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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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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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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2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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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田[복전]에 福[복]을 심는 씨는 「주는 것」이다. 원체 무슨 씨나 심는다는 것은 다 주는 것이다. 내게 있던 것을 남에게로 넘기는 데 다섯 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힘이 부치어서 빼앗기는 것이요, 둘째는 거기 相當[상당]한 값을 받고 파는 것이요, 세째는 잃어버리는 것이요, 네째는 내어버리는 것이요, 다섯째는 주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길 중에 처음의 네 가지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지마는 나중의 준다는 것은 심히 어려운 일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빼앗길지언정, 도적을 맞을지언정, 차라리 내어버릴지언정, 주기는 아까운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남이 내게 주는 것은 大讚成[대찬성]이나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大反對[대반대]다. 이 點[점]에 있어서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國際的[국제적]의 모든 葛藤[갈등], 個人間[개인간]의 모든 爭鬪[쟁투]와 訴訟[소송] — 이 모든 것이 뒤꼍에서 뼈다귀 하나를 가지고 서로 제가 갖는다고 서로 남을 안 준다고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개 싸움과 本質[본질]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다. 生物[생물]의 이러한 方面[방면]을 보고 다아윈이라는 털보 영감이 그것을 生存競爭[생존경쟁]이라고 이름 지었고, 또 사람의 이러한 方面[방면] 때문에 警察署[경찰서]와 裁判所[재판소]와 監獄[감옥]과 戰爭[전쟁]이 생기는 것이라고 現制度[현제도] 擁護論者[옹호론자]가 팔을 뽐낸다. 사람의 이러한 方面[방면]을 보고 性惡說[성악설]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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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生物[생물]은 그처럼 單純[단순]한 것이 아니어서 털보 영감 다아윈 先生[선생]이 生存[생존]을 위한 相互爭奪[상호쟁탈]의 原理[원리]를 證明[증명]하던 自然現象[자연현상]을 고대로 無政府主義[무정부주의]의 맑스라 할 크로포트킨 老人[노인]이 이 生存[생존]을 爲[위]한 相互扶助[상호부조]의 原理[원리]를 證明[증명]하였다. 얼른 보면 이것은 심히 파라독스的[적]이어서 인류의 推理力[추리력]의 妥當性[타당성]을 의심케 할 만한 일이어니와 기실은 그러한 속에 天地[천지]의 妙味[묘미]가 있는 것이다. 불로만 된 듯한 宇宙[우주]를 자세히 보면 물로만 된 듯하고, 물과 불은 暫時[잠시]도 同一[동일]한 時間[시간]과 空間[공간]에 같이 있을 수 없는 것 같건마는 곧잘 水素瓦斯[수소와사]가 燃燒[연소]하는 곳에 물이 나오는 것이다. 사람(日語[일어]를 흉내내인 시체 말로 人間[인간])도 꼭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만 드는 욕심꾸러기만 같으면서도 남의 것을 빼앗던 그 손으로 곧잘 제 것을 아까운 줄 모르고 남에게 턱턱 내어준다. 심지어 제 몸뚱과 제 목숨까지도 「엿소 가져가오」하고 헌 신짝 모양으로 턱턱 내어던지는 수가 있다. 원수를 물어 뜯는 입은 同時[동시]에 愛人[애인]을 입맞추는 입이요, 남을 할퀴는 손은 同時[동시]에 子女[자녀]를 어루만지는 손이다. 아무리 욕심꾸러기이기로 제 子女[자녀]에게 무엇을 주기를 아까와하는 이가 어디 있으며, 아무리 凶惡[흉악]하기 虎狼[호랑]같은 사람이기로 제 子女[자녀]를 愛撫[애무]하여 그를 爲하여 自己[자기]의 一部分[일부분]을 犧牲[희생]하기를 모르는 이가 어디 있으랴. 鐘路[종로] 네거리에 오글오글 끓는 數[수]없는 사람들은 모두 餓鬼[아귀] 같은 무리라고만 하지 말아라. 그들의 胸中[흉중]에는 「사랑하고 싶어」, 「주고 싶어」하는 생각이 나아갈 길을 못 찾아 눈물을 짓고 있다 — 내가 어찌 남들의 속에 들어가 보았으랴마는 내가 내 속을 들여다보니 그러한 것 같고 또 나같이 못난 거지가 지금까지 먹고, 입고, 사랑받고 살아 있는 것을 보니 그러한 것 같다.
 
5
社會制度[사회제도]는 갈수록 더욱 「주기」를 禁[금]하고 사랑하기를 禁[금]하건마는 그래도 주고 싶어 하는 可憐[가련]한 사람의 마음은 흙에 덮이움과 같이, 그릇에 담긴 물과 같이 밖으로 밖으로, 남에게로 남에게로, 나올 틈만 찾고 눈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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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八年十月二十五日[일구이팔년시월이십오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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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창어 [제목]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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