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11) ◇
카탈로그   목차 (총 : 15권)     이전 11권 다음
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2
11
 
 
3
어느덧 동천이 휘엿이 밝았다. 그 밝은 빛이 궤짝 틈사구니로 비쳐들어, 궤짝 속의 발가벗은 배비장은 날이 밝은 줄은 알았다.
 
4
“업귀신 사시오! 업귀신 사시오! 말하는 업귀신 사시오! 업궤 얼러서 막 싸게 파오! 업귀신 사시오!”
 
5
사내가 지고, 놈이 이렇게 목청을 돋우어 외우면서, 사람이 자주 왕래하는 거리를 간다. 마침 장날이었다.
 
6
한 곳에 이르니, 한 백성이 나서서 묻는다.
 
7
“임자네, 무얼 사랍나?”
 
8
“업귀신 사라 했소!”
 
9
“업귀신 사서 무엇에 쓰오?”
 
10
“업귀신 볼기짝 살이 간질병에 백발백중이오!”
 
11
“유부녀 간통에다 업궤 속에 숨은 놈의 볼기짝 살은 간질에 즉효라고 들었소마는……”
 
12
백성의 그 소리에, 궤짝 속의 배비장은
 
13
‘내가 바로 그놈이오!’
 
14
하고 응하려다 꿀꺽 말을 삼켰다. 볼기짝살 한 칼쯤 떼어내더라도 목숨은 살아나 테니 상관 아니라지만, 그 소리를 했다간 당장 이 본부놈에게 간밤의 일이 들킨 바 되어, 그 무서운 한주먹에 박살을 당하고 말 테니 오히려 주검을 재촉하는 노릇이었다.
 
15
또 한곳을 당도하였다.
 
16
“업귀신 사시오! 말하는 업귀신 사시오! 업궤짝 얼려서 막 싸게 파는 업귀신 사시오!”
 
17
또 한 백성이 묻는다.
 
18
“업귀신 사서 무엇에 쓰오?”
 
19
“업귀신 볼때기살이 문둥병에 백발백중이오!”
 
20
“유부녀 간통하다 업궤 속에 숨은 놈은 볼때기살은 문둥병에 즉효라고 들었오마는……”
 
21
배비장은 또 그
 
22
‘내가 바로 그놈이오.’
 
23
라고 응하려다가 차마 못하고 삼켜버린다. 이 본부놈에게 맞아죽지만 아니할테라면 볼때기살이 한 칼쯤 떼우더라도 목숨은 부지할 것이매 말이었다.
 
24
이 짓을 하면서 반일(半日)을 돌아다녔으나 아무도 이 업귀신을 사고자 하는 자는 없었다.
 
25
사내와 놈은 길 옆에다 지게를 받쳐놓고 쉬면서 다시 공론이었다.
 
26
“아무도 사는 놈도 없으니 이 귀신덩이를 어찌하면 좋소?”
 
27
“글쎄…… 인제는 나도 별 슬기가 없구려!”
 
28
“불에 태울까?”
 
29
“앙화가 두렵지 않은가?”
 
30
“톱으로 켤까?”
 
31
“일반이지!”
 
32
“그럼?”
 
33
“옳거니!……”
 
34
놈은 별안간 무릎을 탁 치며
 
35
“그러면 그렇지, 제주에 말이 씨가 말르면 말랐지, 내 슬기가 밭을 탁이 있나!”
 
36
“무슨 수요?”
 
37
“잔말 말구, 지구 따라옵세나!”
 
38
“먼점 압시다?”
 
39
“천기는 누설치 말라 이르지 않는가! 따라와 보면 알 걸 가지구!”
 
40
“앙화 받을 일 아니오?”
 
41
“그럴 이치 없지!”
 
42
“그럼, 그리합시다!”
 
43
사내가 다시 지게를 지고 놈이 앞을 서서 얼마 지경을 간다.
 
44
궤짝 속의 가짜 업신 배비장은 배도 고프고 사족도 아프고, 또 곰곰 생각하니 잠시 허랑한 마음을 억제하지 못하여, 불의한 짓을 하다가 이무슨 체면이며 고생인가 생각하니 절절히 뉘우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원문】배비장 (11)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205
- 전체 순위 : 400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61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배비장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15권)     이전 11권 다음 한글 
◈ 배비장(裵裨將)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