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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칠단의 비밀 ◈
◇ 4회 (9장 ~ 10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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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4~
방정환
1
칠칠단의 비밀
 
2
9. 힘으로보다 꾀로
 
 
3
명동 어귀 곡마단 포막집 헌 터의 뒷모퉁이에서 변복한 상호와 외삼촌과 통역 학생 세 사람이 순자를 구하러 가려는 의논을 하고 섰다가 상호의,
 
4
“쉿!”
 
5
하는 소리에 말을 그치고,
 
6
“저기, 저기!”
 
7
하는 곳을 바라본즉, 과연 거기에 순자가 지옥에 갔었던 듯싶은 순자가 걸어오는 중이었습니다.
 
8
그러나 혼자서 걸어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무서운 마귀 같은 단장과 독사같은 마누라와 그리고 그 부하들과 함께 가운데 서서 걸어오는 것 이었습니다.
 
9
아아, 그 파리하고 생기 없는 얼굴, 물에 젖은 솜같이 축 늘어진 두 어깨, 죽지 못해 끌려오는 걸음걸이,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싶어서 벌써 상호의 가슴은 뻐개지는 것 같았습니다.
 
10
‘어떻게 해야, 저놈들의 손에서 순자를 구해 내 올까?’
 
11
아픈 가슴이 새삼스레 뛰놀기 시작하는데, 그들 일행은 어느덧 곡마단 터까지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짐을 묶고 있던 놈들이 일일이 단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부지런히 묶고 있고, 단장은 묶어놓은 짐의 수효를 헤이고 있었습니다.
 
12
“이놈들아, 얼른 묶어야 오늘 밤차에 늦지 않지…….”
 
13
다 헤이고 나서, 단장은 호령했습니다.
 
14
“염려 마셔요. 짐은 시간 안에 넉넉히 다 묶어 놓을 테니요. 달아난 놈을 찾기나 했나요?”
 
15
“고놈의 새끼 어디를 갔는지 영영 알 수 없는걸. 그래도 경찰의 손에는 저녁 안으로 잡히겠지…….”
 
16
“찾지 못하면 그냥 내버려두고 가나요?”
 
17
“어떻게든지 찾아 가지고 가야지. 고놈이 없으면 당장에 못하게 될 것이 많으니까.”
 
18
그놈 그놈 하고 찾지 못해 하는 말은, 지금 여기 변복하고 섰는 상호를 가리켜 하는 말이었습니다.
 
19
이야기 눈치로 보면, 분명히 오늘 밤차로 중국으로 갈 모양인데, 상호를 찾지 못해서 안타깝게 구는 모양이었습니다.
 
20
“아저씨, 저놈들이 오늘 밤차로 중국으로 갈 모양입니다.”
 
21
“으응, 오늘 밤차로? 그럼 어서 순자를 놓치지 말고 구해 내야지.”
 
22
“글쎄올시다. 어떻게든지 오늘 저녁 안으로 빼앗아 와야 할 텐데요.”
 
23
몸이 달 듯하여 손에 땀을 흘리면서, 상호와 외삼촌은 안타까워하나, 그러나 순자가 지금 자기들 눈앞에 섰건마는 구하기는커녕 인사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24
아아, 저편은 수십 명이나 되는 떼를 가졌는데, 이 편이라고는 말도 못 통하는 육십 노인 한 분과 십육 세의 상호 한 사람뿐이니, 너무도 나무도 야속한 대적이었습니다.
 
25
“암만해도 힘으로는 당할 수 없으니까 꾀로 구해야 한다. 꾀로 해야지 별 수가 없다.”
 
26
상호는 급히 수첩을 꺼내서 종이 한 장을 떼어 연필로 무언지 급급히 써서 꼭꼭 조그맣게 접더니 외삼촌이 데리고 온 통역 학생 기호의 귀에 대고 소근소근 하였습니다.
 
 

 
 
27
10. 자전거로 충돌
 
 
28
점심때가 가까워서 곡마단 터의 짐 묶기가 대강 끝나는 것을 보고, 단장 내외의 일행은 순자를 데린 채로 산보하듯 진고개로 걸어갔습니다. 몹시 번화하나 좁다랗기 짝이 없는 길로 가면서 일행들은 서울 구경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을 섭섭해 하는 듯이 이쪽 가게 저쪽 상점을 번갈아 보며 지껄이면서 걷기 싫은 걸음을 걷듯 하였습니다.
 
29
그러나 그 중에도 순자만은 고개를 숙인 채로 땅만 내려다보면서 힘없는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을 뿐이었습니다.
 
30
오빠는 지금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있는지 다시 만나지도 못하고 나 혼자 이 밤에 중국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하나 생각할 때에는 그만 길가에서라도 소리쳐 울고 싶도록 마음이 서러워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도 걸음마다 눈물이 쏟아져 흘렀습니다.
 
31
그때였습니다. 일행이 명동 네거리를 지날 때, 돌연히 뒤에서 자전거 한 대가 따르릉 따르릉 방울을 울리면서 오므로 일행은 이리저리 비켜섰습니다.
 
32
얼른 좌우 옆으로 비켜 가운데 길을 틔어 주었건마는, 자전거 탄 어린 학생은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더니, 일행 중 한 사람과 맞부딪치고 쓰러졌습니다.
 
33
자전거에 부딪혀 쓰러진 사람은 순자였습니다. 자전거 탄 채 쓰러졌던 학생은 냉큼 일어나서 일본말로 ‘스미마셍 도모 스미마셍’하면서, 쓰러진 순자를 붙들어 일으키고, 모자를 벗어 들고 자꾸 미안한 절을 하였습니다.
 
34
앞에 가던 단장이 우뚝 서서,
 
35
“이놈아, 왜 탈 줄도 모르는 자전거를 타고, 남을 다친단 말이냐! 이 나쁜 놈아!”
 
36
하고, 따질 듯이 달려들었습니다. 학생은 두어 번 머리를 굽실굽실 숙이고는 제비같이 얼른 자전거에 올라앉아서, 아까와는 딴판으로 총알 같이 달아났습니다.
 
37
‘흥, 저렇게 잘 타는 놈이 왜 사람을 치었어…….’
 
38
일행들은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참이나 섰었습니다. 쓰러졌다가 일어난 순자의 손에는 조그만 종이쪽지가 쥐어 있었습니다. 아까 자전거 타고 와서, 일부러 순자를 치어 쓰러뜨린 학생이, 순자의 손을 잡아 일으킬 때에 그 손에 쥐어 주고 간 것입니다.
 
39
‘무얼까?’
 
40
하는, 궁금한 생각으로 순자의 가슴은 이상하게 두근거렸습니다.
 
41
‘혹시 오빠에게서…….’
 
42
하고 생각할 때, 순자는 더 참을 수 없어서 위험한 것을 무릅쓰고 걸어가면서 넌지시 그 접고 또 접은 종이를 펴 보았습니다.
 
43
펴 보니, 연필로 홱홱 갈겨쓴 글씨…….
 
 
44
순자야, 오늘 저녁 안으로 어떻게든지 틈을 타 나와서
45
중학동 354번지로 찾아오너라. 거기서 온종일 기다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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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외삼촌이 계신 집이다.
47
상호.
 
 
48
분명히 오빠의 글씨다! 오빠의 글씨다! 오! 오빠는 무사히 있는 것이 분명하다,
 
49
그리고 단 혼자 외롭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빠를 위하여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있나 보다. 그러니 아까 자전거 타고 왔던 학생도 그런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생각할 때 순자는 살아난 것 같이 기뻐 날뛰었습니다. 그리고 기회만 엿보았습니다.
 
 
50
—《어린이》 4권 7호 (1926년 7월호).
【원문】4회 (9장 ~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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