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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장(停車場) 근처(近處) ◈
◇ 정거장 근처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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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4~10.
채만식
1
停車場近處
 
2
10
 
 
3
덕쇠는 회패(맨끝 셋째)로 패를 뽑아드니 일자(一字)다.
 
4
바른손편으로 앉은 애기패가 둘이 다 제 패를 보이면서 덕쇠패를 굽어본다. 패 선(先)패가 장자(十字[십자])요 둘째가 새자(四字[사자])다.
 
5
덕쇠는 일자를 좋아하는데다가 다른 애기패와 맞는 자가 없으니까 더할 나위가 없다. 그는 십 원 한 장을 내어놓고 방바닥 얼러 딱 치면서
 
6
“자, 십 원.”
 
7
한다.
 
8
십 원은 처음이다. 뒷전에서는 무어라고 수군수군하고 등 뒤에 바짝 붙어 앉은 순갑이는
 
9
“잘했네, 잘했어.”
 
10
하고 소곤거린다.
 
11
덕쇠는 잔뜩 긴장이 되었으나 패잡아 윤가는 제 패를 쓱 뽑아보고 나서 투전 뒤꽁무니에 물려놓고 십원짜리 한 장을 아무렇게나 덕쇠한테 쳐준다.
 
12
선패는 삼십 전, 둘째패는 오 전을 각기 친다.
 
13
패잡이는 돈을 다 쳐주고 나서 선패한테 투전목을 내어민다.
 
14
선패는 육자를 뽑아서 대고 둘째는 일자가 나오니까 뽑아 든 두 장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댈까 들어갈까 망설인다.
 
15
돈이라야 오 전 아니면 십 전을 태면서 번번이 댈 데 들어가고 들어갈 데 대고 해서 덕쇠를 낭패를 보이는 친구다. 덕쇠는 돈을 잃고 심정이 난판이라 눈을 흘기면서
 
16
“대여! 그까짓 오전, 내가 물어주기라두 헐 티닝개.”
 
17
하고 버럭 지천을 한다.
 
18
이 말에 심정이 상했던지 둘째패는 덕쇠를 마주 흘겨보면서
 
19
“무슨 상관이여? 내 돈 갖구 내 맘대루 노름허는디……”
 
20
하고 와락 한 장을 더 뽑아다가 죈다.
 
21
덕쇠는 자기 패 이상으로 가슴을 죄면서 들여다보니까 아니나다를까 몽창한 대가리가 무드름하게 비어지는데 갈데없는 팔자(八字)다.
 
22
덕쇠는 그만 그를 쳐죽이고 싶게 화증이 났다. 그놈을 그대로 대기만 했으면 덕쇠가 그 팔자를 뽑아가지고 알팔(一八[일팔]) 뚝 떨어진 가보를 잡을 판이었었다. 덕쇠는 속으로
 
23
“이놈의 자식 돈만 영영 잃어보아라. 너를 뜯어 죽일 테니.”
 
24
라고 벼르면서 당장 치미는 화를 꾹 참고 물주가 대주는 패를 뽑았다.
 
25
자기 패를 위에 덮어가지고 투전장이 찢어지라고 뽀도독 잡아 훑으니까 뾰족한 대가리가 비어져 나오는데 칠자도 같고 장자도 같다.
 
26
칠자라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덕쇠는 가슴을 지금 죄는 투전 죄듯 죄면서 쭉 훑어내렸다. 칠자다.
 
27
그는 응당 여덟끗이니까 댈 것이로되 물주를 견제하느라고 입맛을 다시면서 망설인다.
 
28
순갑이는 그 눈치를 알고
 
29
“들어가 들어가.”
 
30
하면서 제가 한 장 더 뽑을 듯이 손을 들이민다.
 
31
덕쇠는 들어가는 체하고 손을 뻗었다가
 
32
“에라 죽으면 그냥 죽으라지.”
 
33
하고 딱 복패를 시켜버린다.
 
34
물주는 눈도 깜짝하지 아니하고 덕쇠의 낯꽃만 뚫어지게 치어다보고 있다가 제 패 첫장을 쭉 뽑아들고 버쩍 쳐들어 죈다.
 
35
물주패는 넌지시 삼자였고 첫장은 일자다. 네끗이다.
 
36
물주는 벌써 덕쇠가 끗수를 높이 잡은 줄을 안다. 그래 그는 서슴지 아니하고 들어가 뽑아다가 두 장 사이에 딱 끼워 쥐고는 애기패를 휙 둘러보며
 
37
“자 - ”
 
38
한다. 다들 패를 까란 말이다.
 
39
선패가 장륙에 여섯끗, 말성꾼이 둘째가 진주(다섯끗)에서 두끗 줄어 세끗이다. 덕쇠는 패를 젖혀 방바닥을 탁 치면서
 
40
“가보거든 갖다 먹소.”
 
41
한다.
 
42
이번이야말로 먹었느니라고 느긋해서 한번 그래보는 것이다.
 
43
물주는 애기패들의 끗수를 휙 둘러보고 또 말성꾼이 둘째패와 덕쇠패를 한참 치어다보더니 자기 패를 죄기 시작한다.
 
44
빠드득 죄는 앞뒤 두 장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것은 외수없이 오이자(五字[오자])다. 그는 벼락같이 방바닥을 치면서
 
45
“일삼외(一三五[일삼오]) 관솔공이…… 꿈쩍 마라.”
 
46
소리를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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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짜리 두 장을 곁들여놓은 덕쇠해부터 갈퀴로 긁듯이 긁어간다.
 
48
애기패들이나 뒷전에서는 하도 희한해서 잠잠하고 있고 덕쇠는 기가 막혀서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앉아 있다.
 
49
한참 있다가 순갑이가 앞으로 몸뚱이를 비집고 나와
 
50
“원 그렇게 물주 끗수가 잘 나온단 말인가! 가만 있자……”
 
51
하고 물주패와 덕쇠패와 말성꾼이 둘째패를 뒤적뒤적하더니
 
52
“그러면 그렇자! 자, 보소 응. 이 사람이 그냥 댔으면 그놈으루 덕쇠가 갑오를 잡지…… 그러구 물주는 삼자패닝개루 칠자가 밀려내려가면 꼭 매잖 겄는가? 그러구 나서 그 담이 이놈 일자닝개루 영락없이 따라지를 잡구 나자뻐지구 애기패는 다 먹네 다 먹어.”
 
53
하고 결이 버쩍 나서 설명을 한다.
 
54
사방에서 미상불 그렇다고 수군거리며 말성꾼이 둘째에게로 눈이 간다.
 
55
덕쇠는 어디가 부러지게 한번 윽박질러 주고도 싶으나 그럴 수도 없고, 그러면 노름을 그만하고 일어서자니 돈을 육십 원이나 넘겨 잃었으니 안될 말이다.
 
56
덕쇠는 지금 나흘째 투전을 죄고 있고 돈은 육십 원이 더 달아났다.
 
57
첫날 등 너머 동리 쇠물방에 가 누웠느라니까 순갑이 입에서 소문이 퍼져가지고 노름꾼이 모여들었다.
 
58
그러나 그 날은 일전 이전 아니면 다직해야 오전 십전을 치고 했고, 또 얼마 아니해서 덕쇠어머니가 쫓아와서 별 득실이 없이 노름방은 깨어졌다. 덕쇠는 몇 사람과 같이 달아났다.
 
59
달아나서 다시 노름을 시작한 것이 지금 이틀 밤과 사흘 낮을 붙박혀있는 정거장 근처의 이 집이다.
 
60
그는 처음에는 노름을 아니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두 번이나 싸우고 난 판에 화도 났고, 또 심심풀이로 일전 이전 내긴데야 어떠냐고 우축좌축하는데, 본시 투전이라면 좋아하는 성미겄다 슬그머니 들이덤볐었다.
 
61
오 원을 잃으면 일 원쯤 따고 다시 십 원을 잃고 그러다가는 몇원 본전을 추어놓으면 그놈이 한 십 원씩 물고 나가고, 이렇게 해서 쫄끔쫄끔 나간 것이 삼십 원이 넘어 나갔다.
 
62
그러고 나니 그때부터는 재미로 하는 노름이 아니라 잃은 본전을 찾을 생각으로 다뿍 등이 달아가지고 노름을 하게 되었고, 그런 때문에 하면할수록 자꾸만 실수를 하고, 그래 본전을 건지기는커녕 다시 삼십 원을 더 잃어 도합 육십여 원이 달아난 것이다.
 
 
63
차례가 돌아와 애를 잡느라고 투전목을 불끈 쥐고 내어미는 덕쇠는 얼뜻 보기만 해도 눈이 붉었다.
 
64
덕쇠의 흥분한 것을 보고 말성꾼이는 슬며시 물러나고 다른 사람이 들어앉았다.
 
65
사실 그가 좀더 까닐까닐 말썽을 부렸으면 돈은 잃었겠다, 그래 거진 환장이 된 덕쇠한테 단단히 두들겨맞기라도 했을 것이다.
 
66
투전목을 내어 대니까 마침 노름방을 붙인 그 집 주인이 술과 국밥을 들여온다.
 
67
덕쇠는 시장한 줄도 모르고 그래 먹을 생각도 나지 아니했다. 그는 정신이 오리사리해서 지금 며칠째 그러고 있는지 그것도 모르고 때가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른다.
 
68
다만 앞에 놓인 십원짜리 두 장에 잔돈 몇 원과 투전목과 또 돈을 많이 따가지고 있는 아까 그 애잡이의 앞에 놓인 돈만이 보일 따름이다. 그는 저게 모두 내 돈인데 저렇게 가서 있거니 생각하면 더욱 심정이 상하고 그래 어서 이놈으로 저놈을 도로 다 찾아와야 할 텐데, 하니까 마음이 초조한 가운데 허욕까지 더럭더럭 일어났다.
 
69
순갑이는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 사발을 들고 와서 덕쇠한테 권한다. 그도 덕쇠가 돈을 잃어 개평을 못 얻게 되니까 속이 침울했다.
 
70
“이걸루 요기나 좀 허소…… 그러구 맘을 그렇게 조급허게 먹지 말구.”
 
71
“싫어…… 자네나 먹소.”
 
72
“그러지 말구 좀 먹어 이 사람아!…… 그러구 이번 내가 대신 좀 잡어보까?”
 
73
“일없어 다 일없어.”
 
74
곧 죽어도 돈을 잃고 나서 남한테 대신 내맡기지는 아니하려 드는 것이 노름꾼의 고집이다.
【원문】정거장 근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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