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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새벽 ◈
◇ 버젓한 안해가 있는 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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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1.10~
채만식
1
아름다운 새벽
2
3. 버젓한 안해가 있는 몸이
 
 
3
덕수궁 옆으로 서소문정 복판에 있는 ××아파트.
 
4
단층 벽돌 어두컴컴한 복도를 다 지나, 딴채를 올라가는 세 단짜리 층계 앞에 다다르면 바른편으로 매엔 끝엣방이 준의 거처다. 복도가 어두워와서 대낮에도 성냥불이나 켜대지 않고는 제팔호실이라는 패쪽과 그 밑에다 붙여 둔 임준(林俊) 두 글자뿐의 낡은 명함을 알아볼 길이 없다. 준이 동경으로부터 돌아온 것이 그럭저럭 사오 년인데, 바로 그 해에 이방을 빌려 들면서 붙인 명함 한 장이니 엔간히 낡기도 했을 것이다.
 
 
5
(39~46페이지는 缺[결])
 
 
6
복도는 어두워도 방은 들어서면 남쪽과 서쪽으로 유리창이 나고, 그 밖이 빈터요 해서 환히 밝다.
 
7
뒷벽 앞으로 침대가 놓이고, 머리맡 저편 창 아래로는 차탁자와 찻장이 놓이고 남창 밑으로는 소파가 놓이고, 소파와 침대 사이의 공간에다 사무 탁자를 두 개의 육중한 안락의자를 곁들여 배치하고, 양복장과 책장은 드나드는 문안 좌우쪽으로 각기 벌려놓이고…… 이렇게 거기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아파트 살이의 홀아비 세간이요 그 차림새다.
 
8
세간도 그렇거니와 방안 역시 홀아비 살림답게, 책이며 옷이며 찻그릇 하며가 여기저기 함부로 흩어져 있고 구석구석이 먼지가 수북하다.
 
9
석양 무렵이었다.
 
10
준은 사무탁 앞으로 안락의자에 가 걸터앉았고, 탁자 위에는 해어져 빠진 사본(寫本)의 춘향전이 중간쯤 펼쳐진 채 놓여 있다. 오늘은 온종일 이 걸들이 파고 있던 차에 조금 아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던 것이다. 손님은 소파 한편 모로 폭신 파묻혀 앉아서 한가로이 담배를 피운다. 태평(吳太平[오 태평])이라고 대학 때부터 절친하던 친구다. 원은 서울 태생이었으나 영남으로 낙향을 하여 지금은 통영(統營)서 서점 하나를 차려놓고 다른 것도 하고 하면서 지내는 중이다. 그가 모처럼만에 너펄거리고 올라달았던 것이다. 대륙시찰을 가는 길이라면서. ────
 
11
피차간 적조했던 인사를 비롯하여 이런 형편 저런 소식 진진한 이야기가 연해 풀려나왔고 하나가, 퍼뜩 어디만치선지 말이 잠깐 사이가 뜬 채 잠잠하고 있던 끝이다.
 
12
방안은 스팀이 들어오지 않아서 겨우 견딜 만큼 싸늘하다. 그런 방안을 서편 유리창으로 여위디 여윈 저녁 햇살이 가물가물 꺼질 듯 사라질 듯 을씨년스럽게 비쳐든다.
 
13
하도 그 을씨년스런 햇살에 태평이, 그러자 무심코 주의가 가서 새삼스럽게 어깨를 오싹하며 추워한다. 그러다가 눈을 스팀으로 돌리면서
 
14
"대체 아파트 명색이 이리 춥어 어찌 사노?" 한다. 억양과 말이 다 같이 영남 사투리가 제법 섞인다. 그 구수한 영남 말투가 넓죽주름하니 호인(好人)답고 야취(野趣) 있는 그의 생김새허며 표정, 음성과 꽤 잘 어울려 보인다.
 
15
이런 말하자면, 털털하고 시끄럽게 생긴 태평과는 전혀 반대로, 준은 소위 선비 타입의 맑고 가냘픈 체집이요 겸하여 명상적인 기상이어서 마주 앉았는 두 사람은 대조하기 매우 재미스럽다.
 
16
준은 빙그레 웃으면서 태평이 사투리 써서 말하는 입을 건너다보고 있더니
 
17
"자네두 인전 영남 사람이 건진 돼 가이그려?"
 
18
"허허허!…… 아무렴 영남 사람 되는 거 좋지!……"
 
19
태평은 그러고서 다시
 
20
"멋이냐 전기난로라도 하나 좀 사놓든 않고!"
 
21
"몰라서 안 사놨겠 나마는…… "
 
22
"그런데?"
 
23
"명색이 문학께나 한다시구 남 보매 핀둥핀둥 놀구 먹는 배 다름없는 사람이, 호강은 호강대루 하러 들어서야 민망한 노릇 일 뿐더러…… "
 
24
"허어! 우리 준이가 사람 된 소리 하는구나 야!"
 
25
"그런 말이 났으니 말인데, 난 도루 농부가 되러 갈까봐?"
 
26
"농부? 고향 가서? 호랑마나님한테로 가서?"
 
27
다급히 이렇게 몰아쳐 묻는 태평은, 필요 이상으로 놀라는(보다도 혼란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그는 마악 또 사촌누이 나미(奈眉)의 얼굴이 몇번째 또다시 눈앞에 얼찐거렸다.
 
28
준은 머리를 두어 번 흔든다.
 
29
"가직한 안양(安養)다 밭이나 몇천 평 사가지구서…… 이런 것 저런것…… "
 
30
"으응…… " 태평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더니
 
31
"그럼? 살림은?…… 아무래도 가정을 가져야 않나?"
 
32
준이 막상 농부가 되겠다고 하는 데 대하여 태평으로서 응당 의견이면 의견, 비판이면 비판이 우선 없질 못했을 것이로되, 본시 좀 덤비는 사람이라, 종종 그렇게 선후나 인사를 곧잘 잊어버리곤 하던 것이다.
 
33
"가정이라?…… 쯧, 반드시 그러랄 법두 없겠지!"
 
34
한참만에야 준은 허전한 음성이면서 혼잣말같이 한다. 눈은 유리창 너머로 먼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다. 오랜 적부터 그는 무시로 하늘 바라다보는 버릇이 생겨졌었다. 담배나 그런 기호품(嗜好品)처럼 그는 하늘 바라다보기를 즐겨 한다. 심중에 번뇌가 일 때도, 막막하든지 침울한 때도, 혹은 기쁜 생각을 하는 때도, 또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때도 으례 그는 하늘을 본다. 보고 있느라면 마음은 그때그때 따라 무엇인지 모르게 차악 가라앉아지고 위안이 되던 것이다.
 
35
태평은 준이 방심해 앉았는 옆볼을 이윽고 치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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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그러다, 입을 열어 천천히, 그러나 단정적으로 "일이 미상불 계제 좋게 잘 되기는 잘됐네!…… 기회가 마침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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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허기야 모처럼 모처럼 용기를 내노라고 낸다는 게 하필 농부가 될 궁리라니 좀 미흡하기는 미흡하지마는, 한편 또 달리 생각하면 노상 그렇지도 않아! 자네 같은 문학이나 하는 사람한테다 경세적(經世的)인 그런 패기를 기대하는 건 오히려 무리한 일이 겠으니말이지…… "
 
39
"……… "
 
40
"아뭏든 농부 해롭잖아! 불가할 거 없어!…… 또오 임준이가 어떤 고집인데, 누구라 지끔 와서 그걸 만류하기로손 썩 귀담아 듣자 할 리도 없는것…… 그러니 그걸랑 불문에 붙이기로 하고…… 그런데 말야…… 계제가 그 쯤 된 이 계제에 말이지 응?"
 
41
"………"
 
42
"좌우간 이번 기회에 가정문제도 어떻게든지 구처를 내야 할 게 아닌가?"
 
43
"막설! 막설!……"
 
44
준은 급히 손을 내저으면서
 
45
"그런 갑갑한 이야길랑 막설하구…… 자아…… "하고 벌떡 일어선다.
 
46
"방두 춥구 허니 나가세. 오래간만에 온대지방서 온 나그네를 너무 얼려 서야 도리가 되나! 나가서 저녁이나 모처럼 같이 먹구 할 겸…… "태평은 시계를 꺼내 들고 본다. 다섯시가 지났다.
 
47
"밥은 같이 묵을 시간이 없고오…… "
 
48
"왜?"
 
49
"다섯시 반에 꼬옥 만나자 한 약속이 있다…… 낼 다시 만나서 밥도 묵고 술도 묵고 하자!…… 하고오…… "
 
50
"낼은 낼이구!"
 
51
"아니다!…… 그리 말고 게 좀 앉자!"
 
52
"앉어서 이야기하는 새 나갔으면 될 거 아냐?"
 
53
"시간이 없어!…… 낼은 그러고 자네가 싫다 해도 불가불 나는 자네를 만나야 할 일이 있으니 대접을 하겠거든 낼 해주고오…… "
 
54
"글쎄 낼은 또 낼 아냐?"
 
55
태평은 그러나 그 말에는 대답을 않고 겅중 뛰어서 밑도 끝도 없이
 
56
"우리 냄이 알지이?" 하고 묻는다.
 
57
준은 느닷없이 그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뻐언히 태평을 건너다본다.
 
58
"우리 냄이 몰라?"
 
59
"무어? 냄이?"
 
60
"응!"
 
61
"그런데?"
 
62
"몰라?"
 
63
"누굴 가지구 그리는 거야, 대관절?"
 
64
태평은 고개를 꺄웃
 
65
"우리 냄이…… 냄이는 애명이고, 나미 말야…… 한번도 못 봤든가?"
 
66
"이런 답답!…… 덮어놓고 우리 냄이만 찾으니, 꿈에 떡 먹구서 그 떡 생시에 조르는 푼수지!……"
 
67
"으으 참 그렇든가아!……"
 
68
태평은 벌쭉 웃으면서, 그래도 고개는 한번 더 꺄웃한다.
 
69
준은 그제서야 문득, 전자에 태평에게서 냄이라든가 무어라든가 하는 이름의, 가까운 일가 누이가 있다는 것은(그것도 직접이 아니고 다른 이야기를 하던 중에 간접으로 말이 나와서) 한두 번 들은 적이 있었던 것같이 생각 되었다.
 
70
동시에 태평이 무슨 의사로 졸지에 그런 말을 꺼내는 뜻도 대강 짐작을 하겠었다.
 
71
그러면서 그는 이상히도, 진작에 한번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그 냄인지 나민지라는 여자, 태평의 몇촌 뻘 누이에게 대하여 더럭 흥미가 솟는 것이었었다.
 
72
전고에 없는 일이었다. 일찌기 그는 어떤 한 여자에게 대하여(모르는 여자는 고사하고 아는 여자라도) 이대도록 부전스럽고 엉뚱한 흥미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73
여자와의 굄이 전혀 없던 것은 물론 아니다. 누차의 전험(前驗)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흐리멍덩하고 시원스럽지가 못했었다. 매양 소 극적이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인하여 늘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질 못했기 때문 이었다.
 
74
그런데다 더우기 의식적으로
 
75
'이래서는 안된다. 나는 그럴 사람, 그럴 형편이 못된다.’ 하고 마음의 조갑지를 다물어 경계하며 삼가기를 마지않았었다. 자연 연애 다운 연애랄 것이 제법 어우러질 수가 없을밖에 없었다. 그러던 사람이 친구의 누이의 이름만 듣고서 흥미가 솟아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으니 거짓말 같은 말이었다.
 
76
준은 연방 생각이었다.
 
77
퍽 총명하고 사랑스런 여자려니 싶었다.
 
78
그러나 이런 막연한 상상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어떤 또렷한 모습이 욕망 되었다.
 
79
'이마가 밝고, 그 밝은 이마에 가 총명이 어리었다.’
 
80
'영롱하면서도 다분히 암상이 들어 있는 눈……’
 
81
'품격 높은 코……’
 
82
'갸름한 얼굴이 하관이 빠르고 입이 작다. 턱도 작다.’
 
83
'날씬한 체집이 중길을 벗지 않는다. 해물의 은어처럼 발랄하다.’
 
84
'스물한살 아니면 두 살……’
 
85
'한번 고집을 쓰기로 들면 지렛대로 떠밀어도 움쩍 않는다. 한번 성 깔이나면 불같이 맹렬하여 손도 댈 길이 없다. 그러나 여느때는 끔찍이 사근사근하다. 능히 사리를 밝힐 줄 안다.’
 
86
순식간에 골고루 이렇게 성격과 용모를 자상분명히 갖추어가지고 여자가 ── 나미가 선연히 머릿속에 가 들어앉는다. 이 여자는 실상 준이 작품 가운데 항상 쓰고 싶어하던, 가장 그의 좋아하는 모습의 여자였다. 즉 창조 한 상상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좋아하기는 하면서도 너무 지나치게 이상화하고 수공적이어서, 인간감(人間感)과 현실감(現實感)이 없다 하여 실지로 작품의 인물은 삼기를 피했었다.
 
87
가장 이상적인, 가장 좋아하는 여자를 그런데 현실(?)에서 발견한 것이다. 여간 반갑고 즐거운 게 아니었다.
 
88
준은 그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한다.
 
89
둘이 나란히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90
같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 차에서 내려서 크고 호화스런 배를 갈아탄다.
 
91
꿈의 세계에서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이 겨우 몇 초도 못 되는 시간이었다. 준은 태평이 어깨를 눌러 의자에다 주저앉히는 바람에 정신이 들었다.
 
92
퍼뜩 정신이 들어가지고 보니, 준은 제가 그러고 있는 것이었다. 나미와(말하자면) 연애를 함빡 하고 있는 것이었다.
 
93
'원! 별……’
 
94
그는 하마 이렇게 두런거릴 뻔했다.
 
95
맹랑도 분수가 있고 치기(稚氣)도 나름이 있지, 눈 멀거니 뜨고 무슨 다 의 젓지 못한 짓인가 싶었다.
 
96
그러나 일변 그러면서도 한번 일기 시작한 나미에의 흥미는 막상 갈앉지를 않는다.
 
97
머리는 나미의 생각으로 가득찼다. 두루 궁금하여 태평이 어서 더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하고 기다려진다.
 
98
"암만해도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자아 대강만 우선…… "
 
99
그러면서 태평은 도로 소파로 가서 앉는다. 대단한 열심이다. 원체가 그는 호사 객이요, 열심하기로 팔자를 타고 난 사람이었다.
 
100
"으음……"
 
101
태평은 어디서부터 말 허두를 낼 것인가 하여 잠깐 생각 하더니
 
102
"그 안양으로 가서 농부 노릇 한다는 거 말야…… 아주 확정한 계획은 계획이 겠다?" 하고 차근히 묻는다.
 
103
"실상 아마…… "
 
104
준의 대답이다.
 
105
"토지는 샀나?"
 
106
"거간하는 사람한테 부탁부탁 했으니깐…… 적당한 걸루 좀 사게 해달라구…… "
 
107
"밭을 살 테라고? 무얼 경영할 건데?"
 
108
"포도원을 주장으로 해가면서, 걸루다 수지나 맞혀가면서…… 한편 으루 특수 식량(特殊食糧) 같은 걸 시험두 해보구…… "
 
109
"으음…… 그런데…… 돈은? 현재로 가지고 있는 게 얼마나 된다?"
 
110
"한 삼만 원…… "
 
111
"그 새 사오 년 동안 만 원이나 까묵었구나?"
 
112
"그런 심이지!"
 
113
"문딩이가!……"
 
114
"요샌 돈이 조옴 헤퍼야 말이지!"
 
115
"그래, 삼만 원 가지고 밑천은 자라나?"
 
116
"석수동(石水洞) 근처라면 한 오륙천 평은 살 테니깐…… "
 
117
"고거 오륙천 평 가지고 무얼 하노?"
 
118
"쯧! 모자라두 할 수 없지!…… 지끔 호랑마나님더러 돈 좀 주시요 했자 주실 리 만무하고."
 
119
"영 모자란다면 내라두 조금 보태 주구?"
 
120
"무어! 영리를 바라자는 노릇이 아니니깐, 그거면 될 거야!"
 
121
"그렇다면 몰라도…… "태평은 생각생각 하면서 말을 더 느릿느릿 "아무 턴지 농사하는 속에 들어서야 학력도 있고 경험도 있고 하니, 낭패 없이 잘 해갈 게고, 문제가 없을 테지만…… 그런데 말야…… 여봐 준?"
 
122
"응!"
 
123
"내 말은 결국 다른 말이 아니라, 그때 가서도 종시 가정은 없을 게가 그 말야! 종시 홀애비로…… "
 
124
"……… "
 
125
준은 쓴웃음을 웃을 듯하다 말고, 문득 얼굴을 흐리면서 우두커니 한눈팔이를 한다.
 
126
허왕하나따나, 또 일이 평소의 마음가짐에 비춰 떠떳하고 못한 것은 별 문제로 하고, 방금 나미라는 그 미지의 여자로 하여, 아뭏든 가슴 가운데 전에 없는 동요가 인 것만은 사실인데, 그런 상태이면서, 그것과 뗄 수 없는 관련을 가지는 과거 이래의 가정 문제를 아울러 생각한다는 것은, 기존 한 가정 문제만을 단독히 생각할 때와도 달라, 안팎 이중으로 막막하고 괴로운 노릇 이었다.
 
127
"응? 반드시 무슨 도리든지 도리가 있어야 않나?"
 
128
태평이 재촉하듯 다시 묻던 것이나 준은 여전 그대로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머언 하늘만 바라다본다.
 
129
"여봐 준?"
 
130
"………"
 
131
준은 담배곽을 손 더듬어다 건성으로 한 개를 뽑아 물면서 그 침통한 기색과는 반대로 남의 말하듯 등한 하게
 
132
"가정이란 것이야 나한테는 일평생 거주제한구역(居住制限區域)이 아닌가?"
 
133
태평은 이 딱한 벗을 무연히 건너다보고 앉아서 잠시 말을 잊어버린다.
 
134
준은 담뱃불을 붙여 물고 푸우 연기를 내뿜는다.
 
135
"여봐 준?"
 
136
"응!"
 
137
"내 말 듣고오…… 이 기회 결혼을 하도록 하자구?"
 
138
"………"
 
139
"응? 준?"
 
140
"………"
 
141
"여러 말 할것없이 결혼하도록 해애!"
 
142
준은 천천히 태평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143
"버젓한 안해가 있는 몸이 결혼을 하다니?"
 
144
준의 얼굴은 어쩌면 엄숙한 듯한, 어쩌면 범연 무관심한 듯한, 또 어쩌면 자포적으로 냉소를 머금은 듯한 심히 복잡하여 얼른 포착키 어려운 표정 이었다. 정히 그의 마음이 그와 같이 복잡하게 헝클어졌던 것이다.
【원문】버젓한 안해가 있는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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