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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이별행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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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1
病窓語[병창어]
 
2
離別行進曲[이별행진곡]
 
 
3
내 病窓[병창]에서 보이는 한 조각 푸른 하늘은 알맞추 昌慶苑[창경원] 늙은 수풀에 代代[대대]로 살아 오는 새들이 들고 나는 길이다. 가만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느라면 소리개, 왜가리 같은 큰 새들이 저마다 제 法[법]대로 날아 나가고 날아 들어온다. 너울너울 너울너울 헌거럽고 멋지기로야 왜가리가 으뜸이지마는 꼴은 천생 욕심꾸러기 거지 같더라도 아주 悠悠[유유]하고 超然[초연]하기로는 소리개를 당할 者[자]가 없을 것이다. 鳶飛戾天[연비려천]이라 하는 말과 같이 소리개는 둥둥 하늘에 높이 떠서 다른 새 모양으로 날개도 너풀거리지 아니하고 그저 둥둥, 마치 아무 것도 求[구]하는 것도 없고 待[대]하는 것도 없는 듯이 冷然善也[냉연선야]라고 할만하게 언제까지든지 둥둥 떠 있다. 그가 가지마는 갈 뜻이 있어서 가는 것 같지 아니하고 휘이 돌지마는 돌 뜻이 있어서 도는 것 같지 아니하다. 「삐오로로로」하는 소리도 決[결]코 왁살스럽지 아니하고 脫俗[탈속]한 맛이 있다.
 
4
나는 본래 農村生長[농촌생장]이라 병아리를 차가는 凶惡[흉악]한 도적놈으로만 소리개를 알았으므로 그에게 對[대]하여서는 決[결]코 好感[호감]을 갖지 못한다. 까치가 그 조그마한 몸뚱이를 가지고 악을 악을 쓰고 깩깩깩깩거리며 이 도적놈을 따라가서 - 오르락 내리락 어디까지든지 따라가서 아마 그 도적놈의 등덜미를 죽어라 하고 물어뜯을 때에 까치보다 삼갑절이나 되는 그 커다란 소리개놈이 깡깡 아픈 소리를 하고 쫓겨 달아나는 꼴을 볼 때에는 「잘한다―」하고 소리를 치다시피 痛快[통쾌]하다. 그렇지마는 그것은 그것이요 이것은 이것이다. 그는 決[결]코 밉다고만 할 작자는 아니다. 그의 생김생김과 行動[행동]이 그러함과 같이 그에게는 무슨 엉성 깊은 생각이 있을 것 같다.
 
5
어떤 여름날이다. 가을날같이 잘 맑은 여름날 午前十時頃[오전십시경]이다. 나는 病席[병석]에서 문뜩 碧空[벽공]에 높이 一隊[일대]의 소리개가 實[실]로 雄大[웅대]한 曲線[곡선]을 그리며, 高空旋回飛行[고공선회비행]을 하는 것을 보았다. 모두 여섯 마리다. 一列縱隊[일열종대]다. 참으로 秩序[질서]있게 分列式[분열식]을 한다. 先頭[선두]에 선 소리개가 西[서]으로 向[향]하면 모두 西[서]으로 向[향]하고 北[북]으로 方向[방향]을 바꾸면 行伍[행오] 各各[각각] 右[우]로 北[북]을 向[향]하고 先頭[선두]에 선이가 슬쩍 위로 向[향]하면 모두 위를 向[향]하다가 先頭[선두] 急角度[급각도]로 地面[지면]을 향하고 내려오는 듯 다시 위로 向[향]하여 抛物線[포물선]을 뒤집어 놓은 듯한 進路[진로]를 取[취]하면 뒤따르는 다섯 소리개도 꼭 그와 같이 하여 雄大[웅대]한 各樣[각양]의 曲線[곡선]을 그린다.
 
6
이러하기를 아마 半時間[반시간]은 하더니 「언제까지 이래도 마찬가지다」하는 듯이 行列[행렬]의 速力[속력]이 느려지고 進路[진로]의 曲線[곡선]의 半徑[반경]이 漸漸[점점] 줄어들고 相互[상호]의 間隔[간격]이 次次[차차] 가까와지더니마는 마침내 行列[행렬]이 어지러워지고 마치 서로 붙들고 이야기나 하려는 것처럼 한테로 모여들어 「삐오로로 삐오로로」하고 힘있게 몇 소리 외치고는 다시 나란히 一列縱隊[일렬종대]를 이루어서 서너번이나 漸漸[점점] 큰 圓[원]을 그리며 旋回[선회]하다가 문뜩 세째 소리개가 列[열]에서 뚝 떨어지어 새로 先頭[선두]를 지으며 뒤따르는 세 마리가 새 先頭[선두]를 따르니 一列[일열]이던 것은 문득 두 行列[행렬]을 이루었다. 그래서는 한참은 二列[이열]이 平行[평행]으로 旋回[선회]을 繼續[계속]하더니마는 새 先頭[선두]가 문뜩 方向[방향]을 돌려 아까와는 反對方向[반대방향]으로 逆旋回[역선회]를 始作[시작]한다. 그로부터 새 先頭[선두]는 예전 先頭[선두]이던 두 마리는 關心[관심]치 아니하는 듯이 제 멋대로 東西南北[동서남북] 上下[상하]로 複雜[복잡]한 旋回[선회]를 하여 그 速力[속력]이 빠름과 進路[진로]와 曲線[곡선]이 힘있음이 讃嘆[찬탄]할 만하다. 누구나 이것을 보면 「新興[신흥]」이라는 感情[감정]을 經驗[경험]하였을 것이다.
 
7
하늘은 맑다. 무슨 바람인고, 꽤 세인 바람이 白雲片[백운편]을 날린다, 내 주먹은 불끈 쥐어졌다. 이윽고 「삐오로로 삐오리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 行列[행렬]은 西[서]로 向[향]하던 進路[진로]에서 急角度[급각도]로 北[북]으로 꺽여 昌慶苑[창경원] 松林北端[송림북단]을 두어 번 旋回[선회]하고는 뒷山[산]을 넘어 北[북]으로 北[북]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뒤에 떨어진 두 소리개는 처음에는 새 行列[행렬]을 따르는 듯하더니 「아니다! 아니다!」하는 듯이 急角度[급각도]로 方向[방향]을 돌려 南[남]을 向[향]하여 한참이나 날아가다가 휘음하게 동으로 돌다가 다시 아까 一列[일열]로 있던 곳에 와서 지나간 일을 回想[회상]하는 모양으로 아까 進路[진로]를 反復[반복]하고 돌아갈 길을 잊은 듯하다.
 
8
『젊은 것들아 갈지어다! 北[북]으로 北[북]으로 가서 너희들의 새 나라를 세울지어다!』
 
9
하고 今春[금춘]에 깐 새끼 네 마리를 다 길러 오늘에 새 運命[운명]의 먼 길을 떠보내는 이별이 아닌가.
 
 
10
(一九二八年十月十日[일구이팔년시월십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이별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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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창어 [제목]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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