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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젊은 혼의 찬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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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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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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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魂[혼]의 讃美歌[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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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秋後[입추후] 맑은 어떤 날 아침 이웃집에서 讃美歌[찬미가] 소리가 들린다. 매우 젊은 서너 男女[남녀]의 목소리다. 새로 누가 옮아 왔는지 예수 믿는 家族[가족]이 아침 祈禱會[기도회]를 하는 모양이다. 목소리는 그리 좋지 못하나 어린것이 淸雅[청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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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멀거니 秘苑[비원]을 바라보았다. 이 젊은 魂[혼]들이 부르는 讃美歌[찬미가]는 나의 병든 魂[혼]을 數十年[수십년]의 過去[과거]로 끌어간다. 나의 魂[혼]은 잠자리 모양으로 虛空[허공]을 날아 소리높이 讃美[찬미]를 부르고 섰는 어떤 紅顏美少年[홍안미소년]에게로 들아간다. 그 少年[소년]의 눈에는 聖潔[성결]에 對[대]한 渴仰[갈앙]과 未來[미래]에 對[대]한 希望[희망]의 幻想[환상]이 맑은 눈물과 불타는 듯한 情焰[정염]이 되어서 어리어 있다. 그 少年[소년]은 어렸을 적 나다. 永永[영영] 다시 만나 볼 수 없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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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무엇이 기뻐서 讃美歌[찬미가]를 부르나? 무엇이 感謝[감사]해서? 日氣[일기]는 가물어 곡식은 다 죽는다고 야단이요, 革命[혁명]이 끝난지 며칠 아니된 中國[중국]에서는 數萬[수만]의 銃[총] 칼 맞아 죽은 屍體[시체]가 時方[시방] 지글지글 썩노라고 야단이다. 가만히 눈을 들어 人類[인류]를 살펴보라. 앓는 者[자], 죽는 者[자], 우는 者[자], 늙은 者[자], 병신된 者[자], 監獄[감옥]에서 이 더운 때에 똥통 내를 맞고 앉았는 者[자], 妻子[처자]를 먹일 것이 없어서 漢江人道橋[한강인도교]로 自殺[자살]하러나가는 者[자], 其他[기타] 愛別離苦[애별리고], 怨憎會苦[원증회고], 求不得苦等[구부득고등] 가지각색 煩悶[번민]과 懊惱[오뇌]가 들끓는 苦海火宅[고해화택]에 이 人生[인생]에서 무엇을 좋다고 感謝[감사]하고 讃美[찬미]하는고.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人生[인생]은 願[원]치 않는 무거운 짐이요, 免[면]치 못할 쓰라린 試鍊[시련]이다. 마치 요새 같은 복달 더위에 끝없이 멀고먼 먼지 이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만 같다. 自殺[자살]할 지경까지 深刻[심각]하지는 아니하더라도 모르는 곁에 죽어지면 시원할지언정 아까울 것도 없는 人生[인생]이다. 한 고개 한 고개 암만 고개를 넘어간대야 그턱이 그턱이요 別[별]로 神通[신통]한 수도 있을 것 같지 아니한 人生[인생]이다. 그러하거늘 저 젊은 魂[혼]들은 무엇을 좋다고 讃頌[찬송]하고 感謝[감사]하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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讃頌[찬송]하기로 말하면 나도 예전에 하지 아니하였는가. 나도 예전에는 人生[인생]이 고맙고 기뻐서 땅을 보고 웃고 하늘을 보고 노래하지 아니하였던가. 그때에는 슬픔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自然[자연]과 人生[인생]이 모두 粉紅色[분홍색] 꿈의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그때에 만일 슬픔이나 괴로움이 있었다 하면 그것은 기쁨에 겨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기쁨에 지친 것이었었다. 사랑과 活動[활동]과 征服[정복]과 功名[공명]과 이것들은 그때에 귀찮게도 나의 발뿌리에 채는 조각돌들이었었다. 神[신]은 나에게 靑春[청춘]의 동당버섯을 多量[다량]으로 먹였었던 것이다. 나는 그 동당버섯의 毒[독]에 醉[취]하여서 자꾸만 기쁘고 자꾸만 웃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 人生[인생]과 世上[세상]의 고생은 동당버섯의 解毒劑[해독제]였던 모양이다. 自然[자연]과 人生[인생]을 싸고 덮였던 粉紅[분홍] 안개는 걷히고 동당버섯기운도 가시고 말았다. 그리고는 暴露[폭로]된 醜惡[추악]한 現實[현실] — 나 自身[자신]과 내가 屬[속]한 人生[인생] - 을 차마 正視[정시]하지 못하여 아무쪼록 거기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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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젊은 魂[혼]들이 부르는 讃美歌[찬미가]를 들을 때에는 문득 가버린 옛날이 犯罪[범죄]의 記憶[기억]과 같이 쓴맛을 먹고 더 올라온다. 옛 記憶[기억]을 쓰다고 하는 것은 決[결]코 今是昨非[금시작비]란 뜻이 아니다. 도리어 그와 正反對[정반대]로 昨是今非[작시금비]일는지도 모른다. 기쁘고 감사한 것이 참말 人生[인생]일 것이다. 참이 아니라 하더라도 더 正當[정당]하고 더 愉快[유쾌]하고 더 아름다운 人生[인생]일 것이다. 그러므로 옛 記憶[기억]이 쓰다는 것은 그것을 蔑視[멸시]함이 아니요, 그것이 나를 荒凉[황량]한 曠野[광야]에 혼자 내어 버리고 어느 틈에 달아나 버린 것을 원망함이다. 마치 나를 배반한 옛 愛人[애인]을 원망하듯이. 그러나 걱정없다. 靑春[청춘]을 잃은 者[자]는 잃으라, 늙은 者[자]는 늙으라, 죽는 者[자]는 죽으라. 地球[지구]에 日光[일광]과 空氣[공기]와 물이 있는 동안 讃美[찬미]를 부를 젊은 魂[혼]은 끊어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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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八年十月九日[일구이팔년시월구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젊은 혼의 찬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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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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