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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가 장터에서 사가지고 온 것을 한아름 안고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 어머니가 마땅찮아서 말소리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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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 백 원을---돈 백 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놈을 덕쇠가 받아가지고 오면 우선 그놈을 가져볼 것을 즐겁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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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돈 백 원을 가지고 장사도 하고 쓰기도 할 궁리를 몇십번이고 이리저리 마련해 보았다. 그러나 돈이 원체 많기 때문에 벅차서 어떻게 하겠다는 묘책은 나서지 아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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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무엇 한가지---가령 소장수를 할까 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궁리하다 가는 생각이 모자라 끝에 가서 어물어물해버리고는 생각은 어느 겨를에 백 원 그놈을 몽창 손에 쥐고 있을 재미에 골몰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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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또 논을 시볼 궁리를 하다가는 어느결에 그놈 백 원을 손에 몽창 쥐고 앉았을 재미에 골몰하고. 그러는족족 덕쇠가 하마 아니 오나 아니 오나 신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렁저렁 마침내 올 때가 겨우니까, 혹시 일이 틀어졌나, 또 일은 잘 되었어도 이놈이 그 돈을 가지고 어디 노름방으로 가서 다 잃어버리지나 아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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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이쯤 미치매 그는 애가 쓰이고 좀이 쑤시어 안절부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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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덕쇠가 오고, 오되 혼자 오니까 일이 잘되었나 보다고 반가왔지만 그놈 백 원을 몽창 가져다 주지 아니하고 제가 먼저 손을 댄 것이 괘씸하고 노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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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보니까 덕쇠가 술기운이 있는지라 더욱 화가 치받쳐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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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날이 차서 술이 많이 깨기도 했지만, 또 어머니가 성가시게 트집을 잡을 것을 알고 조심한다고 한 것이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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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주구 안 사먹었어라우…… 춘삼이가 사주어서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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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구 급살이구 이놈아, 돈을 받었거든 거냥 나를 갖다 주지 왜 늬가 먼점 쓰구 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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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짐짓 났던 성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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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허닝개 쓰구 쓸듸 있으닝게 썼지라우…… 다 양식 팔구 옷감 바꾸구 그맀지 머, 동전 한푼이라두 못쓸 듸다가 썼으면 아녈말루 개자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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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춘삼이가 사주었다니 못 미더우나 할 수 없고, 다른 것은 보아하니 제 말대로 양식이며 옷감 같은 당장 급한 것이라 더 나무랄 말이 없다. 하기야 쓰기를 천하 없는 데 썼더라도 그놈 백 원을 그대로 고스란히 갖다주지 아니한 것이 열이 나서 그렇게 야단야단한 것이지만, 그러니 인제는 아무리 더 욕을 하고 옥신각신해도 소용이 없고 나머지나 받아 쥐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할 수 없이 속을 느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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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늬가 잘 히였다! 오사헐 놈!…… 그리서 을매나 썼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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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아 저런 썩어 죽을 놈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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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어머니는 눅이려던 부아가 도로 치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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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원이라니 쉬흔 냥 이난가. 한꺼번에 쉬흔 냥을 다 쓰다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를 아니한다. 더구나 무엇인지는 몰라도 십 원을 다 썼다는 말하고 꿍쳐가지고 온 것을 보면 생판 거짓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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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노름 밑천을 하려고 따로 떼어두고 그러는가 하는 의심까지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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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자 보시오. 쌀이 구승(舊升)한 말에 이 원 사십 전이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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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러 한 말두룩 팔어!…… 또 그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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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이 두커리(두 켤레)에 일 원 이십 전 허닝개, 응 가만 있자 그놈이 을매(얼마)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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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너더러 고무신 사다 달라더냐!…… 그러구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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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목허구 소캐(솜)가 오 원 각수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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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순갑이와 술 먹은 놈 칠십 전을 여기다가 쳐서 더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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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목은 무엇헐라구 그렇게 많이 바꾸어 왔냐? 늬미(네 어미) 급살맞어 죽었다구 초상 치룰라구 그맀냐?…… 육시헐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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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참 동지섣달에 맞붙이(겹옷) 입구 있으면서 그러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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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구 그 남저지는 고기, 담배 그런 것이지라우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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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 어머니는 한동안 앉아서 까막까막 따지어보았다. 대강 아귀가 맞는 것 같아 노름 밑천을 젖혀놓았나 하는 의심은 풀리었다. 그는 입을 다물고 다가 앉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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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돈 다 이리 내라 한푼두 냄지지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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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허기는 무얼 무엇히여!…… 이리 내놓아…… 남은 놈 다 내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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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두시오. 도둑놈을 만나더래두 내가 갖구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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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늙어빠진 노인네가 갖구 있다가 큰일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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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말어…… 잔소리 말구 이리 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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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어머니의 요량은 아주 홱 틀어져버린다. 그는 그만 눈에서 불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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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육시헐 놈아! 무엇이 어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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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도 어머니가 그렇게 돈을 내놓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또 돈을 빼앗아 가려는 속도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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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왜 이리여?…… 너 이놈 그 돈 갖구 나가서 술 받어처먹구 노름허구 허평대평 다 써버릴라구 그러지?…… 안될 말이다. 다 이리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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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걱정 말어라우. 인제는 동전 한푼두 더 안 쓰구 두었다가 내일이라두 장사 시작히여라우…… 제발 가만두구 구경이나 히여기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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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네놈이 이놈아 무척 안 쓰고 잘 애껴 두었다가 장사를 허겄다!…… 내놓아라 세상없어두 안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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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어머니는 버쩍 달려들어 아들의 멱살에 매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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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이러는그라우? 무엇 때미( 때문에) 이리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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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그게 어떤 돈이간듸 네가 차지허구 안 내놀라구 그러냐? 이 찢어죽일 놈…… 이 갈어먹을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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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마나한 머리를 풀어 헤트리고 몸부림을 치면서 매어달린다. 숨이차서 색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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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그게 어떤 돈이간듸 늬가 시방 이러냐 응, 이놈아 육시오사헐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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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돈은 무엇이 어떤 돈이라우? 머 내가 어듸 가서 남의 중방 밑구녁을 뚫구(도적질해서)가져온 돈이간디라우? 버젓허게 내 돈이라우 내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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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아니구 뉘 돈이간듸? 내 지집(계집)때미 생긴 돈이닝게 내 돈이지. 어떤 개아들 놈의 돈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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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그게 네 지집이면 누가 얻어다 누가 키어서(길러서)준 지집이냐 응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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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가 얻어주었든지 내 지집이구 내 돈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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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이놈아 그리두 늬가 안 내놓구 이럴 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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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어머니는 악이 바짝 오른 입으로 아들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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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어머니의 머리째 몸뚱이째 얼러 와락 떠밀어버린다. 이빨도 없고 기운도 없어 문 것과 멱살 잡았던 것은 힘없이 놓쳐지고 방바닥에 나동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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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시 일어나 덤비려고 할 때에 덕쇠는 벌써 거적문을 젖히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덕쇠어머니는 비틀거리고 따라나와, 이놈아, 이 육시오사할 놈아 하고 울음 섞어 외치며, 그때는 이미 사립문 밖으로 두덜거리며 달아나는 덕쇠의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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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장정이 뛰어 달아나는 것을 늙어빠진 노파가 아무리 악이 받쳤기로서니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쫓다가 지쳐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며 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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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힐끔힐끔 돌아보며 잔등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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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 사람들은 노상 하는 싸움이라 나와 보지도 아니하고 노파의 자지러진 울음소리만 바람찬 벌판에서 외지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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