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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사(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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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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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2
死[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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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昨年[작년] 一月[일월] 發病以來[발병이래]로 三次[삼차] 危機[위기]를 通過[통과]하였다. 第一次[제일차]는 六月[육월]의 咯血[각혈]이요, 第二次[제이차]는 九月[구월], 第三次[제삼차]는 十一月[십일월]의 咯血[각혈]이다. 그 中[중]에 가장 危險[위험]하였던 것은 第二次[제이차]의 咯血[각혈]이다. 그때에는 一晝夜間[일주야간]에 六百[육백] 그람 假量[가량]의 피를 吐[토]하여 視力[시력]이 衰[쇠]하여 모든 物象[물상]이 分明[분명]치 아니하고 形狀[형상]이 怪異[괴이]하게 보이며 마치 희미한 夢中[몽중]에 있던 것과 같고, 一日[일일]의 大部分[대부분]을 昏睡狀態[혼수상태]에 있어서 一週日[일주일] 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 記憶[기억]이 남지 아니한다. 말하자면 내 一生[일생]의 時間中[시간중]에서 一週間[일주간]은 내가 모르는 동안에 經過[경과]하여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三週日[삼주일]이 넘도록 記憶力[기억력]이 減退[감퇴]하여 親友[친우]의 姓名[성명]도 생각이 나지 아니하는 일이 흔히 있어서 내 一生[일생]의 過去[과거]가 갑자기 朦朧[몽롱]하여짐을 깨달을 때에 나는 혼자 웃지 아니할 수 없었다. 내가 死[사]를 覺悟[각오]한 것은 勿論[물론]이어니와 周圍[주위]의 사람들은 나보다도 더 내 生命[생명]에 對[대]하여 絶望[절망]하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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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重病[중병]이 든 뒤 나는 즐겨 死[사]에 對[대]한 생각을 하였었다. 死[사]가 咫尺[지척]에 臨迫[임박]한 줄을 생각하면 그것이 가장 要緊[요긴]하고 또 興味[흥미]있는 생각거리가 될 것은 自然[자연]한 일이다. 또 설사 이번에 死[사]를 面[면]치 아니하고 만다 하더라도 이러한 機會[기회]에 死[사]에 關[관]하여 瞑想[명상]하고 推理[추리]하고 想像[상상]해두는 것과 또 實踐的[실천적]으로 死[사]에 對[대]한 나의 態度[태도]를 定[정]해 두는 것이 所用[소용]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第二次[제이차] 危機[위기]에 臨[임]하여 갑자기 死[사]에 對[대]한 準備[준비]를 할 必要[필요]는 없었다. 말하자면 死國[사국][거기가 極樂[극락]이든지 地獄[지옥]이든지 그것은 내가 알기를 허락되지 아니한 것이어니와]에 旅行[여행]할 行裝[행장]은 다 準備[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때에나 使者[사자]가 와서 부르면 서슴치 않고 나서면 고만이다. 그 後事[후사]는 내가 알 바가 아니요, 오직 나의 業[업]이 定[정]할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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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마는 行裝[행장]만 차려놓고 무슨 抽身[추신] 못할 事情[사정]이 있어서 出發[출발]을 遷延[천연]하는 사람이 흔히 있는 모양으로 나도 이번에 죽으려는가 하는 危機[위기]를 當[당]할 때마다 내 行裝[행장]의 準備[준비]를 다시 한 번씩 되풀이하여 보았다. 그러느라고 旅行者[여행자]가 흔히 느끼는 모양으로 或[혹]은 쓸데 없는 것을 써놓은 것도 있고 또 或[혹]은 必要[필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도 있어서 남이 들여다보면 부끄러울만한 일이 많다. 그래서 나는 한 번 풀어서 다시 쌀 때마다 더러는 집어내고 더러는 새로 집어넣고 또 더러는 이왕에 집어내었던 것을 다시 찾아다가 집어넣기도 한다. 내가 第二回[제이회] 危機[위기]를 當[당]하였을 때에도 이러하였다.
 
 
6
(一九二八年十月十二日[일구이팔년시월십이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사(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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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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