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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창어(病窓語) ◈
◇ 오동(梧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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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0.5~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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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窓語[병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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梧桐[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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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梧桐[오동]에 對[대]하여 퍽 愛着心[애착심]이 强[강]하다. 내가 樹木中[수목중]에 가장 사랑하는 것이 솔나무나 梧桐[오동]이다. 松[송], 梧桐[오동] 두 가지 中[중]에서 다시 더 사랑할 것을 고르라 하면 솔이라 하겠으나, 나는 사랑하는 이 兩者中[양자중]에 差別[차별]을 세우고 싶지 아니하다. 대체 兩者[양자]에게는 兩者[양자] 所有[소유]의 美點[미점]이 있어 서로 이것으로 저것을 대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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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梧桐[오동]을 사랑하게 된 原因[원인]이 무엇인가 하면 毋論[무론] 나 個人[개인]의 性癖[성벽]도 되려니와 어렸을 때에 들은 아버지의 梧桐[오동] 讃美[찬미]가 매우 有力[유력]한 듯하다. 내가 八歲[팔세]에서 十一歲[십일세]까지 살던 집에는 뒤꼍에 梧桐[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고 鳳凰[봉황]은 非梧桐[비오동]이면 不棲[불서]라는 말과 거문고는 梧桐[오동]과 石上松[석상송]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과 白樂天[백낙천]이가 집을 살 때에 집 값을 다 치르고 나서도 階前[계전]에선 梧桐[오동]에 月上[월상]한 것을 보고 梧桐[오동]값을 따로 내었다는 말을 하였다. 鳳凰[봉황], 거문고, 白樂天[백낙천], 이 모든 것이 어느 것이나 나의 어린 憧憬[동경]을 일으키지 않는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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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찌해서 이 梧桐[오동]에는 鳳凰[봉황]이 깃을 아니 들이는고 하고 가끔 손바닥 같은 잎사귀 속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것을 베어서 거문고를 하나 만들까 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나는 梧桐[오동]에 對[대]하여서는 一種[일종]의 尊敬[존경]에 가까운 愛着心[애착심]을 가지어 어디를 가든지 梧桐[오동]이라면 반드시 이를 愛撫[애무]하여 그 가지 뻗음과 잎사귀 모양과 年齡[연령]을 살폈다. 梧桐[오동]이란 朝鮮[조선]에서는 그리 흔한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에 目擊[목격]한 것은 손 꼽아 세일 수가 있을 것 같을 뿐더러 그 생김생김조차 記憶[기억]에 남아 있다. 그 中[중]에도 慶南[경남] 熊川郡[웅천군] (지금은 昌原[창원]에 合郡[합군]이 되었다) 馬川[마천]이라고 記憶[기억]한다. 그 學校[학교] 마당에 섰는 늙은 梧桐[오동]은 가장 나에게 깊은 印象[인상]을 주었다. 내가 十九歲[십구세]적인가 보다. 나는 熊川[웅천] 갔던 길에 馬川[마천]에서 그 늙은 梧桐[오동]과 마당을 같이 하여 一夜[일야]를 지내었다. 나는 밤에도 몇 번이나 일어나 나가서 그 梧桐[오동]을 우러러보았던고. 길게 뻗은 가지에는 梧桐[오동] 特有[특유]의 씩씩한 잎사귀가 소리없이 성긋성긋 모여 있고 그 틈으로 사이사이 동실동실한 열매와 별이 보였다. 八月末[팔월말]이라 아직도 무더운 어스름 달밤이든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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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일본]에 있을 때에 梧桐[오동]으로 衣欌[의장]이며 나막신 만드는 것을 보고는 冒瀆[모독]에 가까운 不快感[불쾌감]을 가진 것도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다. 梧桐[오동]이란 혹은 밤 달에, 혹은 여름 소낙비에, 혹은 맑고 밝은 여름 볕 밑에 바라보기나 하고 만일 그것으로 무엇을 만든다하면 自枯[자고]하기를 기다려 거문고나 만들 것이지 그 以外[이외]에 利用[이용]한다 하면 冒瀆[모독]인 것 같이 생각된다. 내 迂濶[우활]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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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漢陽[한양]에 寓居[우거]한지 于今[우금] 七年[칠년]에 내 집에 梧桐[오동] 三株[삼주]가 났다. 하나는 요전 살던 집에 난 것인데 벌써 亭亭[정정]한 大木[대목]이 되었으나 서로 만날 緣分[연분]이 不足[부족]한 것이 恨[한]이어니와 내가 現在[현재]에 들어 사는 집에도 再昨年[재작년]에 梧桐[오동] 한 나무가 안방 西窓[서창] 밖에 나서 今年[금년]에는 기운찬 가지와 걸걸한 잎사귀가 높이 지붕 위에 솟았고 또 今年[금년]에 千萬[천만]뜻밖에 사랑마당에 梧桐[오동] 한 나무가 나서 一尺[일척]이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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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후년에는 내 사랑 마당이 이 梧桐[오동] 그늘로 가리워질 줄 믿는다. 이로 보면 나만 梧桐[오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梧桐[오동]도 나를 따르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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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八年十月二十六日[일구이팔년시월이십육일] 《東亞日報[동아일보]》 所載[소재])
【원문】오동(梧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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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창어 [제목]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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