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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성대(帝星臺) ◈
◇ 졸장(卒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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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5-1939.4
김동인
1
제성대(帝星臺)
2
卒將[졸장]
 
 
3
헌강왕(憲康王) 십년 춘삼월. -용용한 바다에야 춘색(春色)이 어디 따로이 있고 추색(秋色)이 어디 따로이 있으랴만 그래도 그럴사라 해서 그런 지 일 망 무제한 바다에도 봄이 이른 양하여 떠오르는 수증기조차 부우옇게 보인다.
 
4
사면의 눈 다하는 곳에는 수평선 밖에는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무연한 봄의 바다를 한 척의 배가 서에서 동으로 돛에 바람을 잔뜩 받고 도해를 하고 있었다.
 
5
당나라에서 신라로 향하여 가는 배였다. 좀더 적절히 말하자면 신라로 가는 당나라 사신(使臣)이 탄 배였다.
 
6
정사(正使) 부사(副使)며 그 수원(隨員) 보호무관(保護武官) 등 외에 당나라 상고 몇 사람이 관원에게 뇌물하고 신라에 장사치로 가는 것이 있었고 그 밖에는 웬 소년으로 보자면 소년이요 청년으로 보자면 청년이요 또 어떤 때의 표정으로 보자면 중년으로도 볼 수가 있는 정체 모를 사람이 있었다.
 
7
이 인물은 이 배에 태울 의무가 있어서 태운 바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또한 뇌물을 받고 태운 바도 아니었다. 사실 억지에 못 이기어 태운 것 이었다.
 
8
처음에는 말로 거절하였다. 그 다음에는 완력으로 물리쳐 보았다. 마지막에는 무력을 사용하여까지 격퇴하려 하였으나 이 괴인물을 당해낼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태운 것이었다.
 
9
태운 뒤에도 음식이라든가 거실 등에 대하여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방임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꺼리지 않았다. 먹고 싶을 때면 정사(正使)의 받고 앉은 상에라도 마주 가 앉아서 서슴지 않고 먹었다. 밤에는 아무 데 서나 자기의 자고 싶은 곳에 가서 잤다.
 
10
배에서는 귀치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존재였다.
 
11
누런 빛을 다분히 띠기 때문에 이름까지 황해(黃海)라 불리우는 이 바다도 하늘이 너무도 맑고 파란지라 그 영향을 받아서 꽤 파랗게 빛나는 좋은 날씨 였다.
 
12
이 당나라 사신이 탄 배의 귀찮은 존재로 되어 있는 괴상한 인물은 배 난간을 팔굽으로 짚고 일망무제의 봄바다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13
그와 꼭 등진 반대쪽 난간에는 당나라의 부사(副使)가 역시 팔굽을 짚고 망연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부사는 나이가 스물칠팔쯤 났을까, 삼십 미만의 젊은 사람이었다.
 
14
시각으로 말하자면 점심 직후쯤. 내려비치는 볕이 가장 다스로울 때이지만 봄이라 하되 바다의 봄은 꽤 서느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선창안에 들어가 있는데 이 두 사람만이 하나는 남쪽을 향하고 하나는 북쪽을 향하고 망 연히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15
이윽고 괴인들이 몸을 돌이켰다. 발을 떼어 부사의 곁으로 왔다. 거기서 부사와 나란히하여 섰다.
 
16
배 안에서 꺼리는 인물이 곁에 왔으므로 부사는 피하려는 눈치였다. 몸을 움직이려 하였다. 그때에 괴인물이 입을 열었다.
 
17
"당신 신라 사람이지요 ?"
 
18
분명한 한족(韓族)의 말로 이렇게 물었다.
 
19
이 질문을 받은 부사는 당황해 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20
"그렇지요 ? 내가 잘못 보지야 않았겠지요 ? 신라 사람이지요 ?"
 
21
재차의 질문. 이 두번째의 질문에 부사는 하릴없다는 듯이,
 
22
"그래. 그렇지만-."
 
23
당나라 말로 대답하였다. 반말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로서 한쪽은 상국(上國)의 사성(使星)이요 다른 쪽은 번방(藩邦) 신민인 위에, 나이로 따지더라도 한쪽은 근 삼십이요 다른 쪽은 이십 미만이니 반말을 하고 반말을 받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었다.
 
24
그러나 괴인물은 반말 받기가 역한 모양이었다.
 
25
"우리 상례(相禮)로 대합시다. 노형이 당사(唐使)면 나는 무엇인지 알겠소
 
26
? 좌우간 인사나 합시다. 나는 견훤(甄萱)이라는 백제 사람이요. 노형은
 
27
?"
 
28
부사는 이 말에 약간 놀라운 빛이 보였다. 그리고 이번은 비교적 순순히 대답 하였다. 역시 당나라 말로….
 
29
"나는 최치원(崔致遠)이라는 신라 사량부(沙梁部) 사람이요."
 
30
"아, 노형이 최 어사(崔御史)시요 ? 성화(聲華)는 이곳저곳서 들었읍니다만."
 
31
괴인물은 견훤이었다.
 
32
병법, 무술 등에 대한 수업을 쌓으려고 당나라로 건너간 지 오륙 년, 그 새 얻은 바도 적지는 않지만 또한 그것을 자세히 검분하면 그다지 신통한것도 얻지 못하였다. 이름난 사람 혹은 숨은 사람들을 적지 않게 찾아 보았지만 월등하게 뛰어난 스승을 발견하지를 못하고'면벽 연구(面壁硏究)’를 가장 높은 이상으로 삼던 은사 도선사의 주장을 통절히 다시금 느끼며 실망의 발을 도로 고국으로 돌이키는 지음이었다.
 
33
완숙되고 또 완숙된 체격이었다. 묏더미 같은 그의 몸집이 배 이쪽으로 옮아가면 배가 그편으로 기울어질까 근심될이만치 훌륭하였다.
 
34
견훤은 그 몸집이 어울리는 마치 바위와 같은 얼굴을 천천히 돌려서 최치원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병법 무술 등에 대하여 출군자(出群者)를 찾아보고자 여기저기 다닐 동안 간간 최치원의 이름을 들은 일이 있으므로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를 좀 유심히 보고자 하여서였다.
 
35
그러나 최치원에게서 단지 한낱 신경질인 야윈 표정 밖에는 발견하지를 못한 견훤은 다시 얼굴을 바다로 향하여 버렸다. 장차 함께 천하를 도모할 꾀를 의론할 벗이 필요한 견훤에게는 단지 한낱 재사(才士)는 그다지 쓸 데가 없었다. 다시 바다로 눈을 향하여 견훤이 말을 계속하였다.
 
36
"그러면 노형은 신라 말을 잊으셨겠군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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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내가 열두 살에 상국(上國)에 들어가서 지금이 스물 여덟 살 - 십육· 년간을 신라 말은 한 번도 들어 보지도 못하고 해보지도 못 했으니까…."
 
38
치원은 약간 자긍하는 듯한 태도로 역시 당나라 말로 대답하였다.
 
39
"그런데 노형의 소문도 나는 일찌기 들은 일이 있는데요."
 
40
견훤은 이 말에 한순간 치원을 보았다.
 
41
"허어, 내 소문 ? 내가 무슨 인물이길래 내 소문이 노형의 귀까지 더럽히겠소 ?"
 
42
"노형은 여유(汝遊) 선생을 아시지요 ?"
 
43
"잠깐 사사(師事)해 본 일이 있읍니다."
 
44
"그 여유 선생을 이번에 황조(皇朝)에서 군사(軍師)로 모시어 왔는데여 선생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신라 소년으로 견훤이라는 신동(神童)이 있는데, 불 출세의 장략(將畧)을 가진 소년으로 장차 반드시 크게 되리라고…. 그런 말을 들었는데 우연히 여기서 만나게 되니 참 기쁨외다. 그만한 재약이 있으시면 왜 상국에 그냥 머물러서 공을 세워 귀히 되지 않고 귀향을 하시오
 
45
?"
 
46
견훤은 한참을 한없이 한없이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그런 뒤에 입을 비로소 열었다.
 
47
"당나라 조정에서는 여유 선생을 얼마만치나 재약을 가진 분으로 봅니까
 
48
?"
 
49
"근래에 쉽지 않은 군사(軍師)의 재율이라고 명성이 자자합니다."
 
50
"흐음."
 
51
견훤은 탄식하였다. 견훤의 본 바 여유 선생은 그다지 높이 평가(評價)할 인물이 아니었다. 속에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이 혼자서 아노라고 떠드는것이 여유 선생의 특기였다. 그래서 잠깐 그의 문하에 들었다가 곧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여유 선생에게'신동’이라는 칭찬을 받는 것 조차가 스스로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렇거늘 당나라 조정에서는 그다지도 여유 따위를 높이 보는가. 이것만으로도 당나라에 인물이 없다는 점을 알 수가 있었다.
 
52
"최 선생은 장차 귀국하셨다가 도루 당으로 건너가시렵니까 ? 혹은 본국에 그냥 계시렵니까 ?"
 
53
"그것은 그때 보아야지요. 황상의 어명이 급하면 모르거니와 사향의 정도 간절하오니다."
 
54
견훤은 머리를 숙였다. 여러가지의 생각이 오락가락 하였다. 좀 엉뚱한 생각을 품고 있느니만치 가지가지로 생각은 벋어 나아갔다.
 
55
처음 이 배에 올라서 당나라 사신 중 부사가 분명히 신라 사람의 체격인 것을 알아 내자 견훤은 부사를 조용히 만나서 따져 볼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56
신라 사람으로 당나라에 벼슬하여 더우기 본국에 사신으로 가게까지된 사람 이면 상당한 조예가 있을 사람이다. 더우기 그 연령으로 보아서 삼십 미만에 그만한 지위를 획득하였다 하는 것은 그의 재능을 넉넉히 증명하는 바이다. 지금 딴 꿈을 꾸고 있는 견훤으로서는 걸출 협력자를 품 안에 품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용히 만날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것이었다.
 
57
그러나 급기야 만나서 가까이서 그 얼굴을 보고 그 음성을 듣고 표정의 움직임을 보고, 말- 주의 주장 등을 듣고 보니, 상상하였던 바와는 딴판 이었다. 한 개의 재사, 문필기재만을 긴히 쓸지 모르겠고 이미 이룩한 곳에서는 문필의 임(任)이나는 당해 낼지 모르지만 자기의 협력자로는 그다지 긴치 않았다.
 
58
몇 마디 더 객담을 사괴었다. 그런 뒤에는 제각기 갈라졌다.
 
59
견훤은 배가 첫번 포구에 닿는 곳에서 내렸다.
 
60
오래간만에 보는 고국 산천이며 사람이며 의복 풍습 등은 웬만한 일에는 감동할 줄 모르는 견훤의 마음도 꽤 움직여 놓았다.
 
61
시국은 차차 더 어지러워 가서 오늘은 어느 주(州)가 반하였다, 어제는 어느 성이 반하였다 연방 들리는 이런 상서롭지 못한 소문에, 백성들은 전전긍긍히 그 날의 해가 무사히 서산으로 넘기만 바라고 지내는 중이었다.
 
62
시국이 이러하니만치 야망에 불붙는 견훤의 마음은 차차 조급하여 왔다.
 
63
어떤 수단으로서 일을 착수를 하나 ?
 
64
도당을 모을까 ?
 
65
도당을 모아서 한 개의 적지 않은 세력이 된 뒤에 성을 치고 주를 삼켜서 자기의 목적을 이루나 ?
 
66
이렇게 주저하면서 달을 보내고 달을 보내는 동안 그 해도 어언간 넘어갔다.
 
67
그 해를 견훤은 거진 완산주(完山州)에서 보냈다. 일찌기 은사 도선에게서 백제 구역 중에는 완산주가 가장 가합하더란 말을 들은 견훤은, 완산주의 어떤 한적한 집에 주인을 정하고, 무위의 그날그날을 단지 벌에 나가서 말 달리며 활쏘며 무술 닦달로 보내고 있었다.
 
68
지금 그가 타는 말은 이전 처음 길 떠날 때 타고 나섰던 비룡(飛龍)의 손주로서 좋은 암말을 구하여 얻은 것이라, 망아지 적부터 견훤의 손에 길리 운 그 말은 그 한아비에게 지지 않는 명마였다.
 
69
새해도 정월이 지나고 이월이 지나고 춘삼월. 견훤이 당나라에서 돌아온만 일 년 뒤였다. 어떤날 견훤은 역시 말을 달리어 벌에 나갔다. 벌에서 춘색(春色)에 유혹된 견훤은 차차 더듬어서 자기도 모르는 새에 산간으로 들어섰다.
 
70
한참을 가다가 문득 갈증(渴症)을 느꼈다. 말도 보니 못마른 듯하였다. 견훤은 눈을 들어 살피었다. 어디 샘물이거나 개천이어나 없나 하여-. 그러나 불행히 그 근처에는 샘물도 개천도 보이지 않았다.
 
71
"물 없는 산이 있담."
 
72
견훤은 혀를 채었다. 아까 온 길을 회상하여 보아도 개천이나 샘물을 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더 앞으로 나아기기로 하였다.
 
73
한참을 더 나아갔다. 가면서 살피노라니까 저편 앞쪽에 인가가 두 채 보였다. 사람이 살면 반드시 물이 있을 것이다. 과연 거기까지 이르러 보며 우물이 하나 있었다.
 
74
견훤은 말께 내려서 말을 끄을고 우물로 갔다. 꽤 깊은 우물이었다. 그런데 불행히 두레박이 없었다. 얕기나 하면 어떻게 변통이라도 하련만 깊은 우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인가에 두레박을 빌리러가려 하였다.
 
75
막 인가로 가려고 머리를 들 때였다. 인가의 대문이 열리며 처녀 하나이 머리에 동이를 이고 두레박을 들고 나왔다. 나왔으나 우물에 웬 알지 못 할 사내가 있으므로 대문 밖에서 그냥 머뭇머뭇하여 버린다.
 
76
견훤은 처녀를 보았다. 십팔 세의 한창 피려는 꽃이었다. 얼굴이 그렇게 신통이 이쁜 편은 아니었다. 이쁘다기보다-잘 생겼다기보다- 기품이 있었다. 얼굴에, 몸 태도에, 자세에, 어디가 어떻다고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기품이 역력히 나타나 었었다.
 
77
견훤은 잠시 목마름도 잊고 남이 보면 뻔뻔스럽고 쑥스러울만치 처녀의 위아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말하였다.
 
78
"두레박을 잠깐 빌려 주시오."
 
79
똑스러운 어조였다.
 
80
거기 대하여 처녀는 미소하며 대답을 하였다.
 
81
"제가 떠 드리지요."
 
82
"말도 좀 먹여야겠는데요."
 
83
"말에게도 주지요."
 
84
처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번 나올 때는 사람이 먹을 그릇과 말이 먹을 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우물로 와서 익은 솜씨로 물을 길어 먼저 견훤에게 주고 그 다음에 말에게 주고 그런 뒤에 자기의 동이에 물을 채웠다.
 
85
"잘 먹었읍니다."
 
86
"다 잡수셨거들랑 그릇은 거기 그냥 두고 가세요."
 
87
그런 뒤에는 처녀는 동이를 이고 두레박을 들고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88
그 돌아갈 동안 견훤은 망연히 처녀의 뒷모양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뒷 모양으로도 기품이 매우 높았다.
 
89
이튿날 벌에 나아갔던 견훤은 자기로도 똑똑히 의식을 못하면서 그 산간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진일을 처녀의 집 근처에 배회하면서 처녀에게 물도 몇 번 얻어 먹고- 이렇게 날을 보냈다.
 
90
또 그 이튿날도 또 그 이튿날도 같은 일이 연해 반복되었다.
 
91
견훤은 스스로 자기의 양심과 마음보를 꾸짖고 물어 보고 하였다. 단 한가지의 굳은 결심으로 아홉 살에 아버지께 하직하고 나온 이래 십 년간 닦은 그 결심이 흔들림이나 받지 않았는가 하고 스스로 자기를 의심도 하여 보았다.
 
92
그러나 이 일에 한해서는 아무리 스스로 꾸짖고 의심하고 해보았지만 조금도 양심에 부끄러운 그림자가 없었다.
 
 
93
한 십여 일간을 같은 일을 싱겁게 반복하고 있던 견훤은 드디어 결심하고 처녀의 아버지를 찾아 보았다.
 
94
오십이 좀 남짓한 점잖은 사람이었다. 나날이 어지러워 가는 세태를 꺼리어서 산간에 숨은 사람이 듯하였다.
 
95
마주 앉아서 뚝하니 견훤이 내어던진 첫말이 이것이었다.
 
96
"노인장을 오늘 찾아 보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 댁 사위가 되고싶어서 외다."
 
97
노인은 이 무식한 간청에 비교적 놀라지도 않고 잠시를 견훤의 인물을 건너보다가 입을 열었다.
 
98
"내 딸을 보았소 ?"
 
99
"네. 한 십여 일간 매일."
 
100
"그래 마음이 들우 ?"
 
101
"들기에 오늘 이렇듯 찾아 뵙게가 되었읍니다."
 
102
"당신 가문(家門)은 ?"
 
103
"똑똑히 어떤 집안이라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지만 아무데를 내놓을지라도 누구와 대할지라도 결코 부끄럴 데가 없는 훌륭한 가문이올시다."
 
104
"양친은 다 생존해 계시오 ?"
 
105
견훤은 머리를 숙였다. 한순간 암담한 기분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106
"십 년 전에 생존해 계셨는데 그 이후는 알 길이 없읍니다."
 
107
노인은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다.
 
108
"그럼 양친께서 어디를 가셔서 생사불명이요 ? 혹은 당신이 십 년 전에 집에서 나와서 다시 돌아가지 않았소 ?"
 
109
"제가 나왔습니다. 아버지께 맹서를 하였읍니다. 목적한 바의 일이 성취되기 전에는 다시 뵙지 않겠다고.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엄명하셨읍니다. 그 뒤 간간 고향 근처를 지나다닌 일도 있읍니다만 집에 들르지 않았읍니다."
 
110
"참 장하군. 그래 목적한 일이 성취되어 가오 ?"
 
111
"모르겠읍니다. 어떤 때는 곧 눈앞에 이른 듯도 합니다만 어떤 때는 가암해서 스스로도 판단할 수 없읍니다."
 
112
"그만치 궂은 결심이니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는 편이 온당하겠지.
 
113
그러면 내 딸의 의향도 알아보아야겠으니 언제 다시 오오."
 
114
"당장 이 즉석에서 물어 주시면 어떨는지요 ?"
 
115
노인은 고소하였다.
 
116
"꽤 급한 모양이군."
 
 
117
그리고 하인을 불러서 연꽃을 이 방으로 보내라 명하였다.'연꽃’이 그 딸의 이름인 듯하였다.
 
118
견훤은 연꽃이란 그 이름이 과연 처녀의 기품과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119
모란이나 장미같이 고운 맛은 없으나 기품 높기 연꽃과 같다 하였다.
 
120
이윽고 처녀가 들어왔다. 들어오다가 견훤을 보고 한순간 놀라는 표정 이었다.
 
121
"거기 앉아라."
 
122
아버지가 지시하는 곳에 처녀는 단정히 가서 앉았다.
 
123
"야. 너 이 젋은이를 아느냐."
 
124
처녀는 얼굴이 도홍색이 되었다.
 
125
"대답을 해라. 아느냐."
 
126
"네."
 
127
가느다란 대답이었다.
 
128
"다름이 아니라 이 젊은이가 너를 안해로 맞겠다고 청이로구나. 네 의향은 어떠냐 ?"
 
129
처녀는 푹 머리를 숙이고 더욱 얼굴을 붉힐 뿐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130
노인은 한 번 더 처녀에게 의향을 물어 보았다. 그리고도 대답을 못 듣고는 이번에 견훤에게 말하였다.
 
131
"여보소 젊은이. 수일간을 참으소. 여자가 시집간다 하는 것은 자기의 일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어. 그런 중대한 일을 즉석에서 결정하고 대답하라는 것은 좀 경망스러운 일이니까,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오. 이삼일 후에 다시 오면 그때 내 대답을 들어 두었다가 전할 테니."
 
132
이 사리 당연한 말에 견훤도 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섭섭하다는 느낌을 그다지 느껴 보지 못한 견훤은 여기서 매우 섭섭한 느낌을 느끼면서 저물어 가는 하늘을 우러르며 말을 채찍질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133
그 뒤 삼사 일간을 견훤은 매우 초조하게 지냈다. 날이 밝으면 장차 저녁때까지 짧지 않은 온종일을 보내기가 한심스러웠다. 날이 기울면 밤에 잠이오지 않을지가 근심스러웠다.
 
134
이것은 전혀 견훤의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괴로운 감정 이었다. 괴로우면서도 어디인지 상쾌하고 즐거운 감정이었다. 새 날이 오는 것이 한없이 그리우면서도 그 진일을 보내기가 끔찍하였다.
 
135
다시 그 근처를 배회하기가 쑥스러웠다. 벌에 나가기도 염증이 났다.
 
136
진일을 집에서 몸을 이리 뒤채고 저리 뒤채며 딩굴렀다. 집주인조차 이 돌변한 견훤의 태도에 놀란 모양이었다. 견훤도 일찍이 누구한테 들어 본 일도 없고 경험하여 본 일도 없는 감정이라 어찌하여야 할지 알지를 못 하였다. 이렇듯 삼사 일을 지낸 뒤에 드디어 승낙이 났다.
 
137
"자네."
 
138
하게 되었다.
 
139
"자네에게 불초한 딸을 부탁하네."
 
140
장차 그의 목적하였던 엉뚱한 꿈이 성취되는 날은 얼마나 기쁠는지 모르지만 아직껏 인간 만사에 그다지 감정에 큰 움직임을 받아 보지 못한 견훤은 이 말 한 마디에는 감격하였다.
 
141
수일 후 성례를 하였다.
 
142
완산주에 한적한 곳을 골라서 집 한 채를 장만하고 신접 살림살이를 했다.
 
143
남녀 비복도 몇 명 구하여 들였다.
 
144
그 해 칠월에 임금이 승하를 하였다. 상서롭지 못한 소문은 국내를 통 퍼져서 여기서도 수군수군 저기서도 수군수군 자못 형세 불온하였다.
 
145
―지금껏 제일 태후와 좋게 지내던 상대등 위홍이 제일 태후에게 염증 이나서 제이 태후에게 돌라붙으면서 제일 태후 소생의 현 왕을 시(弑)하고 제이 태후 소생의(승하한 임금의 이복동생인) 왕제를 추대한다- 이것이 민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였다.
 
146
아니나 다를까 현재 승하한 임금에게는(서자이나마) 왕자가 있었고 궁실에서는 적서(嫡庶)를 그다지 따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왕자가 위에 오르지를 못하고 왕제(王弟)가 등극하였다.
 
147
궁실에 이런 어지러운 일이 있는 동안 변방에는 더욱 도적이 창궐하여 인제는 신라 조정에서 호령하는 호령에 복종하는 지방은 옛날 가락(駕洛) 임나(任那) 등의 나라가 있을 때의 영역보다도 좁으면 좁았지 넓달수는 없게가 되었다.
 
148
강역이 좁아졌으니만치 세공(歲貢)이 안 들어오매 호령에 복종하는 지역 안의 백성에게 대한 학정이 더 심하였다. 더우기 위홍이 재상으로 앉아 사사로이 먹는 것이 많으매 왕실은 조그만 비용까지도 곤란을 겪는 때가 있었다. 그런 형편이라 호령 듣는 지역 안의 세공 독촉은 형언할 수가 없도록 심하였다.
 
149
그러는 일방, 조정에서는 부득이 군졸을 널리 모집하였다. 양병(養兵)도 비용이 걸리는 노릇이라 위홍 개인의 입장으로 보자면 그런 데 들어 가는 비용까지라도 자기가 삼켜 버리고 싶었지만 인제는 더 손을 놓고 방관할 수가 없게 되었다.
 
 
150
방은 전국에 나붙었다. 군졸의 녹봉을 후히 준다는 조건 아래서 전국에서 군졸을 모집하기로 하였다.
 
151
이 방은 완산주에도 네거리마다 붙였다.
 
152
어떤날 밖에 나갔다가 네거리에 붙은 이 방을 보고 돌아온 견훤은 묵묵히 한참을 생각하였다.
 
153
자기의 목적을 달하기 위하여 도당을 모을까고도 그 새 꽤 많이 생각도 하여 보고 연구도 하여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좀체의 일이 아니었다.
 
154
처음 오륙의 동지를 얻어 가지고 산채에 숨어서 행인의 재물을 엄 습하며 간간 씀직한 인물은 잡아올리며- 이렇게 차차 세력을 늘리노라면 혹은 힘 깨나 쓰는 자들이 스스로 찾아도 오고 할 것이다.
 
155
그러나 이런 노릇을 하여 한 개의 세력- 한 개의 국가와 대항할 세력을 형성 하려면 이것은 지난한 일이다. 끝끝내 강도질이나 하여 먹다가 죽기가 십상팔구이다.
 
156
그래서 그는 선뜻 거기 아직도 착수를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157
오늘날 신라 조정에서는 군졸을 모집한다 한다. 자기가 만약 여기 응모를 한다 하면, 이 오합지중에서 자기는 삽시간에 승차를 할 만한 자신이 있다.
 
158
그리하여 자기 수하의 군졸의 수효가 어떤 정도까지 늘어 간다면 ?
 
159
자기의 수하에서 자기의 몸소 기른 군졸이면 그 하나이 넉넉히 다른 군졸열 명은 당해 낼 것이다. 수하에 천 명만 ! 수하에 천 명만 ! 이 천명이면 신라 군졸 만 명을 넉넉히 당해 낼 것이요, 만 명만 가졌으면 신라 천지는 한번 넉넉히 뒤집어놓을 것이다.
 
160
녹봉은 신라 조정에서 내어주고 그 기른 군졸은 자기가 쓰고…. 꿩먹고 알까지 먹는다 하지만 이렇듯 꿩과 알이 겸한 자가 어디 다시 쉬우랴.
 
161
견훤은 드디어 종군하기로 작정하였다.
 
162
그때는 그의 새 안해는 태중으로 벌써 남에게 감출 수 없도록 배가 부른 때 였다.
 
163
그 뜻을 안해에게 말하매 안해는 묵묵히 순종할 따름이었다. 단지,
 
164
"신라에 종군을 하세요 ?"
 
165
단 한 마디뿐이었다.
 
166
집이 가면지라, 생활을 위하여 종군하는 배도 아니었다. 가문을 낮추고 단란한 가정을 버리고 사랑하는 안해를 그냥 두고, 장차 너덧 달이면 세상에 고함 칠 어린애의 출생도 보지 않고 군졸이 되겠다는 것은 어느 모로 뜯어 보아도 그렇다 할 곳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새 안해는 남편을 굳게 믿거나 아무 딴 말이 없었다.
 
167
"대장부의 하시는 일에 아녀자가 어찌 주둥이를 끼우리까. 다만…."
 
168
눈물 머금었다.
 
169
"이…이…."
 
170
자기의 배를 굽어보았다.
 
171
"아, 참 그것. 그것이 계집애가 나거든 당신 마음대로 이름을 지으시오.
 
172
요행 사내가 나거든 신검(神劒)이라 이름 지으시오."
 
173
"그러오리다. 다른 것이야 먹을 것 넉넉하니 걱정 있소리까만 무슨 남겨 둘 부탁이라도 없으신지요."
 
174
"당신이 잘 알아차려 하니 내게 무슨 별다른 부탁이 있겠소 ?"
 
175
이리하여 간단히 집을 나섰다.
 
176
견훤의 입영생활은 시작되었다.
 
177
가을에 입영하여 겨울을 지나 봄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교련이라든가 하는것이 없었다. 군대도 해이되고 규칙이 문란하니만치 일정한 교련 방식이라든가 생활규칙이라든가 하는 것이 없이.
 
178
상관은 자고 깨서 술먹고 하관을 부려먹기로만 일삼고 하관은 고니 뜨기, 싸움질 하기만 일삼고 군대의 규칙이라든가 군대의 생활이라든가 하는 것이 없었다. 간간 군졸들을 이끌고 벌에 나가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할지라도 그것은 놀이삼아 하는 것으로서 상관은 술이나 마시고, 군졸들은 제멋대로 쏘며 놀며 하는 뿐이었다.
 
179
이런 군대면 십만 백만이 있을지라도 오합지중일 따름으로서 아무데도 쓸데가 없었다.
 
180
이러한 무규칙하고 문란한 가운데서 견훤은 어떻게든 약간한 지반이라도 잡아가지고 그 지반을 기초삼아 차차 확대하여 보려고 갖은 애을 다 쓰고 정신 바짝 차리고, 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다.
 
181
어떤 봄날이었다. 그 날도 교외에서 습사회가 있었다.
 
182
그 날 군졸 틈에 쉬여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문득 하늘에 기러기가 한 마리 긴 소리로 울며 날아 갔다. 상관도 그것을 쳐다보았다.
 
183
견훤은 순간을 유예치 않고 활을 들었다. 당기었다가 놓는 순간 활을 떠난 살은 어김없이 하늘나는 기러기의 가슴에 가 박혔다. 가슴에 살을 맞은 기러기는 한 번 하늘을 핑 돌고는 사선을 그으며 땅을 향하여 떨어져 내려왔다.
 
184
견훤은 몸을 날려서 비룡의 위에 올라앉았다. 사선을 그으며 벌 저편 끝으로 떨어지는 기러기를 견훤은 말을 나는 듯이 달려가서 그 기러기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아 잡았다.
 
185
그 기러기를 도루 가지고 돌아온 견훤은 그것을 상관에게 바쳤다.
 
186
"변변치 못하지만 안주감을 하나 구해 왔읍니다."
 
187
거기 대하여 상관은 입이 터졌다.
 
188
"그 놈 장할시구."
 
189
이리하여 견훤은 일개 군졸에서 소두(小頭-군졸 일백 명을 지휘하는 두목)가 되었다.
 
190
소두에서 중두(中頭-이백 명 두목)로- 중두에서 대두(大頭-오백 명 두목)로 승차될 동안, 작년 칠월에 국상이 난 만 일 년 뒤인 금년 칠월에 새 임금이 또 승하를 하였다.
 
191
또 여러가지의 풍설은 민간에 떠돌아다녔다. 제일 태후에게서 제이 태후에게로 옮았던 상대등 위홍은 중로(中老)인 제이 태후에게도 염증이 생겨서 제일 태후 소생의 공주와 어울렸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주와 어울리기 때문에 지금 이 임금을 시(弑)하고 공주를 여왕으로 모시게 하였다 하는 것 이었다.
 
192
과연 공주가 즉위하였다.
 
193
위홍은 제 집에 나오는 일이 쉽지 않고 대내에서 먹고 자고 하였다. 뿐 아니라, 새 여왕이 즉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홍이 갑자기 변사를 하였는데, 여왕은 다른 각 대신의 반대를 억압하고 위홍에게 혜성 대왕(惠成大王)이라는 시호를 바치기로 하고 그 장례에 있어서도 임금의 예식에 빙거 하기를 엄명하였다.
 
194
대두까지는 간신히 기어올라갔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껏 시골 군대에서만 돌아다니던 견훤은 이 여왕 제이 년에 경군(京軍)으로 뽑혀서 서울로 올라갔다.
 
195
"비장(裨將-副將軍[부장군]) 한 자리."
 
196
이것을 목표로 견훤은 서울에서도 잠시도 마음을 놓지 않고 노력하였다.
 
197
서울은 그래도 시골보다는 안목이 높았다. 비록 그 품명은 대두라는 얕은 자리지만 출중한 그예 무예는 여러 눈에 뜨이고 여러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의 출신이 백제라 하는 점 때문에 좀체 승차가 되지를 않았다.
 
198
이렇게 불우의 세월을 한동안 보내다가 겨우 조금 두드러진 자리를 하나 얻어 잡게가 되었다. 서남쪽 해변이 너무도 소란스러우나 서울에서는 거리가 멀 뿐더러 거기 보낼 만한 적당한 무장이 없어서 견훤을 변방장(邊防將) 으로 승차를 시켜서 그리로 보낸 것이었다.
 
199
가는 길 견훤은 자기의 집에 들러 보았다. 맏아들 신검(神劒)은 견훤이 완산주의 병졸로 있을 동안에 출생하였다. 둘째가 그때 태중이었다.
 
200
무표정하고 왁살스럽고 커다란 견훤의 얼굴은 어른으로도 초대면에는 무시무시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무표정한 얼굴이 그래도 어린 자식을 움켜 쳐들 때는, 약간 미소가 나타났다. 어린애도 이 왁살스러운 얼굴을 무서워 하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제 아버지를 쳐다본다.
 
201
"자식복이 없느니라."
 
202
일찌기 스승 도선사에게서 이런 훈계를 들은 견훤은 지금 자기의 눈앞에서 생글 거리며 해득거리는 어린애를 굽어보면서 스승의 그 말의 뜻을 생각 하여 보았다.
 
203
지금 눈앞에 두 아들이 생글거리고 있는지라, 자식이 없겠다는 말은 뜻 이 서지를 않는다.
 
204
그러면 자식이 크도록 자라지를 못하겠단 말인가, 혹은 어리석겠다는 말인가.
 
205
사람의 수(壽)는 알 수 없는 것이로되, 이 아이는 건강하였다. 의외의 불행만 생기지 않으면 요사할 것 같지는 않았다. 더우기 지금 둘이나 있고 둘이 다 건강하니 그중 하나인들 구하여지지 않으랴.
 
206
둘째 문제도 거리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어버이가 자식을 보는 눈에는 에누리가 있다 하되 둘 다 아직 갓난애나마 총명하게 생긴 편이지 어리석게 보이지는 결코 않았다.
 
207
두 아이를 한 팔에 하나씩 붙안고 어르며 견훤은 옛날 스승이 자기에게 들려준 말을 속으로 여러번 되풀이하여 보았다. 그리고 제 안해에게 향 하여,
 
208
"여보, 내가 따로이 말하지 않을지라도 어련히 하겠소마는 나 없는 동안 더욱 이 애들을 잘 가꾸어서 무엇보다도 든든한 애가 되게 하오. 결코 방심 치 마시오."
 
209
신신부탁을 하였다.
 
210
둘째는 양검(良劒)이라 이름지었다.
 
211
견훤은 이틀을 자기 집에서 묵었다.
 
212
그의 야망은 차차 성공의 길을 곧추 더듬어 나아가는 듯하였다. 지금껏은 소위 오백 명의 두목이라 하나 상관의 지휘 아래서 자기는 중간의 기계적 역할을 한 데 지나지 못하였다. 인제 자기의 손 아래는 자기 마음대로 부릴수 있는 천 명의 군졸이 생긴다. 자기의 위에는 자기를 지휘할 상관이 없다.
 
 
213
손 아래 군졸을 잘 심복케 하여 이것을 토대로 삼아 장차 자기의 길을 닦아 나아가자.
 
214
병법 무술에 스스로도 이 천하에 자기를 대항할 자 쉽지 않으리라는 자신을 가진 만치 이제 손 아래 들게 된 일천의 군사를 잘 어루만질 자신이 넉넉하였다. 이 일천의 군사가 장차 백만의 백성을 위무할 토대가 될것인가.
 
215
"어리둥둥 내 자식아."
 
216
그의 체통이며 표정에는 당초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소리를 하며 속으로는 차차 성취의 길을 더듬는 듯한 느낌의 환희를 금하지를 못하였다.
 
217
일개 병졸로 출발하여 불출 수년에 말석이나마 장수의 한 자리를 점령 한 따위의 일은 그의 커다란 야망에 비기건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위에 간섭하는 상관이 없는 지위에 올라 장차 이것을 토대로 하리라 생각할 때에 비록 이 얕은 자리나마 그다지 불만한 자리도 아니었다.
 
218
오래간만에 처자를 만나 보는 반가움과 아울러 이 야욕의 성취의 길이 트여 나아가는 듯한 점까지 겹쳐 견훤의 마음은 흡족하고 또 흡족하였다.
 
219
이틀을 자기의 집에서 묵고 임지(任地)로 향하여 떠나갈 때에 비록 별리의 섭섭한 정은 있다 할지라도 희망의 환희는 넉넉히 그 석별의 슬픔을 삭이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원문】졸장(卒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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