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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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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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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
망망대해를 배비장은 발가벗고 궤짝 속에 업드린 채 지향없이 떠나가고 있었다. 발가벗고 궤짝 속에 업드렸으니, 망망대해가 보이며, 떠내려가는 것이 보이기야 할까마는 인적은 끊겼는데 물소리만 들리고, 그리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서서히 움직이니, 그런가 보다 할 뿐이었다.
 
4
원수의 목숨은 아직 붙어 있어 시장함과 목마름이 살아날 생각보다 더 다급했다. 바다일진대 혹시 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요, 배만 마나면 잘하면 살아날 수도 잇을 터이었다. 그러나 종차 살아나는 것은 살아나는 것이고 시장과 목마름을 차마 참고 견디는 재주가 없었다. 그중에도 목마름이 더하였다. 궤 틈사구니로 바닷물이라도 좀 스며들었으면 먹고 나서 죽더라도 실컷 먹겠는데 틈사구니는 위에만 있지 밑바닥에는 그남 없었다.
 
5
어디 지경이고 떠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뱃소리 같은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혼미한 정신을 가듬어 귀를 기울였다. 과연 뱃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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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디야……”
 
7
하고 목 얼려 부르는 뱃소리였다.
 
8
“사람 살류우!”
 
9
배비장은 없는 기운을 짜듯 하여 힘껏 고함을 쳤다.
 
10
그 소리를 알아듣곤지 못 알아듣곤지 하여간 뱃소리는 차차로 가까와왔다.
 
11
연방 배비장은 사람 살리란 소리를 쉬지 않고 외쳤다.
 
12
마침내 바싹 옆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13
“사람 살리우 사람!……”
 
14
이 소리에 응하듯 저편에서는 저희끼리
 
15
“아니 이 망망한 대해중에 이상하게 생긴 궤짝이 떠 있고, 그 속에서 사람 살리라 고함을 치니 대체 웬 일일까?”
 
16
“이 망망한 대해중에 궤짝이 떠 있고, 그 속에서 사람 살리랏 소리가나니 저건 분명 귀신의 장난일다!”
 
17
“그 말이 옳다! 가차이 못 오두룩 상앗대로 밀어라! 그러고 빨리 배를 저어라!”
 
18
“아니오! 아니오!”
 
19
궤짝 속에서 발가벗고 업드린 배비장은 미칠 듯 외치기를
 
20
“귀신이 아니라 정녕 사람이오!”
 
21
“정녕 사람이라? 그렇거들랑 거주 성명과 이리 된 연유를 말하여라!…… 내가 간밤에 한 꿈을 꾸어 징험하는 바가 있으니 일호 은휘없이 말하여라!”
 
22
도사공인 듯한 자가 이렇게 준절히 물었다. 배비장은 체면과 염치를 돌아볼 나위가 없었다.
 
23
“성은 배가요 이름은 걸떡쇠라고 하고 본시 서울 서강 사람이오.”
 
24
“서울 서강 사람이 어찌 이곳 제주바다에서 궤짝을 타고 떠내려가는고?”
 
25
“다름이 나리라 제주 영문이 비장으로 있었는데 유부녀를 보다가 본부에게 들켜 이 봉변이오!”
 
26
“네 소행을 생각하면 모른 체할 것이로되, 인정이 가긍하여 이번 한번 목숨을 건져 주는 것이니 일후는 그런 불미한 행동이 없도록 삼가렷다!”
 
27
“대대손손 유언을 하겠소!”
 
28
“우리가 갈길이 바빠, 너를 육지에다 건져놓아 줄 수가 없어 그러니 저만침 옅은 데다 끌어다 놓고, 궤문만 열어 줄 테니, 네 발로 걸언 가렷다!”
 
29
“그저 목숨만 살려주시오!”
 
30
“허되, 이 물은 염기가 대단해서 눈에 들어가면 당장 눈이 머니, 뭍에 오를 때까지는 눈을 감으렷다!”
 
31
“네에!”
 
32
드디어 궤짝 문이 열렸다.
 
33
발가벗은 배비장은 눈을 잔뜩 감고는 궤짝 속으로부터 뛰쳐나와 달렸다.
 
34
정신없이 달리다 무엇에 따악 이마를 부딪쳤다. 눈에서 불이 번쩍 나 그 바람에 눈을 번쩍 떴다. 번쩍 눈을 뜨고 보니, 허허, 거기는 동한 마당이 아닌가.
【원문】배비장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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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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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