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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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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2
6
 
 
3
이로부터 배비장은 그 여인을 못잊어 주소로 생각하며 아무 경황이 없이 지냈다. 잠시 한때도 잊을 때가 없고, 그 방긋 웃으면서 돌려다보던 양이, 손을 내밀면 곧 잡힐 듯 서언히 눈에 밟히곤 하였다. 그럴 적마다 울컥 불덩이 같은 것이 가슴으로 치올라오고, 치올라오고 하였다.
 
4
동헌(東軒)에 들어가 맡은 일을 보고 잇다가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먼산바라기를 하고 앉았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간 후유,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어쉬고……
 
5
밤이면 밤마다 촛불만 외로이 밝은 사처에 베개를 돋우 베고 누워, 전전반측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혹시 어쩌다 새벽녘에 잠깐 눈을 붙이느라면 으레 그 여인을 만나는 단꿈을 꾸고 하였다.
 
6
구미를 잃어 식음(食飮)을 폐하고 하루 한때 겨우 마음으로 목을 축일 따름이었다. 노심초사하며 잠을 자지 못하는데다 먹기조차 못하니 신색은 병든 사람처럼 초췌하였다.
 
7
그러노라니 이런 모양 저런 거동이 자연 동관들의 눈에 뜨이지 아니할 이치가 없었다.
 
8
몸이 어디가 불편하냐고, 혹은 본댁에서 무슨 근심되는 기별이라도 왔느냐고 걱정하며 위로삼아 묻는 동관들도 있었다.
 
9
또 실없는 동관은 아마 상사병(相思病)이 났는 게지 하고, 농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10
누가 무슨 말을 하거니 배비장은 속으로는 부끄럽고 겉으로는 어물어물 애매히 대답하는 체하는 도리밖 없었다.
 
11
십여 일을 그렇게 지나던 끝에 배비장은 필경 자리에 눕고 말았다.
 
12
몸져 누워 곰곰 생각하니 꼭 죽을 것만 같았다. 고로 상사병이란 열에 하나가 살기 어렵다 이르거늘, 만리 타향 외로운 섬 중에 왔다가 속절없이 죽는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흘러 베개를 적시었다.
 
13
빠지직하며 촛불이 가슴 타듯 타는 이슥한 밤이었다.
 
14
‘이대로 죽다니?’
 
15
생각할수록 원통하였다. 대장부 세상에 낫다 공명은 세우지 못하고 일개 여자로 인하여 명색없이 죽고 말다니…… 그도 뜻이나 이루어보고 죽는다면 혹시 모르거니와 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는다고야 차마 원통한 노릇이었다.
 
16
‘에라!’
 
17
푸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날아갈 듯 잔뜩 도사리고 앉았다.
 
18
‘이왕지사 죽는 바이니……’
 
19
염치와 이면을 생각하며 주저할 일이 아니었다. 해보다 못할값에 한번 들이대는 보는 것이었다. 새 짐승이 장차 죽으려 하면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장차 죽으려면 그 말이 어질다 이르거니와, 상사병으로 죽게 된 마당엔 없는 담보도 생기는 모양이었다.
【원문】배비장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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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비장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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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