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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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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2
3
 
 
3
용왕이 고사를 받아 자시고서 노염이 풀렸든지, 혹은 자연히 때가 이르러서 그랬든지 좌우간 이윽하여 그 무섭던 비바람은 자고 사나운 풍랑은 갈앉고 말았다.
 
4
이로부터, 돛을 고쳐 달고 키를 바로잡아 다시는 탈없이 바라들 건넜고, 사흘째 되는 날 석양에는 마침내 제주의 관두인 조천(朝天)에 무사히 배를 대었다.
 
5
목사 일행은 풍랑 있는 수로에 시달린 차라 날세 또한 저물고 하여 하룻밤을 조천에서 중화하였다.
 
6
이튿날 이른 아침이다.
 
7
내려오는 신관과 올라가는 구관이 인교대(印交代)를 한다. 신관의 신연 행차를 차린다 하여 잠시 지체가 되는 틈을 타서 배비장은 방자놈 차돌이를 데리고 멀지 않은 해변으로 제주 명승의 하나라 전하는 망월루(望月樓)를 찾았다.
 
8
발 아래로 넘실거리는 창파를 내려다보며 바닷가의 바윗등에 덩시러니 섰는 망월루는 그 웅장한 규모하며 화려한 단청이 우선 상주기에 족히하였다.
 
9
앞으로는 훤히 터진 바다에 임하였고, 그 향이 필시 동향일지니, 달 돋는 밤에 오를지면 망월루의 이름 헛됨이 없이 일대 장관이요 절경일 법하였다. 낮이요, 달은 없으나 때마침 제주땅은 봄이 무르녹아 누각 주이의 푸른 버들과 온갖 기화요초며 그 사이를 쌍쌍이 날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정히 선경인가도 싶었다.
 
10
누 위에는 이른 아침이건만 먼저 자리를 잡은 선객(先客)이 있었다. 그도 여느 나그네라면 같이 오르기론들 상관이 있을까마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정녕코 이별을 짓는 자리인 듯하였다.
 
11
배비장은 미흡하나마 체모 없이 가까이 가기를 자저하고 누의 주위만 거닐다가 이윽고 발길을 돌렸다.
 
12
“흥!……”
 
13
뒤를 따르는 방자놈 차돌이가 혼자서 코방귀를 한번 뀌더니 말을 내는 것이었다.
 
14
“나리, 보셨습니까?”
 
15
“보다니?”
 
16
“지끔 그 망월루……”
 
17
“듣던 바와 지지 않드구나?”
 
18
“망월루야 그렇습죠마는, 아따 그 누 위에서 울구 짜구 하던 거 말씀입죠!”
 
19
“오오! …… 그래서?”
 
20
“나리께설랑 아야 참 조심하십쇼! 주제넘은 말씀이올습니다마는……”
 
21
“건 무슨 소린고?”
 
22
“구관 사또 뫼시구 내려왔던 정비장 나리가 길을 떠날려면서 시방 깝대길 벗는 참입죠!”
 
23
“깝대기를 벗다니?”
 
24
“기집 하나이 같이 있잔어와요?”
 
25
“그래서?”
 
26
“월중매(月中梅)라는 수청기생인뎁쇼……”
 
27
“정비장과 정분이 났다?”
 
28
“구관 사또 갈려가시니 이별을 해얄 거 아닌갑쇼?”
 
29
“온, 그 이별이 그다지도 연연하단 말이냐?”
 
30
“정비장 나리야 이별이 연연하시죠만, 월중매년은 딴속히 있거든입쇼!”
 
31
“딴속이라니?”
 
32
“년이 홀짝홀짝 울어가믄서, 온갖 여호짓 다 부려가믄서, 정비장 나리 애를 마주막 녹혀드리는 판이거든입쇼!”
 
33
“건 어째”
 
34
“그래야 다아 참, 돈냥, 재물낱 장만해가지구 가는 거 몽땅 죄에 뺏을 거 아닌갑쇼!”
 
35
“허어? 제주 기집이 그대지도 사특스럽단 말이냐?”
 
36
“제주 기생 치고 외방 활량 깝대기 열 안짝 벳긴 건 행세하는 축에두 못 낀다구 하는 뎁쇼!”
 
37
“허어! 흉악한 일이로구나!”
 
38
배비장은 듣던 바와 달라 무서운 고장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단단히 조심을 해야망정이지, 자칫 잘못하다간 큰 망신을 당켔구나 생각하였다.
 
39
그러면서 집을 떠날 때에 그 부인 윤씨가 혹여 여색에 참혹할까하여 울불던 일도 또한 생각이 나고, 그것이 노상 기우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였다.
【원문】배비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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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비장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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