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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참회(懺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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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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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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懺悔[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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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스로 重病[중병]이 들어 죽을 의심이 있는 때나 내 家族[가족]이 그러한 때에나 나는 매양 「내가 一生[일생]에 무슨 좋은 일을 하였나」하고 反省[반성]하는 것이 習慣[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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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을 의심이 있을 때에 一生[일생]에 한 좋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死後[사후]에 極樂[극락]에 갈까, 地獄[지옥]에 갈까 하는 希望[희망]이나 恐怖[공포] 때문은 아니다. 나는 死[사]에 對[대]하여서는 甚[심]히 活淡[활담]하다. 極樂[극락] 갈 慾心[욕심]도 없고 地獄[지옥] 갈 恐怖[공포]도 없다. 그러면 死後[사후]의 存在[존재]를 斷定的[단정적]으로 否認[부인]하여서 그러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死後[사후]의 存在[존재]에 對[대]하여서 다 懷疑的[회의적]이다. 있다고 긍정할 確信[확신]도 없는 同時[동시]에 없다고 否定[부정]할 根據[근거]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生[생]의 輪廻[윤회]를 肯定[긍정]하려는 內的要求[내적요구]는 있다. 이것은 나의 朝鮮人[조선인]인 人種的因襲[인종적인습]에도 因[인]함이려니와 또한 나 自身[자신]의 特殊[특수]한 理由[이유]도 있다. 그것은 첫째 各個人[각개인]의 性格[성격]과 運命[운명]이 決[결]코 同一[동일]할 수 없도록 差異[차이]가 있음과, 둘째 各國人[각국인]이 生[생]에 行[행]한 善惡[선악]이 그 生[생]에서 完全[완전]히 報應[보응]되는가 싶지 아니함이다. 나는 七十[칠십] 가까운 늙은 婦人[부인] 한 분이 아들과 싸우고 며느리와 싸우고 딸과 싸우고 모든 親戚[친척]과 다 싸우고 남의 집을 살면서도 主人[주인]과 싸울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지글지글 남의 마음을 끓이고 轉轉[전전]하는 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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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一生[일생]은 前生[전생]의 罪惡[죄악]의 刑罰[형벌] 받는 一生[일생]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이 問題[문제]에 關[관]하여서는 다른 機會[기회]에 좀더 仔細[자세]하게 내 생각을 말하려 하거니와 이러한 理由[이유]로 나는 생의 輪廻[윤회]를 믿고 싶은 要求[요구]가 있는 것은 스스로 神奇[신기]하게 여기는 事實[사실]이다. 그렇지마는 내가 生命[생명]의 危機[위기]에 臨[임]하여 「내가 무슨 좋은 일을 하였나」하고 懺悔的反省[참회적반성]을 하는 것은 決[결]코 惡道[악도]에 隨[수]할 것을 두려워 함에 因[인]함은 아니다. 아니 차라리 이 世上[세상]에서 좋은 일일진대 그것을 하기 때문에 永劫[영겁]에 三惡道[삼악도]에 輪廻[윤회]를 하더라도 敢然[감연]히 그것을 行[행]할 慾望[욕망]도 있고 勇氣[용기]도 있다. 못 믿을 來生[내생]을 위하여 目前[목전]에 보는 現實[현실]의 善[선]을 犧牲[희생]할 나는 아니다. 그러면 내가 懺悔的反省[참회적반성]을 하는 理由[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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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내가 내 눈에 보는 人類同族[인류동족]들이 괴롭게 또는 옳지 못하게 사는 양을 도와 주지 못한 것이(그것을 도아 주는 것을 一生[일생]의 目的[목적]으로 自誓[자서]하였음에 不拘[불구]하고)맘에 걸리는 것이요, 둘째로는 내가 子女[자녀]에게 남겨 줄 것이 積德[적덕] 밖에 없거늘 그것을 못한 것이 맘에 걸리는 것이다. 나는 昨年[작년]에 妻[처]가 難產[난산]으로 兩個生命[양개생명]이 危險[위험]에 瀕[빈]하였을 때에(때는 새벽이다) 나는 가장 엄숙하게 내 生命[생명]으로써 妻[처]와 및 아직 보지 못한 어린 生命[생명]을 代身[대신]할 것을 빌었다. 이렇게 빌기를 세 번 하였다. 그러나 세째번 빌 때에 나는 스스로 失望[실망]함을 禁[금]치 못하였다. 대개 내 生命[생명]이 무슨 값이 있길래 두 生命[생명]을 死[사]에서 救出[구출]하는 贖[속]이 되랴하고 自反[자반]함이다. 그리스도의 生命[생명]은 全人類[전인류]를 死[사]에서 救出[구출]하는 값이 되었다 하고 地藏菩薩[지장보살]의 大功德[대공덕]은 地獄[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救出[구출]하는 힘이 되고도 남아서 그의 名號[명호]를 부르는 이는 누구나 濟度[제도]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내온 生涯[생애]를 돌아보매 무슨 좋은 일을 하였는가. 남을 도와 주기커녕 남의 도움만 받았고 남의 괴로움을 덜어 준 일은 記憶[기억]하기 어려워도 남을 괴롭게 하고 슬프게 한 일은 열 손가락을 몇 번 꼽았다 펼 만하지 아니한가. 나 같은 것이 生命[생명]을 犧牲[희생]하기로 무슨 功德[공덕]이 되랴고 생각할 때에 슬펐다. 더구나 나같이 重病[중병]이 들어서 거의 다 죽게 된, 썩은 새끼 같은 生命[생명]을 생각하면 스스로 苦笑[고소]함을 禁[금]치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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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懺悔[참회]하는 맘을 가지게 된다. 깨끗하게 人生[인생]을 살자 하는 理想[이상]이 어그러질 때마다 나는 懺悔[참회]의 苦痛[고통]을 맛본다. 어린것이 痢疾[이질]로 아흐레째가 되어도 낫지를 아니하고 곱똥을 눈다. 어저께는 세 번만 누기로 安心[안심]하였더니 오늘은 일곱 번이나 누웠다. 먹는 牛乳[우유]가 消化[소화]가 아니되고 몽글몽글 되어서 나온다. 漸漸[점점] 기운이 지치는 것 같아서 슬프다. 黃昏[황혼]에 나는 저를 안고 大門[대문]간 문지방에 앉았었다. 길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그 까만 눈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바라보는 것이 애처롭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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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죽지나 아니하려는가 하고 나는 그의 황혼에 더욱 해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발자취가 들릴 때마다 그것을 하나도 아니 빼어 놓으려는 듯이 앞으로 뒤로 연해 바라본다. 黃昏[황혼] 속에 발락거리는 한 生命[생명]! 이것이 죽지나 아니하려는가 하고 나는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그의 허리와 볼기짝을 꼭 껴안었다. 그는 나의 情[정]을 알아보는 듯이 머리를 내 가슴에 가만히 기댄다. 세상에 온지 열 넉 달 되는 어린 생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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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지나 아니할까. 몸이나 맘이나 그렇게 神秘[신비]하게 아름답게 생긴 것이, 그 속에 간직한 모든 빛과 香氣[향기]와 힘을 펴 보지도 못하고 죽어서 되랴. 그는 살기 위하여 난 것이 아닌가. 宇宙[우주]도 그에게 어떤 職分[직분]을 맡기려고 그를 낳게 한 것이 아닌가. 그의 손은 반드시 아름답고 큰 무엇을 만들기 위하여 있는 것이요, 그의 빛나는 눈은 宇宙[우주]와 人生[인생]의 眞僞[진위]와 美醜[미추]를 分離[분리]하기 위하여 있는 것이요, 그의 아직 조그마한 머리 속에는 人生[인생]의 슬픔을 除[제]하고 기쁨을 줄 무슨 經綸[경륜]이 옴돋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것이 아비의 子息[자식]에게 對[대]한 愚痴[우치]일는지도 모르거니와 내게 있어서는 이것은 決[결]코 幻想[환상]이 아니요, 이 地球[지구]와 같이 實在[실재]하는 事實[사실]이다. 그러므로 그는 죽어서는 아니 된다. 그는 살아야 한다. 힘있게 오래 살아야 한다. 그의 큰 사명을 다하도록 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맘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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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病[병]이 좀 더칠 때마다 어버이의 가슴은 무거운 바윗돌로 내려누르는 듯하다. 그가 漸漸[점점] 조금씩 衰弱[쇠약]해지는 것을 어버이는 붙잡을 수는 없고 그의 軟軟[연연]한 壁[벽]을 파먹는 病菌[병균]을 어버이의 타는 애로는 어찌할 道理[도리]가 없음을 볼 때에 어버이는 오직 헬프리스한 悲哀[비애]만을 느끼는 同時[동시]에 自己[자기]의 罪[죄]를 懺悔[참회]하는 맘이 날카로와질 뿐이다. 남의 집 아이들이 病[병] 없이 투실투실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마다 그 父母[부모]는 罪[죄]가 없다, 나는 罪[죄]가 많다하고 내 罪[죄]의 罰[벌]을 대신 받는 듯한 어린이를 보고 미안한 생각이 난다. 아까 그의 어머니는 장난감 念珠[염주]를 그의 목에 걸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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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너는 자라서 중이나 되고 자식은 낳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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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을 들었다. 얼마나 자식 앓는 것을 보기에 가슴이 아파서 하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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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아니 낳고 있다가 왜 이것을 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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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恨歎[한탄]한 일도 있었다. 왜 그들이 이 世上[세상]에 불려들여서 生苦[생고]와 病苦[병고]에 부대끼게 하는고. 말도 못하는 불쌍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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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의 가장 深刻[심각]한 懺悔[참회]는 어린 자식이 앓는 것을 볼 때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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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八年十月十三日[일구이팔년시월십삼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참회(懺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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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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