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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마(艶魔) ◈
◇ 10. 함정 ◇
카탈로그   목차 (총 : 15권)     이전 10권 다음
1934.5.16~11
채만식
1
艶 魔[염마]
2
10. 함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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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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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허철이 들어와 앉는 것을 보기가 무섭게 향초는 딴 손님을 떼치고 쫓아왔다.
 
5
"숫덴 나하츠."
 
6
어디서 배웠는지 이렇게 귀떨어진 독일말로 인사를 하며 그 옆에 가 앉는다.
 
7
언제 보나 어설픈 허철의 얼굴도 향초의 보조개가 움푹 파이는 웃는 낯을 보면 알연히 화기가 떠돈다.
 
8
"아버지 좀 어떠세요?"
 
9
허철은 그의 부친이 요즈음 병이 나서 그래 그 시중을 하노라고 향초에게 이야기 하였던 것이다. 그는 최근의 사단 이외에는 가정의 이야기를 거의 다 향초에게 까바치었다.
 
10
원래 남녀가 만나 이야기할 때에 자기의 비밀을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이 옳게 반한 사람이니까.──
 
11
허철은 위스키를 섞은 홋트레몬을, 향초는 칼피스를 각기 한잔씩 앞에 놓고 앉았다.
 
12
"참 당신은 친구도 없우?"
 
13
무얼 생각했는지 향초가 마시던 칼피스잔을 내려놓으며 묻는다.
 
14
"친구?…… 없기는 왜?"
 
15
"있긴 멀 있어…… 늘 봐야 혼자 와서 혼자 오도카니 앉었다 가는걸!"
 
16
허철은 웃었다. 사실 같이 술잔이라도 먹을 친구가 몇은 없는 것이 아니나 생각하면 향초를 눈독들인 뒤로는 친구를 별로 만난 적이 없다.
 
17
"이렇게 우리 둘이만 '심미리’하게 노는 것도 좋지만 그래두 가끔 양념으로 동무를 데리고 와서 놀기도 해야지."
 
18
"그러면 지금이라도 한 뭇 가량 붙잡어올까?"
 
19
"아이구! 그래선 무얼 하게."
 
20
향초는 일부러 놀라는 듯이 눈을 홉뜬다. 허철에게는 그것이 어떻게나 예쁜지 볼때기를 도닥도닥 해주고 싶었다.
 
21
"그저 하나나 둘이면 좋지."
 
22
"그러면 좀 불러올까?"
 
23
"응."
 
24
"어떤 사람이 좋아? 나처럼 소설쟁이?"
 
25
"싫어! 부게끼나 가오해가지고…… 그러고 술 먹으면 주정하고…… "
 
26
"허허 허허, 그럼 나버틈 미역국이로군?"
 
27
"당신은 빼놓고…… 그렇지만 당신도 좀 호가라까해져야 해요…… 인전 봄도 오고 그랬으니깐."
 
28
"호가라까해질 수가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소만."
 
29
허철은 우연히 턱을 어루만지며 한숨 끝에 다시 묻는다.
 
30
"그건 그렇고…… 그러면 회사원을 하나 데려올까?"
 
31
"못써…… 술을 먹어도 집에서 기다리는 마누라를 생각하고 위스키잔 수를 주판알로 알고 먹는걸…… "
 
32
"그러면…… "
 
33
하고 허철은 생각하였다. 같은 문사 축이나 회사원이 아니면 학교 교원인데, 그것은 향초가 더욱 싫어할 것이고…… 영호? 되었다.
 
34
"탐정을 하나 데려올까?"
 
35
"탐정?"
 
36
향초는 이상스럽게 눈에 광채가 빛난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던 듯이.
 
37
"응."
 
38
"좋아 좋아…… 내 그 탐정이란 어떻게 생긴 사람들인지 좀 구경할 테야?"
 
39
"탐정이래야 그저 사람이지 별다른 것 있나!…… 그런데 말이야, 그이가 오더래도 내가 탐정이라고 가르쳐 준 눈치를 뵈여서는 안돼요 응? 그저 시치미를 뚝 떼고 그냥 내 친구로만 아는 체해요."
 
40
영호가 옆에서 듣는다면 귀퉁이를 한번 쥐어질러 줄 소리다.
 
41
계집에게 반하여 이것 저것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을 시골 속담에 ' 소에게 물린 놈’이라고 한다.
 
42
허철이가 정히 그 꼴이다.
 
43
좌우간 그런 것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그는 영호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44
일이 공교하게 되느라고 영호는 영호대로 머리가 혼란한데다가 분이 복받쳐 어쩔 줄을 모르는 판이요, 더구나 당장은 무엇 일에 손댈 것도 없는지라 허 철의 부르는 대로 서슴잖고 뛰어나오게 된 것이다.
 
45
영호가 빠 뻐커스에 자동차를 몰고 왔을 때는 아직 초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은 몇 패 없고 한편 구석에 가 허철과 향초가 붙어앉아 오손도손 종알 거리 던 판이다.
 
46
그는 허철과 이곳에서 만나기는 처음이요, 또 전에 향초를 보지 못 했으므로 그 둘 사이가 가까와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직껏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47
그러나 셋이서 마주 앉아 몇마디 이야기하는 동안에 영호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눈치 채고도 남았다.
 
 
4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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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라고 허철이가 영호를 소개하니까, 그렇게 가까운 친구를 두 고도 인제 겨우 소개를 하느냐고 향초는 짐짓 암상을 부린다.
 
50
위스키를 병째 가져다 놓고 영호와 허철은 통음을 하였다.
 
51
두 사람이 모두 술이 얼근하게 취하였다. 허철은 얼근의 도가 넘치어 폭 신 취하 였다.
 
52
그도 그럴 것이 본시 주량이 적지 아니한데다가 몸이 건강한 영호와 대작 하였으니 더 취할밖에 없는 것이다.
 
53
"영호, 영호, 나 나, 이 인제, 이 우리, 햐, 향초허구 겨 결혼할 테야."
 
54
허철은 갠소롬한 눈으로 향초를 바라본다. 혀가 꼬부라져 말이 말을 아니 듣는다.
 
55
"어쩌면! 인제 평생에 호강을 한번 해보나보다!"
 
56
향초는 영호의 앞인지라 그 말을 달갑게 받기가 무엇한지 되레 비꼬아 넘긴다.
 
57
"호 호강? 그 그렇지…… 우리 영호는 둘러리서고…… 응? 영호?"
 
58
"아무렴…… 결혼만 하게…… 둘러리는 내가 그림자까지 둘이라도 설테니…… "
 
59
"그 그래…… 영호가 자 장가갈 때는 나허구, 햐 향초하고 두두 둘러리 서고…… "
 
60
"그렇지만 나는 색시가 있어야 장가를 가잖나? 설마하니 그림을 놓고 결혼이야 하겠나?"
 
61
"새 색시?…… 여 여기, 햐 향초."
 
62
"아이구 망칙해라."
 
63
"허허허허."
 
64
이와같이 뼈도 없고 가시도 없는 잡담을 지껄이며 자정까지 술을 먹었다.
 
65
영호는 크나큰 대사건을 목전에 두고 유유자적하게 술을 먹기는 하나 한편으로 속이 쓰이는 데가 있어 술맛이 달지가 아니하였다.
 
66
향초의 청으로 드라이브를 하려 세 사람이 뻐커스에서 영호의 차에 올라탔다.
 
67
한 시간 가량 차를 달리고 나서 향초를 그의 거처하는 ×××아파트의 문 앞에 내려놓아 주었다.
 
68
허철은 비틀거리며 내려서서 향초와 악수를 한다.
 
69
"참, 나 내일이고 모레고 당신하고 저 백선생님하고 우리 집으로 초대 할테야."
 
70
향초가 이렇게 제의를 한다.
 
71
"초 초대? 어, 좋지."
 
72
"네 백선생님, 제가 초하대면 오시지요?"
 
73
"오고말고요."
 
74
영호는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75
"나, 그러면 내일이고 모레고 전화 걸께 꼭 오세요."
 
76
"꼭 오랄 게 아니라 꼭 전화를 걸으시요."
 
77
향초를 작별하고 영호와 허철은 다시 딴 곳으로 빠를 찾아갔다.
 
78
한시가 지났으므로 대개는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홍차 한잔에 제법 티룸기분을 내는 곳이 있었다.
 
79
영호는 그만 돌아가고 싶었으나 허철이가 더 먹겠다고 졸랐던 것이다.
 
80
집에서 부친의 신변을 살피고 하란 말을 지키지 아니한다고 나무라나 이미 곤 주가 된 허철에게는 그것이 마이동풍이다.
 
81
영호가 허철을 그의 집에 실어다 주고 계동 집으로 돌아온 것은 세시가 지나서다.
 
82
그동안 집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83
이튿날 조간·석간은 역시 이번 사건으로 번화했으나 경찰의 수사는 별로 진전이 되어 보이지 아니하였다.
 
84
예에 의하여 신문은 경찰을 공격하였다.
 
85
조선의 경찰이 사상 취체에만 전력을 들여 왔기 때문에 일단 이러한 형사상 중대사건이 폭발되면 그 무능함이 백일지하에 폭로가 된다고.──
 
86
영호는 온종일 무료하게 지냈다.
 
87
상준이는 아직 돌아올 날이 멀었고 주먹코 일행이 그나마 무슨 단서를 얻어내었으면 좋겠는데 역시 소식이 없다.── 원래 큰 기대를 둔 것은 아니었지만.
 
88
석간신문을 다 둘러보고 저녁을 마친 뒤에 김서방을 숨겨둔 병원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89
아직은 별 이상이 없다.
 
90
여덟시쯤 해서 향초에게 전화가 왔다.
 
91
아주 구면같이 전화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92
3
 
 
93
"그런데요……"
 
94
하고 향초는 요건을 말한다. 얼굴도 얌전하거니와 전화 목소리도 예쁘다고 영호는 생각하였다.
 
95
"저, 어제 저녁에 선생님하고 허하고 초대한다고 그랬지요? 그런데 오늘 제가 마침 틈이 있어요. 그래서 허한테 기별했더니 곧 오겠다고 그랬으니까 선생님도 와주세요."
 
96
"네 고맙소. 갈 텐데 무어나 좀 흠씬 장만했소?"
 
97
영호는 농을 건넸다.
 
98
"아이구 아무것도 못했어요. 갑자기 한 시간 전에야 오늘로 작정 했으니 무얼 장만합니까? 저녁진지나 대접할렸더니, 지금 머 저녁은 다 잡수셨을테고…… 그러니 그냥 오셔서 노시다가 밤참이나 잡수셔요."
 
99
영호는 곧 가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100
그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오복이에게 문단속을 잘하라고 일렀다.
 
101
부엌문과 현관문만 닫아 걸면 용이히 집 안에 들어오기가 어렵고, 또 이 층에서 층계의 뚜껑을 닫고 복도에서 도장으로 내려가는 층계의 문만 닫아놓 으면 더구나 이층에는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복이는 이층을 단속 하자니 불가불 응접실에 올라와 소파의 신세를 지게 되었다.
 
102
영호가 ×××아파트로 향초를 찾아갔을 때에는 여덟시 반이 지났었다.
 
103
곧 온다던 허철은 아직 아니 왔다.
 
104
"허군 웬일이요?"
 
105
영호는 우선 들어서면서 허철을 찾았다. 허철이 없으면 이 초대는 무의미하고 곧 혐의쩍은 것인 때문이다.
 
106
"글쎄, 곧 온다고 그랬는데…… 인제 곧 오겠지요."
 
107
영호는 머뭇머뭇하다가 할 수 없이 향초가 권하는 대로 아랫목 자리에 앉았다.
 
108
간반짜리 조선방인데 도배를 새하얗게 하였다.
 
109
웃목에는 트렁크가 큰 놈 하나 작은 놈 하나, 그 옆에 가 경대 한 개, 그리고 금침. 이것이 도통 향초의 세간이다.
 
110
벽에는 얼룩덜룩한 옷과 때도 묻은 세수 적삼이 걸리어 있다.
 
111
"자취하오?"
 
112
영호는 권하는 홍차를 집어들면서 물어보았다. 허철이가 올 동안 아무 이야기나 하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113
"네…… 뒤꼍에 마루가 있는데 판장으로 둘러싸 가지고 그것이 부엌이랍니다."
 
114
"요기는 무엇이 들었소?"
 
115
영호는 무심코 등 뒤의 다락문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때 영호는 보지 못 하였으나 향초의 기색이 잠깐 변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곧 천연스럽게
 
116
"텅 뷔었지요."
 
117
"그럼 애인을 숨기기 좋겠군."
 
118
"망칙해라…… 애인을 누구한테 숨겨요!"
 
119
"엔 아더 리베."
 
120
"아이 헤븐트."
 
121
"애인은 많을수록 좋다우."
 
122
"글쎄 그렇게도 해보았으면 하는데 어데 그렇게 많이 생겨야 말이지요."
 
123
"그까짓 애인쯤…… 만들려 들면 하로에 열 뭇이라도 못 만들어내요?"
 
124
"아이고 참…… 백선생님 점잖으신 줄 알았더니 입이 퍽두 걸으셔…… "
 
125
향초는 발딱 일어서 부엌에 있다는 뒷문을 열고 나가더니 준비해 두었던지 과실 쟁반을 가지고 들어온다.
 
126
그는 얌전스럽게 과일을 벗겨 영호를 권한다.
 
127
비록 소유권등기가 되었고 또 빠의 여자일망정 노상 사내들끼리만 모여 모험으로 긴장되고 거친 생활을 하는 영호에게는 이렇게나마 이성과 대하여 잠시 노는 것이 결코 유쾌치 아니한 것이 아니다. 학희가 생각이 나서 속이 싱숭 거리 기는 하지만.──
 
128
과실을 먹고 나서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몇 분만 지났다.
 
129
깜박 잊고 이야기하며 과실을 먹는 동안에 허철은 그래도 오지 아니한 것이다.
 
130
"이이가 웬일이야! 퍽도 실없네."
 
131
향초는 미안한 듯이 없는 허철을 푸념한다.
 
132
그때 문간에서 발짝 소리가 들리었다.
 
133
그러나 그것은 향초의 방 앞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
 
134
영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니까 향초가 한사코 붙잡아 앉히는 것이다. 제발 열시까지만 더 기다려서 아니 오거든 그때는 가라고 절절히 만류를 한다.
 
135
영호가 뿌리치지 못하여 도로 앉는 것을 보고 그는 혹시 뻐커스에 들르 기나 했나 전화를 걸어보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136
4
 
 
137
전화를 걸고 들어오는 향초의 얼굴에는 초조해하는 빛이 보인다. 그것 이허 철이 오지 아니하는 때문으로 여기는 영호는 되레 미안하여 화제를 돌리었다.
 
138
"고향은 대관절 어데요?"
 
139
"고향은 서울이랍니다."
 
140
"그런데 아파트 생활을 해요?"
 
141
"그러믄요…… 아무도 없으니까…… 그리고 상해에서 온 지 한 달도 다 못되는걸요."
 
142
영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상해의 캬바레 같은 데서 굴던 여자 거니 생각하고
 
143
"상해서 자랐소?"
 
144
"아니요…… 한 일 년 전에 갔지요."
 
145
"부모는?"
 
146
"어머니하고 오빠만 지금 상해 있어요."
 
147
"조선은 무엇하러 나왔소?"
 
148
"고국이 그리워서 나왔는데, 아이구 못견대겠어요…… 여비나 장만 하면 도루 가야지."
 
149
향초는 추연해서 이야기를 하나 그는 점점 더 안절부절하고 이상스럽게 당황 해 한다. 일 분 만에 한번씩 시계를 본다.
 
150
"가긴 왜 가요? 그대로 있지…… 좋잖소? 허군 같은 애인이 다 생기고…… "
 
151
"흥! 말로 애인이지. 가령 제가 그이를 사랑한들 빠에서 만난 계집인데 남의 집 귀공자가 그것을 알어주며, 알어준들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152
"그럴 리가 있나!"
 
153
하면서도 영호는 네가 옳게 생각하는구나 했다.
 
154
시계바늘이 아홉시 반을 바로 가리키자 향초는 일어서면서 몇번이나 주저 하던 끝에
 
155
"선생님, 위스키 한잔 잡수세요."
 
156
하고는 뒷문을 열고 나간다.
 
157
조금 있다가 쟁반에 위스키 한잔과 레몬을 한잔씩 놓아가지고 들어온다.
 
158
"킹 오브 킹인데 한잔 잡수세요."
 
159
하고 위스키잔을 집어 권한다.
 
160
영호는 위스키잔을 받아들었다.
 
161
"여보, 그렇게 존 놈이거든 병째 가져오구려…… 잔도 더 가지고."
 
162
하고 웃었다.
 
163
"아이 그렇게 하세요."
 
164
향초는 되 일어서서 나갔다.
 
165
영호는 옆을 보았다. 반씩도 먹지 아니한 홍차잔이 그대로 놓여 있다. 영호는 위스키잔에 혀끝을 대어보다가 어느결에 먹었는지, 또 무슨 필요인지 빈 잔을 얼핏 홍차잔에 두어 번 씻어서 손에 들고 있다.
 
166
향초가 위스키병을 들고 들어오며 영호의 낯꽃을 샅샅이 살피는 얼굴은 몹시 해쓱하고 손이 가볍게 떨린다.
 
167
"킹 오브 킹은 조선서 얻어먹기 어려워…… 오랜만에 먹으니 맛이 그럴듯한 걸…… 자 여기 한잔 더 부어주."
 
168
영호는 잔을 내어민다. 향초의 손에 든 병에서 꼴꼴꼴 소리가 나며 노란 술이 남실남실 부어진다.
 
169
영호는 잔을 그대로 내려놓고 이번에는 병을 받아 향초가 또 한 개 가져다놓은 잔에다 한잔을 붓는다.
 
170
"자, 나 혼자만 먹어서 되나! 한잔 같이 듭시다그려."
 
171
영호는 모르고 자기가 먹던 잔을 들어 향초를 주었다.
 
172
그러니까 향초가 다른 잔을 얼핏 집어 들며
 
173
"이게 내 잔이야."
 
174
하고 그대로 입으로 가지고 간다.
 
175
"아! 그렇든가!…… 자, 프로진트?"
 
176
영호가 마시면서 술잔 너머로 보니 향초의 손끝은 가볍게 떨리나 그대로 쭉 들이킨다. 영호도 들이키었다.
 
177
"여보! 향초."
 
178
영호는 또 한잔 위스키를 받아들고 돌연히 취한 듯이 말을 하는 것이다.
 
179
"상해 가지 말구려…… 우리 이렇게 놀으니 좋잖소?"
 
180
"좋긴 좋지만 그래도…… "
 
181
이렇게 향초가 대답은 하나 그의 정신은 어디 가 있는지 인제는 거의 십초 만에 한번씩 시계를 내려다본다.
 
182
"좋긴 좋지만 어때?"
 
183
"좋긴 좋지만 그래도 상해만 못해요."
 
184
"왜?"
 
185
"머리도 그렇고 또 인심도 사나워서…… "
 
186
"허따, 저 웬걸 시계를 저렇게 자꾸만 보나! 인제는 허군은 아니 왔으니 그냥 놉시다그려…… 대관절 멫시요?"
 
187
"삼십삼분……"
 
188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호가 들었던 위스키잔을 놓치고 양손으로 허공을 움키면서
 
189
"어 어 어."
 
190
하고 마치 경풍 난 사람같이 헤매다가 그대로 방바닥에 콱 엎드러진다.
 
191
엎드러진 영호의 몸뚱이에서는 경련이 일어나 뒤틀린다.
 
 
192
5
 
 
193
영호가 이와 같이 썩은 나무토막같이 딩굴어 넘어지는 것을 보는 향초의 이마에서는 땀이 배어오른다. 그의 전신은 사시나무같이 떨린다. 얼굴은 백랍같이 해쓱해지고 입술에는 검은 피가 맺혔다.
 
194
그는 와들와들 떨리는 손으로 다락문을 똑똑 두드린다.
 
195
조금 있다가 다락문이 열리며 그다지 출 수 없이 생긴 사나이가 둘이 눈 방울을 휘두르며 나온다.
 
 
196
뒤엣사람은 손에 큼직한 좁쌀 부대와 동바를 들었다.
 
197
영호는 그때 경련도 지나가고 완전히 쭉 뻗은 채 엎드러져 있다.
 
198
앞서 나온 사나이가 발끝으로 영호의 엉덩이 근처를 툭 걷어차며 혀를 끌끌 찬다.
 
199
"흥! 이 자식 똑똑한 체하고 덤벼싸더니, 쌍통 묘하다!"
 
200
"지금쯤 염라대왕이 조서를 받겠네."
 
201
뒤에 나오던 사나이가 한마디 거든다.
 
202
그러나 이 말에 향초는 눈을 휘둥그래가지고 영호의 시체를 내려다본다.
 
203
"아니 여보, 몽혼을 시켜서 데려간다드니 죽였어?"
 
204
"그래 죽였지…… 네가 죽였어."
 
205
앞서 나온 사나이가 이렇게 빈정거린다. 이 말에 향초의 눈은 확 벌어지고해 쓱 하던 얼굴은 새파랗게 사색이 질린다.
 
206
"내가 죽인 게 무어야! 나는 몽혼약이라길래 그런 줄만 알고 멕였지!"
 
207
"흥!…… 괜히 착한 체 말고, 옜다 이거 가지고 너는 상핸지 막덕인지 간다면서 어서 삼십육계 줄행랑이나 놓아라."
 
208
그는 지폐뭉치를 향초의 앞에 내던진다. 향초는 그것을 집으려고도 아니하고 발을 동동 구른다.
 
209
"글쎄 이 일을 어째! 사람을 속여서 사람을 저렇게 죽이게 했으니 이 일을 어째!"
 
210
"너더러 어쩌라니? 너는 인제 할 일 다 했으니 어서 짐이나 참겨…… 괜히 우물우물하다가는 교수대가 앞으로 걸어온다."
 
211
그 사나이는 눈을 불량스럽게 뜨고 향초를 꾸짖는다. 그러나 향초는 그것을 무서워하지도 아니한다.
 
212
"글쎄, 내가 이이허구 무슨 원수가 졌다고 저렇게 죽여! 나는 몰라, 나는 몰라. 나는 지금 경찰서에 가서 자수할 테야."
 
213
"머 어째?"
 
214
하고 앞서 나온 사나이는 달려들어 향초의 손목을 움켜쥔다.
 
215
"이년아, 가서 자수할 테거든 해봐!"
 
216
"자수했자 네게만 죄가 돌아온다…… 다소곳하고 어서 달아나거라."
 
217
벌써 좁쌀 부대 속에다 영호의 시체를 밀어넣고 있던 뒤에 나온 사나이가말을 한다.
 
218
"우리가 너더러 죽이라고 시킨 증거가 있니?…… 괜히 자발스럽게 굴다가는 큰코 다친다."
 
219
이 말에 향초는 아무 대답이 없이 눈을 내리깔고 섰다가 한숨을 푸 내어 쉬더니 방바닥에 굴러져 있는 돈을 집어들었다.
 
220
"천 원 준다더니 이게 얼마요?"
 
221
"백 원이다."
 
222
"머? 겨우 백 원이야?"
 
223
"그거나마 고맙다고 해라…… 그래도 우리 수령아씨가 인심이 좋아서 주신 거다. 한푼도 안 주기로니 네가 어데 가서 송사를 하겠니?"
 
224
향초는 어깨를 축 처뜨리고 웃목으로 가서 손재게 짐을 챙기었다.
 
225
그동안에 두 사나이는 영호의 시체를 좁쌀 부대에 넣어 아가리를 처 매고다시 향초의 이불에다 뚤뚤 말아놓는다.
 
226
그들은 얼굴의 근육 하나 까딱하지 아니하고 마치 이사짐 챙기는 사람이 이불 보통이 한 개쯤 짐꾸리듯 심상히 하고 있다.
 
227
향초가 짐을 다 챙기었다.
 
228
그는 작은 트렁크를 들고 나서서 한 사나이는 큰 트렁크를, 그리고 또한 사나이는 영호의 시체를 뚤뚤 만 향초의 이불을 어깨에 메고 나섰다.
 
229
누가 보나 이사하는 짐으로밖에는 의심할 사람도 없거니와 마침 드나드는 사람도 없다.
 
230
향초는 사무실에 저녁때 미리서 잠시 시골 갔다 오겠노라는 말을 해둔 터라 역시 의심을 받지 아니하였다.
 
231
장교에서 기다리는 화물차에 트렁크 두 개와 이불같이 보이는 시체를 실었다.
 
232
향초는 다른 자동차로 정거장으로 나갔다.
 
233
경성역에서 화물차는 잠깐 머물러 향초의 두 개 트렁크만 내려놓고 그대로 용산 쪽으로 향하여 달리었다.
 
 
234
6
 
 
235
안동현을 향하여 떠나는 차는 십오분을 앞에 남기었다.
 
236
출찰구에서 차표를 사가지고 나선 향초는 그대로 서서 망설인다.
 
237
그는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무거운 트렁크를 집어들고 삼등대합실로 들어갔다.
 
238
개찰구에는 장사진을 치고 사람의 떼가 몰려나간다.
 
239
그는 일어서서 정거장 밖을 향하여 몇 걸음 걸어가다가는 또다시 돌이켜 온다.
 
240
그러다가 결심을 한 듯이 안내계에 가서 전화를 빌린다.
 
241
빠 뻐커스의 전화통에서 허철의 취한 목소리가 들린다.
 
242
"기다리셨지요?"
 
243
"기다린 게 다 무어야…… 사람이 눈이 빠질 지경인데…… 어데 있소?"
 
244
"나 저, 저, 어데 좀 급히 가는데…… "
 
245
"머 어째?"
 
246
깡총 뛰는 소리다. 초저녁부터 입때껏 기다리다가 겨우 전화가 온 게 또 갑자기 어디를 간다니 놀랄밖에 없는 것이다.
 
247
"어데 좀 가는데…… 저, 가서 편지 하지요."
 
248
"아니 그럼 먼 데 가나?"
 
249
"응 아니…… 인제 편지 보면 알아요…… 그런데 저, 저, 좀 부탁이 있는데요."
 
250
"응 무어야?…… 웬만하면 만나서 이야기하고…… 또 영호랑 초대도 하고 모레쯤 가지."
 
251
향초는 그만 가슴이 뜨끔하고 눈앞이 아찔해진다.
 
252
"아! 이 죄를 어떻게 하나!"
 
253
하는 탄식이 소리없이 흘러져 나왔다.
 
254
"아니야! 아니야! 급해서 안돼요…… 인제 편지하지요."
 
255
향초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영호가 다만 '죽었다’고만이라도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256
그러나 그는 머리가 혼란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결단이 서지를 아니하였다.
 
257
삼 분을 남겨놓고 그는 그대로 플랫폼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 허 철의 아버지에게서 돈을 빼앗아다가 그 돈을 미끼로 영호를 죽이게 한 그 돈 백원을 품에 넣고.
 
258
이편은 영호의 시체를 실은 악당의 화물차.
 
259
방금 사람을 죽이어 그 시체를 싣고 파출소 앞도 지나고 순사가 가는 옆도 지나고 사람들이 들끓는 경성역의 광장에 머물기도 하면서, 그러나 아무 거리 낌도 없이 제 목적한 대로 용산으로 향하여 갔다.
 
260
제일인도교를 지나 왼편 언덕을 내려 모래사장으로 달린다. 남이 보기에는 모래를 실러 온 화물차다.
 
261
강가에다 바싹 대고 헤드라이트를 죽인다.
 
262
두 사나이가 이불을 벗겨버리고 좁쌀 부대의 시체를 떠메고 물가로 간다.
 
263
미리 구해놓았던지 보트 한 척이 기다리고 있다.
 
264
"자식 경치게 무겁기도 하다!"
 
265
"무거워도 인제는 제가 별수 있나!"
 
266
"놈이 무겁기는 한 놈이야!"
 
267
"수령아씨도 혀를 썰썰 내 두르시데…… "
 
268
"그러고 저러고 간에 인제는 다 그만이다."
 
269
"인제는 일이 거진 되여가는 모양이지?"
 
270
"그럼…… 이 녀석만 아니었으면 발써 다 성공해 가지고 지금쯤 우리도 돈 만 원씩이나 얻어가지고 응 척…… 응 그럴 텐데 이 망할 자식이 그렇게 방해를 놓고 다녀서…… "
 
271
"한 만 원씩 주실까?"
 
272
"주고말고…… 그런데 인제는 고놈의 계집애만 입을 빠개면 된다는데 그 년이 도무지 입을 봉하고 있으니까…… "
 
273
"소용에 쓰고 나서 나 주었으면 좋겠더라."
 
274
"흥, 발써 다 예약이 됐다네."
 
275
"그렇겠지…… 우리 같은 놈한테 그런 미인이 차례가 돌아올라구!"
 
276
이렇게 주고받고 이야기하며 시체를 보트에 실었다.
 
277
한 사나이가 보트에 올라탔다.
 
278
"다녀오게."
 
279
"응…… 그런데 이거 혼자는 힘들겠는걸…… "
 
280
"멀…… "
 
281
어둡 기는 하나 수면으로 보트가 미끄러져 가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282
찰싹찰싹 보트는 소리도 크게 내지 아니하고 저어간다.
 
283
한 십 분 동안 저어가다가 그는 노를 꽂아놓고 위선 담배를 한대 붙여 문다.
 
284
보트는 강 한가운데 중류에 떴다.
 
285
담배를 붙여 문 그 사나이는 보트에 실어두었던 줄을 집어든다. 줄에는 추가 달리었다.
 
286
"네가 그렇게 나대다가 필경 고기밥이 될 줄은 너도 몰랐으리라."
 
287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추가 달린 줄로 시체를 담은 좁쌀 부대에 비 끄러 맨다.
 
 
288
7
 
 
289
보트의 그 사나이가 막 시체 담은 좁쌀 부대에 추 달린 줄을 비 끄러 매려 할 때에 갑자기 빡 하는 둔한 소리와 한가지로 부대가 좍 벌어진다.
 
290
시체가 살아난 것이다. 그들의 수령의 말이, 그 약을 다 먹이면 제아무리 장사라도 삼 분 안에 즉사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보아라. 시체는 부대를 찢고 유유히 나오지 아니하느냐!
 
291
그 사나이는 그러나 그런 졸가리 있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292
무서운 백영호…… 그가 다시 살아난 건 귀신이건 좌우간 보트 안에서 이렇게 만났으니 그저 혼비백산이다.
 
293
"억!"
 
294
소리와 한가지로 그는 물로 뛰어들어갔다.
 
295
"허허허허…… 못생긴 놈!"
 
296
영호는 부대를 헤치고 나오며 이렇게 유쾌하게 웃는다.
 
297
물소리를 들었는지 화물차에서 헤드라이트가 좍 비쳐온다. 무심코 휙 돌아보니 눈부신 불이 쏘아오고 있다.
 
298
그 불빛에 영호를 알아보고 화물차는 그대로 대가리를 돌려 뺑소니를 친다.
 
299
수면에서는 저편으로 헤엄쳐 가는 대가리가 보인다.
 
300
영호는 보트로 쫓으려고도 아니하고 되레 이편 사장을 향하여 빨리 노를 저었다.
 
301
그는 그까짓 부하 한 놈쯤 잡았자 신통할 것도 없고 또 데리고 가서 그들의 소굴을 캐어내는 데나 쓰겠는데, 그러나 인목이 번다한 곳에서 공공 연하게 포로를 붙들어갈 수도 없고 한데, 그보다도 그에게는 향초가 필요한 판이다.
 
302
"배라먹을 년! 돈은 허철이더러 달래도 줄 것인데…… "
 
303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보트에서 내려 모래사장을 달리었다.
 
304
영호가 살아난 것?
 
305
그거야 별로 신통할 것도 없다. 그는 살아난 것이 아니라 죽지 아니한 것이다.
 
306
향초가 한사코 붙잡는 데 벌써 그는 의념이 들었다. 어쨌거나 무슨 연극을 꾸미느라고 생각했다.
 
307
위스키를 가져오는데 단 한잔 가져온 것이 둘째로 의심스러웠다.
 
308
위스키를 병째로 가져오라고 내보낸 뒤에 혀끝을 대어보고는 재털이에 쏟았다. 그리고 홍차잔에다 씻어버렸다.
 
309
향초가, 이게 내 잔이야 하는 데는 먼저 잔에 독약이 든 것이 마침내 사실 임을 증명하였다.
 
310
요 계집이 무슨 연극을 꾸미나 보겠다고 이편도 연극을 했다. 죽는 체 한 것이다.
 
311
그랬더니 의외에도 큼직하게 서광옥의 부하가 다락에서 뛰어나왔다. 영호는 그 당장에 일어나 그들을 처치했겠지만, 그는 돌이켜 생각했다. 즉 그들이 시체 아닌 시체를 그들의 소굴로 가져갈 줄 영호는 생각했던 것이다.
 
312
부하만 잡았자 소용이 없다. 정작 서광옥이와 같이 잡아야지.
 
313
그러나 거기에 영호의 오산(誤算)이 있었던 것이다.
 
314
보트에 태울 때까지도 영호는 그것을 몰랐다. 보트에 태워가지고 강 건너 어느 곳으로 가져가느니라 생각한 것이다.
 
315
그러다가 '고기밥’이란 말에 그는 비로소 이거 수장(水葬)을 하는구나!
 
316
깨닫고 뛰어 일어선 것이다. 부대 속에 넣을 때에 다행히 몸을 뒤지지 아니 했기 때문에 늘 준비해 가지고 다니던 잘 드는 칼로 부대를 박 찢고 나온것이다.
 
317
악당은 죽었는지 아니 죽었는지 한번 더 조사해 보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실패를 하고 영호는 오산을 하였기 때문에 실패를 하고, 두 연극이 다 실패에 돌아갔다.
 
318
영호는 전차길로 나왔다.
 
319
향초가 행여 떠나지 아니했으면 일루의 희망이 있는 것이다. 즉 그의 입을 통하여 악당의 소굴을 알아낼 수가 있을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320
아까 그들과 이야기하던 말로 미루어 본시부터의 그 일파도 아니요, 임시로 교사(敎唆)를 받은 것이다. 받되 살인을 승낙한 것이 아니라 마취제 먹이 기를 승낙한 것이다.
 
321
따라서 그렇게 나쁜 여자는 아니다. 되레 선량한 구석이 있는 좋은 여자다. 잘 길들이면 쓸모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영호는 우선 급한 대로 전차에 뛰어올라 용산까지 와서 택시를 잡아탔다.
 
322
아까 그와 같이 주저했으니까 역시 떠나지 아니하고 정거장에서 망설이고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또 경찰서로 자수를 하러 갔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안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영호의 마음은 조급하였다.
 
 
323
8
 
 
324
안동현 기차가 떠난 지는 벌써 십 분이나 지났다.
 
325
영호는 우선 삼등대합실을 둘러본 뒤에 일이등대합실로 들어섰다.
 
326
있다! 한편 구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무엇을 생각하는 게 틀림없는 향초다.
 
327
영호는 가만가만 걸어가 그 앞에 우뚝 섰다.
 
328
무심코 고개를 쳐들던 향초는 '악!’ 놀란 소리를 치며 엉거주춤 일어선다. 그의 얼굴에는 극도의 공포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329
몸은 사시나무같이 떨린다. 싱그레 웃고 섰는 영호가 그에게는 귀신으로밖에는 보이지 아니한 것이다.
 
330
"살었어."
 
331
목소리 보드랍게 말하는 영호의 이 한마디에 향초의 얼굴에서는 공포의 빛 대신 기쁨이 확 피어오르며 그대로 일어서서 영호의 품에 몸을 내던지었다.
 
332
그리고 영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흑흑 느껴 운다.
 
333
남이야 보건 말건 무얼 상관하랴! 보았자 애인끼리 무슨 사단이 있는 줄쯤 알고 구경이나 하겠지.
 
334
영호는 향초가 안기는 대로 그러안고 등을 다독다독하여 주었다.
 
335
영호의 마음은 무한히 기뻤다. 무엇이?
 
336
다른 것이 아니다. 향초의 마음이 지극히 고움을 안 때문이다.
 
337
만일 향초가 마음이 그와 같이 곱지 못하다면 그는 놀라는 다음 순간 영호가 살아 있다는 말을 듣고 '벌(罰)’을 생각하여 더욱 무서워했을 것이다.
 
338
그것이 세상 사람의 항용 마음자리다.
 
339
그러나 향초는 영호가 살았다는 말을 듣고 무엇보다도 반가와 ── 반가 움이 넘쳐 남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의 품에 안기어 울고 있는 것이다.
 
340
그러면(그럴 리도 없지만 혹시) 영호를 사랑하는 때문에 그가 죽지 아니 한 것을 반가와하는가?
 
341
그러나 언제 영호에게 정이 갈 기회도 없으려니와 그에 대하여서는 나중에 영호에게 한 말로 미루어도 정이 들지 아니한 것을 알 수가 있게 된다.
 
342
그러니까 다만 그저 다만 자기가 잘못 꼬임에 빠져 죽인 줄 알았던 그 사람이 살아왔다는 것이 반갑고 기뻤던 것이다.
 
343
영호는 맑은 가을하늘 한 장만 떠도는 흰구름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향초를 데리고 일단 ×××아파트 앞까지 가서 그곳에 내버렸던 그의 자동차를 몰아 계동으로 올라왔다.
 
344
그동안까지 향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 아무 말도 묻지도 않고 하지도 아니하였다.
 
345
마침 경찰서의 미하리도 없고 또 서광옥이의 부하가 망보는 기색도 없어 안전하게 향초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346
이층 응접실에서 영호는 향초와 마주 대하여 앉았다. 비로소 보니 그의 손에는 일단 펀치로 찍은 차표가 쥐어진 채 있는 것이다. 플랫폼까지 나갔다가 도로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347
"왜 안 가고 도루 나왔소?"
 
348
영호는 될 수 있는 대로 보드랍게 물었다. 향초는 머뭇머뭇하다가 겨우 대답을 한다.
 
349
"경찰서로 자수하러 갈려구 그랬어요."
 
350
"여보 향초?"
 
351
하고 한참만에 영호는 다시 말을 하였다.
 
352
"험한 데로 많이 돌아다니든 당신이 어쩌면 맘이 그다지 곱소?"
 
353
맘이 곱다니 조롱하는 말로 알아들었는지 향초는 더욱 고개를 숙인다.
 
354
"아니야, 조롱이 아니라 진정으로 하는 말이요…… 응?"
 
355
"돈에 욕기가 나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년이 맘이 고와요?"
 
356
향초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아니한 채 조그만 소리로 대답을 한다.
 
357
"아니 당신의 마음은 그 허물을 씻고도 남을 만큼 곱소. 돈에 가령 한때 욕심이 났다더래도 그것은 큰 허물이 아니요. 모든 것을 모르고 한 일이니까…… 아무 염려 마오. 이 일을 나는 절대 비밀을 지켜 입밖에 내지 아니 할 테니…… "
 
358
향초는 비로소 고개를 조금 들었다.
 
359
"그러면 저를 용서하세요?"
 
360
"용서 여부가 없소. 허물치 아니하는데 용서가 어데 있겠소. 다만 한가지 사무적으로 들어볼 게 있소…… 대관절 향초를 그렇게 꼬인 사람이 애초 에누구며 어데 가서 만났소?"
 
361
영호에게는 지금 당면하여서 무엇보다도 간한 일이다. 향초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큰일이 좌우가 되는 것이다.
 
 
362
9
 
 
363
향초의 대답은 영호를 실망케 하였다.
 
364
향초의 그동안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365
향초가 상해로부터 돌아온 것은 지금부터 한 달 전이요, 그가 신 문 광고를 보고 뻐커스에 찾아가 채용된 것이 삼 주일 전이다.
 
366
뻐커스에 새로 채용된 지 며칠 아니 되어 웬 대학생 하나가 왔었고 그는 그 이튿날 향초의 아파트를 찾아왔다.
 
367
그는 여러 가지 그럴 듯한 말로 둘러대어 가지고 뻐커스의 바닥손님인 허 철의 일동일정과 그 가정 소식을 알아내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 보수로 한 달에 삼십 원씩 주겠다고 하며.──
 
368
향초는 그것이 범죄에 관계된 것인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어쩐지 맘이 내키지 아니하였다.
 
369
그리하는 동안에 그는 허철과 되레 친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학생이 가끔 찾아와 부탁한 것을 묻지만 향초는 사실대로 대어주지 아니하고 어물어물 해 넘기는 때가 있었다.
 
370
그러자 바로 그저께 밤 늦게 그 학생이 찾아와서 이번 사건을 부탁하였다.
 
371
그것은 그 학생의 누이 하나가 있는데 허철과 아주 절친한 백영호라는 탐정과 전에 연애관계가 있었다.
 
372
한데 백영호는 우연한 일에 오해를 하고 손을 끊자 자기 누이는 그만 병이 들어 누웠다. 병은 매우 중한데 최후의 소원이 백영호와 한번 만나 시 원스 레 이야기라도 했으면 하는 것인데 백영호는 그 청도 들어주지 아니한다.
 
373
그러니 불가불 강제로라도 잡아가자면 향초의 힘을 빌어 몽혼약을 먹여가지고 떠메어가는 것이 가장 묘책이다. 만일 일이 여의하게 성공이 되면 돈천 원을 줄 테니 돌아간다는 상해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374
향초는 그만 것이면 맘에 거리끼거나 어려울 것이 없겠으므로 승낙하였다.
 
375
그래서 구체적 실행 방법이며 모든 것을 그 학생은 가르쳐 주었다. 몽혼약이라는 흰 가루약도 가져다 주었다.
 
376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영호는 잠잠히 생각하다가 물었다.
 
377
"학생의 인상은?"
 
378
"키는 선생님만하고 선생님처럼 어깨통이 떡 벌어져 힘차게 생겼고 얼굴은 갸롬하며 표정이 또렷또렷하고 그리고 눈이 광채가 영롱하고."
 
379
매우 자세하게 이야기는 하나 그것만 가지고는 별로 재료가 되지 아니 한다. 그러나 인상으로 미루어 그가 서광옥이의 오랍동생이라는 서광 식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안국동우편국에서 속달을 부치던 그요, 허준이를 찾아가 교섭을 하던 그다.
 
380
좌우간 그 이야기는 그만 해두고 인제는 향초의 처치다.
 
381
허철에게 정말 중매를 붙여주고 싶으나 두 사람의 진정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또 허철의 부친 허준이가 반대를 할 것이고……
 
382
"허 군을 사랑하오?"
 
383
영호는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향초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아니한다.
 
384
"주저할 것 무엇 있소? 어데 진심대로 이야기를 해보구려."
 
385
향초는 숫색시가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영호의 재촉에 겨우 대답을 한다.
 
386
"이렇게 험한 데서 구는 여자가 누구한테 맘이 있은들 섬뻑 정을 주겠 읍니까?…… 우리 같은 여자는 그야말로 노류장화로 누구나 장난삼어 꺾어 보려 드는데 진정도 모르고 섬뻑 그랬다가…… "
 
387
"그러면 지금까지 허군을 사귄 것이 전연 가면이란 말이지?"
 
388
"노상히 그렇지도 않어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안되겠다 하면서 질질 끌려 들어간 것이 지금 생각 하면…… "
 
389
"그러면 지금과 같은 환경만 아니면 맘을 턱 놓고 그 감정을 길러나갈 수가 있겠구만?"
 
390
"글쎄요…… 그렇지만 저는 이번에 선생님한테 큰 은혜를 입었으니까 선생님만 허락하신다면 한평생 선생님 옆에서 시중이나 들어 드리고…… "
 
391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향초의 귀때기는 새빨갛게 붉어오른다.
 
392
"허허허허."
 
393
영호는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유쾌하게 웃었다.
 
394
"그래…… 그러고 내가 만일 결혼을 하자면 OK하겠단 말이지? 응 그렇소?"
 
395
영호는 향초에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다가묻는다.
 
 
396
10
 
 
397
영호의 재삼 재우쳐 묻는 말에 향초는 겨우
 
398
"그거야 어데 바랄 수 있나요."
 
399
하고 만다.
 
400
"왜?…… 내가 왕후장상이요? 그렇잖고 남보담 무어 특별한 게 있소?"
 
401
"그건 그렇지만, 저는 그늘에서 살어오는 사람인데…… "
 
402
"내가 그런 것을 모다 초월한다면?"
 
403
"저는 몰라요."
 
404
여자가 대답을 못할 일에 다들리면 평상시는 모른다고 하고 악에 받쳤을 때는 날 죽여라…… 하고 외치는 게 상례다.
 
405
향초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OK를 의미하는 것이다.
 
406
"그러면 한마디만 더…… "
 
407
하고 영호는 다시 묻는다.
 
408
"이게 좀 말이 노골적으로 들어가는데…… 그러나 무어 거리낄 것 있소…… 대답하오…… 향초가 내게 은혜를 입었다는 의리감(義理感)으로 그러는 것이지 내게 무슨 정이 있어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409
만일 향초가 영호를 사랑하고 있다면 아까 정거장에서 영호의 살아온 것을 보고 반겨하며 운 것이 영호의 추측대로 단순히 마음이 착해서가 아니라 애인을 다시 만났다는 그 기쁨이겠으므로 영호의 향초에 대한 호감은 환멸의 비애를 느끼게 될 것이다.
 
410
향초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겁하지 않고 대답을 한다.
 
411
"그거야 언제 그럴 겨를이 있었어야지요?…… 그러고 진정이란 것은 어데 그렇게 두 군데 세 군데로 갈릴 수가 있나요?"
 
412
영호는 무거운 짐을 벗어논 것같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학희의 환영이 그의 가슴 속을 통차지하고 있는 이때에 만일 향초의 감정이 그 속을 비 집고 들어온다면 그것은 영호에게 있어서 여간 마음이 무거운 일이 아니다.
 
413
그러고 또 한가지 향초의 심성이 착하다는 관찰이 어그러지지 아니한 것까지 해서 영호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가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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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는 향초에게 설명을 하였다.
 
415
연애 지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지만 의리와 애정은 딴 물건이다. 의리라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애정을 무시할 때도 있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416
향초가 조그마한 영호에게의 의리로 해서 허철에게 향해진 애정을 짓 밟으려는 것은 한 센티멘탈에 불과한 것이다.
 
417
그런데 하물며 허철은 영호의 가까운 친구다. 조그마한 의리를 미끼로 친구의 애인을 빼앗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의리 부동한 짓이다.
 
418
설명을 하고 나서 영호는 몇가지 다시 주의를 시키었다.
 
419
다른 데로 가지 말고 당분간 영호의 집에 있을 것, 또 허철은 물론이요 누구에게든지 눈 띄우지 아니하도록 될 수 있으면 방안에 들어 있을 것, 이번 사건은 아무에게도 절대로 입밖에 내지 말 것.──
 
420
향초는 허철과도 만나지 말라는 것이 좀 이상하였으나 그대로 전부 승낙 하였다.
 
421
아래층 식당방을 치우고 향초를 거처하게 하기로 하였다.
 
422
식모는 이제 주부(主婦)가 생겼나 하여 눈이 휘둥그래지고, 오복이는 학 희에 대한 것을 아는지라 입을 뛰 내어밀고 즐겨하지 아니한다.
 
423
영호는 향초를 데리고 아래층까지 내려가 치워놓은 식당방을 안내하여 주었다.
 
424
"큰 방에 혼자 거처하긴 허전허전하겠지만."
 
425
이렇게 말을 하고 올라오려는데 향초가 부른다.
 
426
"이건 어떻게 해요?"
 
427
하고 지전뭉치를 내어보인다.
 
428
"그 녀석들이 주고 간 것인데…… "
 
429
"그대로 두어두구려."
 
430
"싫여요."
 
431
"괜찮아요…… 그게 실상은 놈들이 허군에게서 협박해서 뺏어온 돈이니까 잘 두었다가 허군을 주든지, 인제 결혼할 때에 비용으로 쓰든지 맘대로 하구려."
 
432
끝에 말에 향초는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 말도 아니한다. 그러나 허철을 만나지 말라면서 결혼할 때 비용으로 쓰라는 것이 이상도 하지만 속으로 기쁘 기도 하였다.
 
433
그렁저렁 한시가 되었다. 영호는 응접실로 올라왔다가 막 침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현관문이 퉁탕거린다.
 
434
목소리가 분명 허철이다.
 
435
무슨 사건이 또 생겼기에 이렇게 밤 늦게 쫓아온 것이거니 생각하고 영호는 손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436
11
 
 
437
영호는 허철이가 그와 같이 떠들고 달려드는 것이 마땅치 못하였다.
 
438
그저께 허철이가 찾아와서 협박장 일건을 이야기하고 간 것을 악당들은 그날로 알아내어 가지고 즉시 향초를 꾀어서 그와 같은 흉계를 꾸몄으니, 말 하자면 영호나 허철이가 그들의 완전한 감시하에 있다고 불 수 있는 것이다.
 
439
그러니 할 말이 있거든 전화로 불러내어 조용한 곳에서 만나든지 하지 않고 이렇게 야밤에 동네방네 떠나가게 떠드는 것은 일에 대해서는 여간한 지장이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440
허철은 술이 곤주가 되게 취하였다. 그는 이층에서 내려오는 영호를 보고는 현관마루에 펄썩 주저앉으며
 
441
"우 우리 향초가 어데로 다 달어났어."
 
442
하고 방금 울듯하다.
 
443
영호는 골이 슬그머니 났다. 그래도 무슨 긴요한 사건이나 생긴가 하였더니 이렇게 요란스럽게 떠들어놓고는 기껏 하는 소리가 그 소리라니!
 
444
"이 사람아, 내가 향초를 훔쳐왔단 말인가? 어데로 빼돌렸단 말인가?……
 
445
그렇게 주의를 시켜도 시키는 일은 아니하고 지금 이판에 그것쯤 가지고 이렇게 요란스럽게 구나!"
 
446
영호가 이렇게 닦아세우나 허철은 되레 어리광을 피우듯 한다.
 
447
"아니야 아니야…… 여 영호, 자 자네나 하니까 내 내가 이렇게 이러지…… 응…… 우 우리, 햐 향초가 정거장에서 저 전화를 했어…… 어데가 간다고…… 응 찾어주어 영호! 나는 못살어."
 
448
영호는 주정뱅이에게 성을 낼 수도 없고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살살 타일러 돌려보내되 연극이나 한바탕 꾸미어보리라고 작정하고 응접실로 데리고 올라갔다.
 
449
"향초가 꼭 있어야겠나?"
 
450
영호가 묻는 것을 보고 허철은 취한 중에도 바짝 당기는 모양이다.
 
451
"응. 꼬 꼭."
 
452
"찾어주까?"
 
453
"응, 어데 있어?"
 
454
정신이 바짝 들어가지고 말도 똑똑히 한다.
 
455
"나도 아직은 몰라…… 그렇지만 자네가 내 말만 꼭 들으면 찾어주지."
 
456
허철은 더욱 귀가 솔깃하여 바싹바싹 다가든다.
 
457
"엉?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든지 다, 다, 듣지…… 우리 집 재산이 부채 정리하고라도 사십만 원은 되니까 그 놈 반이라도…… 아니 다라도 내놓지…… 무슨 말이야?"
 
458
"첫째 내가 허락하기까지 일체 밖에 나오지도 않고 술도 아니 먹을것…… "
 
459
"OK."
 
460
"둘째 자네 아버지가 십오 년 전에 누구에게서 뺏은 듯한 그 이십만원을 그때의 임자가 나서면 내놀 것."
 
461
"OK."
 
462
"꼭."
 
463
"꼭……"
 
464
"안 지키면 향초를 찾어다가 딴 데로 시집보낼 테야 "
 
465
"그 대신 자네가 못 찾어놓으면?"
 
466
"자네 앞에서 내 눈을 뽑지."
 
467
"OK."
 
468
"그러면 어서 가서 자게…… 그런데 어르신네 병환은?"
 
469
"아 참."
 
470
하고 허철은 문득 생각이 나서 대답을 한다.
 
471
"어제 저녁부터 단단히 앓으시는데…… "
 
472
"무슨 증센데?"
 
473
"한의를 멫 보였더니 심화 병이라고…… "
 
474
"좌우간 어서 가서 약시중도 하고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게."
 
475
영호는 현관까지 허철을 데리고 내려왔다.
 
476
"자네는 그럼 어데 간지 알고 있잖나?"
 
477
허철은 신발을 신으면서 묻는 것이다. 영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478
허철을 보내고 식당방 문을 열고 보니 향초가 우두커니 벽에 기대서서 앞벽을 정신없이 바라본다.
 
479
"못 만나서 그리워하는 것도 한 행복이랍디다. 좀 참으시요."
 
480
영호는 웃으며 문득 생각난 경구(警句)로 위로를 해주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481
이튿날은 영호가 모처럼 아침 운동과 산보를 하고 돌아와 부엌을 굽어다 보니 향초가 식모를 데리고 에프런 맵시에 주부인 듯 일을 하고 있다.
 
482
식모는 속도 모르고 아씨라고 연해 부르며 의심도 아니하고 주부 대접을 한다.
 
483
오정때쯤 하여 여주를 내려간 상준이가 의외에도 빨리 돌아왔다.
【원문】10.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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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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