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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마(艶魔) ◈
◇ 2. 이상한 손님 ◇
카탈로그   목차 (총 : 15권)     이전 2권 다음
1934.5.16~11
채만식
1
艶 魔[염마]
2
2. 이상한 손님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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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 일을 어떡허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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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연신 안절부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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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슨 일이세요 ? 돌아가신 영감님이 살어오셨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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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노인의 허둥대기만 하고 말을 못하는 것이 우스워서 슬쩍 농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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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백서방두! 영감이 살어왔으면 아이구 그놈의 영감이…… 아이구 그 놈의 영감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이야 ! 영감만 그렇게 일찍 아니 죽었으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다 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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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슨 일이여요 ? 돌아가신 영감님이 살어오신 것도 아니고…… 그러면 마나님이 옥동자를 해산하셨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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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망칙해라 ! 허기야 늙은이가 영감 없이두 옥동자는 말구 눈먼 딸년이라 두 하나 날 수 있다면 작히 좋겠수만…… 글쎄 백서방, 이것 좀 보구려! 내가 자식이 있수, 가까운 일가가 있수…… 답답하니깐 이렇게 찾어와 서 일 의논을 하는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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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구 말구요…… 무슨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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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이가 그저께 저녁에 나간 채 이내 소식이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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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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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있는 손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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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이가 밥값을 아니 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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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밥값을 한 달치를 선금 냈는데 보름밖에 아니 먹은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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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되려 잘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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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두 그래서 쓰나!…… 그런데 그이가 아무래두 무슨 변을 당 한 거만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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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누구야요 ? 그이라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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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비로소 안정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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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큰 사건을 앞에 놓고 대수롭잖은 일에 참견하기가 속으로 짜기는하였으나 할 수 없는 사정이라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가 없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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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인이 익선동에서 염집 하숙을 하고 있는 것은 영호가 그 집에 있었던 관계로 잘 아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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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보름 전에 노인의 집에 웬 점잖게 생긴 양복 입은 사람이 찾아와서 하숙할 방이 있는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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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아래로 두 개 있는 방은 다 손님이 들어 있고 행랑방과 건넌방이 비어있기 때문에 노인은 반겨 그를 두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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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사십 좀 넘어 보이고 가지고 오는 금침이나 짐으로 보아 별로 군색한 사람인 듯싶지는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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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은 독방에 이십 원을 받는데 그는 특별히 오 원씩 더 내겠다고 자청하고 선금 이십오 원을 이사해 오는 그 자리에서 치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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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밥을 싸짊어지고 다니면서 찾아도 구하기 어려운 고마운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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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반면에 좀 이상한 것을 하는 병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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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밥상은 으례 문앞에 가져다 놓게 하고 그것을 손수 들어 들여다가 먹지 결코 사람을 방 안에 들이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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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이 방에 남을 들이지도 아니할 뿐 아니라 밖에 다른 방 손님이 있다든지 혹은 누가 와서 있으면 결코 나오는 일이 없었다. 하는 일이라 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낮 출입은 꼭 한번 밖에 한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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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기침소리 하나 크게 내지 아니하고 조용히 들어앉아 여러 가지 가져오는 신문이나 보고 ──── 신문 보는 것도 누가 눈으로 본 것이 아니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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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서는 바깔이 어둑어둑해지면 가만히 문을 열고 방에 들여놓았던 구두를 들고 나와서 역시 소리없이 신고 밖으로 나갔다가 자정이 가까와 서 돌아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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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같은 것 한번도 온 적이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34
사람이 찾아오기는 고사하고 그는 주인에게 누가 혹시 찾아와서 찾더라고 없다고 따라시라는 부탁을 해두었다.
 
35
성명도 대어주지 아니하였다. 그러니까 주인에서는 그저 건넌방 손님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그런데 한가지 더우기 이상한 것은 그가 밤에 나갈 때마다 없던 수염이 수북이 나는 것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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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보면 위아래 턱과 볼이 말쑥한데 밤에 나갈 때면 아주 탐스러운 구레나룻이 수북이 난 것이 언뜻 몰라보게 의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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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돈을 그렇게 많이 내고 조용해서 좋기는 좋으나 어쩐지 좀 섬뜩한 생각이 들던 판인데 그가 온 지 한 일 주일 되어서 이상한 일이 생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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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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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냉수를 청하여 벌컥벌컥 들이마신 뒤에 다시 이야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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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이슥한 뒤에 돌아온 건넌방 손님은 방으로 들어가더니 무어라고 두 덜 거리며 다시 마루로 나와 주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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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이 나가 보니까 상을 무섭게 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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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방에 몰래 들어왔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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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금시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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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생트집인 것이, 그는 나갈 때면 앞문은 겉문을 닫아 안으로 걸고 샛문에는 커다란 자물쇠를 잠그기 때문에 아무도 들어가고 싶어야 들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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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다니, 쇠를 그렇게 잠그고 했는데 누가 들어갑니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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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이렇게 변명을 하였으나 그는 곧이듣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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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누가 분명 곁쇠질을 하고 들어왔어요…… 내가 나간 뒤에 잠잤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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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녁 먹고 나서 깜박 잠이 들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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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동안에 어느 놈이 곁쇠질을 하고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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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무엇 없어진 것이 있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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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것은 없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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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그러면 다행이지요. 나는 가슴이 성큼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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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 암만 그래도 못생겼다. 내가 그걸 함부로 두고 다닐까바 ?……"
 
54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그는 도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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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듣고 있던 영호는 갑자기 흥미가 바짝 났다.
 
56
그는 그 손님이라는 것이 해외에서 들어온 ×××계통의 인물로 그와 같이 은신을 하고 있다가 경찰서에 검거된 것이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57
그러나 그의 방에 몰래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둥, 또 그가 혼자 중얼거리더란 그 말이 필시 사상 관계와는 딴이로 그럼직한 비밀을 담뿍 가진 듯 싶었다. 그리하여 그는 마나님의 말허리를 잘라 물었다.
 
58
"지금 집에는 그 건넌방 손님하고 또 누구누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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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머 뜰아랫방에는 두 방에다 그전 있든 손님이고, 백서방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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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다니는 김주사허구 또 대학교 다니는 학생 허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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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이들은 나도 같이 있었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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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문간방에 온 지 한 열흘 되는 젊은이 하나가 있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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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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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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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하는 사람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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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시굴뜨기야…… 아주 반편스럽디 반편스럽게 생긴걸…… 뭐 서울 구경을 왔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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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아닌 서울 구경은 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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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반편이라지!…… 그나마 지금은 떠나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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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멫 살이나 되어 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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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 삼십 되었을까? 백서방보담 좀더 먹어 보이드구먼…… 사람이 반편스럽게 생겨서 나이도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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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어느 시골이라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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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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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찾어오는 사람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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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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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그저 방에 꾹 백혀 앉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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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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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경 왔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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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내가 왜 구경도 아니하느냐니깐 그 대답이 멋지지! 길에 나갔다가 집을 잃어버릴까 바 못 나간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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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가기는 언제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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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글쎄 바로 야단이 나든 날이야…… 그러니깐 건넌방에 누가 들어갔다고 두덜거리든 그그이튿날 저녁이로군…… 건넌방 손님을 그 뒤는 나가잖고 밤에나 낮에나 들백혀 있고…… 헌데 그 시골뜨기가 저녁을 먹고 나더니 갑자기 떠나겠다고 그리겠지…… 그래 내가 행랑방에 나가서 같이 밥값 회계를 했다우…… 밥값 회계를 하는데 이 원수가 어떻게 둔한지…… 한 시간은 더 싸웠을 거야. 그래 회계하다가 말고 저도 진력이 났든지 뒷간에 잠깐 다녀온다고 나가서 뒷간에서 캑캑하는 소리가 나드군……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불이야! 하고 안잠자기가 외치겠지요. 아이구 어떻게 놀랐던지! 그냥 버선 발로 뛰어나가니깐 마루로 연기가 하나 가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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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미친 듯이 불이야! 소리와 한가지로 날뛰면서 그래도 부엌으로 뛰어들어가 바가지에 물을 떠가지고 나와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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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잠자기 어멈은 처음에는 벌벌 떨고 서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겨우 주인 마나님의 본을 받아 바가지로 물을 퍼다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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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방에 들었던 시골뜨기는 변소에서 뛰어나와 괴춤을 잡은 채 엉거주춤하고 서서 어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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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아랫방 두 방에는 마침 다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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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소리에 이웃집에서와 지나가던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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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것은 마루에 연기만 그같이 가득차 있지 아무데서도 불길은 보이지 아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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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서두르는 동안에 연기가 헤어지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이 씻은듯이 깨끗해 졌다.
 
89
사람들은 마치 도깨비에게 홀린 듯이 멍하니 서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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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아니었고 이같이 무사하게 되매 비로소 정신을 차린 마나님은 건넌방 손님이 어디로 갔나 하고 둘러보았으나 아무데도 그는 보이지 아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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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가 하고 마루를 올라가서 건넌방 문을 열어보려고 막 문에 손을 대는데, 뒤 울안으로 난 마루의 판자문을 와락 열면서
 
92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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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버럭 지르고 나서는 것이 그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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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리에도 놀랐거니와 마나님이 더욱 놀란 것은 그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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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은 금시에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흉악하고 사납게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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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입때까지 그의 그와 같은 얼굴은 생각지도 못하였었다. 항용 보면 그다지 상냥한 얼굴은 아니라도 그렇게 무서운 얼굴도 아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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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질겁하여 잡았던 문끈을 놓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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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랍니다. 야단 통에 보이시잖길래 나는 웬일이신가 허구 그랬지요."
 
99
그는 비로소 얼굴을 ── 그 무섭게 생겼던 얼굴을 고쳐가지고 마루로 들어서며 자기가 그와 같이 군 것이 미안한 듯이 변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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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여요. 나도 놀래서…… 놀래서 겁결에…… 그런데 거 웬 연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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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지요. 거 웬 연기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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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놈이 장난을 한 게로군요."
 
103
"장난이요? 우리 집에 누구 장난할 사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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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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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코대답같이 하고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106
다행히 소방서나 경찰서에서도 이 헛불 소동을 몰랐기 때문에 그 뒤에 아무 말썽도 없었으나 이웃 사람들은 흉가집 이야기나 하는 듯이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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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뜨기는 더욱 얼이 나간 것처럼 그날 밤에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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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는 줄곧 아무 일도 없다가 그그저께 저녁에 필경 건넌방 손님이 종적이 없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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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뒤 한번인가 밤에 출입을 했고 이내 줄곧 들어앉아 있다가 그날 밤에 나갔는데 나갈 때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구레나룻을 버티고 나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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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늦게 갑자기 비가 오기 때문에 혹시 딴 데서 자고 아침에 돌아오는가 하였으나 아침에도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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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기다리고 어제도 기다리고 오늘 아침까지 기다려도 그는 돌아오지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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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딴 데로 떠났다면 나갈 때에 하다못해 손가방 한 개라도 들고 나갔을 터인데, 그냥 그저 일상 가지고 다니는 굵다란 단장 하나만 들고 나갔으니 딴 데로 떠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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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다 듣고 난 영호는 곰곰이 생각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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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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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한 손님이라는 사람은 자기의 의사로 돌아오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무슨 힘에 억류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116
그러면 그 힘이란?
 
117
만일 사상 관계나 또는 보통 사법 관계의 범죄인으로 경찰에 잡힌 것 이 라면 그새 벌써 사흘이나 되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경찰은 그의 유숙하던 곳을 알아가지도 가택수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나님의 말에 경찰서에서 누구가 왔다고는 아니한다.
 
118
가령 또 그가 사상 관계로 잡혔으나 무슨 서류를 발견당할까 봐서 유 하던 곳을 토하지 아니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맨처음 그의 방에 비밀히 누가 침입 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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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같이 생각을 하고 있던 영호는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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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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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좌우간 현장을 한번 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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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과 같이 그 집까지 가기로 말을 하고 침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 입고 나오는데 마침 오복이가 돌아왔다.
 
123
그는 시킨 대로 ××백화점의 변소에 그 가짜 소포를 버린 것, 그리고 조선인 여관조합의 일람표를 구해 가지고 온 것을 복도에 나와 영호에게 보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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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여관일람표를 받아 들고 죽 훑어본 뒤에 그것을 오복이에게 도로 내주며 말을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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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가지고 안국동, 수송동, 재동, 계동, 동관, 낙원동, 교동, 관훈동, 인사동 그리고 전동, 공평동, 청진동…… 이렇게 다니면서 여관마닥 이러 이러하게 생긴 여자와 풍신 좋게 생긴 한 오십 먹은 수염 좋은 노인이 유숙 하지 아니했나 알어보게…… 이렇게 다니면서 여관마닥. 중앙학교 뒷산으로 산보를 왔으니까 그것을 참고해서 말이야…… 알겠지? 가령 저편 적선동이나 그 근처에 머물렀다면 사직공원으로 갔지 중앙학교 뒷산으로 왔을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알어보되 여관 보이를 매수해 가지고 될 수 있으면 그 당자들이나 남이 눈치 채지 않도록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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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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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이는 영호가 도로 내어주는 여관일람표를 받아 포켓 속에 접어넣는다.
 
128
"선생님도 어데 가세요?"
 
129
"응, 나는 자네가 그것을 조사할 동안에 또 저 마나님댁에 조고만 사고가 생겼다니까 잠깐 다녀올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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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가는 것은요 ? 밤차에 가라고 그리셨지요?"
 
131
"응, 그건 어쩌면 가잖아도 관계찮겠지…… 자네는 그저 재주껏 그거나 조사 해내게."
 
132
집 문앞에서 오복이는 우선 계동 꼭대기에 있는 백제여관을 더듬어 볼양으로 위로 올라가고 영호는 오복이의 자동차에 마나님을 태워 손수 운전을 해가지고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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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측후소 골목으로 들어가 고팽이에 자동차를 세우고 마나님과 같이 영호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영호의 많이 다니던 골목이다.
 
134
마나님의 집은 건양사에서 지은 집이라 골목에 들어서면 집들이 모두 그 놈이 그놈인 것 같아 첨 다니는 사람은 구별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135
마나님네 집은 바깥대문을 들어서면 바른편이 바로 행랑방이다. 영호는 우선 그 방으로 들어갔다.
 
136
천정 한가운데 휴등 딱지가 붙은 먼지 앉은 전등이 매어 있고 방바닥에 먼지가 소복히 앉았을 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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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호는 사방 벽이며, 더우기 건넌방과 사이에 있는 벽을 바늘 찾듯이 세세히 살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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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경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
 
139
"이 방에 그 뒤에는 아무도 들어 있지 아니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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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내 비어 있었다우."
 
141
마나님은 영호의 하는 짓이 무언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을 한다.
 
142
"그 시골뜨기가 간 뒤에 쓸어냈어요?"
 
143
"그럼, 아주 말쑥하게 쓸어내고 털어내고 걸레질을 네 번이나 친걸."
 
144
"부지런도 하십니다!"
 
145
영호는 그 말이 안타까와서 한 것이었지만 마나님은 추어주는 줄 알고 도리어 좋아한다.
 
146
영호는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영호가 있을 때부터 있던 안잠자기가 집을 보고 있다가 반기어 인사를 한다.
 
147
집안은 건넌방을 물론 뜰아랫방도 임자들이 나갔기 때문에 겉문이 닫기어있다.
 
148
영호는 마루로 올라섰다. 마루로 난 건넌방 덧문에는 커다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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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요 ? 좀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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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옆에 섰는 마나님더러 물어보았다.
 
151
"열쇠가 있어야지?"
 
152
마나님은 열쇠 걱정을 먼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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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열쇠 없이도 열랴면 열 수는 있지만…… 어때요? 들어가 보아도 괜찮을까?"
 
154
"글쎄…… 감쪽같이 열었다가 감쪽같이 도루 잠거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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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자물쇠라도 그것쯤 열기에는 영호는 큰 힘은 들지아니 한다.
 
156
그는 가느다란 철사를 가지고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다가 손쉽게 자물쇠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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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임자가 그렇게도 기를 쓰고 남에게 아니 보이려든 방이 필경은 쉽사리 ── 더구나 영호에게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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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59
이상한 손님의 방…… 그의 행동이 기괴하던 것과 같이 절대로 남에게 보이지 아니하려고 하던 그의 방은, 그러나 그대도록 신통한 무엇이 없었다.
 
160
웃목으로 중길 되는 트렁크가 두 개 놓여 있다. 하나는 꽤 낡았고 하나는 새 놈인데, 그 만든 모양으로 보아 조선서 산 물건 같지는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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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는 호텔 라벨을 몇 장 붙였던 모양인데 그것을 뜯어내어 자국 만남아 있다.
 
162
트렁크 위에는 한편에 감장 손가방이 놓여 있고 한편에는 만든 수염과 조그마한 손가위와 거울과 빗과 포마드 같은 것이 놓여 있다. 거울은 좀 큰 놈과 또 명함지만한 작은 놈 두 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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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은 영호가 방에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그동안에 그 무서운 방 임자가 돌아오지나 않나 하고 자주 바깥을 내어다보았다.
 
164
영호는 트렁크 위에 놓인 작은 거울을 손끝으로 집어 들고 요리조리 마슬러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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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냉수 한 그릇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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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마나님을 잠깐 밖으로 내보냈다.
 
167
마나님이 나간 사이에 그는 방 구석에 있는 신문지 틈에 낀 상점 비라에 작은 거울을 싹서 조끼 포켓 속에 감추었다.
 
168
이부자리는 일본 것인데 아마 이 집으로 옮겨오면서 사가지고 왔는지 아주 새것이요 감은 메이셍이라는 일본비단이다.
 
169
착착 개켜놓은 이부자리 위에는 값나가는 담요가 한 개 놓여 있다. 역시 외국 물건이다.
 
170
벽에는 심동에 입는 수달피로 대고 안은 솜으로 누벼 넣은 외투가 하나 걸려 있다.
 
171
낡은 넥타이도 두어 개 걸리어 있다.
 
172
그 밖에는 아무것도 주의를 끄는 것이 없었다.
 
173
영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가방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봉함 엽서가 두 장 들어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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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트렁크를 열어보았다. 트렁크 속에는 두 곳에 다 사철에 입는 여러가지 양복과 내의 같은 것이 꽉 들어찼을 뿐 아무것도 다른 것은 보이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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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그 양복들을 일일이 집어 들고 안을 들추어 보았다. 혹시 성명이 새겨져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군데도 그러한 것은 없고, 또 포켓도 일일이 뒤져보았으나 종이조각이라고는 나오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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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밑의 트렁크 맨 밑창에는 큰 하도롱 봉투에 손이 베이질 듯한 십원 짜리 조선은행권이 오십 장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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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트렁크를 전대로 해놓고 일어섰다. 담배를 피우지 아니하는지 방안에는 재떨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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툇마루로 난 밀창에는 유리가 한 조각 붙어 있고 그 유리를 통하여 엷은 커튼이 치어 있는 것을 영호는 문득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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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는 밀창을 열었다. 걸어 잠근 덧문과 밀창 사이에는 여름에나 쓰는 하늘하늘한 커튼이 치어 있는 것이다. 커튼이면 아직 날이 추우니 하다못해 광 당목 같은 것을 썻을 것이요, 또 밀창 안에 쳤을 것인데 아무 방한(防寒) 도 되지 아니하는 것을 더구나 밀창과 겉문 사이에 쳐놓다니, 그것이 영호에게는 이 방에 들어와 본 가운데 제일 주의를 끄는 것이다.
 
180
"이건 누가 해서 친 겁니까?"
 
181
영호는 마나님더러 물어보았다.
 
182
"그이가 끊어다가 내가 갓을 해서 친 거라우…… 밀창을 오려내구 유리를 붙이더니 그날 저녁에 나가서 그 감을 끊어 왔어…… "
 
183
영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184
낮에는 겉문을 열어놓는데, 그러면 유리로 해서 방안이 굽어다보일 테니까 그것을 막느라고 그리한 것이다. 그 커튼이 방안에서는 바깥을 내어다볼 수가 있되 밖에서는 들여다보이지 아니하게 된 것이다.
 
185
영호는 무심코 커튼을 들춰보는데 왼편 ── 밖에서는 대문에서 들어오는 편 ── 에 한귀퉁이가 몽창 짤린 것을 발견하였다.
 
186
"이건 왜 이랬어요?"
 
187
마나님도 처음 보는 모양이다.
 
188
"글쎄…… 누가 그걸 그렇게 잘러냈을까? 내가 갓을 할 때는 그렇잖았는데…… "
 
189
"이 방 손님이 자르잖았어요?"
 
190
"아니…… 그이가 왜?"
 
191
미상불 그렇다. 방 임자가 그것을 잘라낼 일이 없는 것이다.
 
192
그렇다면 분명 누가 아무도 몰래 그것을 잘라간 것이다.
 
193
무슨 필요로?
 
194
영호는 생각함이 있는지 혼자서 고개를 여러 번 끄덕거렸다.
 
 
195
6
 
 
196
마나님에게 말할 나위도 없이 영호는 트렁크 위에 있는 손가위를 집어다가 커튼을 그 베어난 자국에서 다시 한 조각 베어 포켓 속에 집어넣었다.
 
197
이제는 이 방안에 더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과 같이 문을 닫고 잠그고 마루로 나왔다.
 
198
"머 좀 어떻게 알어보았우?"
 
199
마나님은 걱정스럽게 영호더러 묻는다.
 
200
"글쎄요…… 가만 계십시요. 인제 정말 좀 알어보아야 하겠읍니다…… 내가 알어볼 대로 알어보고 인제 또 오겠읍니다."
 
201
영호는 벌써 구두를 신고 대뜰에 나섰다.
 
202
"그런데 참, 이 근처에 빈 집 없어요?"
 
203
"빈 집?…… 글쎄…… 없지 아마."
 
204
"그러면 요새 새로 이사해온 집은?"
 
205
"응응, 있어 있어…… 아따 우리 집에서 저 앞으로 두 채 집 건너 그 집이 비었었는데 메칠 전에 사람이 들었다지…… "
 
206
"누가 들었는지 모르세요?"
 
207
"모르지…… 아마 식구가 단촐한지 짝 소리도 없드구먼."
 
208
"그래도 이사해 왔으니까 솥도 붙이고 도배도 하느라고 사람이 드나들었을 텐데…… "
 
209
"그건 몰라…… 저, 어멈?"
 
210
하고 마나님은 어멈에게 물어본다.
 
211
"저 담담집에 누가 이사해 왔다지?"
 
212
"저도 몰라요…… 밤에 이사를 왔는데 이사만 해왔지 당췌 살림을 하는것 같잖다구 이 앞집에서 그래요."
 
213
"이 앞집에 안잠재기 있소?"
 
214
영호가 물었보았다.
 
215
"네."
 
216
"좀 데려오구려?"
 
217
"데려오지요. 나허구 잘 아는데요."
 
218
조금 후에 앞집 안잠자기가 이 집 안잠자기를 따라왔다. 전에 영호가 이집에 있을 때 가끔 마을 와서 영호와 얼굴이 익은 노파다.
 
219
"안녕하시우?"
 
220
영호는 우선 이렇게 수작을 붙이었다.
 
221
"네 안녕하십니까 ? 오랜만에 오셨세요."
 
222
"네…… 그런데 내 좀 물어볼 말이 있는데…… 당신네 그 앞집 말이요, 언제 이사해 왔소?"
 
223
노파는 까막까막 생각 하다가 "한 댓새 되나봐요."
 
224
"응. 닷새…… 식구는?"
 
225
"사내양반이 ── 젊은이허구 노인허구 둘이고 젊은 아낙네허구 셋인가 봐요."
 
226
"누구 그 집에 가본 사람 없답디까?"
 
227
"없어요…… 이사를 해왔으면 솥도 걸고 도배도 하고 하느라고 동리서 드나들었을 텐데 통 그런 게 없어요. 물지게장수도 안 다니는데요."
 
228
영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229
"밤에 이사해 왔지요?"
 
230
"네…… 그런데 첨 메칠은 사람 소리도 들리고 하더니 요새는 낮이면 문에다 강아지만한 자물쇠를 잠거놓고 짝소리가 없어요,"
 
231
영호는 마나님과 작별하고 닷새 이사해 왔다는 집 앞으로 가보았다.
 
232
대문에는 앞집 노파의 말마따나 강아지만한 자물쇠가 채워 있다.
 
233
번지만 붙어 있고 문패도 없다.
 
234
집이 생김새는 마나님네 집과 조금도 틀림이 없다.
 
235
대문이 있고 대문 안에 바른편으로 행랑방이 있고 왼편으로 뜰아랫방이 두 개 있고 그리고 벌어진 대문 틈으로 굽어다보니 좁다란 마당 앞에 장독대가 있고.
 
236
영호는 곁쇠질을 하고라도 좀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안에 사람이 현재 없는것은 확실하지만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꺼리어 발길을 돌이켰다.
 
237
그는 그길로 그 집을 관리하는 사람을 알아가지고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238
"한 삼십 된 헙수룩한 사람이 이십오 원씩 석 달 선세를 내고 세로 얻었으나 그 밖에는 그의 가족이 어떠한지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239
영호는 그 사내의 인상을 일일이 물어보았으나 마나님네 집 행랑에 들었던 시골뜨기와는 같지도 아니하였다.
 
240
그는 할 수 없이 자동차를 몰아 집으로 올라갔다. 오복이는 아직 돌아오지아니하였다. 그는 마니 님네 집 건넌방에서 집어가지고 온 거울을 가지고 실험실로 들어갔다.
 
241
거기에는 아주 선명한 지문이 박혀 있다.
 
242
이 거울에 나타난 지문과 아까 소포에 싼 지문이 옆에 놓인 것을 무심히 집어 들고 비교해 보다가 영호는 갑자기 눈을 크게 홉떴다. 그는 급히 확대경으로 두 개의 지문을 자세히 비교하여 보았다.
 
 
243
7
 
 
244
가짜 소포 속에 들었던 손가락토막의 지문과 그 이상한 손님의 작은 거울에 남아 있는 지문, 그 두 개의 지문은 완전히 일치하였다.
 
245
이것은 즉 잘린 그 손가락이 이상한 손님의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246
영호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사실이다.
 
247
두 사건의 일치 ── 손가락토막을 싼 가짜 소포 사건과 마나님네 건넌방의 이상한 손님의 실종 사건의 일치 ── 이것은 영호에게 기쁜 발견일 것이다.
 
248
그러나 그는 우울하여졌다.
 
249
이 기괴한 범죄의 이면에는 그 여자가 가령 장본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큰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을 보는 것과 같이 명확한 사실이다.
 
250
영호는 머리를 우디고 앉아서 신음하듯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251
"그가! 그 여자가! 이 기괴한 범죄의 이면에 서서 있다니!"
 
252
영호는 자기가 홀로 그와 같이 연연히 생각하는 그 여자인지라, 차라리 이 사건에서 손을 떼어 그 여자의 무서운 정체가 폭로됨으로써 받는 타격을 피 할까…… 도 생각하여 보았다.
 
253
다만 언제까지든지 그의 환영을 가슴에 품고 연연히 그리워하면서 지내면 그것이 되레 마음 편할 듯하였다.
 
254
그러나 그것은 저 ── 가슴 속에 잠겨 있는 로맨틱한 생각이요, 일이 이처럼 되어갈수록 그 여자의 정체를 알아내 보겠다는 욕망은 한층 더 불타 올랐다.
 
255
영호는 오복이가 돌아오거든 기다리게 하라고 서생 상준이에게 부탁을 하여 두고 다시 집을 뛰어나섰다.
 
256
문앞에 놓아둔 자동차를 몰고 갈까 하였으나 그대로 걸어내려갔다.
 
257
영호가 마나님네 집 건넌방의 커튼 한귀퉁이가 잘려 없어진 것을 보고 첩경 생각한 것은 '방의 트릭’이라는 것이었었다.
 
258
즉 그 이상한 손님을 꾀어들이기 위하여 문간이 같은 집을 구하고 또 방도 그가 거처하고 있는 것과 같이 외양을 꾸미자면 우선 문에 치어 있는 커튼을 장만하여야 할 것이다.
 
259
그래서 그와 꼭같은 감을 얻으려고 누가 몰래 들어와서 한귀퉁이를 잘라 간것이다.
 
260
그러나 그것은 저편이 미처 생각을 못한 것이다.
 
261
이상한 손님이 밖에 나갈 때면 반드시 겉문을 닫아 걸므로 거튼 같은 것은 있으나 없으나 문제가 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262
말하자면 커튼을 한 조각 훔치고 그것을 견본삼아 꼭 같은 감을 끊으려고 애를 쓰기는 하였으나 가령 그것을 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헛수고 이었을것이다.
 
263
집은 물론 마나님네 집에서 두 채 집 건너 있는 그 집일시 분명할 것이니 저녁에 조용히 가서 다시 한번 조사해 보기로 하고 영호는 우선 아까 잘라 넣은 커튼 조각을 가지고 포목점을 뒤져 볼 양으로 나선 것이다.
 
264
그 커튼감을 구해다가 그들이 유리하게 썼거나 아니 썼거나 그것은 관계 없고 다만 구하러 다니던 사람을 알아내자는 것이다.
 
265
영호는 저동으로 내려가면서 ××××상회, ××백화점, ××상회, ××× 상회를 다 들러 물어보고 또 그러한 감을 찾던 사람이 있더냐고 물어보았으나 다 실패를 하고 ×상회에 당도하였다.
 
266
×상회의 점원은 영호가 보이는 커튼 조각을 받아들고
 
267
"조곰 남었었는데 다 나갔읍니다."
 
268
하며 자못 이상하다는 듯이 영호를 훑어본다. 영호는 되었구나 속으로 생각 하였다.
 
269
"많이들 끊어갑니까?"
 
270
"별로 많이는 끊어가지 않지만 며칠 전에도 어느 여자 손님이 와서 마지막 남은 커텐 한 감을 가져가셨읍니다."
 
271
"여자 손님이요?"
 
272
영호는 어느 정도까지 기대한 말이 아닌 것도 아니나 무의식중에 이렇게 반문을 하였다.
 
273
점원은 더욱 유심히 영호를 바라보다가 우선 태도를 보드랍게 고쳐가지고…… 아마 형사로 알았던 모양이다.
 
274
"네, 여자 손님입니다."
 
275
"어떻게 생겼어요?"
 
276
영호는 점원이 자기를 형사로 여기는 눈치를 알고 그것을 이용하여 바로 대고 물어보았다.
 
 
277
8
 
 
278
점원은 기억을 더듬느라고 고개를 쳐들고 눈을 까막까막하는 것을 영호가 말을 시작하였다.
 
279
"새까만 털외투를 입고 양장을 하잖었읍니까 ?…… 감장 모자를 쓰고… "
 
280
"네 네."
 
281
점원은 비로소 생각이 나서 대답을 하는 것이다.
 
282
"옳습니다. 그러고 키가 호리호리하고요."
 
283
"그러고 얼골이 갸롬하고…… "
 
284
"네 옳습니다. 그러고 썩 잘났어요. 그래서 돌아간 뒤에 우리끼리 이야기까지 했읍니다."
 
285
점원은 좀 계면쩍은 듯이 싱긋 웃는다.
 
286
인제는 더 물어볼 나위도 없이 그 여자인 것이 분명하다.
 
287
영호는 ×상회를 나오면서 오복이가 돌아왔나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아직 돌아오지 아니하였다고 상준이가 대답을 한다.
 
288
때는 벌써 오후 두시나 되었다. 영호는 오복이가 가짜 소포를 버린 것 이 어찌 되었나 궁금도 하여 좀 살펴볼 겸 점심도 먹으려고 ××백화점으로 향 하였다.
 
289
××백화점에 들어가서 우선 변소를 모조리 뒤져보았으나 아무데도 보이지 아니하는 것이 벌써 누구 점원이 가져간 모양이다.
 
290
그렇게 생각하다가 영호는 아차! 하고 자기의 실책을 뉘우쳤다.
 
291
다행히 점원이 집어간다면 내일이나 모레쯤 경찰의 손으로 들어가겠지만, 그렇잖고 어느 손님이 변소에 들어왔다가 집어간다면 집어간 그 사람도 재앙 이 려니와 문제의 손가락 한 토막은 쓰레기통 신세를 지지 않으면 영영 표면에 나오지 못하고 말 것이다.
 
292
그렇다면 그것이 사건의 진전에 지장이 될 것은 물론이다.
 
293
초조한 생각에 점원을 붙잡고 물어라도 보고 싶으나 그러다가 괜히 말썽이나 되면 아니 되겠다고 참고, 다만 속으로 '연애와 탐정은 동시에 할 것 이 못 된다’ 고 탄식을 하였다.
 
294
사실 영호가 그 여자에게 대한 연연한 생각 그것이 아니었으면 훨씬 더 냉정하게 일을 했을 것이요, 따라서 그렇게 허둥지둥하지도 아니하였을 것이다.
 
295
좌우간 손님이 누가 그것을 집어가지 아니하고 다행히 점원이 간수 하였다가 임자를 못 찾아 경찰서로 가게 되기를 운에 맡겨 기다리리라고 단념하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296
영호는 점심을 먹으면서 이후의 작전계획을 세웠다.
 
297
무엇보다도 그들이 들어 있는 곳을 찾아내어야 할 것인데 혹시 일가나 친척의 집에 있지 아니하는 이상 여관 외에는 더 갈 곳이 없을 것이다.
 
298
더구나 그들 일행이 추리컨대 노인과 그 여자와 마나님네 행랑방에서 유숙 했다는 그 시골뜨기 같다는 사나이와 또 셋집을 얻으려 왔더라는 헙 수룩 하게 생겼다는 사나이까지 합하면 넷이나 될 것이니, 아무리 하여도 어느 여관에 묵고 있기가 십상팔구일 것이다. 익선동에 세로 얻어 든 그 집에는 그들이 거처하지 아니하는 것이 분명한 것은 솥도 걸지 아니하고 물도 받지아니 한다는 것으로 보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299
사실 그 집은 이상한 손님을 유인하겠다는 목적을 도달하였으니 벌써 비어내던진지도 모르는 것이다.
 
300
그들이 서울서 떠나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손가락 사건이 신문에 보도 되고 그 때문에 그들이 예기하는 사건의 진전을 따라 세운 활동을 개시 하려고 벼르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이다.
 
301
그러니까 우선 전력을 다하여 북촌에서 찾지 못하면 남촌의 일 본 여관까지라도 샅샅이 뒤지어 그들의 있는 곳을 알아낼 것, 그리고 저녁에는 익선동의 그 집을 한번 습격해 볼 것. 이렇게 계획을 세우면서 영호는 점심을 마치고 천천히 집으로 올라갔다.
 
302
그는 길에서 오고가는 사람을 남녀노소 물론하고 일일이 주의하여 보았다.
 
303
행여 그중에 문제의 남녀 네 사람의 하나라도 눈에 띄지나 아니할까 하고.
 
304
──
 
305
상당히 시간이 걸리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곧 돌아왔으면 하는 오복인가 과연 일찍 돌아와 기다리고 있다.
 
306
"어쨌나?"
 
307
오복이의 눈치가 전연 실패를 하고 온 것 같지는 아니하였다.
 
308
"알었읍니다. 알기는 알었는데…… "
 
309
"응, 알기는 알었는데……?"
 
310
영호는 성급히 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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