같아서 그 남편이 좀 미안히 생각할 터이고, 내 인격에 관계가 되네. 미인 안해 가진 사람의 불안한 심리라니…』
 
28
『하하, 그렇지만, 자기는 누구에게든지 자랑을 하려고 애를 쓴다네. 같이 다니면 어깨가 으쓱하여지는 모양이야.』
 
29
『집은 어디라노?』
 
30
『관철동 ○○번지에다가 치가를 하였지.』
 
31
『언제든지 동거를 하나?』
 
32
창하는 춘우가 너무 자세히 묻는 것이 으례의 일일 것이요, 여자의 본성을 짓궂이 알고 싶어하는 것도 남자의 특성인 것을 알기는 알지마는, 별로 이남의 일을 길게 물어 보지 않던 춘우가 이상하게도 길게 물어 보는 것이 이상하여,
 
33
『그것은 왜 그렇게 자세히 묻나』
 
34
하며 수상히 여기는 눈으로 춘우를 보매, 춘우도 샅샅이 묻고는 싶지마는, 너무 길게 물으면 창하에게도 쓸데없는 의심을 받을까 하여,
 
35
『글쎄 말야』
 
36
하고 슬쩍 말을 모호하게 하여 버리고, 다시 모자챙을 만지는 체 하며,
 
37
『자, 그러면 내일이라도 또 만나세.』
 
38
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하여 온다.
 
39
여름 밤, 후틋한 바람이 이슬에 젖어 온종일 뜨거운 볕에 탈 듯하던 길에 깔린 모래를 적시고, 멀고 가까운 곳에 우뚝우뚝 서 있는 높다란 나무들은 은 가루를 뿌린 듯한 푸른 하늘의 별들을 비질하듯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한다. 그는 안동으로 별궁 앞 넓은 뜰에 나섰다. 그가 영숙을 본 뒤부터 웬일인지 세상이 또다시 꿈같다. 생각하면,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이란 긴 세월을 그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가 그가 소학교 삼 년 급에 다닐 때 영숙은 같은 학교 여자부 이 학년에 다니었었다. 지금은 자기 남편과 같이 내지로 유학을 가고 있지 아니한 자기 누님과 함께 날마다 학교에 갈 적이면 언제든지 같이 가고 또 학교에서 돌아올 적에도 같이 오는 사람은 영숙이었다. 그러고, 일요일이나 혹은 경절날에 빠지지 않고, 자기 집을 찾아오는 사람도 영숙이었다.
 
40
춘우는 토막토막으로 생각나던 옛기억을 눈앞 허공에다 그리면서, 전동 길로 내려간다.
 
41
춘우는 어느 때던가 외조모가 오시었다가 춘우와 영숙이가 방 안에서 노는것을 보시고 덕스러운 얼굴에 웃음을 띠시고, 가만히 춘우 곁으로 오시더니, 춘우의 귀에다 대시고「너 영숙이에게 장가가련」하시던 말이 생각나고 그 말을 듣고는 웬일인지 온 전신에 피가 끓는 것도 같고 모두 한꺼번에 식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술취한 사람같이 화끈화끈하여지며, 부끄러워서 그대로 할머니 무릎 아래 아무 말 없이 어리광처럼 딩굴던 생각이난 다.
 
42
또 그러다가는 어떤 날 영숙이가 누님을 찾아왔다가, 셋이서 뒷동산에 돗자리를 펴 놓고서 놀 때 영숙이가 누님을 쳐다보며 댕기가 풀어진 머리를 땋느라고 불처럼 빨간 제비부리 새 댕기를 매면서,
 
43
『그런데, 저 우리 어머니가 어저께 저녁에 우리 아주머니하고 이야기 하는데 나를 공부나 잘 시켜서, 돈 많은 집으로 시집을 보낸다나?』
 
44
하고, 철없는 생각에 말은 하였으나, 그래도 시집가는 것이 부끄럽던지 얼굴빛이 조금 불그레하여지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의 춘우 마음은 이상하게도 비어지는 듯하였다. 그 말 한 마디에 자기 가슴속에 있던 무엇을 영숙어 머니가 뺏아가는 것 같고, 자기 가슴속에 찼던 영숙의 무엇이 도로 영숙에게로 가는 듯하였다. 그러다가 다시 영숙이가 누님더러,
 
45
『나는 공부는 더 했으면 좋겠지마는, 다른 데로 시집 가기는 싫여』
 
46
하고, 수연한 얼굴로 한참 있다가, 다시 말을 이어,
 
47
『나는 언제든지 너의 집에 살고 싶더라, 너의 집에는 돈이 없니?』
 
48
하던 말이 다시 춘우의 가슴을 새삼스럽게 찌르는 듯하는 옛날 기억이다.
 
49
그것도 벌써 십 년이라는 옛날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 그것을 붙잡으려는 것도 바닷가에서 무지개를 쫓는 어린애와 같고, 베개 위의 꿈을 따라가려는 것과 같이 허무하다. 옛날은 시간을 타고 무한한 영겁으로 돌아가고 오늘에 있는 것은 몽롱한 옛 기억이 조그마한 뇌막(腦膜)에 비치었다 사라졌다 할 뿐이다.
 
50
춘우는 다시 종로 네거리를 가로질러 황금정통으로 내려왔다. 더위를 못 이기어, 교의들을 길거리에 놓고서, 부채질을 하고 앉았는 사람, 길거리 위에는 이쪽에서 저쪽 저쪽에서 이쪽으로 흘러갔다 흘러오는 길 가는 무리들이 여름의 환락장인 경성 시가에 찼다. 공중에서 공중으로 물 묻은 왕골을 아기를 매어놓은 듯한 전기선줄은 불빛에 번득거리고 왔다가는 가고 갔다가는 오는 전차는 그 입으로 사람의 무리를 삼키었다 뱉었다 한다. 황금정 모퉁이에는 새로이 카페가 생기었다. 얼굴에 분칠을 하고, 앞에다 하얀 앞치마를 입은 여자보이들이 문간에 나와서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춘우는 더위를 못이겨 갑갑한 가슴을 식혀 볼까 하여 그 카페로 들어가서, 맥주를 청하였다.
 
51
춘우는 두어 병을 혼자서 마시었다. 뱃속에서 혈관으로 스며드는 술 기운은 춘우의 마음을 짜르르하게 하는 듯하기도 하고 눈같이 녹이는 듯하기도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나게 꽉 찌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눈앞에 있는 것 이모두 아지랭이가 끼어 보이고, 공중에는 오색 무지개가 서서 모든 것을 아롱지게 한다. 그 눈앞에는 다시 영숙이가 보인다. 몸에 찬란한 보석으로 꾸민 얇은 옷을 입고, 창부와 같이 사람을 미혹시키는 듯한 웃음을 생긋생긋 웃으면서, 자기를 보는 영숙이가 눈앞에 보였다가 다시 가까이 와, 그의 몸에 보들보들한 살과 자기 살 사이에서 구김살지었다 사근 거리었다 하는 얇은 옷 하나만 가린 두 육체를 서로 대는 듯하기도 하였다. 그는 갑자기 분개한 생각이 난 듯이 입술로만 비쭉 웃고,
 
52
『남의 첩이 되었다?』
 
53
하며, 손을 테이블 위에 탁 놓으면서,
 
54
『첩! 돈만 주면 딸도 팔고 부모도 팔 만치, 인생은 타락을 하였다!』
 
55
하고는, 사면을 돌아다보며, 누가 자기의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사람이 있나 하였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나 셈을 하여 주고 문 밖으로 나왔다.
 
56
그는 오던 길을 다시 종로로 향해 갔다. 종로 네거리에는 야시가 법석이요, 휘 황하게 켜 있는 전등 불빛이 암흑한 공기를 울리면서 멀리멀리 연 극장의 초 객하는 군악 소리가 들려 온다.
 
57
센티멘털한 클라리넷 소리가 유난히 자기의 술기운 서린 가슴속에 애상 의정서를 스며들게 하는 듯하고 분으로 탈들을 쓰고, 먹으로 그린 듯한 얼굴에 힘없이 흐늑거리는 몸들이 정처없이 밀려다니는 듯한 무리 틈에 섞인 자기도 끝없는 침륜(沈淪)으로 흘러가는 듯하였다. 그의 발은 자기도 모르게 자기를 이끌어 단성사(團成社) 문앞까지 갖다 놓았다. 광고를 써 붙인 현판과 그림을 그리어 놓은 간판이 서 있는 앞에 자기가 섰을 때, 입장권을 사는 무리 틈을 새어 저쪽 정문 속 깜깜한 극장 안에서는 길을 찾고, 얌전하게 새어나오는 영숙의 향기가 자기의 혼을 이끌어다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기 머릿속에서 추상되는 그 영숙의 앉은 자리로 끌어다놓는 듯 하였다. 그는 입장권을 사 가지고 문앞에 앉은 문 지키는 이에게 그 표를 내어줄 때 그의 입 가장자리에는 알 수 없는 웃음이 나타났다. 그의 웃음은 자기를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58
그는 속으로,
 
59
「부끄러움 모르는 놈」
 
60
이라는 생각이 나며,
 
61
「내가 아까 창하더러 무엇이라 하였나?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하였지.」
 
62
그러나, 그는 들어갔다. 벌써 사진을 영사하는 중이었다.
 
63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얼핏 사진이 끝나기만 기다릴 때 한 번 나타났다 한 번 바뀌는 사진의 마디와 마디 사이 몇 분 안되는 것이 말할 수 없이 지리하여지는 듯하였다. 그는 사진은 보지도 않으면서 다만 머리속으로 수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64
「어떻게 변하였을까? 지금 자기가 얼마나 만족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갈까」
 
65
하다가, 갑자기 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며,
 
66
「내가 미친 사람이지, 인생관이 다 무엇이냐, 그에게 허영과 또는 음일(淫逸)을 만족하게 하는 데 제일 무기(武器)인 돈이 자기를 지배할 뿐이다. 우리 인생이 모두 그런 것 같이 자기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돈이 자기를 부리는 것이다. 그에게 무슨 진실이 있고 정의감(正義感)이 있고 뜻이 있고 기운이 있으랴. 취생, 몽사, 타락의 저 밑에서 가는 생명이 꼼지락 거릴 뿐이겠지?」
 
67
할 때, 초인종이 요란히 울면서, 넷째 권과 다섯째 권이 갈리었다. 춘우는 또 다시 생각하였다.
 
68
「돈은 결코 전능한 건 아니다. 우리 사람에게 불완전한 곳이 있기에 돈에게 노예가 되는 것이다. 옛날 영숙은 반드시 오늘이 있었을 것을 알지 못 하였을 것과 같이 또한 장래에 닥쳐올 것이 어떠한 것을 알지 못하리라.」
 
69
그는 활동사진 한 가지가 끝이 나고 불이 켜지며 암흑이 끊어지고 광명이 이어질 때 수백의 머리가 눈앞에서 움죽거리며 기침 소리, 응얼대는 소리가 담배 연기 자욱한 극장에 가득히 찬 것을 들었다. 그는 기둥을 가려 서서 이 등에 앉아 있는 영숙을 보았다. 영숙은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조금도 움죽거리지 아니하고, 무대 위에 켜 있는 굳센 광선이 비추이는전 깃불 하나만 내려다보고 앉았다가, 때때로 그의 둘째손가락과 세째 손가락에 끼었던 담배만 한 모금씩 피울 뿐이다.
 
70
춘우는 유난히 영숙을 쳐다보다가, 다시 안 보는 척 고개를 돌리고서 발로 땅을 파면서,
 
71
「제가 여태까지 기억할까? 물론 나를 기억하기는 어려운 일일 테지. 그러냐, 어디 한번 만나 보고 말을 들어 보는 것도 좋기는 좋은 일이야?」
 
72
할 때, 다시 종이 울며 불이 꺼지고 사진이 비치었다. 그때 그는 그곳에 들어와 선 것이 우습게 무미한 것을 깨닫고서, 얼른 밖으로 나가지 하고, 집으로 향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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