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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기(過渡期) ◈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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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채만식
1
過 渡 期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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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
봉우는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조용히
 
4
"그리구…… 요새 난 야단났네. 학교엘 가서 앉았으면 선생의 강의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와야지. 공연히 맘이 싱숭생숭해서…… 그러다가 집에 돌아가면 교과서나 필기장은 집어치우구 맨 그저 본다는 게 연애소설이야. 자네두 잘 알지만 내가 예전엔 그따위 것을 눈이나 바로 떠봤댔나? 그러든 것이 지금 와선 아주 재미가 꿀 같단 말이야. 그리구 참, 경도서 말이야…… 영순이가 현관에서 작별을 하군 문을 닫았다가 다시 방긋이 열구 '부디 안녕히 가세요……' 하는데 고 오동포동한 손목에다 조그마한 팔걸이 금시곌 찬 것이 어쩌면 그리두 곱구 어여쁜지! 그리구 정거장에 나가서두 도무지 오구가 싶어야지. 도로 여관으로 가서 담날 한번 더 영순일 보구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 그걸 꿀꺽 참구 차에 올라서 막 잠이 들려니까 영순이가 '부디 안녕히 가세요……’하는 것이 선연히 뵈겠지요…… 아이구! 사람 죽을 노릇이지…… 그리구 그뿐인가…… 그새 여기 와서두 줄곧 꿈에 뵌단 말이야…… 어서어서 영순이한테루 장갈 들어야 할 터인데…… "
 
5
하고 다리를 들먹거리며 못견디어하였다.
 
6
"허허,"
 
7
하고 정수는 웃으며
 
8
"떡 사 줄 양반은 맘두 안 먹었는데 김칫국물 먼점 마신다는 식으로…… 여보게 자네 그러다가 공연히 외짝 정사(情死) 하리…… "
 
9
하고 조롱하듯이 말하였다.
 
10
"외짝 정사나 무에나 영순이가 내 말 듣잖군 못견딜걸…… 내가 지금 영순이 아부지 한 테로 영순이가 화친회의 돈으로 공불 하면서 서가놈에게 반해 다닌다구 편지 한 장이면 영순이가 공부하긴 그만이니까…… 그리구 군산교회로 투서 한장만 하면 영순이 신용은 그만이야. 지금 군산서들 영순일 약간 신용하구 있는줄 아나?"
 
11
"그렇지만 자네가 영순이한테 그따위 모진 일을 할 건 무어야?"
 
12
"아니야 아니야. 그건 잠깐 농말이구…… 만일 영순이가 나와 결혼, 아니 결혼은 아직 이르지만 약혼만 허락을 하면 난 공불 못하는 한이 있더래두 영순일 그대로 두진 않아여. 우리 영순일, 내 학비라두 영순일 대주구 난 집에 돌아가서 장사나 하다가 영순이가 졸업을 하거든 그때엔 내가 또 공불 하지…… 영순이더러 돈 좀 벌어서 내 학빌 좀 대라구 그러구…… 응 정수! 그러면 좋잖아? 흠…… "
 
13
"그렇지만 영순이가 싫다면?……"
 
14
하고 정수는 봉우를 시험하는 듯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15
"그만두어 버리지…… 사내자식이 어델 가면 계집 없을까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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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 영순이와 약혼을 해두지? 그리구 자네가 학빌 대주지? 그래 영순이가 공불 마친 뒤에 그때에 '너 같은 것은 일없다’하구 자넬 저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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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리지. 오십전짜리 단도 하나면 알아볼 걸…… "
 
18
하고 봉우는 쾌쾌히 대답을 하였으나 자기의 한 말이 너무 과한 것을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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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우리 영순이가 그럴 리야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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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스스로 만족한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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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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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정수는 인제는 점잖스럽게 말을 하였다.
 
23
"아직은 내가 자네와 영순이 사이의 관곌 자세힌 모르지만……어찌 되었든 자네가 지금 그다지 자발적게 굴 일은 아니야. 자네가 얼핏 한번 그 얼굴만 보구 몇 마디 이야기만을 들어가지구 영순이가 어떠한 여잔질 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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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것은 내가 확실히 알구 있는 터이니까…… 영순이야말로 참 얌전해 . 어 군산서 영순일 아는 사람은 누구 할 것없이 '저 처녀가 오병묵의 가든정에서 자라났단 말인가?’하구 의심할 만큼 얌전하다구그래…… 그리구 나두 보긴 했지만 사람마다 그 성질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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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순이가 자넬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구 있는지? 가령 자넨 영순일 잘 안달 지라두 말이야…… 영순인 자넬 전혀 모른달 만하잖나? 그러구 참……자네가 나 보담 두 그것은 더 아는 터이지만 지금 영순이 주위가 어떠한가? 물론 그 지경이 되었으니까 ─ 내가 이것이 남의 어린 처녈 너무 나쁘게 마하는 것 같지만 ─ 영순이한테 의심까지라두 생길 게 아니냔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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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아니야. 그건 그렇잖아. 영순이가 누구라구…… 그리 손쉽게 타락이 될 리가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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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그것은 그렇다구 해두구…… 자네가 지금의 모양으로 여성(여성) 이란 것을 이해하든지 접촉해 가다가는 인제 영순이가 ─ 영순이뿐만이 아니라 자네가 지금 동경하구 있는 그런 형식과 내용이 어떠한 여자든지 ─ 자네란 사람이 그렇듯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되면 자넨 떡국이야 떡국…… 어찌 되었든 자넨 배운 것 많구 온순한 미인이면 그만이라잖나?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회 해 방계급에 있는 소위 신여자(新女子)의 대부분이 연앨 생명보다두 더 중히 여기는 줄을 모르나, 자네? 그것이 물론 여자 해방 과도기의 변태현상이지만 어쨌든 자넨 그 신여잘 선택하려면 그 현상되루 순응할 수밖엔 없단 말이야…… 그런 데자 넨 그러한 현상에 순응할 적응성이 없단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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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내가 영순일 약간 사랑하나? 난 연앨 못할 사람이어서? 인제 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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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저런 말을 좀 들어 보게. 자네가 정말 영순일 사랑하는지 어쩌는지두 의문이지만…… 가령 사랑을 한다는 것두 영순이가 자네의 요구하는 그 조건 ─ 지식이라든지 얌전하다든지 밉상이 아닌 것이라든지 ─을 갖추어 있으니까 사랑이니 건넌방이니 그따위 소릴 하지, 만일 영순이가 그러한 조건이 없으면 사랑 칠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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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그야 물론이지…… 털어놀구 말이지, 밉구 사납구 무식한 것이 내 망에 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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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그러니까 자네 말이 모순이구 자네가 완고란 말이야. 그렇지만 박봉우 자네로는 그두 또 괴이찮은 일일 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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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하고 정수는 위의 말은 하고도 혼자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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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봉우의 말이 한편으론 옳을지 몰라? 사실 말하면 예쁘고 온순하고 지식 있는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이끌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많으니까. 연애란 원칙으로 보면 남녀가 결합하는 준비 행위니까. 남잔 여자, 여잔 남자의 서로서로 의 성질이나 자격을 잘 이해찮고 다만 사랑만 한 것으로 곧 결혼을 했다가 그것이 영구히 계속치 못하는 폐단이 간혹 생기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봉우처럼 외적 조건이 갖추어 있는 이성을 가리어 가지고 그에게 우러나는 사랑으로 영구 히 정답게 지내는 것이 좋을지 몰라? 그렇지만 이성과 이성 사이에 있는 연애나 성적(성적) 관곈 그다지 단순칠 않으니까…… 플라토닉 연애나 봉우의 말하는 것이나 두 가지가 다 완전한 건 못되는군…… 완전한 연애? 완전한 남녀 결합? 그것도 운명이다. 조그마한 사람이란 것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사람이다! 그것이 사람의 사람 된 원리겠지!’ 라고 그처럼 생각을 하다가 다시 봉우에게 말을 하였다.
 
34
"자…… 우리 집으로 가세. 난 지금 집을 한 채 빌려가지구 자취를 하는데…… 오늘이 토요일이지? 토요일이니까 나하구 오늘 저녁에 같이 놀구 내일두 놀구 그러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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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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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하고 봉우도 일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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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그래 집센 얼만가?"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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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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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끼긴 (집세의 오개 월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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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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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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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방이 몇인데 혼자 있어?"
 
43
"육조(六疊[육첩]) 하나, 사조 반 하나, 현관이 이조야…… 그리구 수도에다 와 사까지 있구……"
 
44
"그러면 썩 좋겠군. 취방이라지? 어디쯤이야. 예서?"
 
45
"얼마 되잖아…… 자, 어서 가요……"
 
46
두 사람은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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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벌써 서편으로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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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정들은 다 없어지고 넓은 벌판에 야구하는 사람들만 여기저기 그물을 세워놓고 던지는 놈 받는 놈 달아나는 놈 방망이로 치는 놈한테 뒤섞여 정신없이 나대는데, 한가한 구경꾼들은 그물 뒤에 가 모여서서 공연히 얼굴에 긴장한 빛을 나타내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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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하러 나온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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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하러 나온 사람들은 더욱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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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볕은 쪼이지 아니하였으나 그 대신 훈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52
두 사람은 넓은 벌판을 건너오는 동안에, 두 사람의 기다란 그림자는 쌍으로 앞에 누워 착실히 걸어갔다.
 
53
"자넨 지금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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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정수가 걸어가며 물었다.
 
55
"나? 상야(上野)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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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야면 학교 다니기가 너무 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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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다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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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웬만하건 우리 집으로 오게……"
 
59
"글쎄, 나두 그 생각은 있네만…… 그래두 멀지?……"
 
60
"멀긴 왜? 자네 학교까지 한 시간이면 넉넉할 겐데……"
 
61
"그럴까? 그러면 오지……"
 
62
"그래 내일 오소.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구 말이야…… 내일 짐을 옮기란 말이야……"
 
63
"음. 그래……"
 
64
두 사람은 이처럼 다정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갔다.
【원문】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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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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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