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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비장(裵裨將) ◈
◇ 배비장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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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
채만식
1
裵裨將[배비장]
2
8
 
 
3
배비장은 차돌이놈에게 편지를 부친 후 하루 종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4
차돌이놈은 해가 저물어서야 답장을 맡아가지고 와서 전하였다.
 
5
배비장, 잔뜩 급했던 판이라, 차돌이놈이 내어주는 답장 편지를 두 손으로 덥석 받는다. 그래가지고는 떨리는 손끝으로 보을 뜯어, 글자 글자 살피며 읽어 내려간다.
 
6
“천첩은 일봉 답서를 제막탑하에 올리나이다……”
 
7
여자의 답장은 이러 허두로 시작이 되었다.
 
8
“듣자오매 한양 귀인이라 하옵는데, 대저 한양의 여절은 어떠한지 모르오나 생면부지 남의 집 규중 여자와 서자 상통이 심히 괴이치 아니한가 하나이다……”
 
9
여기까지 읽던 배비장은 핼쓱한 얼굴이 더욱 핏기가 없어지고, 맥없이 편지를 떨어뜨리면서 길이 한숨을 내어쉰다.
 
10
차돌이놈 옆에서 보고 잇다가
 
11
“미처 끝까지 다아 읽기나 하세야 아니하와요?”
 
12
“쯧, 읽으나마나!…… 내 뜻을 들어줄 터이면 처음부터 책망이 나왔겠느냐?”
 
13
그러면서도 , 배비장은 떨어뜨린 편지를 도로 집어들고 다시 읽는다.
 
14
“욕망이난망, 불사이자사라니 누구를 두고 이르심인지, 항차 병이 들어 죽네 사네 하였으니, 두루 첩에게 당치 아니한 말씀인가 하나이다. 군자, 옛글을 읽으셨을 양이면 사군충·종부열(事君忠從夫烈)을 모르실리 없어지어늘, 부질없이 남의 정절을 앗으려 하시니, 충절을 바이 의심치 아니치 못하겠나이다. 무릇 예의지방(禮儀之邦)에서는 용납키 어려운 비레지사라, 여자 되어 장부를 책함이 당돌하오나 속히 물러가시어 『예기(禮記)』를 외우시고, 자금 이후는 이와 같은 거조를 삼가소서……”
 
15
배비장은 사색이 진정 죽을 상이면서 또다시 편지를 떨어뜨린다. 그러면서 한숨 끝에 혼잣말로 탄식이
 
16
“허! 다아 허사로다! …… 물러가 『예기』나 읽으라고?…… 인제는 진정코 죽은 목숨이다!”
 
17
“그래두 그 끝이 또 남지 아니했사와요?”
 
18
“무슨 그대지 시언한 말이 적혔을랴드냐?”
 
19
세번째 배비장은 편지를 집어들고 읽은다. 한등 내려서 쓴 첨서(添書)였다.
 
20
“비록 그러하오나, 고쳐 생각하오면, 장부의 천금 귀체, 요만한 여자로 인하여 골수에 병이 들어 생사가 기약없다시니 듣기에 민망한 저을 금치 못하오며, 뜻이 있다 한들 첩은 규중에 깊이 있는 몸, 출입이 어찌 여의하오리까. 오직 난처하여 할 뿐이오이다.”
 
21
편지 사연은 그로써 그치고
 
22
“待月西廂下[대월서상하] 迎風戶半開[영풍호반개] 疑是玉人來[의시옥인래].”
 
23
라는 옛귀가 적혀 있었다. 뜻을 허함이요, 오늘 밤 삼경에 담을 넘어 오라는 기약이었다.
 
24
배비장의 기뻐하는 양은 옆에서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아녈말로, 그 선고(先考)가 그 자리에 다시 살아왔더라도 그렇게 기뻐하지는 못했을 터이었다.
【원문】배비장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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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비장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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