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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장(停車場) 근처(近處) ◈
◇ 정거장 근처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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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4~10.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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停車場近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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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무렵에 덕쇠는 아직도 자고 있는 순갑이를 잡아 일으켜가지고 춘삼이 네 집을 찾아갔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춘삼이더러 일장 이야기 나한 뒤에 종차 돈을 벌어서 이쁜이를 도로 물려갈 때까지 좀 더디더라도 그런 줄이나 알고 그동안 잘 보살펴나 달라는 부탁도 할 겸 또 이쁜이더러도 그런 연유로 말을 일러두기도 하고 그립던 차이니 만나보기도 하고 하려고 그래 찾아간 것인데, 춘삼이는 덕쇠를 보자마자 기색이 퍼르르해 가지고 덕쇠더러 되레 이쁜이의 종적을 묻는 데는 깡총 뛰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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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분명 그놈허구 배가 맞어서 도망을 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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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이는 혼잣말같이 이렇게 두런거리면서 입맛을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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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사람 그게 무슨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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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구 무엇이구 간에 오늘 아침에 보니까 자네 각시가 없드란 말일세! 그래서 나는 혹시 자네한테 잠깐 다니러 갔으려니 허구 시방 돌아오기만 기대리는 참인데, 자네가 모른다니 기가 맥힐 일이 아닌가? 머 갈데없이 그놈 김덕댄지 그 도둑놈같이 생긴 놈허구 오늘 새벽에 삼십육계를 놓았어 ! 분명해 ! 허 그거 참 ! 그러니 나는 이 손해를 어데가서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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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놈은 어떤 놈이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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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들 아나? 여기 금점판에 와서 돈냥이나 잡은 놈인가 부데. 그놈이 내가 보기에두 어쩐지 눈치가 달르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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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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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거저 자네 각시가 오든 날 저녁부터 제 볼일 다 치어놓구 밤낮으루 우리 집에 와서 자네 각시만 끼구 자빠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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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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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눈이 뒤집히려고 하면서 춘삼이가 ‘그놈’인 듯이 버럭 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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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두 놈이거니와 자네 각시두 못쓰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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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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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니, 글쎄 그놈이 돈냥이나 써주니까 머 쫄딱 반해 가지굴랑……머참 지금이니 말이지 내가 자네를 생각해서라두 그냥 두구 보았겠나마는 당자가 그렇게 죽구 못 사는 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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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더 할 말이 없어 멍하니 섰다가 한숨을 후유 내어쉰다. 이건 머 백원 돈을 투전을 해서 삼사일 지간에 다 물어버린 따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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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돈두 잃구 예편네두 잃어버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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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쇠는 춘삼이와 한편에 서서 구경만 하고 섰는 순갑이를 번갈아 보면서 방금 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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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누가 헐 말인지 모르겠네? 자네는 그래두 내헌테 돈 백 원은 가져갔지? 그렇지만 나는 돈 백 원에 그새 옷 해입히구 모다 시중드느라구 사오십 원 들었지? 그런 것을 한푼 못 찾구 들거리를 놓쳤으니 내야말루 게두 구럭두 놓친 놈이네. 거 참 운수가 사나울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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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김덕대와 짜고 그한테서 돈을 일백팔십 원이나 받고 그러고 나서 이쁜이를 빼돌리고는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줄이야 덕쇠가 알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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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대로 고지식하게 다 곧이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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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덕쇠에게는 한가지 마음 서리는 희망이 한 줄기 떠울랐다. 이쁜이가 그렇게 김덕댄지 하는 자와 배가 맞아 도망간 것이 아니고 혹시 집에 가서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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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이 들자 그는 춘삼이와는 작별도 하는 둥 마는 둥 순갑이를 끌고 집으로 두달음질을 쳤다. 그러다가 중간쯤 가서 도로 낙심이 되어 어깨를 처뜨리고 시치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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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쁜이가 요행 집에 있다더라도 돈 백 원은 노름으로 잃어버렸으니 이쁜이를 물려올 수도 없거니와 도무지 어머니 등쌀에 배겨낼 수 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그는 코를 빠뜨리고 서서 걱정하니까 순갑이가 까막까막하더니 좋은 계교를 깨우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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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 이쁜이가 집에 가서 있으면 그것만 다행이요 할 수 없지만, 만일 없거든--- 없다면 도망한 것이 분명하니까--- 어머니더러는 그런 게 아니라 이쁜이 제가 춘삼이네 집에서 그런 짓을 하고 있기를 싫어하고, 또 덕쇠 생각에도 그대로 오래 두었다가는 계집을 버릴 것 같아 남은 돈 구십 원만 주었다고 하든지, 또 기왕이니 노름을 해서 백 원 몫을 채웠다고 하든지 아무튼 이쁜이를 도루 물렀다고…… 그래 춘삼이가 섭섭한데 술을 한잔 먹자고 해서 먹고 있노라니까 이쁜이는 먼저 집으로 간다고 하길래 먼저 보냈노라고…… 그랬더니 아마 그동안 벌써 눈맞은 놈이 있었던지 그놈과 도망을 간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선 집에 들어서면서 시치미를 뚝 따고 이쁜이를 부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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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둘러대자는 것이다. 덕쇠가 듣고 보니 미상불 그럼직한 꾀라, 그러면 그렇게 하기로 하고 혹시 어머니가 춘삼이네 집에 쫓아가서 속을 알아보려고 할는지 모르니까 그것을 미리 방패막이 해두어야 하겠어서 순갑이를 되짚어 춘삼이네 집에 보내어 제발 말이 어긋나지 않도록 어머니가 와서 묻거든 그렇게 대답을 해달라는 부탁을 하라고 시켰다.
【원문】정거장 근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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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여성(女性) [출처]
 
  1937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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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9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