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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응공(應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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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1
病窓語[병창어]
 
2
應供[응공]
 
 
3
그러나 거지中[중]에도 上中下[상중하] 三品[삼품]이 있는 것은 盜賊中[도적중]에도 義[의]와 不義[불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 성한 거지와 병신 거지, 衣冠[의관] 깨끗한 거지와 누더기 입은 거지, 서울 거지와 시골 거지, 이 모양으로도 差別[차별]이 있으려니와 그것으로 上中下[상중하] 三品[삼품]이라고 價値判斷[가치판단]의 標準[표준]을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면 거지의 上品[상품], 下品[하품]의 價値[가치]의 差別[차별]이 생기는 標準[표준]은 무엇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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釋迦如來[석가여래]는 五十年[오십년] 거지 노릇한 大[대]거지다. 아마도 五十年間[오십년간] 거지 生活[생활]로 一貫[일관]한 사람은 진실로 曠前絶後[광전절후]할 것이니 이 點[점]만으로도 釋迦如來[석가여래]는 레코드 홀더다. 그는 一日一食主義[일일일식주의]이므로 하루 한 번 꼭 바리때를 들고 閭閣[여각]에 내려와서 門前[문전]에 밥을 빌고 그 값으로 說法[설법]을 하였다. 普通[보통]거지가 장타령하는 대신에 人生[인생]의 無常[무상]한 것을 말하여 들린 것이다. 그에게 밥을 준 주인은 혹은 어떤 중 녀석이 덕담을 하는고 하여 귀담아 듣지도 아니하였을 것이요, 혹은 釋迦如來[석가여래]의 說法[설법]하는 말을 興味[흥미]있게 귀 기울여 듣고 흥흥 그러려니 말딴은 옳다고 혀를 챈 이도 있었을 것이요, 또 甚[심]히 드물게 어떤 이는 그 거지의 말에 無上[무상]의 法悅[법열]을 얻어 出家成道[출가성도]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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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려나 釋迦牟尼[석가모니]가 그 많은 弟子[제자]를 얻은 것이나 또 그 많은 說法[설법]을 한 것이 다라고는 못하여도 그 大部分[대부분]은 이 거지 노릇에서, 말하자면 그의 獨特[독특]한 一種[일종]의 장타령에서 얻은 것이다. 그는 거지中[중]에 王[왕]거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經驗[경험]으로 보더라도 어떤 거지는 혹은 容貌[용모]로, 혹은 그 주워대는 사설로, 혹은 行動[행동]으로 여러가지로 깊은 印象[인상]을 우리 心中[심중]에 주고 가는 수가 가끔 있다. 거지뿐 아니라 車中[거중]이나 路上[노상]에서 번뜻 한 번 본 사람이 두고두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記憶[기억]도 되고, 敎訓[교훈]을 주는 模範[모범]도 되는 수가 있고 그와 反對[반대]로 所謂[소위] 「달라는 것 없이 밉다」는 格[격]으로 언뜻 어디서 한 번 본 어떤 사람의 꼴이 또는 말이 두고두고 우리에게 不快感[불쾌감]을 주는 사나운 꿈자리가 되는 수도 있다.
 
6
이 意味[의미]로 보아서 사람이란(사람뿐 아니라 禽獸草木山川日月星辰雲霧等[금수초목산천일월성신운무등] 모든 自然現象[자연현상]도) 特別[특별]히 有意的[유의적]으로 무슨 活動[활동]을 하지 아니하더라도 그의 存在自身[존재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른 自然物[자연물]에게 그 一生[일생]동안 끊임없이, 아니 하려 하여도 아니 할 수 없이, 一種[일종] 形言[형언]할 수 없는 微妙[미묘]하고도 深刻[심각]하고도 複雜[복잡]한 影響[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라듐 모양으로 晝夜長川[주야장천]에 微細[미세]한 分子[분자]와 神秘[신비]한 光線[광선]을 放射[방사]하는 것이다. 이 點[점]으로 보건댄 釋迦如來[석가여래]는 決[결]코 주인에게 害[해]나 不快[불쾌]를 주는 門前乞客[문전걸객]은 아니었을 것이다.
 
7
내가 생각하여도 지금 釋迦如來[석가여래]가 내 집 門前[문전]에 와서 바리때를 내어민다 하면 나는 얼른 부엌에 뛰어 들어가 밥솥에서 숫밥으로 듬뿍 퍼다가 바리때에 가득 꾹꾹 눌러 드리고 그가 만일 說法[설법]을 하거든 적어도 사랑에 들여서 요새 같은 여름날이면 시원한 얼음 冷水[냉수]라도 대접해 가며 들을 생각이 있고, 또 그런 거지 같으면 날마다 와서는 키 작은 쌀 두주와 입 뾰족한 마누라가 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일부러 청해라도 오고 싶다. 거지도 이처럼 집집에서 대접을 받게만 된다 하면 분명 上等[상등] 거지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니, 이렇게 萬人[만인]에게 기쁨과 德化[덕화]와 利益[이익]을 주는 거지를 부처님이라 하여 그의 織啣[직함]의 劈頭[벽두]에 「應供[응공]」 二字[이자]를 놓았다.
 
 
8
(一九二八年十月二十三日[일구이팔년시월이십삼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응공(應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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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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