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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마(艶魔) ◈
◇ 7. 좌우 협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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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5.16~11
채만식
1
艶 魔[염마]
2
7. 좌우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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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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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일본 사람이요, 또 하나는 조선 사람이다.
 
5
그들은 잠깐 물어볼 말이 있으니, 본서까지 가자고 정중하게 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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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한분이 가까운 지금 경찰서에까지 불려다니기가 몸 괴로운 일이나 어쩔 수 없는 터라 그는 옷을 갈아 입고 나섰다.
 
7
어젯밤에 빌려다 탄 택시 ── 가 그대로 있는지라 영호는 두 사람의 형사를 태워가지고 ×××경찰서로 갔다.
 
8
동소문 밖 그 집에서 노인, 이재석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의외에도 오늘아침 여덟시였었다.
 
9
흥천사의 중이 내려오다가 문이 어지럽게 열린 것이 이상하여 들어가서 굽어 보다가 시체를 발견하고 혼비백산하여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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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돈암리 주재소에서 알게 되고 동시에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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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이 직접 출동을 하고 경찰의와 검사가 출장을 하였다.
 
12
경찰의는 죽은 지 열 시간 이내라는 진단을 내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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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인은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한 탄환이 심장의 중심을 바로 관통 한 데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의 부합인지 모르나 시체의 왼편 엄지 손가락이 하나가 없었다. 처음은 몰랐다가 장갑을 벗겨보고야 겨우 그것을 발견 하였다. (영호도 그것은 발견치 못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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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것이 어제 문제된 소포의 손가락 사건과 관련이 있는가? 그러나이 노인의 손가락은 잘린 지가 여러 해 경과된 것인데…… 좌우간 시체는 해부에 붙이기 위하여 바로 대학병원으로 운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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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와 방에는 아무런 증거 재료가 남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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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들이 여러 개 있기는 하나 모두 모래땅을 디딘 것이라 모형을 뜰 수도 없고, 어느 곳에나 지문조차 남아 있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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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빌린 주인이 나섰다. 한 십여 일 전에 피해자 노인과 젊은 양장한 여자와 헙수룩한 사나이가 와서 월세 육 원씩 석 달치를 내고 빌었는데, 별 로이 사 짐 같은 것을 가져오는 눈치는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을 하였다.
 
18
이 집주인의 진술로 인하여 경찰의 주목은 양장한 젊은 여자인 학희와 헙 수룩한 사나이인 김서방에게로 집중이 되고 그것이 사건이 결말될 때까지 끝 끝내 끌리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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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인의 소지품 전부가 없어진 것 같은 것은 단순한 강도의 소위라고 보겠는데, 그러면 이 관찰과 피해자의 동행인들이 살해하였다는 견해 사이에는 해결치 못할 틈이 나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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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그 집 문앞에 많은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 이 남아 있는 것이다.
 
21
적어도 네 개의 다른 자동차가 이곳을 왔다가 돌아간 자국이 완연히 남아있다. 넷 가운데 한 개는 그 큰 품으로 보안 화물차인 듯싶었다.
 
22
이와 같이 자동차에 의문을 가지게 되자 맨먼저 어젯밤 동소문 옆 언덕에서 굴러떨어진 오복이에게 의심이 가고 동시에 그 사건이 있은 뒤에 현장을 지나다가 전복된 자동차를 발견한 사람 ── 즉 백영호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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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경찰에서는 먼저 대학병원에 부상 입원한 오복이를 출장 취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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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는 어젯밤에 영호에게서 상준이를 통하여 가르쳐 준 대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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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여덟시쯤 되어 그는 자기의 차를 몰고 계동 백영호를 찾아갔다가 그 곳에서 한 시간 가량 놀았다. 그것은 일상 있는 일이니까 경 성 자동차 부에 물어보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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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후에 다시 차를 몰고 내려오는데 계동 중턱에서 웬 노인 하나를 만났다. 수염이 좋고 이상한 모자를 쓴 큰 노인이었었다. 노인은 차가 빈 차인 것을 알았는지 정거를 시키고 돈 삼 원을 선금으로 주면서 오늘 밤 열한시 반까지 동소문 밖 흥천사 들어가는 바른편 언덕배기 외딴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27
오복이는 그러면 삼 원 벌이가 생긴 터라 자동차부로 돌아갈 것이 없다 고도로 백영호의 집에 가서 놀다가 열한시 정각에 그곳을 떠났다. 동관서 앞서 가는 자동차가 있었고 박석고개에서는 뒤에 화물차가 오는 것을 발견 하였다. 동손문 밖 언덕배기에서 화물자동차에게 길을 비켜주려다가 충돌이 되었으므로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
 
28
그러면 자동차가 전복된 현장을 보고 이곳으로 온 사람은 누구냐? 백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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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백영호가 어찌 병원에를 먼저 오지 아니하고 현장에를 먼저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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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 있어서 영호는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3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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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살인사건인만큼 ×××서의 서장이 중요한 피의자며 관계자를 직접 취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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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의 청취서를 떠들어보면서 서장은 영호의 진술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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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오복이가 여덟시에 왔다가 한 시간쯤 놀고 돌아가더니 다시 돌아와서 열한시까지 놀다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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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시 반 가량 해서 경성자동차부의 주인이 오복이가 동소문 옆 언덕 배기에서 차가 추락이 되어 중상을 당하였다는 전화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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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놀라, 그러면 자동차를 한 채 보내달라니까 주인이 손수 운전을 해가지고 왔다. 마침 차가 다 나가고 없기 때문에 자기가 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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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인은 전방이 비었다고 돌아가고 영호는 차를 몰아 현장으로 갔다. 현장으로 먼저 간 것은 그때 이미 부상자를 병원으로 보냈다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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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가보니까 아무도 없고 추락된 차만 있길래 동리 사람을 깨워 그것을 부탁하고 바로 동소문 파출소에 들러 대학병원으로 와서 오복이를 보았으나 중태이므로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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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의 진술에 대하여 경찰에서는 경성자동차부의 주인과 영호가 주소 성명을 대어주는 동소문 밖 그 사람을 불러다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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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착오가 없이 영호와 오복이의 진술을 이서(裡書)하는 진술을 하였다.
 
41
물론 영호와 오복이의 진술은 빈틈이 많았다.
 
42
가령 어젯밤의 그 노인과 오복이와의 교섭을 무엇으로 실증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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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호는 그러면 왜 경성자동차부의 차를 그 길로 돌려보내지 아니하 고집에다 두었느냐?
 
44
또 영호가 대학병원서 자동차를 몰아 시내로 들어오지 아니하고 다시 동소문 편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서거나 종묘 앞에서 그를 경 성 자동차 부까지 태워다 준 운전수가 나선다면 연극은 파탈이 나고 말것이다.
 
45
그러나 영호는 만일 그렇게 되는 날이면 모든 사실을 털어내놓고 되레 편하게 활동하겠다는 심산이 있으니까 태연무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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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오후 네시나 되어서 ×××경찰서로부터 놓여나왔다.
 
47
그는 그 길로 대학병원에 들리어 오복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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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보다 알아보게 기운이 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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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부와 쓰끼소이가 있기 때문에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하고 내일쯤 퇴원 하여 집에 나와 누웠으라는 말을 이른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50
영호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기 아버지가 그와 같이 죽고 경찰의 혐의조차 자기의 몸에 돌아가고 있는 이때에 그는 지금 어디서 무슨 고초를 겪고 있나 싶어 마음이 못견디게 비참하여졌다.
 
51
자동차를 가져다 줄까 생각하다가 또 쓸 일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그대로 집으로 몰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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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형사패의 키 큰 치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
 
53
── 강화로 시집을 갔다가 소박을 맞고 돌아왔는데 어디로 간지 모르고 그 집안도 행방을 모른다.
 
54
이것이 그의 보고다. 영호는 알아오라니까 모른다는 소식을 가져온 것이 우습고 싱거워서 더 자세 알아오라고 도로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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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다가 키 작은 치가 와서 보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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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로 시집을 갔다가 일 년 만에 남편이 버리고 달아났기 때문에 그도 남편을 좇아 외국으로 간 뒤에는 소식이 없고 집안은 어느 시골로 이사 했으며, 학교는 어느 학교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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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그래도 불충분하다고 역시 더 알아오라고 쫓아보냈다.
 
58
맨 나중에 주먹코가 주먹코를 벌름거리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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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보고는 키 작은 치와 비슷 같으나 그 가족이 내려갔다는 시골 이름을 알아낸 것이 유공하였다. ── 바로 여주읍인데 실상 이것이 원 고향이다.
 
60
"흥! ×비(×妃)가 난 곳에서 난 보람이 있군!"
 
61
영호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고 이어 물었다.
 
62
"학교는?"
 
63
"학교요? 대번 알어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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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주먹코는 한바탕 뽐낸다.
 
 
65
3
 
 
66
××여학교를 다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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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주먹코를 집에서 기다리게 하고 바로 ××여학교로 자동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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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면 더구나 좋다. 대학 동창 하나가 그곳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니까.──
 
69
시간을 파한 뒤라 교원들이 대부분 돌아갔으나 남아 있는 사람 가운데 영호가 찾는 K가 섞이어 있었다.
 
70
"여! 탐정님!"
 
71
"여! 학장샌님!"
 
72
응접실에서 기다리던 영호는 K와 손을 잡으며 서로 농을 섞어 인사를 하였다.
 
73
"손가락 사건에 분주할 줄 알었더니 고취(古臭)가 나는 학장샌님을 이렇게 찾어왔으니 대관절 무슨 무슨 바람이 불었나?"
 
74
K는 이렇게 허물없는 농을 건네면서 묻는 것이다.
 
75
"손가락 사건?…… 우리 같은 명탐정이 그까진 것쯤에 손을 대겠나?
 
76
그보담 더 스바라시이한 일이 있는데…… 좌우간 위선 이 학교의 십오 년전으로부터 그 이전 이삼 년 동안 졸업생 명부를 좀 보여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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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탐정다운 주문인데 …… 가만 있게."
 
78
K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교우회보 한 권을 가지고 돌아왔다.
 
79
십오 년 전이면 즉 이 학교 졸업생 회수로는 팔회 이전이다. 그러니까 그 곳부터 찾아보아야 한다.…… 이렇게 K는 설명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80
제팔회 졸업생의 부분을 찾아내어 가지고 영호는 손가락을 짚어가며 내려갔다. 그러나 서라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81
그 다음 칠회 …… 있다. 칠회에 가서 '서광옥’이라고 또렷이 씌어 있다.
 
82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확신할 수가 없다.
 
83
그는 K를 시키어 제칠회 졸업생 앨범을 가지고 오게 하였다.
 
84
그 앨범에 있는 서광옥이의 얼굴은 어젯밤 학희의 트렁크 속에서 나온 그 여자의 얼굴과 한 얼굴이다.
 
85
원적은 여주읍내요, 현주소는 경성 종로 ×정목 ×××번지로 되어 있다.
 
86
그러나 이것은 영호가 이미 조사한 나머지의 것이다.
 
87
"헌데……"
 
88
영호는 다 보고 나서 K에게 물었다.
 
89
"칠회 졸업생 가운데 그 동기동창들의 소식을 잘 아는 여자가 없을까?"
 
90
K는 칠회 졸업생을 죽 한번 훑어보더니 P라고 하는 여자를 짚었다.
 
91
"이 양반이면?…… 지금 이 학교에 있고, 또 동창회의 역원이니까 혹 알는지 모르지…… "
 
92
"지금 학교에 있나?"
 
93
"집으로 나갔어."
 
94
"집이 어데야?…… 아니 같이 좀 가세."
 
95
"남선생이 여선생집 찾어가는 건 금물이야."
 
96
"별 떫은 수작 다한다! 동경서 연애광으로 다니든 치가 이건 정말 학장 샌님이 됐구나?"
 
97
영호는 찝찝해하는 K를 데리고 P라는 여선생의 집을 찾아갔다.
 
98
P라는 여선생은 독신이 아니고 남편과 동거하기 때문에 방문하기가 되 레 좋았다.
 
99
그의 말을 들으면, 서광옥이는 졸업하던 그 이듬해 강화 사는 부자의 첩으로 되어 갔다. 후취인 것이 분명한데 그는 어떻게 들었는지 첩이라고 하였다.
 
100
그런데 원래 돈 많은 사람에게 돈을 바라고 첩으로 간 터라 간 지 일 년만에 갈리어 도로 서울로 올라왔다.
 
101
서울로 올라와서 잠깐 그림자를 보이는가 했더니 바로 종적이 사라져 버렸다. 전하는 말을 들으면 상해 등지로 갔다고 하나 확실한 징험은 없었다.
 
102
학교 시절에는 재주가 있고 활발하였으나 성적은 좋지 못하였지만 사람을 주무르는 데 수완이 있어서 그때 한 반의 생도들은 모두 그의 애인(동성연애)이요 부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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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선생이 배짱이 맞지 아니하면 무슨 짓을 해서든지 기어코 한번은 골탕을 먹이고라야 마는 성미였었다.
 
104
재학 시절부터 그때도 아직 흔치 아니하던 연애를 많이 하였었다. 원체 미인이고 해서 뒤따르는 사람도 많았거니와 골탕먹은 사람이 숱해 많았었다.
 
105
그런데 그렇게 종적이 없어진 그를 P는 얼마 전에 길에서 문득 만났다.
 
106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매 영호는 바짝 긴장이 되었다.
 
 
107
4
 
 
108
P라는 여선생이 서광옥이를 만난 것은 약 이 주일 전이었었다.
 
109
해가 거진 저물어가려고 하는 저녁땐데 종로 ××상회 앞 전차 정류장에서 전차를 기다리노라니까 저편 길 옆으로 웬 자동차 한 대가 머물러 서서 있고 그 안에는 눈이 부시게 양장한 미인이 타고 있었다.
 
110
처음에는 무심히 보았으나 어쩐지 낯이 익은 듯하여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하였다. 그러나 종시 누구였던지 생각이 나지 아니하였다.
 
111
조금 있다가 자동차는 서대문 편으로 떠나고 말았다.
 
112
P 여선생은 그 뒤에도 그 여자의 인상이 남아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졸업 앨범을 떠들어보다가 그가 서광옥이었던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113
그러나 확언할 수는 없는 것이, 서광옥이면 지금 나이가 적어도 서른 네댓은 되었을 것이다.
 
114
그런데 자동차를 탔던 그 양장한 미인은 비록 모습은 많이 같으나 나이는 기껏 해야 스물서넛밖에는 아니 되어 보였던 것이다. 여자가 옷을 잘 입고 화장을 잘 하면 좀 젊어는 보인다지만 십 년의 차이라는 것은 용이히 속 일수가 없는 것이다.
 
115
P여선생의 이야기는 대강 이러하였다.
 
116
영호는 치하를 한 뒤에 그 집을 나와 K를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117
집에서는 가형사패 중의 키 큰 치가 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118
그는 지천을 먹고 도로 쫓겨가서는 이번에는 강화로 시집간 그 여자의 아버지의 이름과 오랍동생의 이름을 알아가지고 왔다. ── 서순규와 서광식.
 
119
이어서 키 작은 치가 오기는 하였으나 별다른 보고거리도 없었다.
 
120
영호는 그들에게 막걸리값을 주어 돌려보낸 뒤에 대학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상준이더러 곧 돌아오라고 일렀다. 오복이는 그만하면 안심할 수가 있으니까. ── 영호가 아래층 식당에서 저녁상을 받고 앉았으니까 김서방이 그때야 부스스 일어나서 절름거리며 들어온다.
 
121
"놈들을 잡어 간을 씹는다는 사람이 왼종일 잠만 자나?"
 
122
영호는 농삼아 한 말이나 김서방에게는 가슴이 아프게 들린 것이다.
 
123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다.
 
124
"자네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말게 …… 괜히 경찰서에서 지금 자네를 잡으려고 드니까."
 
125
"왜요?"
 
126
"생각해보게 …… 자네하고 학희하고 영감님하고 서이서 집을 얻어 들었는데 영감님은 그렇게 죽고 자네들은 없으니까 아무라도 자네들을 의심 할것이 아닌가?"
 
127
"골통을 부서놓지요."
 
128
김서방다운 말이다. 영호는 웃으면서 어젯밤의 일을 조롱해 주었다.
 
129
김서방도 옆에 앉아 밥상을 받고 저녁을 먹는데 마침 석간신문이 배달 되었다.
 
130
신문들은 동소문 밖 살인사건으로 거의 사회면 전부를 채웠다.
 
131
그러고 문제의 손가락 사건과는 피해자가 엄지손가락이 한 개 없는 것으로 보아 일맥의 상통점이 있는 것이라는 의미의 기사도 실리었고, 의문의 양 장미인과 젊은이를 전력 수사한다는 것도 씌어 있다.
 
132
김서방에게 그 대목도 가리켜 주며 읽으라니까 한참 들여다보더니 원망스럽게 신문을 밀쳐버린다.
 
133
주인의 원수는 갚기커녕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 장히도 불쾌한 모양이다.
 
134
영호는 밥을 먹으면서도 신문을 굽어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무한히 궁리를 하였다.
 
135
필경 무엇인지 단행할 결심을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136
영호가 이러한 지 한 시간 후.
 
137
×××경찰서에서는 이상한 전화 하나를 받았다.
 
138
── 신문을 보니까 동소문 밖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피해자와 동행 하였다는 양장한 여자와 젊은 사나이를 찾는다니 거기 대해서 참고로 기별한다.
 
139
그 젊은 사나이는 계동 ××번지 ××호 백영호의 집에 있을 듯하다.
 
140
전화는 그뿐이다. 더 말을 물으려 하였으나 뚝 끊어버렸다.
 
141
그러자 낙원동 제일여관에서 자기 집에 이번 사건의 인물들이 한동안 유숙 해 있었다는 말을 하러 그 주인이 ×××서까지 출두하였다.
 
142
형사대는 즉각으로 영호의 집으로 파송이 되었다.
 
 
143
5
 
 
144
경찰서에서는 그야말로 혈안이 되었다.
 
145
사건의 단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146
오복이와 영호는 그들의 진술에 의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다.
 
147
조사한 결과 어젯밤 열한시 전에 웬 이상한 사나이를 동소문 밖 그 집으로 태워다 준 운전수를 발견하였다.
 
148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자동차부까지 찾아와서 태워다 달라는 대로 태워다주었을 뿐 아무것도 더 참고할 말이 나오지 아니하였다.
 
149
그러면 문제의 트럭은?
 
150
거기에 대해서도 운전수는 번호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151
방금 전 시내에 형사를 흐트려 화물자동차를 조사하는 중이나 그것이 얼마만한 효과를 낼는지 의문이다.
 
152
그러는 차에 문제의 밀고전화가 왔다.
 
153
대사건이 있으면 투서나 전화로 장난삼아 또는 다른 별다른 목적으로 그러한 것을 하는 일이 많은지라 전연 믿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좌우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154
그러면 이 밀고전화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155
그것은 영호더러 물으면 대번 '그 악당의 일파’라고 서슴지 아니하고 대답 할 터이다.
 
156
사실 그러하다.
 
157
그들은 어젯밤 옥인동 ×별장에서 영호와 김서방의 습격을 받았다.
 
158
그래서 영호가 그를 데리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159
그들은 물론 영호가 자동차와 한가지로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져 죽었지 않으면 크게 부상했으리라고 믿었었다.
 
160
그런 것이 몇 시간 후에 그 사나이를 데리고 ×별장 ── 이미 자리를 떠났고 뒷수습하던 한 명이 붙잡혔다 달아난 것이지만 ── 을 습격한 인물이 있어 궁금히 여기는 판인데 오늘 석간에 보고 부상한 것은 영호의 부하인 줄로 알았다.
 
161
이래서는 아니 되겠다고 생각한 그들은 경찰서에 밀고 전화를 한 것이다.
 
162
응당 밀고를 하겠으면 그들은 좀더 증거될 만한 재료를 제공했어야 할 것이다.
 
163
그러나 만일 너무 극단에 이르러 영호가 진짜 의심을 받고 취조를 당하는 날이면 그의 입으로부터 그동안의 사건 전부가 할 수 없이 진술될 것이요, 따라서 그것은 영호의 무죄가 성립되는 동시에 자기네에게 경찰의 손이 되레 미치게 될 것이다.
 
164
그러니까 다만 영호가 경찰의 주목만을 받아 활동력을 어느 정도까지 잃 도록만 하자는 것이다.
 
165
영호도 오늘 석간을 보고 응당 그 사나이 ── 김서방을 딴 데로 보내었을것이다. 그러니까 가택수사 같은 것을 해도 발견이 안될 것은 영호라는 인물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166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면 영호가 경찰에 감시받는 인물이 되며, 따라서 그동안과 같이 눈부신 활동은 하지 못할 것이다.
 
167
이러한 농간에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경찰서의 형사대 일행 다섯 명은 계동으로 닥쳐 올라왔다.
 
168
두 사람은 앞뒷문을 경계하고 세 사람이 현관으로 들어섰다.
 
169
상준이가 나왔다.
 
170
"주인 어데 갔소?"
 
171
"안 계십니다."
 
172
"언제 나갔어?"
 
173
"모릅니다."
 
174
상준이는 대학병원에서 오복이의 병간을 하다가 방금 돌아왔으므로 모른다고 대답할밖에 없는 것이다.
 
175
식모를 불러내었다.
 
176
"주인 어데 갔어?"
 
177
"어데 가신지 모릅니다."
 
178
"언제 나갔어?"
 
179
"한 시간도 못 되세요."
 
180
"둘이서 나갔지."
 
181
"둘이요?"
 
182
하고 식모는 이마를 찌푸렸다.
 
183
"아니요. 혼자 나가셨세요."
 
184
"그러면……"
 
185
하고 형사들은 척척 올라섰다.
 
186
가택수사를 해보려는 것이다.
 
187
그들은 상준이를 주인 대신 데리고 다니며 방방이 수사를 해보았다.
 
188
아래층의 세 방과 이층의 세 방과 부엌과 뒤채 전부를 찾아보았다.
 
189
그들이 만일 이 계동 관내를 맡은 ××경찰서에서 왔다면 묻지도 아니하고 지하실의 문을 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의 건축허가나 낙성검사를 아니한 ×××경찰서에서 왔기 때문에 지하실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190
"지하실은 없어?"
 
191
이렇게 그들은 따라다니는 상준이더러 물어보았다.
 
 
192
6
 
 
193
"없읍니다."
 
194
상준이는 눈도 깜박하지 아니하고 천연스럽게 대답을 한다.
 
195
"그러면 그 사람은 어데 갔나?"
 
196
형사는 눈을 무섭게 뜨고 식모더러 묻는 것이다.
 
197
"그 사람이라니요? 네 저 오복이요? 자동차 운전수? 그이야 병원에 있다는데요."
 
198
"자동차 운전수 말구 …… 어제 저녁에 온 사람 말이야."
 
199
"그러면 모릅니다. 어제 저녁에는 쥔 나리가 늦게 나가셨다가 혼차 돌아오시고 아무도 온 이가 없는걸요."
 
200
식모의 말대답은 식은죽 먹듯이 거침새가 없다.
 
201
"정말이야?"
 
202
형사는 또 한번 눈을 휘두른다.
 
203
"그럼 정말이 아니고요? 내가 무얼 안다고 거짓말을 해요!"
 
204
"그러면……"
 
205
하고 다른 형사가 묻는다.
 
206
"오늘 아침에도 아무도 오잖앴나?"
 
207
"없에요 …… 우리 집에는 쥔 나리하고 이 상준이 도령하고 나하고 셋뿐이고 운전수가 가끔 오긴 하지요만 그외에는 아무도 오잖어요."
 
208
"확실히 주인이 아까 혼자 나갔어?"
 
209
"네."
 
210
마침 영호가 돌아왔다. 그는 들어선 사람들을 보고 자못 놀라운 듯이 둘러본다.
 
211
그들은 긴말을 아니하고 영호와 동행하여 ×××경찰서로 갔다.
 
212
서장은 영호의 집을 수사한 것과 또 식모를 심문하였다는 보고를 듣고 나서 영호를 심문하였다.
 
213
그러나 영호는 부인을 하였다.
 
214
그러한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또 데려다 둔 일도 없다고.
 
215
그러면 오늘 저녁은?
 
216
오늘 저녁은 집에서 저녁을 먹고 그때가 여섯시 반이다 …… 일곱시까지 신문을 보고 바로 다마스끼집에 가서 다마를 치다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217
집에서는 형사들이 식모를 심문하고 있었다.
 
218
서장은 부하를 시켜 영호가 다마쓰끼집에 간 시간과 돌아온 시간을 물어보았다.
 
219
그곳에 당도한 것이 일곱시 오분이요 돌아간 것이 여덟시 반이라고 저편에서 대답을 하였다.
 
220
영호는 경찰서에서 나와 자동차를 몰아 올라오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싱그레 웃었다.
 
221
"이렇게 좌우 협공을 당해서야 원!…… 그러나 놈들도 꽤 영리는 한데…… 그렇지만 어데 보자!"
 
222
실상 영호가 집을 나간 것은 일곱점이었었다.
 
223
그는 김서방을 자동차 바닥에 뉘어 그 위에다 이불을 실어가지고 절친 한의사의 병원에다가 입원 시키었다.
 
224
병이야 다리를 조금 상한 것과 어젯밤 괴한에게 가슴을 차인 것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간호부나 다른 사람의 의심은 면할 수가 있고 의사는 영호가 절대 비밀이라는 당부에 OK라는 대답을 했고.
 
225
병원을 나와 다마스끼집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226
영호는 상준이에게 꽤 많은 돈과 비밀한 명령을 주어 밤차로 여주로 떠나 보냈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 그리고 돈이 더 필요하거든 전보를 쳐라.
 
227
문 밖에서 이렇게 겸쳐 당부를 하였다.
 
228
이튿날 아침 …… 영호가 가짜 소포 사건에 다들린 제사일째 되는 날이다.
 
229
불과 나흘 동안에 눈부시게 사건은 뒤를 이어 발생하였다.
 
230
영호는 중간에 실패는 있었을망정 그러나 그 실패는 완전한 실패가 아니 요한 고장이었고, 어쨌거나 사건의 진행과 한가지로 활약을 해왔던 것이다.
 
231
영호는 아직 일어나지 아니한 침대 속에서 오늘 할 일의 프로그램을 세우면서 조간신문을 집어들었다.
 
232
영호의 기다리는 것은 손가락 사건으로 일어나는 딴 무슨 반응이다. 그러나 어제 조간에도 석간에도 아무런 그런 것은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233
신문에 보도된 대로 하면 그 뒤에 경찰의 수사는 별로 진행이 되지 아니 한 것이다.── 밀고전화의 일건은 경찰서에서 발표를 아니했는지 게재되지 아니하였다.
 
234
죽 기사를 훑어보다가 한 군데 이르러서 영호의 시선은 딱 머물렀다.
 
235
그는 기사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원문】7. 좌우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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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4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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