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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새벽 ◈
◇ 까치가 우 짖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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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1.10~
채만식
1
아름다운 새벽
2
2. 까치가 우 짖더니
 
3
준은 그러나 조금도 곤란을 받지 않았다. 외조모가 속살로 학비를 보내주었었다.
 
4
속살로라고 해도 이내 강부인이 그 눈치를 알아채었고, 그래서 번연한 비밀이었다.
 
5
강부인은 친정어머니와 같이 앉으면 간혹 가다
 
6
"어머니는 무엇이 그리두 살뜰해서 그놈을 학비를 보내주시구 허시우? 눈물이 쑥쑥 빠지두룩 고생을 좀 허게스리, 모른 체허시들랑 않구서…… " 하고 탓 비슷한 말을 했다.
 
7
그런다치면 노마나님은 천연덕스럽게
 
8
"학비는 무슨 학비어?…… 저업때 한번은 하두우 보구 싶어서, 생각난 길에 모치떡이나 사먹으라구 돈 겨우 백 냥인가 붙여준 걸!" 하고 둘러다 대는 것이었다.
 
9
그 말에 강부인은 웃으면서
 
10
"백 냥인다 치면 그 녀석 자그만치 한 섬에치는 모치떡을 사먹었을 테니 외할머니 생각두 한 섬에치는 해드렸겠수!" 하고는, 그 이상 더는 알은 체를 하거나 참견하려고 하지를 않았다.
 
11
노인의 귀한 외손자놈 이뻐하고 위하는 재미인 것을, 부질없이 들어서 말릴 수도 없거니와 말릴 일도 아니었다.
 
12
또 그렇게 되기를 잘한 노릇이었다. 요행 저의 외조모가 계셔서 얼른 나서서 가로맡아 주었기망정이지 만일 계제가 그렇지 못했더라면, 크게 노하여
 
13
'그 놈 불효자식…… 내 자식 아니다! 나는 모른다!’ 하면서 그 대단하던 기운 다아 속절없고, 한 달이 못하여 슬며시 학비를 보내주고라야 말았을 터이니 말이다.
 
14
정녕코 부모 된 사람으로 보아 성화스런 자식임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절대로 미운 자식이거나, 하찮고 마음에 범연하고 한 자식은 아니었다.
 
15
말로는 곧잘 '그 놈이 눈물이 쑥쑥 빠지도록 고생을 해야 하느니라.’ 고 큰소리를 하기는 한다. 하지만 준이 가령 어쩌다 무슨 고생이 되었던 정말로 고생을 한다고 하면, 그때에 짜장 눈물이 쑥쑥 빠질 사람은 도리어 강 부인 자기 자신이었지 별수 없었다.
 
16
실은 고생까지도 갈 것이 없고, 전자에 더 가까이서 마침 그것을 볼 수가 있게 되었다.
 
17
"그놈이, 꼭 그놈이 돈이 없었어야만, 꼭 돈이 없었어야만 내게 와서 항복을…… "
 
18
장단 맞추듯 꿍꿍 절구질을 하면서 마악 또 이렇게 넋두리는데(그것이 벌써 가슴속으로부터 아들 아쉬운 정이 간절히 솟아오르고 있는 사실을 자기두 모르고 은연중 말하던 것인데) 그럴 때에 별안간, 집 뒤 울안의 쭉 나무에 선지, 끼약끼약 까치 우짖는 소리가 요란히 들려왔다.
 
19
움칫, 그 소리에 강부인은 놀라는 듯하더니 얼굴이 차차로 흐려들다가 마침내 후유 한숨을 지으면서
 
20
"아무도 반간 사람 올 사람 없다."
 
21
시름없이 목안으로 갈앉아 들어가는 음성이다.
 
22
그러고는 두어 번 그대로 절굿대를 드놓는 듯하더니 인하여 손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머언 하늘을 본다.
 
23
겨울 하늘은 흐리지 않았어도 어설퍼, 가뜩이나 보는 사람을 마음 막막 케한 다.
 
24
멀리다 자녀를 두고 불현듯 보고 싶은 생각이 날 때, 그 부지할 바를 모르는 정을 어머니들은 흔히 '미칠 듯 보고 싶다’는 말로써 하거니와 강 부인이 정히 지금 그런 마음이었다.
 
25
안타까이 그렇게 보고 싶은 깐으로 하면 선 자리에서 그대로 부르르 달려가기라도 할 것이었다. 그러나 아침에 조동하여 자동차 ──── 버스를 타고 다시 차를 갈아타고 저물게야 당도하는 육백리 먼 길이다. 보고 싶은 그 당장에 만나 보아지지가 않는 먼 길도 먼 길이려니와, 막상 또 허위단심 가서 만난댔자, 그립던 정이나 반가움은 접어놓고 드리 단짝
 
26
"너 이놈! 죽일 놈 이놈!" 하고 사뭇 이렇게 잡도릴 테니, 그리하여 준은 모자가 오손도손 이야기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가지기를 피할 테니, 오히려 만나러 간 것이 부질 없을 노릇 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이 번번이 그러했던 것이다.
 
27
넋을 놓고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강부인은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28
"몹쓸 놈! 야숙한 놈!……"
 
29
입을 비죽비죽, 그러나 필경 끔적하는 눈에서 닭의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기쁨을 와락 그대로 기뻐하며 노함을 와락 그대로 노하되 주저를 하거나 참지 않음과 일반으로, 슬프면 와락 그대로 슬퍼해버렸지 꿀꺽 그것을 삼키는 성미도 체질도 아니었다.
 
30
"이 세상에 저, 이 세상에 저 하나 에미 나 하나, 그러구 제 가숙…… 단 그 셋밖에 누가 또 있다구!…… 몹쓸 놈! 야숙한 놈! 비상보담두 더 독한 놈!"
 
31
천하의 여장부도, 무서운 호랑아씨도 속절없고, 연해 메주방아에다 눈물을 질끔질끔 떨어뜨려 제물 간을 치면서, 마침 또 보는 이 듣는 이 아무도 없겠다, 마음 턱 놓고 목멘 소리로 서러운 사설이 서리서리 풀어져 나오려던 참인데, 그러자 대문 밖에 중이 와서 동냥을 청한다.
 
32
"동냥 안 내!"
 
33
강부인은 순간에 얼굴이 험악하여지면서 버럭 쏘아버린다.
 
34
이 세상 사람 치고 강부인의 제일 좋아하는 게 무어냐 하면 어린애와 병정이요, 제일 싫어하는 게 무어냐 하면 신여성과 중이다.
 
35
중도 여느 중은 아니고, 마을로 동냥 다니는 중 가운데 젊은 중 말이다.
 
36
송충이처럼 싫어하고 척진 사이처럼 미워한다. 이유인즉은 젊으나 젊은 놈이 사지육신이 멀쩡해 가지고 무얼 못해, 하필 남의 집 문전문전 돌아다니면서 비럭질을 할까보냐는 것이다.
 
37
그러나 그러면서
 
38
"에이 보기만 해두 숭칙해! 능글능글허구 피둥피둥허구!…… 저마안침 지나가기만 해두 무슨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39
이렇게 일종 육체적인 불쾌를 느껴하는 것을 보면, 차라리 수절과부의 관념적인 결벽(潔癖)으로부터 오는 신경성(神經性)의 것일는지도 모른다.
 
40
바깥에 온 중은 주인마나님이 그런 편성의 호랑아씨인 줄은 알 턱이 없고, 대문이야 번듯하니 크겠다.
 
41
"동냥 안 내!……"
 
42
이 소리 한번으로 곧 퇴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43
"아 이에!……"
 
44
때댕땡 꽹과리를 두드리면서 멋들어지게 한바탕 내놓는다. 싱싱한 젊은 목소리다.
 
45
"………"
 
46
강부인은 재차 무어라고 벼락령을 놓으려다 말고 문득 고개를 꺄웃 하면서 귀를 기울인다.
 
47
자세히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가다가
 
48
"이 댁 자손이 부귀공명을 누리시고…… "
 
49
이런 대문도 있고, 또
 
50
"수명 장수 하시고 다 남다 자손 하시고…… "
 
51
이런 대문도 있는가 하면
 
52
"아들을 나시면 효자충신이요, 딸을 나시면 정부 열녀요…… "
 
53
이런 대문도 있고, 그러고 또
 
54
"삼천 극락 영생불사 연화대에 오르시고…… "
 
55
이런 대문도 있고…… 아뭏든지 제일 좋은 말로써 더할 수 없이 잘 되어지이다 하는 축원이었다. 하되 이 댁 자손 이 댁 자손 그러니 준을 두고 하는 축원이요, 준이 받을 복이지 달리 있을 사람이 없었다.
 
56
어떻게도 귀에 솔깃하고 마음에 안기는지! 그리고 고마운지!
 
57
물론 오늘 처음으로 이 집 문전에 중이 동냥을 오고, 염불을 외우고 하는 바는 아니었다. 종종 더러 있었고, 있었으나 강부인은 혼땜을 주어서 쫓기가 일이었지, 통히 귀담아 듣지를 않았을 따름이었다.
 
58
'어느 누가 무엇이 내켜, 내 자식 잘되라고 축원을 할까보냐? 저를 난 제에 미도 때때로 저를 원망하고 욕을 하고 하지를 않았더냐!’
 
59
'지나가는 중이 이름도 성도 모르고 아무 상관도 없고 한 내 집 문전에 발길을 멈추고 서서 내 자식 잘되라고 갖은 좋은 말로 축원을 해주니, 세상 그런 고마울 데가 있을까보냐?’
 
60
메주방아 찧던 절굿대를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으면서, 거기 있는 안반보다 별로이 작지는 않은 뒤를 요란스럽게 내저으며 급히 달려가는 곳은 광이다.
 
61
뒤주를 열어젖히고 두 말도 넘겨 드는 옹퉁이에다 부우연 백미를 퍼 억 퍽 됫박으로 퍼담는다. 아낌없이 퍼억퍽 퍼담는다. 마음에 내키는 노릇이기도 했지만 손이 본시 그런 복성스런 손이다.
 
62
한동안 퍼담아 수북하게 쌀이 찬 옹퉁이를 불끈 치켜들고 쿵쿵 대문 밖을 향해 달려나간다. 차면 안으로 들어서던 귀덕어멈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이이 떡 벌어진다. 중이 동냥을 왔는데 마나님이 시주를 퍼내니 말이다.
 
63
"마님 웬일이세유?"
 
64
"내가 죽을려나보이!"
 
65
놀라하기는 귀덕어멈만이 아니다.
 
66
중이 동냥을 오면 쌀을 말쌀로 퍼내던 것은 벌써 이야기에나 남은 옛 풍속이다.
 
67
일전박이 몇푼 아니면, 기지개 쓰고 많아야 십전박이 한푼을 꽹과리 복판에다 땡그랑 떨어뜨려 주는 것이 요새날 그 공정가격보다 더 엄한 동냥 시세다. 하되 그것은 백이면 아흔아홉까지가 마음 가운데 어느 한구석 중을 ── 중이라는 것을 통해 부처님을 ── 존경할 줄 아는 신앙의식 같은 것이 있어서 가 아니요, 신앙의식은커녕 불도(佛道) 즉 종교에 대한 호의조차도 전혀 가짐이 없고, 단순히 그저 보통 걸인에게(그도 졸리기 성가시어서) 동냥을 주는 이와 추호 다름없는 뜻이요 태도요 하던 것이다.
 
68
뜻과 태도야 가령 어떠했거나, 그리고 약소야 하거나 말거나 그런 대로 동냥을 주는 집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69
"우리 집은 예수 믿어요!"
 
70
믿지도 아니하는 예수를 꾸어다 ── 신앙을 팔아가면서 ── 그 박하고 실례스런 시주나마 내기를 피하는 부적으로 두고 쓰는 집을 왕왕이 본다.
 
71
그야 기독교의 신자의 집이란다 면
 
72
"우리 집은 예수 믿어요!" 라는 말로써 불교엣 사람인 중에게 동냥 주기를 거절하는 것도 괴이찮은 일일 것이다.
 
73
기독교는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유난히 배타적이다.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모두가 사교요 이단인 것이다. 따라서 불교도 기독교가 보기엔 별 수 없이 사교요 이단인 것이다.
 
74
일종의 결벽이랄까, 기독교의 이렇듯 배타적인 성격의 옳고 그른 것은 딴 문제요, 근본 성격이 그러한 이상 남을 용납하지 않게 되는 것은 피치 못 할 필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75
그러므로 일반이 기독교 신자의 집 문전에 중이 와서 동냥을 청하는 마당에
 
76
"우리 집은 예수 믿어요!" 하는 것은
 
77
'우리 집은 예수를 믿는 집이라 중한테 동냥을 주지 않소.’ 이런 말이요, 그 뜻인즉은 '예수를 믿는 우리 집에서 어찌 이단인 중에게 시주를 하며, 써 사 교인 불교에 동의를 할까보냐?’ 는 뜻이랄 수가 있다. 그리고 그가 착실한 기독교인이면 착실한 기독교인일수록 가장 진정에서 우러나는 가장 정직한 말일 것이다. 동시에 그에게는 동냥을 주는 돈이면 돈 쌀이면 쌀 그것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이단에게 시주를 하지 않는 것이지 가난한 사람에게 동냥을 주기가 아까와서 주지 않는것이 우선 아니다.
 
78
거기에 대하여 중은 중대로 대개 보면 떳떳하다.
 
79
'우리 집은 예수를 믿어요!’ 하게 되면 다시 두말 않고 돌아선다. 치사한 이교도의 시주를 받을 며 리도 없고, 이교도를 발원 축복할 며리도 없고 하다는, 역시 결벽이요 자존일 것이다.
 
80
개중에는 물론 '그렇다면 만날 가야 동냥 나올 싹수는 글렀다!’ 싶어 그래 얼른 단념하는 중도 없진 않으리라. 또 그런 거절을 당코도 여전히 서서 염불을 외우며 조르는 중도 있을 것이요, 그러다가 귀찮다 못해 걸인에게 보내는 동정 셈 치고서, 그러나 모멸하면서 몇푼 던져 주는 걸 너 풋 절하며 받는 중도 또한 없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러한 중은 어떠한 파계(破戒)보다도 가장 부끄러운 중이요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중일 것이다.
 
81
대개는 웬만큼 중다운 중은 역시
 
82
"우리 집은 예수 믿어요!" 라는 소리가 나오기가 무섭게 곧 염불을 거두고 돌아선다.
 
83
이 남은 종교와 종교가 각기 순결과 존엄을 위한 신앙상의 실로 엄숙하고도 점잖은 말이요 태도요 효과요 한 것을,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야속히도 일 전박이 몇푼의 동냥 줄 돈을 아끼느라고 믿지도 듣지도 못한 예 수 이면서
 
84
"우리 집은 예수 믿어요!" 하고 표절을 하여 중을 쫓는 부적으로 이용을 하는 것이다.
 
85
적어도 부처님의 이름으로 시주를 청하는 중을 예사 걸인과 한가지로 대접 하는 것이라든지 더우기 몇푼의 돈을 아끼기 위하여 그 효과적인 주문을 외어 중을 쫓는 것이라든지…… 이런 짓은 매양 좀스럽고 박절한 백성이나 할 짓이지, 어질고 좋은 백성, 그리하여 존경스럽고 복받을 백성은 결코 아니하는 짓이다.
 
86
왕왕이 일부 백성 가운데 그 정신생활상 영양불량(營養不良)한 시대를 겪은 끝이면 그렇듯 상서롭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87
하기야 중이 오면 흔연히 시주를 할 줄도 알고, 입으로 염불도 외우고, 절은 찾아가서 부처님을 위하여 불공을 드리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일부에서는 야소교를 믿어 기도를 올리고 찬송가를 부르며 아멘 소리를 입에 내는 사람들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백에 한두 사람을 말고는 전부가 타산적인 욕망을 이루자는 노릇이지, 진정으로 부처님이나 하나님을 위 하여 섬기는 마음은 아닌 것이다. 부처님이나 하나님은 아무래도 좋단다. 중에게 시주라도 하고 부처님께 불공이라도 올리고, 또는 교회당에 나아가기 도라도 드리고, 아멘과 찬송가라도 부르고, 그리함으로써 사후의 안락과 호강을 장만하면 그만인 것이다. ── 이것이 그러므로 물질 ── 돈을 들여 부처님의 환심을 사서, 혹은 하나님께 아첨을 하여 극락세계면 극락세계, 천당이면 천당을 도모하려는 실로 매수행위에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일변으로 무당 판수를 불러다가 돈과 음식을 괴어놓고 귀신을 달래어 부자 되고 벼슬하고 자식 많이 낳고 오래 살고 하게 해달라고 비선을 하는 것과도 그닥 다름없는, 천박하고 무지한 미신행위이기도 한 것이다.
 
88
커다란 마나님이 큰 옹퉁이에다 옥 같은 백미를 수북이 담아 들고, 쿵쿵 쿵내 닫는 광경을 본 중은 처음엔 놀라서 눈이 휘둥그랬고……
 
89
그 다음엔 문득 절에서 듣던 옛이야기의 시절로 돌아간 듯 자못 감개 무량 함이 있던지, 부지중 두손 합장코 이마를 숙이면서 조용히
 
90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고 중얼거린다.
 
91
"어느 절 시님이요?"
 
92
강부인은 쌀 옹퉁이를 내려놓고는 일변 치마끈의 귀주머니를 풀면서 묻는다.
 
93
"미륵사의 중이올습니다."
 
94
"자 옜소!"
 
95
강부인은 주머니를 뒤져 집히는 대로 두어 장의 일원 지폐를 쌀 위에다 꾹 묻어 놓아준다. 그러면서 비로소 찬찬히 중의 행색을 위아래로 한번 훑어 본다. 송낙 쓰고, 먹장삼 입고, 염주와 단주를 각기 목과 팔목에 걸고, 미투리에 누비버선을 신고, 크막한 바랑을 해서 지고, 두루 이렇게 요새날 보기 귀한 썩 중다운 중으로 차렸다.
 
96
그 중답게 차린 차림새와 겸하여 역시 중답게 겸허하고도 조용스런 언 동 이강 부인으로 하여금 재래 일반 탁발승에게 덮어놓고 느끼던 불쾌감을 저으기 잊어버리게 하던 것이다.
 
97
"바랑이나 넉넉하우?"
 
98
"네에!"
 
99
중은 바랑을 벗어 푼다.
 
100
"아따 그 나까오루래드냐 허는 벙거지에다 고동색 세루 두루마기랑 뺏 데린 시체중들은, 바랑이나 아니나 쌀 서 되두 못 받을 걸 시늉만 해서 지구 다니게 말이요!"
 
101
"………"
 
102
중은 조심히 조금 웃을 뿐 저 할 일만 한다.
 
103
"짊어지구 절까지 올라가기 무겁구 성가시다구, 저 무엇이냐 주막 집이다 주구서 막거리나 실컷 자시구 헐 테믄야 차라리 돈으루다 시줄 허구?"
 
104
"온 그럴 리가 있겠읍니까! 다아참 농사지서서 그 소출, 그 쌀루 내시는건 돈으로 시주하시느니보담 지극한 정성이신데요!…… 한톨두 함부루 않구 이대루 올려다가 부처님께 바치겠읍니다!"
 
105
"오온 별 신통헌 시님 보겠어!"
【원문】 까치가 우 짖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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