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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장(停車場) 근처(近處) ◈
◇ 정거장 근처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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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4~10.
채만식
1
停車場近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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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
“그건 다 무엇이냐?”
 
4
덕쇠가 장터에서 사가지고 온 것을 한아름 안고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 어머니가 마땅찮아서 말소리가 거칠다.
 
5
그는 돈 백 원을---돈 백 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놈을 덕쇠가 받아가지고 오면 우선 그놈을 가져볼 것을 즐겁게 기다렸다.
 
6
물론 그 돈 백 원을 가지고 장사도 하고 쓰기도 할 궁리를 몇십번이고 이리저리 마련해 보았다. 그러나 돈이 원체 많기 때문에 벅차서 어떻게 하겠다는 묘책은 나서지 아니했다.
 
7
그래 무엇 한가지---가령 소장수를 할까 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궁리하다 가는 생각이 모자라 끝에 가서 어물어물해버리고는 생각은 어느 겨를에 백 원 그놈을 몽창 손에 쥐고 있을 재미에 골몰해지고.
 
8
그러다가 또 논을 시볼 궁리를 하다가는 어느결에 그놈 백 원을 손에 몽창 쥐고 앉았을 재미에 골몰하고. 그러는족족 덕쇠가 하마 아니 오나 아니 오나 신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렁저렁 마침내 올 때가 겨우니까, 혹시 일이 틀어졌나, 또 일은 잘 되었어도 이놈이 그 돈을 가지고 어디 노름방으로 가서 다 잃어버리지나 아니하나.
 
9
생각이 이쯤 미치매 그는 애가 쓰이고 좀이 쑤시어 안절부절했었다.
 
10
그러던 차에 덕쇠가 오고, 오되 혼자 오니까 일이 잘되었나 보다고 반가왔지만 그놈 백 원을 몽창 가져다 주지 아니하고 제가 먼저 손을 댄 것이 괘씸하고 노여웠던 것이다.
 
11
그런데 또 보니까 덕쇠가 술기운이 있는지라 더욱 화가 치받쳐올랐다.
 
12
“어 술 처먹었구나? 오사육시헐 놈!”
 
13
덕쇠는 날이 차서 술이 많이 깨기도 했지만, 또 어머니가 성가시게 트집을 잡을 것을 알고 조심한다고 한 것이 그대로 들키고 말았다.
 
14
“내 돈 주구 안 사먹었어라우…… 춘삼이가 사주어서 먹었지.”
 
15
덕쇠는 입을 뛰하고 두덜거린다.
 
16
“춘삼이구 급살이구 이놈아, 돈을 받었거든 거냥 나를 갖다 주지 왜 늬가 먼점 쓰구 그리어?”
 
17
“쓰고 어쩌간듸라우.”
 
18
덕쇠는 짐짓 났던 성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19
“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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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허닝개 쓰구 쓸듸 있으닝게 썼지라우…… 다 양식 팔구 옷감 바꾸구 그맀지 머, 동전 한푼이라두 못쓸 듸다가 썼으면 아녈말루 개자식이요.”
 
21
술은 춘삼이가 사주었다니 못 미더우나 할 수 없고, 다른 것은 보아하니 제 말대로 양식이며 옷감 같은 당장 급한 것이라 더 나무랄 말이 없다. 하기야 쓰기를 천하 없는 데 썼더라도 그놈 백 원을 그대로 고스란히 갖다주지 아니한 것이 열이 나서 그렇게 야단야단한 것이지만, 그러니 인제는 아무리 더 욕을 하고 옥신각신해도 소용이 없고 나머지나 받아 쥐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할 수 없이 속을 느꾸었다.
 
22
“다 늬가 잘 히였다! 오사헐 놈!…… 그리서 을매나 썼단 말이냐?”
 
23
“한 십 원 썼우.”
 
24
“머?…… 아 저런 썩어 죽을 놈 보아!”
 
25
덕쇠어머니는 눅이려던 부아가 도로 치밀어올랐다.
 
26
십 원이라니 쉬흔 냥 이난가. 한꺼번에 쉬흔 냥을 다 쓰다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를 아니한다. 더구나 무엇인지는 몰라도 십 원을 다 썼다는 말하고 꿍쳐가지고 온 것을 보면 생판 거짓말 같다.
 
27
“너 무엇에다 쉬흔 냥을 다 썼냐?”
 
28
혹시 노름 밑천을 하려고 따로 떼어두고 그러는가 하는 의심까지 든 것이다.
 
29
“허 참! 자 보시오. 쌀이 구승(舊升)한 말에 이 원 사십 전이지라우?”
 
30
“무엇하러 한 말두룩 팔어!…… 또 그러구!”
 
31
“고무신이 두커리(두 켤레)에 일 원 이십 전 허닝개, 응 가만 있자 그놈이 을매(얼마)냐…… 응……”
 
32
“누가 너더러 고무신 사다 달라더냐!…… 그러구 또?”
 
33
“광목허구 소캐(솜)가 오 원 각수지라우.”
 
34
덕쇠는 순갑이와 술 먹은 놈 칠십 전을 여기다가 쳐서 더 불렀다.
 
35
“광목은 무엇헐라구 그렇게 많이 바꾸어 왔냐? 늬미(네 어미) 급살맞어 죽었다구 초상 치룰라구 그맀냐?…… 육시헐 놈!”
 
36
“체, 참 동지섣달에 맞붙이(겹옷) 입구 있으면서 그러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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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구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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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구 그 남저지는 고기, 담배 그런 것이지라우 머……”
 
39
“듣기 싫여!”
 
40
덕쇠 어머니는 한동안 앉아서 까막까막 따지어보았다. 대강 아귀가 맞는 것 같아 노름 밑천을 젖혀놓았나 하는 의심은 풀리었다. 그는 입을 다물고 다가 앉으면서
 
41
“남은 돈 다 이리 내라 한푼두 냄지지 말구……”
 
42
하고 서슬 있게 다궂하다.
 
43
“왜라우”
 
44
“왜가 무슨 와여? 이리 내놓아.”
 
45
“글씨 무엇헐라구 그리라우?”
 
46
“무엇허기는 무얼 무엇히여!…… 이리 내놓아…… 남은 놈 다 내놓아.”
 
47
“가만두시오. 도둑놈을 만나더래두 내가 갖구 있어야지.”
 
48
“다 늙어빠진 노인네가 갖구 있다가 큰일나게!”
 
49
“걱정을 말어…… 잔소리 말구 이리 내여.”
 
50
“못히여라.”
 
51
덕쇠어머니의 요량은 아주 홱 틀어져버린다. 그는 그만 눈에서 불이 나올 것 같다.
 
52
“아 이 육시헐 놈아! 무엇이 어찌여?”
 
53
“돈 못 내놓는다구 그맀어라우.”
 
54
덕쇠도 어머니가 그렇게 돈을 내놓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또 돈을 빼앗아 가려는 속도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55
“못 내놓아?”
 
56
덕쇠어머니는 덤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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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왜 이러는그라우!”
 
58
“무얼 왜 이리여?…… 너 이놈 그 돈 갖구 나가서 술 받어처먹구 노름허구 허평대평 다 써버릴라구 그러지?…… 안될 말이다. 다 이리 내라.”
 
59
“글씨 걱정 말어라우. 인제는 동전 한푼두 더 안 쓰구 두었다가 내일이라두 장사 시작히여라우…… 제발 가만두구 구경이나 히여기라우.”
 
60
“흥 네놈이 이놈아 무척 안 쓰고 잘 애껴 두었다가 장사를 허겄다!…… 내놓아라 세상없어두 안될 말이다.”
 
61
“나두 세상없어두 못 내놓겄우.”
 
62
“안 내놀 틔여?”
 
63
덕쇠어머니는 버쩍 달려들어 아들의 멱살에 매어달린다.
 
64
“아, 왜 이러는그라우? 무엇 때미( 때문에) 이리라우?”
 
65
“이놈아 그게 어떤 돈이간듸 네가 차지허구 안 내놀라구 그러냐? 이 찢어죽일 놈…… 이 갈어먹을 놈.”
 
66
있으나마나한 머리를 풀어 헤트리고 몸부림을 치면서 매어달린다. 숨이차서 색색한다.
 
67
“이놈아, 그게 어떤 돈이간듸 늬가 시방 이러냐 응, 이놈아 육시오사헐 놈아.”
 
68
“어떤 돈은 무엇이 어떤 돈이라우? 머 내가 어듸 가서 남의 중방 밑구녁을 뚫구(도적질해서)가져온 돈이간디라우? 버젓허게 내 돈이라우 내돈 ……”
 
69
“이놈아, 그게 네 돈이여? 이놈아.”
 
70
“내 돈 아니구 뉘 돈이간듸? 내 지집(계집)때미 생긴 돈이닝게 내 돈이지. 어떤 개아들 놈의 돈이라우?”
 
71
“이놈아 그게 네 지집이면 누가 얻어다 누가 키어서(길러서)준 지집이냐 응 이놈아.”
 
72
“아무가 얻어주었든지 내 지집이구 내 돈이라우.”
 
73
“이놈이! 이놈아 그리두 늬가 안 내놓구 이럴 틔냐”
 
74
덕쇠어머니는 악이 바짝 오른 입으로 아들의 팔을 물고 늘어졌다.
 
75
덕쇠는 어머니의 머리째 몸뚱이째 얼러 와락 떠밀어버린다. 이빨도 없고 기운도 없어 문 것과 멱살 잡았던 것은 힘없이 놓쳐지고 방바닥에 나동그라진다.
 
76
그가 다시 일어나 덤비려고 할 때에 덕쇠는 벌써 거적문을 젖히고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덕쇠어머니는 비틀거리고 따라나와, 이놈아, 이 육시오사할 놈아 하고 울음 섞어 외치며, 그때는 이미 사립문 밖으로 두덜거리며 달아나는 덕쇠의 뒤를 쫓는다.
 
77
젊은 장정이 뛰어 달아나는 것을 늙어빠진 노파가 아무리 악이 받쳤기로서니 따라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쫓다가 지쳐 길거리에 주저앉아 울며 욕을 한다.
 
78
덕쇠는 힐끔힐끔 돌아보며 잔등 너머로 사라져버린다.
 
79
동리 사람들은 노상 하는 싸움이라 나와 보지도 아니하고 노파의 자지러진 울음소리만 바람찬 벌판에서 외지게 떨린다.
【원문】정거장 근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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