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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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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2
9
 
 
3
밤 이경 때에 차돌이놈이 무엇인지 보꾸러미를 어깨에 메고 왔다.
 
4
배비장은 의관을 정제하고, 빈 방안을 오락가락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5
그 의관 정체한 것을 차돌이놈이 힐끗 보면서 하는 말이었다.
 
6
“그 복색으루 행차하실 작정이시와요?”
 
7
“이 복색이 어때서 하는 말이냐?”
 
8
“………”
 
9
“아닌밤중에 남의 집……”
 
10
“쉬이! 조용조용!”
 
11
“그렇게 채리구 가섰다간, 일 될 것두 다아 틀어지십니다!”
 
12
“그럼, 무슨 복색을 어떻게 차리면 좋단 말이냐?”
 
13
“우선 가시는 길초에, 누가 보드래두 심상히 여길 복색을 차리셔얍죠!”
 
14
“무슨 복색이길래?”
 
15
“제주 복색입니다.”
 
16
“제주 복색이라니? 나 제주 와서 몇달 지났어두, 제주 복색 별다른 것 못 보았구나?”
 
17
“보여 드립죠!”
 
18
그러면서 차돌이놈이 꾸려가지고 온 것을 풀어놓는데, 개가죽 두루마기와 노벙거지였다.
 
19
“이애야, 이건 과히 숭업구나?”
 
20
“이 복색이 숭허시면 아야 오늘 밤, 이 거조를 작파하셔야 헙죠!”
 
21
“오냐, 오냐! 개가죽은 말구, 쇠가죽이라두 써야 한다면 써야지!”
 
22
이리하여 배비장은 개가죽 두루마기에 노벙거지를 쓰고 차돌이놈의 뒤를 따라 사처를 나섰다.
 
23
요행히 어둔 밤이라, 아무도 알아보는 이는 없어도, 오뉴월 염천에 개가죽 두루마기를 입어 놓았으니, 몸에서는 땀이 샘솟듯 흐르고, 숨이 헉헉 막혔다.
 
24
한동안 가다가
 
25
“안직 멀었느냐?”
 
26
하고 물으면, 차돌이놈은 지천하듯
 
27
“잠자꾸 따라오시라두!”
 
28
또 얼마를 가다가
 
29
“안직 멀었느냐?”
 
30
“반두 못 온걸입쇼.”
 
31
“이건, 정말 번열이 나서 지레 죽을까보구나?”
 
32
임의 집 담은 두 길이나 되게 까맣게 높았다.
 
33
차돌이놈은 그런 높은 담이라도 쉽사리 넘어 들어갔으나 배비장은 감히 생심도 못했다.
 
34
담 넘어 들어간 차돌이놈이 발 아래서 부르기에 굽어다보니 조그마한 개구멍이었다.
 
35
차돌이놈은 배비장더러 그 구멍으로 기어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36
“개가죽 쓰구서, 개구멍으루 기어 들어가기는 정녕 안되었구나!”
 
37
“그럼 어떡허십니까?”
 
38
“달리 무슨 도리가 있을거나?”
 
39
“있기야 있읍죠!”
 
40
“어떻게?”
 
41
“소인이 가서 대문 빗장을 벗길 것이니 헴 큰기침 하시믄서 들어오시면……”
 
42
“예라끼녀석?”
 
43
“히히!”
 
44
할 수 없이 개구멍으로 기어서 들어갔지 무가내하였다.
 
45
그런데 그 구멍이라는 것이 몹시 좁아서 목은 나갔어도 어깨가 걸려 가지고는 암만 삐대여도 빠져나가지를 아니하였다.
 
46
차돌이놈이 갑갑하다고 노벙거지 위로 상투를 덤쑥 쥐고 잡아다렸다. 겨우 그렇게 해서 개구멍을 빠져나간 배비장은 어머니 문밖을 나오기보다 더 어려운 노릇이라고 속으로 탄식키를 마지 아니하였다.
 
47
후원을 돌아 한 곳에 당도하여 차돌이놈이 불빛 비추는 창을 가리키며
 
48
“저기 저 방입니다! 가만가만 가셔서 인기척을 내지 마시구 끙끙끙 개소리를 내세야 하십니다.”
 
49
“무어 개소리를? ……”
 
50
“그래두 그게 군혼(軍號)걸입쇼!”
 
51
개가죽을 입혀가지고 개구멍으로 끌고 들어와 필경 개소리까지 흉내 내라고 한다. 만일 제정신을 지닌 터 같으면 이건 필시 나를 개망신을 주자는 노릇이라고 깨우침이 잇을 건이건만, 그런 사려가 나고 어쩌고 할 여유가 없는 판이었다.
 
52
방문 앞에 가 업드려 끙끙끙 개소리를 내었다. 과연 방문이 살며시 열리고 여인이 반색하며 버선발로 내려와 손목 잡아 방으로 인도하였다.
【원문】배비장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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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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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