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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복전(福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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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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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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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田[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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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應供[응공]이란 무슨 뜻인가. 「삑삑이 供養[공양]함」이라는 뜻이니 주는 편인 一般民衆[일반민중]으로 보면 줄 만한, 即[즉] 衣食[의식]을 供給[공급]할 만하단 말이요, 받는 편인 거지편으로 보면 받을 만함, 即[즉] 사람들이 땀 흘려서 지은 衣食藥品[의식약품]을 받아서 먹고 써도 괜찮을 資格[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하면 應供[응공]이라면 거지 노릇할 資格[자격]이 있단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예사 거지들은 사람들이 주기 싫다는 것을 귀찮게 굴거나(門前[문전]에서 「쌀이나 돈이나」하고 漸漸[점점] 더욱 요란하게 떠들어서) 떼를 들이대거나 (衣冠[의관]한 窮交貧族[궁교빈족]이라는 거지들 모양으로) 속이거나 하여 얻어먹지마는 應供[응공] 地境[지경]에 이른 거지로 말하면 사람들이 自進[자진]해서, 기뻐서, 願[원]해서 아까운 줄 모르고 갖다가 바치는 것을 받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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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찌하면 應供地位[응공지위]를 얻을까. 이것은 거지들에게는 重大問題[중대문제]다. 만일 學校[학교] 卒業證書[졸업증서] 모양으로 應供學校[응공학교]나 博士[박사]를 얻을 수 있다 하면 그 學校[학교]는 크게 繁昌[번창]할 것이다. 그러나 應供資格[응공자격]은 學校工夫[학교공부]만으로 얻는 것은 아니다. 教員免許狀[교원면허장] 모양으로 試驗[시험]을 치루어서 얻는 것도 아니요, 分參奉帖紙[분참봉첩지] 모양으로 某某[모모] 貴族[귀족]에게 돈을 바치고 사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親任[친임]거지 勅任[칙임]거지 모양으로 國家[국가]의 主權者[주권자]가 任命[임명]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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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資格[자격]은 어떻게나 생기는 것인가 달팽이 껍질 모양으로, 늙은이 白髮[백발] 모양으로 저절로 생겨서 저절로 자라서 조금씩 조금씩 世人[세인]의 認定[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釋迦[석가], 耶蘇[야소], 孔子[공자], 이 모양으로 人類[인류]의 代表的[대표적]이라 할 만한 應供[응공]거지들은 다 그렇게 生成進化[생성진화]한 것이지, 大科及第[대과급제] 모양으로 된 것도 아니요, 米豆猝富[미두졸부] 모양으로 된 것도 아니다. 그들은 宏壯[굉장]한 應供帖紙[응공첩지]를 태기 때문에 死後[사후] 數千年[수천년]이 지나도록 數億男女[수억남녀]의 供養[공양]을 받는 것이다. 果然[과연] 大[대]거지 王[왕]거지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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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應供地位[응공지위]에 오른 거지는 福田[복전]이라고도 일컫는다. 그 뜻은 이러한 거지에게 밥 한 그릇 옷 한 가지라도 주면 그것이 주는 者[자]에게 福[복]이 되어 돌아온다 하며 이런 福田[복전]에 한낱 布施[보시]의 씨를 떨어뜨리는 것만 해도 — 다시 말하면 이런 거지에게 밥 대접 한 번만 해도 그것이 그 사람의 一生[일생]의 功德[공덕]이 될 뿐 아니라 百生[백생] 千生[천생] 無限[무한]한 未來[미래]의 功德[공덕]이 되고 自己一身[자기일신]의 利益[이익]이 될 뿐 아니라 今生[금생], 前生[전생], 來生[내생]의 父母妻子[부모처자]에게까지 利益[이익]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 하면 이 福田[복전]은 果然[과연] 金提萬頃[김제만경]벌보다도 나무리, 어로리벌보다도 좋은 田土[전토]일시 分明[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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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福田[복전]이 되는 거지에게는 무슨 客觀的價値[객관적가치]가 있는가. 슬픈 이에게 기쁨이 되고, 괴로운 이에게 慰安[위안]이 되고, 어리석은 이에게 智慧[지혜]가 되고, 惡苦[악고]를 받는 이에게 善悅[선열]을 주는 무엇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釋迦[석가]나 耶蘇[야소]는 다 이러한 힘을 가졌던 이라고 책에 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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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釋迦[석가], 耶蘇[야소] 같은 大福田[대복전]만 福田[복전]이 아니요, 無數[무수]한 等級[등급]의 小福田[소복전]도 있을 수 있다. 大海[대해] 만물이 아니라 小海[소해]와 湖水[호수]와 澤[택], 井等[정등]을 거쳐서 一盃水[일배수], 一滴水[일적수]에 이르기까지 水量[수량]에 無數[무수]한 等別[등별]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와 같이 應供[응공]의 거지도 釋迦[석가], 耶蘇[야소] 같은 王[왕]거지만이 아니요 우리네 같은 凡夫[범부]가 바라볼 수 있는 境界[경계]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도 못하면 놀고 먹을 福[복]도 없고 일하고 먹을 힘도 없는 우리 따위 거지는 밤낮 「쌀이나 돈이나」 남을 시끄럽게만 구는 이가 되고 말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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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八年十月二十四日[일구이팔년시월이십사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복전(福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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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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