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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새벽 ◈
◇ 童話[동화]의 傷處[상처] ◇
카탈로그   목차 (총 : 11권)     이전 10권 다음
1942.1.10~
채만식
1
아름다운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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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童話[동화]의 傷處[상처]
 
 
3
날이 저물어 어슬어슬 땅거미가 질 녘에 준은 고향엘 당도했다. 아침 일찍 경주서 떠나서 오던 길이었다.
 
4
나미에게 대할 태도는(매양 그대로 실행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다음 문제요) 아무려나 그쯤 요량한 바가 있었다지만, 아낙 서씨에 대한 것은 종시 막연했다.
 
5
심히 절박하게 '어떻 게든 무슨 도리를 치러야! ……’ 한다는 생각만은 여전히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무슨 도리를 어떻게 차릴 것인지가 막연하기는 역시 일반이었다. 오직 하나의 좋은 도리 ——— 새로이 남편이 되어 '이십 년 만에……’ 비로소 그를 안해로서 찾아줄 자신이 끝끝내 없었던 것이다.
 
6
결혼 초야에 나이 어린 신부가 몹시 놀란 것으로 인하여 그당장 영영 미치고 만다든가 가령 미치기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새서방을 무서워 한다 든가 했다는 이야기는 흔히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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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돌이켜 신문의 지방 통신에 '소부가 방화……’ 라는 기사가 허다히 났고 그 내용인즉은 태반 이상이 어린 색시가 남편이 무서워서 시집살기를 면하려고 철없이 저지른 짓이곤 했다. 대개는 몽매 한 하층 계급에서 생기는 불상사였다. 스무 살이 훨신 넘어 혹은 근 삼십 된 장정이 겨우 열너댓 살, 심하면 열두어 살박이 소녀를 신부랍시고 데려오니 첩경 쉬운 일이었다. 빙허(憑虛 : 玄鎭健[현진건])의 「불」이라는 단 편이 그러한 사실을 테마하여 매우 핍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8
준의 경우는 그런데 사정이 그와 정반대였었다. 신부가 크고 신랑이 어리어 신랑이 놀랐었다. 직접 신부에게 놀란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그 밤에 한번 놀랐음으로 하여 오늘날까지 그는 아낙을 무서워하던 것인데, 물론 지극히 드문 일은 드문 일이었다.
 
9
이십일 년 전 준의 나이 열세 살 되던 정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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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안부터 매파가 들락날락하더니 선을 보러오고 보러가고 했다. 미구에 양가가 합의하여 정혼이 되고 곧 이어서 택일까지 났다. 사주단자와 납 폐가 가고 집에서는 혼인 바느질이 벌어졌다. 한 삼십 리 상거요 외가와 바로 한 동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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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의 외조모는 그 혼인을 와락 그리 내켜하지 않았다. 같은 한 동네라 소상하게 잘 아는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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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도 그만하면 무던하고 범백이 다 얌전스럽고 집안도 너이 임씨네만 못 하든 않고 두루 그렇기는 하지만, 규수가 보매 이상히 청승스러 보이느니라! 여자가 그렇게 청승스러 보이면 영락없이 팔자가 센 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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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노마나님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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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눈에 규수를 탐탁히 본 강부인은 조금도 어디가 청승스러 보인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모두가 마음에 들 뿐이었다. 그래서 노마나님의 고만 반 대 의견 같은 것은 귓등으로 듣고 말았었다. 그러고서 후일 노 마나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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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보려므나! 애초에 내가 무어라드냐?" 하고 누누이 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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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박이 소년 준은 혼인 준비로 집안이 웅성거리는 것처럼 그의 마음도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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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를 간다는 것이 무슨 큰 무거운 것을 떠안기우는 것 같았다. 곧 힘에 부쳐 뒤로 쓰러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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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이 놀려주어싸서 부끄럽고 괴로와 못하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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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래서 장가를 고만두었으면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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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은근한 즐거운 기대가 솔깃이 기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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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간 동무들의 하는 말을 들으면 색시가 무척 좋은 것같이 생각되었다. 이쁜 손수건도 만들어 주고 맛있는 군것질도 가만히 가져다 주고 한다는 것 이었었다. 준은 군것질이나 손수건이 구태여 가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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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맛있는 군것질을 시켜주고 이쁜 손수건을 만들어 주고 한다는 것을 통하여 상상되는 '어머니다운……’ 상냥스럼에 대한 소년 준의 동경 이었다. 엄하지도 무섭지도 않고 한갓 부드러우며 응석부릴 수 있는 '어머니 같은 이……’에의 동경이었다. 소년은 이윽고 한조각 고운 꿈을 창작(創作) 하였다.
 
23
새댁은 첫봄의 개나리꽃 같은 노랑 저고리에 진달래꽃잎 같은 연분홍 치마를 받쳐 입었다. 치마끈에 단 오색 수실 달린 노리개(佩物)을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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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머리를 빗었다. 똑바로 탄 하얀 가리마가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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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이 날아갈 듯 맵시 있다. 여러 가지 비녀를 꽂아서 못 날아가고 날아갈듯 맵시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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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면하고 분바르고 이쁘게 단장했다. 도도록한 두 볼때기가 더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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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오얀 버선에 알쏭달쏭 수놓은 꽃당혜(花唐鞋)를 조그맣게 신었다. 그런 발등으로 연분홍 긴 치맛자락이 드리웠다. 드리운 치맛자락을 흰 발등으로 가만가만 헤치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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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준은 인제 오래지 않아 와서 있을 새댁을 이렇게 상상했다. 혼자서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적이면 저절로 빙그레 웃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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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어른들이 계신 데서랑 남이 보는 데서는 고 새까만 속눈썹을 내리고 아주 못본 체한다. 그러나 단 둘이만 있을 때에는 내렸던 눈썹을 가만히 들고, 하얀 도도록한 볼때기로 방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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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무엇이 모두, 물어보고 싶어서 궁금해 못한다. 그러나 무슨 말을 물어야 할지는 모른다.
 
31
눈을 깜작깜작 한참 생각하다가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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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서 무어 했우?"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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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대답을 못하고 아까처럼 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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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는 웃음이, 준에게는 얼마든지 따르고 싶은 임의롭고 안심 되는 웃음이다. 무슨 말을 하든지 어떠한 잘못을 하든지 나무람도 않고 노하지도 않고, 그저 다 받아주는 웃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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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무엇 했수? 집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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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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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그제서야 아까보다 더 웃으면서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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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는 무얼! …… 그냥 집 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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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 그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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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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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했수! 학교 댕기구 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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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43
"으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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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또 한참 깜작깜작 생각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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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전 집이 안 가우?"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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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호호 웃어지려는 것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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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전 여기가 집인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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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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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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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 집이 어머니 안 보구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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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구퍼두 어떻게! …… 인전 여기 어머니가 어머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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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머니가 어머니라니 준은 좀 모르겠었다. 그러나 그러는 것인가 보다 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 마음놓이고 기쁘다.
 
53
새댁은 정말 집으로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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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깨어서 본다치면 그날도 그대로 있다.
 
55
학교에 갔다 오면서, 대문으로 들어서는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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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하고 부른다치면, 으례 새댁이 방에서든 부엌에서든 먼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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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테라면, 꼭 꾸지람을 듣든지 달초를 당하든지 했을 일인데, 새댁은 하나도 그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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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든지 달초를 당하든지하고, 울면서 건넌방으로 건너온다치면 조금 있다 새댁이 조용히 들어와 바투 다가앉아서 눈물을 닦아 주곤 한다. 그러면서 어떤 때에는 근심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흔히는 꺄웃하고 웃으면서 들여다보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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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이내 울음이 그쳐지고 방금 당한 일도 씻은 듯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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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병적으로 상상력이 강렬한 소년 준은 장차 새댁으로 더불어 있을 날과 날을 이렇게 그리면서 일찌기 없던 기쁨을 누리었다. 그러면서 빙그레 혼자 미소하기 또한 몇번이었던지 모른다.
 
61
드디어 사흘 앞으로 혼인날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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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악동이 있어 소년 준의 죄없는 '고운 꿈의 세계……’ 에다 부질없이 장난엣 돌을 던지어 큰 괴로움을 주고 마침내는 그로 인하여…… 별명은 '째보’요 준과 사년급 같은 반이요 나이는 열아홉이요 시오리나 걸어서 촌에서 통학하는 아이 아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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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능글맞고 전 익살꾸러기요 맨 장난 괴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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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부임한 교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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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제 딸년이 올에 여섯 살인데 어디 얌전한 사윗감 없을까요?" 란 소리를 해서 무렴을 준 일도 있었다. 그는 정말 여섯살박이 딸을 두었었다. 그리고 그 교원은 째보 저와 한동갑인 열아홉살짜리의 배애 어린 대용 교원으로 하도 앳되고 이쁘장스런 것이, 제자 녀석한테 그런 소리도 들음 직했었다.
 
66
모레 글피면 장가를 가게 된 오늘이었다. 준은 마침 소제 당번이 돌아와서 째보와 꾀쇠라는 아이와 이렇게 셋이 하학 후에 교실 소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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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노래를 불러가며 무건 걸상을 한손으로 번쩍번쩍 들어올려놓고 있던 째보가 무단히 또 놀려주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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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너 참 색신 나이가 몇 살?"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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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얼굴이 빨개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하던 비질만 한다.
 
70
오늘도 벌써 열 번도 더 대가리 굵은 놈 조무래기 할 것 없이 뭇 놈들한테 장가 가는 놀림을 받으며 시달리고 난 참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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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살이냐? …… 열아홉이냐? 스물이냐?"
 
72
"………"
 
73
"아니 저애가 금새 벙어리가 됐나베?"
 
74
"………"
 
75
"난 아알지!"
 
76
꾀쇠가 까불면서 거들고 나서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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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이라든?"
 
78
"열여덟 살!"
 
79
"이키! …… "
 
80
그러고는 싱글싱글 준을 곁눈질해 보다가
 
81
"얘? 준아?"
 
82
"………"
 
83
"너 큰일났다!"
 
84
"………"
 
85
준은 무엇이 어째서 큰일이 났다는지 마음이 불안했다.
 
86
"당기풀일 한턱 자알 내문 알으켜 주지만…… "
 
87
준은 속으로
 
88
'집에 떡이랑 고기랑 많이 있는데……’ 하면서 저 꾀쇠만 아니라도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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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턱 내께! ……’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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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떡헐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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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
"오오 너 그랬담 봐라!"
 
93
"그러지 말구 친절허게 좀 알으켜 주지 무얼! …… "
 
94
꾀쇠가 요놈이 실상은 제가 듣고 싶단 말은 않고 ——— 준보다는 두 살이 나위요 또 아이가 조달해서 그런 말이라면 귀가 반짝 뜨이던 것이다.
 
95
"월사금두 아니 받구 그렇게 쉽게? …… "
 
96
"자세두 허네!"
 
97
"쯧! …… 알으켜 주랸? 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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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조고 보겠지? 퍽 알구푼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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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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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으켜 주지! …… 그 대신 소제 남저진 느이 둘이서 마저 다 아해 예지 돼애?"
 
102
"응!"
 
103
꾀쇠가 선선히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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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도 이의가 없었다. 꼭 알아야 할 일이라면 소제는 열 번을 혼자 맡아 서해도 좋았다.
 
105
"그럼 소제하믄서 잘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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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보는 그새 교단으로 올라가더니 두 팔로 교탁을 짚고 서서 저의 반 담임 선생의 충청도 사투리와 음성을 흉내내어 "한눈팔지 마아구 똑똑이 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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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픽 웃으면서 잠깐 말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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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안타까이도 비곡(否曲)되는 줄은 알 바가 없고 준은 귀에다 신경을 모아 침 삼키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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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보는 가장 그럴 듯이 큰일났다고 하고 무얼 알으켜 주마고 하고 하기는 했으나 실상은 남의 아이를 놀려먹기가 좋아서 띄어놓고 종작없이 그냥 지껄인 소리였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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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기 때문에 그는(그렇게 말을 낸 이상) 지금부터 이야기를 만들어서 정말 큰일이 났다는 것을 꾸며대야 했다.
 
111
"새악시가 나일 열여덟 살이나 먹었을라치면 백에 아흔아홉꺼정은 벌써 성 칠 못한 법여! …… "
 
112
째보는 제야말로 아흔아홉까지는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째보 의하는 말을 아흔아홉까지는 곧이들었다.
 
113
준은 째보의 그 성칠 못하단 소리를 알아듣기엔 아직도 어렸다. 그러나 무엇인지는 몰라도 재미 없는 뜻인 줄은 거니챌 수가 있었다.
 
114
준은 마음이 언짢았다.
 
115
그 머리 곱게 빗고 이쁘게 단장하고 노랑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 입고 꽃당혜 신고 한 얌전스런 그가…… 속눈썹 가만히 들고 방긋 웃어주고 암만 잘못을 해도 노하지 않는 그가…… 어머니한테 달초당하고 건너와서 우노라면 살며시 들어와 눈물이랑 닦아주어 이내 마음이 풀리고 기쁘게 해주는 그가…… 이렇게도 좋은 그가 재미 없는 일이 무엇일까 싶어 그만 울고 싶게 걱정스럽다.
 
116
"우리 동네 한 놈두 장갈 갔는데 말야…… 색신 준이 느이 색시처럼 열 여덟 살이구…… 그리구 기앤 ——— 새서방은 으음…… 기애두 아마 준이 너 허구 동갑이댔지? …… 준이 너 몇살이냐? 열둘? 하나?"
 
117
"………"
 
118
준은 아이가 원체 잔착해서 열세 살이라도 열한 살이나 두살밖에 안 먹어 보였다. 사실 그때에 그는 만(滿)으로는 열두 살도 채 못되었었다.
 
119
"준이 몇살이지, 꾀쇠야?"
 
120
"열세 살."
 
121
"오오 열세 살이지! …… 그래 참 기에두 열세 살이댔서! 마참 너허구 한 동갑이 댔서! 차돌이라구 허는 아인 데…… "
 
122
준은 올랐던 걸상을 하나씩 하나씩 힘들여가며 내려놓기 시작한다. 째보 가하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조용조용 조심해 내려놓는다.
 
123
"아 그래 차돌이놈이 장갈 갔는데…… 처억 첫날밤에 색시가 들오는데 열 여덟 살 먹은 색시가 말야, 준이 느이 색시처럼 말야…… 아 색시가 들오는데 참! 무섭드래!"
 
124
준은 가슴이 섬뜩하면서 걸상 내리려든 손을 움칫한다.
 
125
"키가 어쨌든 훠얼씬 크구 파랑 낭갑사 치마에다 시뻘건 자주 저구릴 입구 그 위단 울긋불긋한 원삼을 입구 응? …… "무심히 최면에 걸려든 줄은 모르고 준은 아닌게아니라 옷을 그렇게 입고서 큰 새악시가 야밤중에 푸시시 들어오면 정말 참 무서울 것 같았다.
 
126
제발 '그는……’ 옷을 그렇게 입지 말았으면 싶어졌다.
 
127
"아 그리굴랑 얼굴은 어떤고 허니 말야…… 횟박 쓴 거매니루 허옇게 분을 바르굴람 이마에다 볼때기에다 턱에다 딜입다 시뻘겋게 연지 찍구 곤지 찍구…… 무섭지? 준아?"
 
128
"………"
 
129
준은 돌아선 채 스스로 눈을 감는다.
 
130
"그리군 또 머리단 족도릴 쓰구! …… 아 그렇게 무섭게 차리굴람 처 억 둘와 선 새치임허구 앉었겠다! …… 차돌이놈은 조막만한 놈이 무서서 죽을 지경이지! 간이 콩만허구 가슴이 두군거리구! 준이 너처럼 말야! 응? 준아?"
 
131
"………"
 
132
준은 차라리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133
"차돌이놈은, 준이 너보담은 죄꼼 그래두 당돌했든 모양야! …… 첫날 밤에 색시 옷 벳긴단 말은 들었겠다, 놈이 잔뜩 무선 걸 참군 살그머니 한 손을 가져다 댔드래나? …… 그랬더니 어태 그 새치임허구 앉었든 색시가 빙깃 웃드래요…… 에구 요고사! 그런 뜻야…… 가소롭다구…… 그럴 거 아냐? 거미만한 게 새서방이라시구 덤비니깐…… "꾀쇠는 저마저 소제는 거들려고도 않고 맨 앞줄의 책상에 가 대롱대롱 걸터 앉아서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렸다.
 
134
준은 건성으로 걸상을 내려놓아가고 놓아오고 하고 있다.
 
135
"아 그런데 말야! …… 준이 똑똑이 잘 들어! 예서버틈이 정말 요긴헌 대목야!"
 
136
준은 일부러 꽝 소리를 내어 걸상을 내려놓는다.
 
137
그러나 한번뿐이지 더는 못한다. 괴로와도 끝까지 가만히 다 듣지 않고는못 배 겼다.
 
138
"그렇게 참 색시년이 시쁘다구 빙깃 그렇게 웃는데 마악 그럴 때 말야! 별안간 등뒤서 철그덩 하더니 벽장문이 열리겠다? 아랫묵 벽장문이! …… 그러 믄 서 꿍허구 웬 덜머리진 총각놈이 뛰내려오드래! 신방으로! 눈이 왕방울 같구 키가 구척 장신에 수염이 시꺼먼 총각놈이! 손에단 시퍼런 칼을 들구! …… 으응."
 
139
째보는 연방 신바람이 나서 본시도 구성진 입담이겠다, 억양과 완속을 휘청휘청 주어가며 그 긴장한 장면을 눈에 서언히 보이도록 그려낸다.
 
140
준은 숨이 탁탁 막혔다. 전신에 힘이 빠져 책상을 의지하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 한다.
 
141
"아 그래놨으니 고놈 차돌이놈이 무어가 됐겠니? 준이 너 겉으믄 당장 그 자리서 까물쳤다! 까물쳤어요! 차돌이놈이나 허니깐 까물치든 않구 바들바들 떨구만 있었지! …… 너 참 정신 차려예지 헌다? 정신 바짝 차리구 있다가 총각놈이 꿍 허구 내려뛰거들랑 째보형니임 날 살려주우 허구 고함을 쳐요! 그럼 내 마침 밖에서 기다리다가 끼눔! 호령을 허구 쫓어 들어가께시니…… "
 
142
꾀쇠가 준을 돌려다보면서 까르르 먼저 웃는다.
 
143
이어서 째보도 껄꺼얼 웃어젖힌다.
 
144
준은 그러나 머리가 후끈후끈 귓속이 왱 울고 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째서 그들이 웃는 것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다.
 
145
"흥 넌 좋구나! …… 총각놈이 색시년더러 하는 소리야! 그러니깐 색시 년은 한단 소리가, 왜 이래요 이건! 남 속상허느만! …… 척 이렇게 받어 넹기드 라나! 아뭏든 술이나 한잔 먹자꾸나? 너 시집가는데 내가 한잔 아니 먹을수 있느냐? …… 그러니깐 색시년이 병풍 뒤에다 차려놨던 술상을 내놓는거야. 총각놈이 술을 한 동일 동이째 들군 벌컥벌컥 단숨에 다아 마시더니 칼루다 돼지다릴 두 토막에 쓱 잘라서 한입에 넣군 으득으득 씹어먹겠다! …… 그러군 술 더 없니? 허니깐 색시년이 헌닷 소리가 술이야 없을랍디까 마는 조골 어여 처칠 해에죠! 허니깐 총각놈 대답이 토막을 쳐서 술안줄 헐까? 색시년 말이 어떡허자구 방에서 피비린낼 풍길 양으루 허우? 총각놈 말이, 그렇기두 해! 그럼 내 집어가지구 나가서 없애버리구 오께시니…… 아 그러더니 글쎄 다아 죽어가는 새서방을, 차돌이놈을 말야, 괭이새끼 한 마리 집어들듯이 두 손꾸락으루다 집어들군 바깥으루 나가는 거야! 동동 요로 케 집어들구…… 얘? 준아? 여길 좀 봐요!"
 
146
"………"
 
147
"차돌이놈은 몸핀 죄끔 커서 괭이새끼 한마리 집어들기 같았지만 준이 넌 아마 엔간한 쥐 한 마리 집어드는 푼수밖은 안될 게다? 응? 준아?"
 
148
"………"
 
149
꾀쇠가 끝이 궁금해서 기다리다 못 해 "새 서방을 집어들구 나가선 그리군 어떡헸느냐니깐?"
 
150
"응! …… 아 그렇게 집어들구 나가선 으싯한 뒤꼍 울타리 밀으루 가더니 글쎄 무우나 그런 것 동강 치듯기 말야 허릴, 허리토막을 응? 썩둑! 한칼에…… "
 
151
'으악!’
 
152
이 소리가 쏟쳐 나오는 것을 겨우 삼키고 두 손으로 얼굴을 싸면서 준은 펄썩 주저앉았다.
 
153
소년 준은 째보의 하던 이야기가(싫어도) 그대로 죄다 믿어졌다. 그런 일이 꼭 있을 것만 싶었다.
 
154
그날 밤부터 우선 공포의 밤이 시작되었다.
 
155
초저녁 일찌감치 불을 끄고 누워 보았다. 어둠은 더 무서웠다. 도로 불을 켰다.
 
156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감은 눈에는 '그것……’이 서언히 보였다.
 
157
거기는 어느덧 신방이었다.
 
158
벽장 있는 신방이었다. 병풍을 둘러치고 금침을 펴놓았다. 한쌍 촛불을 밝혔다. 촛불은 화안히 너울거려 준을 가뜩이나 더 무섭게 한다. 준은 오도카니 혼자 앉아서 작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159
밤이 깊었다.
 
160
마침내 신부가 들어왔다. 족도리 쓰고 원삼 입고 남치마 입고 키가 훨씬 크다.
 
161
부옇게 분을 발랐다. 이마에다도 볼에다도 턱에다도 시뻘겋게 연지 찍었다.
 
162
비스듬히 웃목을 향해 새침하고 앉아 있다.
 
163
준은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인제 좀 있으면 빙긋 웃을 참이었다. 이 제나 저 제나 하고 준은 기다린다. 간이 콩만해서 기다린다.
 
164
암만 기다려도 그러나 소식이 없다. 무심코 할끗 곁눈질해 신부를 본다.
 
165
그러다 신부와 눈이 마주쳤다.
 
166
신부는 얼른 도로 눈을 내린다. 내리면서 빙긋 웃는다.
 
167
그 순간 준은 머리끝이 쭈뼛하고 더럭 가슴이 내려앉는다. 하는데 그때다. 덜커덩하고 벽장문이 열리면서 연달아 꿍, 뛰어내리는 소리!
 
168
'악! ……’
 
169
놀라면서 준은 누웠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휘휘 방안을 둘러본다. 아무것도 그러나 없다. 신부도 없고 총각놈도 없다. 없고서 제가 공부 하는 책상과 손궤짝과 벽에 붙은 그림과 남포불과…… 이런 것들만 차례로 보인다. 비로소 첫날밤도 신방도 아니요 저는 아직 그대로 집에 있음을 안다. 가슴을 쓸면서 길게 한숨 내쉬고 도로 눕는다.
 
170
그러나 현실의 인식과 안도는 잠깐이요 어느 겨를에 다시 망상에 사로잡히고 만다. 병적으로 상상력이 강렬한 그는 고삐 뗀 말처럼 방분히 달리는 공상을 막고 어거할 기력이 없었던 것이다.
 
171
눈이 왕방울 같고 수염이 시꺼멓고 키가 구척 장신의 덜머리진 총 각 놈이다. 손에서 시퍼런 칼이 번쩍번쩍한다.
 
172
준은 전신에 맥이 풀려 바르르 떨지도 못한다. 거진 다 까물쳤다.
 
173
총각놈이 신부더러 ——— 흥 너는 좋구나 한다. 신부가 뾰로통해서 ——— 이건 왜 이래요 남 속상하느만 ——— 한다.
 
174
총각놈이 ——— 아뭏든 술이나 한잔 먹자꾸나 ——— 한다. 신부가 병풍 뒤에서 술상을 내다 놓는다. 총각놈이 술을 동이째 들고 단숨에 들이켠다. 도야지 다리를 칼로 쓱 잘라서 으득으득 씹어먹는다.
 
175
총각놈이 술 더 없느냐고 한다. 신부가 저걸 어서 처치해버리라고 한다.
 
176
총각놈이, 그럼 동강을 쳐서 술안주를 할까 ——— 한다. 신부가 찡그리면서 ——— 어떡허자구 방안에서 피비린내를 풍기오 ——— 한다.
 
177
총각놈이 달려들어 웬만한 쥐 한 마리 집어들듯이 두 손가락으로 동동 집어 들고 나간다.
 
178
뒤꼍 으슥한 울타리 밑으로 왔다. 썩둑 허리를 동강쳐 내던진다.
 
179
'으읏! ……’
 
180
신음 소리와 더불어 진저리를 치면서 준은 화닥닥 뛰쳐 일어난다. 휘휘 둘러본다. 제 몸뚱이가 피를 뿜으면서 웃도리 각각 아랫도리 각각 풀쩍 풀쩍 뛰는 모양이 공부하는 책상과 손궤짝과 벽에 붙인 그림과 남포불과 이런 것들과 함께 이중노출(二重露出)되어 어른거린다.
 
181
허리를 만져보는데 무엇이 치근하여 움칫 놀란다.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182
피는 아니고 여느 물이다. 땀이 그렇게 난 것이다.
 
183
비로소 허리는 동강나지 않고 성하고 저는 아직도 무사히 집에 있음을 안다.
 
184
그러나 미구엔 또다시 같은 망상에 사로잡히고 만다.
 
185
이 짓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꼬바기 밤을 밝혔다.
 
186
밝는 날 아침 강부인은 하룻밤 사이에 준이 중병 앓고 난 아이처럼 죽을 상이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87
어디가 아프냐고 성화가 나서 몇번이고 물으나 준은 고개만 저을 따름이었다.
 
188
조반은 뜨는 시늉만 하고 학교로 갔다.
 
189
낮에는 망상과 공포는 없었다. 그러나 공포 못지 않게 아픈 것이 있으니 낙망과 슬픔이 그것이었다.
 
190
첫봄에 개나리꽃 같은 노랑 저고리에 진달래꽃잎 같은 연분홍 치마 받쳐 입고 노리개 차고 꽃당혜 신고 조용조용히 치맛자락을 헤치면서 걷는 아담스런 그가 아니었던가.
 
191
머리 곱게 빗고 단장 곱게 하고 새까만 속눈썹을 들어 방긋이 웃는 이쁘디 이쁜 그가 아니었던가.
 
192
암만 잘못을 했어도 나무라지도 노하지도 않고 어머니한테 달초를 당하고우노라면 가만히 뒤따라 들어와서 눈물 닦아주며 곧 마음 풀리게 하여주는 알뜰스런 그가 아니었던가.
 
193
이렇게 두루 즐겁고 재미있고 좋고 한 그가 아니었던가.
 
194
이러한 그가 어째서 아니고서 그 무서운…… 준은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솟아오르는 설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195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솔버덩에 앉아서 울었다. 울고 또 울고 얼마든지 울어지는 대로 울었다.
 
196
눈이 부어서 학교로 내려오고 싶어도 못 내려왔다. 내처 산에서 울다가 생각 하다가 하면서 오후의 반일을 지웠다.
 
197
그러고는 밤이 되자 다시 또 망상과 공포의 한밤을 겪었다.
 
198
연거푸 그렇게 이틀밤 하루낮을 부대끼고 난 준은 가뜩이나 약질이 심신 이함께 지칠 대로 지쳤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머리가 횡 어지러우면서 눈앞이 깜깜했다.
 
199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쏟아졌다.
 
200
집안이 발끈 뒤집혔다.
 
201
강부인은 첫마디부터 어디가 아픈데 말을 아니하느냐고 나무라기로만 들었다.
 
202
숙부와 숙모가 번갈아 달래며 물었으나 준은 종시 고개만 흔들었다.
 
203
의원 영감을 청해다 맥을 보였다. 별 탈은 없고 기혈 부족이라면서 약을 쓰면 곧 원기 회복이 될 것으로 말했다.
 
204
강부인은 학교를 쉬게 하는 일변 약을 지어다 먹이며 조섭을 시켰다. 인삼과 우황 등의 약덕으로 준은 얼마간 원기를 추어가지고 이튿날 마침내 혼인 길을 떠났다.
 
205
준이 조금만 더얼 내찬 소년이었거나 혹은 강부인이 조금만 더얼 엄한 어머니 였거나 했었다면 준은 진작 벌써 '아따 어머니 큰 색시한테로 어린아이가 장가를 가면 이러이러하고 이러 이러한다는데 나는 무서 장가 가는 거 싫여! ……’ 하고 응석삼아 제 속에 있는 말을 했을 것이었었다.
 
206
그러면 어머니 된 이는 웃으면서 '온 그게 어디 당한 소리냐? 시방 세상에…… 그건 저어 옛날 이야기란다! 개명한 학도가 그런 옛말을 곧이듣고 무서해? 오온!’ 하는 것으로 족히 그 공포심과 의혹을 훨씬 풀어줄 수가 있었을 것 이었었다.
 
207
그러나 준은 모친을 대하여서나 또는 다른 누구를 대하여서나 제 마음의 의혹이면 의혹 고민이면 고민을 토파할 줄 아는 소년이 아니었다. 도리어 누가 알까 저어할지언정…… 그러면서 안으로 안으로 더 깊이 더 골똘히 파고들 기나 할 따름이지…… 그 뿐더러 가령 토파하고 싶은 생각이 혹시 난다고 하더라도 막상 그는 모친인 호랑아씨는 물론이요 그 밖에 아무도 마땅히 그럼직한 누가 있다고 여기지를 않는 아이였었다.
 
208
오직 한 사람 외조모를 지극히 따르며 귀염받고 하기는 하면서도 그러는 외조 모에게 조차 그는 저의 마음속을 헤쳐 보일 생각은 할 줄 몰랐었다.
 
209
외가에서 중화(中火)하여 거기서 혼인길을 차렸다.
 
210
준은 사모 쓰고 관대 띠고 사선(紗扇)으로 입 가리고 커다란 백마 등에 조그맣게 높이 앉히워서 갔다.
 
211
일산은 드높고 견마성도 양양히 높았다. 안부는 말 타고 함 지고 앞에서가 고 후행과 수모는 교군 타고 뒤따랐다. 눈 녹이는 따사한 날이 햇빛은 눈부시게 맑았다.
 
212
고샅고샅이 여인네들이 팔짱 끼고 모여서서 구경을 했다.
 
213
신랑이 의젓하느니 퍽 잔착하느니 과부댁 외아들이라믄서야고 그래도 탁신한 부자란다고, 그렇기나 하길래 저만큼이나 기구가 좋지야고…… 이렇게 들 부러워도 하고 혹은 칭찬도 하며 더러는 폄도 했다.
 
214
아이들이 좋아라고 앞과 뒤로 좌우 옆으로 패 지어 따르며 달리며 했다.
 
215
남들은 이렇게 모두들 저를 구경하며 재미있어 하건만 정작 저는 어디서 시방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그냥 건성이었다. 그것은 흡사히 눈 멀뚱히 뜨고 대낮에 앉아 꿈을 꾸는 이와 같았다.
 
216
그는 견마성 소리를 듣기는 들었다. 그리고 견마성 소린 줄까지는 알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뿐이었다.
 
217
아이들이 달리고 여인네들이 나섰고 한 것을 보기는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구경을 나온 줄까지는 알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뿐이었다. 즉 그는 감각만은 했으나 인식이랄지 관념은 하지를 못했다. 말하자면 허탈된 정신 상태 이었던 것이다.
 
218
제발 그 '개나리꽃 같은 노오랑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 꽃당혜…… 머리 곱게 빗고…… 이쁘게 웃고…… 상냥하게 눈물 닦아주고……’ 하던 그이기를 바라는 일념과 한편으로는 '벽 장문 있는 신방의…… 키 크고 옷 끔찍스럽게 입고 연지 찍고…… 새침하고 앉았다 빙긋 웃는…… 덜크덩 꿍 하고 뛰어내리는 덜머리진 총각놈……’ 하던 공포심과 이 두 가지 생각에 우환중 골똘해 있느라고 가뜩이나 정신이 없었던 것이었었다.
 
219
준은 모든 것을 아무 정신없이 치렀다.
 
220
비단 준이 아니라 고만 낫세의 소년이면 아무가 되었든지 장가를 드는 날이니 소년답게 우선 흥분하고 얼떨떨해서 정신없이 일을 치르기가 차라리 당연한 노릇일 것이었다. 그럴 터인데다 준은 따로이 그러한 곡절이 있어놓아서 더우기나 정신이 아니 없지 못했던 것이다.
 
221
그렇게 준은 정신없이 말께 앉히워 와서 정신없이 초례청으로 이끌리어 들어갔다.
 
222
아찔아찔 현기증을 느낄 뿐 정신없이 성례를 지냈다. 그런 중에도 앨써 의식을 가다듬어 신부를 보아보려는 경황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원 삼 소매로 잔뜩 가린 얼굴이야 물론 보이지도 않았지만 차림새도 한번 언뜻 본것으로는 그것조차 어떠했던가를 역력히 분간할 수가 없었다. 다만 한가지 여러 우수들에게 옹위되어 있는 그 키가 완구히 솟는 것만은 적실했었다.
 
223
'……키가 훨씬 크고……’
 
224
망상 가운데의 신부의 모양은 우선 키가 큰 것에서부터 일치가 발견이 된것이었다.
 
225
큰 상을 어떻게 받았으며 장인이라는 이는 수염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몰랐다.
 
226
이윽고 후행으로 왔던 숙부가 돌아갔다. 따라온 하인들도 같이 돌아갔다.\ 공포와 불안의 이 집에다 오직 수모 한 사람을 준에게 남겨주고서 다들 돌아간 것이었다.
 
227
날이 저뭇했다. 그만큼 밤은 벌써 가까와 온 것이다.
 
228
준은 외조모를 까맣게 기다렸다. 아까 혼인길을 떠나보내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229
"나 이따가 가마아? 느짓해 가서 잠깐 들여다보아 주고 오마아? …… 첫날도 안 지나서 새 사돈네를 가서 예법은 아니다만서두 쯧 동네 이웃 간이니 숭허물이야 할라드냐!"
 
230
준은 외조모가 꼭 올 것으로 믿고 기다렸다.
 
231
석양 무렵이 되어서야 노마님은 왔다. 그러나 오자 이내 돌아갔다.
 
232
준은 그만 낙심이 되었다.
 
233
대문 밖에까지 배웅을 나와서 다 ——— 함께 나온 장모라는 이만 사위와 같이 들어가려고 저만치서 대문 기둥에 지어 기다리고 섰고, 가까이는 마침아 무도 없었다. 노마나님은, 어서 인젠 들어가란 말을 하려고, 주령을 짚고 멈추어 서면서 준의 등을 어루만진다.
 
234
준은 와락 매달리고 늘어질 듯이 그러면서 안타까이 외조모를 올려다본다. 곧 울상한 얼굴을 해가지고 비실비실 몸을 꼬면서 그러는 양이(입에다 손가락만 물지 않았지) 얼뚱애기 그대로의 거동이다.
 
235
노인은 귀를 대주듯 하면서 묻는다.
 
236
"왜? 응?"
 
237
"………"
 
238
"응? 준아?"
 
239
"할머니?"
 
240
"오냐?"
 
241
"가지 마아!"
 
242
"오오! 날더러 가지 말라구! 너허구 같이 있구 가지 말라구! 호호호! …… 온 이 일 어쩌나!"
 
243
노인은 외손주를 끌어당기어 뚝뚜욱 등을 두드려 주면서 혼잣말같이
 
244
"할미가 그려서! 이 알뜰한 외할미가 그저어 딸리구 그려서, 한번이나 보 믄 그마안 이렇게 떨어지기가 싫어서! 쯔쯧! …… 몹쓸 에미가 하두 불 호랑이처럼 엄하게만 잡두릴 허구 헤싸니깐, 어린것이 연한 정을 어따 붙일 데가 없어서! 쯔쯧!"
 
245
"………"
 
246
"아가 준아!"
 
247
"응?"
 
248
"할머니 낼 또 오마아?"
 
249
"………"
 
250
"아, 느이 장모님이 널 조옴 귀여구 이뻐허실까? 업어래두 주구퍼 허실건데! …… 아 또 느이 이이쁜 새댁이 있구! …… 아무려면 이 푸달진 외 할미만 침 널 못 귀여들 해줄까? 호호호!"
 
251
"………"
 
252
"저봐라! 느이 장모님이 저기서 저러구 널 기대리시잖느냐? 어서 뫼 시구 들어가거라!"
 
253
"………"
 
254
"할머닌 그러구 갔다가 낼 또 오께시니 응?"
 
255
"………"
 
256
준은 하릴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늉하고 돌아섰다.
 
257
그러구러 해가 지고 인하여 밤이 들었다.
 
258
준은 드디어 신방으로 인도하여다 앉힌 바 되었다. 벽장 있는 신방으로!
 
259
준은 벽장이 없기를 얼마나 바랐던고. 그러나 벽장은 기어코 있었다. 들어서면서 준은 그것을 먼저 여새겨 보았던 것인데 역시 벽장은 있었다.
 
260
벽장을 보는 순간 준은 가슴이 섬뜩했으나 벽장이 있는 그 사실이 의외는 아니었다. 응당 있어야 할 것으로 미리서 여겨졌던 것이요, 그래서 반드시 있을 줄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261
아랫목으로 벽에 바싹 대어 춤 얕은 반병(半屛)을 쳤고 그 위로 벽장이 보인다.
 
262
벽장은 문에다, 새로이 도배하면서 난초를 한 폭씩 붙이어 하얀 벽 바탕에서 더 잘 벽장인 것이 눈에 뜨인다.
 
263
문은 닫기었으나 더얼 닫았음인지 이가 맞지 않는지 방긋이 조금 틈이 벙 그러졌다.
 
264
고리도 걸리지 않았다. 네모진 백통고리요 돌쩌귀도 박혀 있고 하다. 그러나 안에서 내어밀면 걸렸어도 열리는, 그래서 걸으나마나한 고리다. 자물쇠로 해 잠글 때나 소용이 되는 고리인 것이다.
 
265
신부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266
거미만한 신랑 준은 오도카니 혼자 앉아서 벽장문을 거듭 올려다보고 올려다보고 한다. 무엇인지를 할 듯 할 듯 별 러 싸면서……
 
267
놋촛대에서 팔서리 같은 쌍촛불이 간단없이 너울춤을 춘다. 방안은 그럴 때마다 무싯한 그림자가 얼찐얼찐 커다랗게 얼찐거린다.
 
268
웃목으로는 칸 질러서 높다란 병풍을 쳤다. 그 너머 웃칸은 어둠…… 어둠 속에서는 찬바람이 돈다.
 
269
바깥은 조금 아까까지도 우세두세 소란하던 것이 어느 사이 그치고 고요하다. 간간이 신발소리와 한두 마디씩 조용조용한 말소리만 들리다 말곤 한다.
 
270
이 침정에서 준은 인제 오래지 않아 신부가 들어올 것을 예감한다.
 
271
'들어오기 전에……’
 
272
그러면서 준은 고개를 돌리어 무서운 것을 또 올려다본다. 방긋이 틈이 조금 벙그러지고 고리는 걸리지 않고 한 벽장문을…… 그것을 꼭 밀어닫고 고리로 걸고 했으면 싶어서 하던 것이다.
 
273
준은 알고는 있다. 저런 벽장문은 암만 밖에서 고리를 걸어도(꼬챙이 같은걸 꽂아놓든지, 자물쇠를 채우든지 한다면 몰라도) 그냥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집의 벽장문이 죄다 그러고, 삼촌네니 외할머니네니 동무 아이들네니, 벽장문이란 벽장문은 다 보아야 다 그랬다. 암만 밖에서 고리를 걸었어도 잡아당기든지, 누가 그 안에 있다가 내어밀든지 하면 저절로 열려지게 죄다가 마련이었다.
 
274
그러나 준은 그런 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저 느슨히 벙그러진 것을 꼭 밀어 닫고 고리도 걸고 하지 말 수가 없었다.
 
275
준은 몸을 도사리면서 잠깐 귀를 기울인다. 깜박 아뭇 소리도 없다.
 
276
기회는 이때다. 그 순간 준은 이를 악물면서 벌떡 일어선다. 일어서면서 그대로 사풋사풋 두어 걸음 내딛다가, 한 도약(一跳躍) 날쌔게 ——— 쥐를 노리던 고양이처럼 날쌔게 고리와 돌쩌귀 얼러, 벽장문에다 덥석 두 손을 짚는다. 짚으면서 딸꼭 고리를 걸고는, 그러고는 얼른 도로 물러나와 앉았던 자리께만치 가 털썩 주저앉는다. 한 삼 초나 사 초 밖에 안되는 동안인데 준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내솟았다.
 
277
무의식코 이마의 땀을 손바닥으로 씻으면서 준은 찬찬히 방금 한 일을 살펴본다. 고리는 걸리고, 틈 벙그러졌던 것도 잘 이가 맞고 했다. 조금 속이 가뿐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노릇이면서도, 그래도 속은 가뿐했다.
 
278
신부가 들어왔다.
 
279
준이 향하고 앉은 앞문 밖에서 문득 소곤거리는 소리와 비단 옷결 스치는 소리가 어지러이 일더니, 이윽고 문이 열리면서 수모의 부축을 받으며 조용히 신부가 들어온다.
 
280
준은 보지 않고 싶어도 저절로 눈이 그리로 끌려가서 보지 말 수가 없었다.
 
281
벌어지는 원삼 앞자락 밑으로 눈이 아프게 짙은 남치맛자락!
 
282
치맛자락을 씻어올라가기 한참만인 듯하여서야 겨우 키가 다하고 비로소 얼굴이 보이는 그 어머어마 큰 키!
 
283
부옇게 분을 더깨 앉힌 얼굴에다 턱으로 볼때기로 이마로 꾹꾹 다니며 찍은 시뻘건 연지! 족도리 쓰고!
 
284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죄다 고대로 맞았다. 그러고 그렇게 참 무섭고……
 
285
준은 소름이 쪽 끼쳐 오싹 어깨를 떨면서 스르르 눈을 감는다.
 
286
자리 잡아 앉히느라고 바삭거리는 옷결 소리만 잠시 계속된다.
 
287
그러나 별안간 무엇이 드르릉 한다.
 
288
준은 하마 소리를 지를 뻔하고 감았던 눈을 번쩍 뜬다.
 
289
수모가 웃목의 병풍을 한끝을 미는 소리였었다.
 
290
수모는 웃칸으로 가 금침을 날아다 놓는다. 준은 기가 질리게 크고 두껍고한 요와 이불이다.
 
291
아랫목으로 온통 그들먹하게 금침이 펼쳐진다. 초록 동정에 선지빛같이 징그러운 자주이불이다. 이 이불에서 준은 신부가 원삼 밑에 입고 있을 진자 주 저고리를 연상한다.
 
292
"우리 새서방님 고단하시겠서어! …… "
 
293
수모는 외짝눈으로 두목애교를 떨면서 물러나 앉는다.
 
294
동네서는 세상 보기 싫던 애꾸눈이 이 계집이었지만 오늘 밤 이 자리 서는 보기 싫기는커녕 도리어 정답고 살가왔다.
 
295
"자아…… 인전 어서 지무시지! …… "
 
296
"……… "
 
297
"새 서방님은 좋아서 잠두 아니 오시나바? 눈이 초랑초랑허시구! 호호 호!"
 
298
"………"
 
299
"새서방님?"
 
300
"………"
 
301
"새아씨 이쁘시죠?"
 
302
"………"
 
303
"호호호! …… "
 
304
"……… "
 
305
준은 놀려먹는 건 얼마든지 제멋대로 놀려먹고, 같이 밤새도록 있어만 주었으면 좋겠었다. 그러나 가망 없는 노릇이매 바라지도 않았다.
 
306
"자아 그럼 편아안히 지 무세요…… "수모는 일어섰다.
 
307
"새아씨 너무 오라두룩 앉혀 두지 마시구우? 저럭허구 앉이셔서 조옴 고개두 아프구 하시겠다구요? 이쁜 새아씨가 가엾잖아요? 그렇죠? 새 서방님?"
 
308
수모는 두루 서성거리며 자리끼랑 그 밖에 미비한 것이 없나 방안을 한번 둘러보다가 병풍도 좀 손을 대고 그러고는 또 한번 편안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한 후에 조용히 물러나간다.
 
309
얼마가 지났는지 가늠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밤은 어디서 바스락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죽은 듯 괴괴하다.
 
310
방안도 죽은 듯 고요하다. 선지빛 자주이불에 보오얀 분성적에다 함부로 시뻘겋게 연지 찍은 신부의 얼굴에 얼쑹덜쑹한 원삼 자락에 짙은 남치마 자락에…… 색채는 이렇게 모두가 끔찍끔찍스러도 소리는 먼지만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하다.
 
311
준은 살며시 눈을 치떠 벽장문을 본다. 이윽고 그러다가 그 눈을 그대로 살며시 신부에게로 돌린다. 신부는 비스듬히 웃목을 향해 그린 듯 앉아 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앉아 있다. 만들어다 앉힌것처럼……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준은 꼴깍 침을 삼킨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또다시 살며시 눈을 치떠 벽장문을 보다간 신부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신부는 여전히 그러고만 있다.
 
312
준은 침을 꼴깍 또 삼키고…… 이렇게 하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동안 극도로 긴장했던 준은 필경엔 신경이 그를 지탱치 못하자 피로와 졸음이 일시에 엄습해 왔다. 겉잡을 수 없이 일시에 급격히 엄습하여 왔다.
 
313
몸은 파근히 노그라지고 머릿속은 안개 같은 것이 자옥이 찼다. 무엇을 생각 할 수도 없고 생각하기도 대견했다. 무서운 줄도 모르겠었다.
 
314
깜박 졸았다.
 
315
그 졸아지면서 고개가 앞으로 꾸벅 떨어지는 바람에 놀라 번쩍 얼굴을 들며 눈을 떴다.
 
316
뜨는데 눈이 신부와 딱 마주쳤다. (이때에 신부가 아무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요 목석이었을 것이다.)
 
317
방긋 신부는 웃었다. 그 웃는 것을 보는 순간 준은 퍼뜩 정신이 들어 소스라 치게 놀란다. 바로 그때다. 또렷한 소리가 '따그락……’하고 벽 장문에서 났다. 나자 준은 기절할 듯
 
318
"으악!" 하고 울음 섞인 소리를 치면서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가고…… 모두가 일순간의 일이었다.
 
319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었다. 수모가 물러나간 지 한 시간이나 되었을까 한 시간은 좀 못 되었을까 그랬었다. 아뭏든 얌전을 내고 곧잘 앉아 있었다. 그러자 어쩌다 눈을 들어 가만히 보았더니 꾸벅하고 졸고 있었다. 얼뚱애기처럼 꾸벅하고…… 보기에 민망했을밖에! 한편으로는 또 귀엽기도 했을밖에! 무심코 방긋 저절로 웃어졌을밖에!
 
320
물론 마음 같아서는 얼른 옆으로 가서 두루마기도 벗겨주고(신부가 뎁다 신랑을 말이었다!) 그래서 자리에 잘 뉘어도 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신랑이 어리기로손 나이 차기 아냐 더한 무엇이라도 첫날밤 신 부로서 어떻게 그렇게 번접스럴 법이야 없는 노릇이었다.
 
321
그건 그렇다고…… 그래 꾸벅 조는 것을 보고 무심코 방긋 웃는데 마침 눈을 번쩍 떴다. 번쩍 눈을 뜨더니 글쎄 느닷없이
 
322
'으악!’ 하고 놀란 소리를 치면서 방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던 것이었었다.
 
323
그 서슬에 신부가 정신을 놓칠 뻔하게 놀란 것도 놀란 것이지만 곧잘 앉아 있던 신랑이 꾸벅하고 졸다간 별안간 경풍하듯 그렇게 뛰어나가니 세상에 이런 기가 막힐 일이라곤 없었다.
 
324
어인 영문이나 알면 속이나 시원하지 대관절 무엇에 놀랐기에 그다지도 요란히 놀라며 항차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기까지 하다니!
 
325
첫날밤의 신부의 망신으로도 이만저만찮은 망신이었다.
 
326
부모랄지 남의 앞에 신부의 입장이 대단히 곤란했다.
 
327
모친이 경황중에도 조용히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나 신부는 변변히 대답 할 거리가 없었다.
 
328
'수모가 물러나간 뒤에 내내 천연스럽게 앉았더니 꾸벅하고 졸다가 눈을 뜨면서 으악 소리를 치고 뛰쳐나갔오.’
 
329
사실대로 이렇게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330
벽장문에서 따그락 소리가 난 것…… 이것은 신부도 귓결에 듣기는 들었었다. 그러나 그것과 이것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단 통히 고려도 두지를 아니했다. 따라서 그 소리를 들은 감각조차, 그 순간 이후엔 기억으로부터 영영 침전(沈澱)이 되고 말았다.
 
331
신방을 엿듣고 있던 일가집 아주머니와 동네집 여인 두 사람도 신부의 말과 꼭같은 말을 했다. 이 여러 사람의 말과 신부의 말과의 일치는, 가지가지 불온당한 억측과 재미롭지 못한 치의로부터 신부를 구해주는 다행한 증언 이었다.
 
332
신부 당자를 비롯해서 부모와 친척이나 남들이나, 그리고 그 후에 이르러 시가(媤家) 편에서나. 결국 그리하여 '신랑이 졸고 앉았다가 깜박 그때 무슨 무서운 꿈을 꾸고, 그렇게 놀란것이다……’ 고 한가지로들 해석을 하게 되었다. 가장 근리한 해석인 동시에 달리는 아무 그럴싸한 재료가 없으매 유일한 해석이 아닐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뒤로 이십여 년이 지나도록 공방이 풀리지 않는다는 중대한 결과의 옆에 서서도 종시 그 이상은 다른 해석을 할 길이 없었다. 준이 오늘날까지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한번도 발설을 하지 아니했기 때문이었다.
 
333
첫날밤 신방에서 신랑을 잃어버린 혼가의 낭패와 소동은 유로 형용할 바가 없었고 즉시 불을 켜잡고 찾아나섰다.
 
334
저의 외가집 대문 밖에서 신랑은 곧 발견이 되었다. 그러나 기절하여 쓰러져 있었다.
 
335
그제서야 노마님과 하인들이 소동을 듣고 쫓아나왔고 거듭 놀라 준을 안아 들여다가 사족을 주무른다, 우황청심환을 흘려넣는다 하며 서둘렀다.
 
336
이윽고 준은 정신이 깨어났다. 그러나 다시 그 집 ——— 처가로 가기를 한사코 마다했다. 벌벌 떨면서 외조모의 치마폭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원문】童話[동화]의 傷處[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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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새벽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42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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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