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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칠단의 비밀 ◈
◇ 10회 (20장 ~ 22장) ◇
카탈로그   목차 (총 : 14권)     이전 10권 다음
1926.4~
방정환
1
칠칠단의 비밀
 
2
20. 계교와 계교
 
 
3
중국 땅 봉천 시가의 어두운 밤! 지옥 길 같이 캄캄하고 음침한 길로 숨을 죽이고 뒤를 밟아가던 상호와 기호는 앞에 가던 거짓 절름발이가 별안간 휘쩍 돌아서는 것을 보고 가슴이 성큼하여 말뚝같이 우뚝 섰습니다.
 
4
‘마귀보다도 더 흉악스러운 곡마단 단장 놈이, 무슨 맘을 먹고 돌아섰을 까.’
 
5
생각할 사이도 없이 그는 절름절름 우뚝 서 있는 두 사람 편으로 걸어왔습니다.
 
6
‘큰일 났다!’싶어서 두 사람의 머리는 으쓱였습니다. 정신이 멍하였습니다.
 
7
저놈 한 놈뿐만 같으면, 그리 염려할 것 없이 힘대로 싸워 보자마는, 만일 저놈이 달려들면서 군호를 하여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부하들이 뛰어 나오면 어찌할까……. 그런 것 저런 것을 믿는 것 없이는 저렇게 혼자서 가깝게 달려들 리가 없는데…….
 
8
전기같이 이 생각 저 생각이 두 사람의 머리에 빛났다 꺼졌다 할 사이에, 벌써 그 놈은 두 사람의 코앞까지 와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쑥 내밀더니,
 
9
“혹시 성냥을 가졌으면 하나 주십시오.”
 
10
하고, 능청스럽게 늙은이 소리로 묻습니다.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니, 딴은 그의 입에는 꼬부랑 골통대가 물려 있습니다.
 
11
달려들지 않는 것만 다행히 여기고 기호가 성냥갑을 꺼내 주려고 양복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는데, 상호가 한 손으로 기호의 팔을 왁 잡으면서 그 놈을 향하여,
 
12
“예, 미안합니다마는 우리는 담배를 못 피우므로 성냥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13
하였습니다.
 
14
“흥, 이거 밤길을 걷는 데는 담배를 피여 물어야 하는데, 성냥이 없어서 오늘도 못 피우겠군!”
 
15
하고, 혼잣소리를 하고,
 
16
“실례하였소.”
 
17
하고는, 다시 돌아서서 절름절름 걸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그제서야 마음을 휘 놓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또 그 뒤를 밟아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18
“여보, 왜 아까 내가 성냥갑을 내주려는데 당신이 없다 하고 막아 버렸소?”
 
19
하고, 기호가 상호에게 궁금히 물었습니다.
 
20
“그놈이 정말 성냥이 없어서 우리더러 달라 할 리가 있나요. 우리에게 성냥을 달래서, 담뱃불 붙이는 체하고 성냥불로 우리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그랬지요.”
 
21
“하하하, 나는 깜빡 모르고 있었소. 꺼내 주었더라면 큰일 날 뻔하였구려,”
 
22
“큰일 나구말구. 그렇게 얼굴을 코앞에 들이대고, 불을 켜 들고 들여다보면, 우리 얼굴에 수염 만들어 붙인 것과 변장한 것이 모두 들킬 것 아니겠소,”
 
23
“글쎄 말이요. 나 때문에 혼날 뻔하였소!”
 
24
하고, 수군거리면서 뒤따르는 상호와 기호는 앞에 절름거리면서 가는 단장 놈이 어떻게 능청스럽게 보이고 흉측해 보이는지, 총이라도 있으면 그냥 곧 쏘아 버리고 싶게 미웠습니다.
 
 

 
 
25
21. 이상한 암호
 
 
26
캄캄한 거리로 골목을 몇 번인지 꺾어서, 절름발이는 어느 창고같이 생긴 이층집 문 앞에 우뚝 섰습니다. 붉은 벽돌로 모양 없이 튼튼하게만 지은 집. 어두운 밤이라서 그 무거운 문이 마치 감옥문같이 보였습니다.
 
27
뒤에 따라가던 두 사람은 냉큼 길가 어두운 구석으로 기어들어 숨어서 그의 동작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28
절름발이가 거기 서서 전후 좌우를 휘휘 둘러보더니,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줄 알고 안심한 듯이 문 앞에 바싹 들어서자, 대문은 안으로부터 열리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 내다보고 무어라 쑤군쑤군하는 것 같더니, 절름발이도 안으로 쑥 들어가고 무거운 문은 다시 굳게 닫혔습니다.
 
29
“저놈의 집이 까닭이 있는 집인 모양이군!”
 
30
하면서, 두 사람은 어두운 구석에서 뛰어나와 그 이상한 벽돌집을 두루 살피기 시작하였습니다.
 
31
대문 앞에까지 바싹 가서 성냥불이라도 켜 들고 문패며 번지수를 조사하고 싶었으나, 그놈의 대문 한 겹 안쪽에 어떤 놈이 문지기 노릇을 하고 앉은 모양이니, 신발 소리를 내거나 성냥 긋는 소리를 내기만 하면 당장 뛰어나 오겠으므로 그러지는 못하고 그 집 옆에 골목이 있는 것과 뒤로는 야트막한 중국집과 맞붙어 있는 것과 골목으로는 높은 담이 싸여 있는 것만을 조사하였습니다.
 
32
“이크, 또 와요. 또 한 놈이 오니 들어서요.”
 
33
기호가 속살거리는 소리에 상호도 그 옆 골목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서서 보니, 과연 양복 위에 외투 입은 한 놈이 그 집의 대문 앞에 우뚝 섰습니다. 여기는 바로 그 집 벽 밑이라 아까보다는 훨씬 가까워서 그 놈의 손짓 하나 말소리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듣고 보구 할 수가 있었습니다.
 
34
놈은 대문의 손잡이 위를 손등으로‘똑똑똑똑똑’천천히 꼭 일곱 번을 때렸습니다. 그러니까 아까처럼 안으로부터 문이 열리고 한 놈이 고개를 쑥 내미는데, 그때 안으로부터 희미 하나마 등불 빛도 비쳐 나왔습니다. 외투입고 온 놈은 이번에는 왼편 손을 주먹 쥐어 쑥 내밀더니, 오른편 손의 둘째손가락과 가운데손가락과 문을 내밀어 왼편 주먹에 두 번 들었다 놓았다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내다보던 놈은 대문을 더 활짝 열고, 그놈을 들여보내고, 다시 무겁게 닫혀 버렸습니다.
 
35
“자세히 보았소? 대문을 일곱 번 두들기고 왼손 주먹에 바른손 두 손가락을 두 번 내민 것이 분명하지요?”
 
36
“분명히 그랬소. 아마 그것이 그놈들의 암호인 모양이오.”
 
37
“그러면, 그게 무슨 의미일까?”
 
38
“어쨌든 암호까지 있는 것을 보면,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분명한 모양이오.”
 
39
“그야 물론이지요.”
 
40
무서운 집 어두운 담 밑에서 가슴을 울렁거리면서 소곤소곤 이야기 할 때, 또 그 집문 앞에 와서 손잡이의 위를 똑똑똑 때리는 사람이 있어서,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눈과 귀를 기울였습니다.
 
41
이번에 온 것은 일본 옷 입은 여자 한 사람, 중국 옷 입은 남자 한 사람이 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안에서 문지기의 얼굴이 쑥 나오더니 여자를 보고 머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와는 역시 각각 왼손을 주먹 쥐어 내밀고, 오른손 두 손가락을 그 위에 두번 내밀어 보이고 쑥 들어갔습니다.
 
42
그것을 보면 아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으레 그렇게 하고야 들어가는 엄중한 규칙인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곡마단 단장과 그 부하들의 비밀! 그것은 대체 무슨 비밀이며, 왼손 주먹에 바른손 두 손가락은 무슨 의미일까?
 
43
사람은 가슴을 울렁거리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서서 궁리궁리하였습니다.
 
44
어쨌든지 그놈들이 단순한 곡마단 패가 아니고 이곳에 그들의 나쁜 패가 더 많이 있어서, 모두 연락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결단코 허투루 볼 패는 아니고 무슨 무서운 비밀한 계획이 있는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45
22. 무서운 모험
 
 
46
머나먼 길, 국경을 넘어서 남의 나라 땅에까지 쫓아와서 어두운 밤! 무섭게 캄캄한 밤에 마귀 떼의 집도 이제는 찾았고 또 그 집 속에 지금 여러 연놈이 모여드는 것까지 알아내었으나, 그러면서도 손끝 하나 대여보지 못하고 있는 생각을 하면 두 사람의 마음은 안타깝기 한량이 없었습니다.
 
47
생각대로 하면 지금 당장에 담이라도 뛰어넘어 이놈의 집 속에 들어만 가면 그 속에 불쌍한 순자가 갇혀 있든지 묶이어 있든지 찾아낼 수 가 있을 것이요, 또 그놈들의 비밀을 알아내고 어머니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아 그러나 이 집, 이 담 너머에는 그놈의 떼가 몇 십 명이 있는지 몇 백 명이 있는지 아는 도리가 없으니, 약하디 약한 두 몸이 섣불리 들어갈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48
“어떡할까요?”
 
49
“글쎄요.”
 
50
“이 집 속에 순자가 갇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놈들이 모여서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요.”
 
51
“글쎄요, 우리가 이러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는데…….”
 
52
그들의 가슴은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상호의 두 눈에는 순자의 우는 얼굴과 사진에서 본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이 번갈아가며 나타나 보였습니다.
 
53
그러다가는 불쌍한 순자가 그 곡마단 단장의 그 지긋지긋한 채찍에 두들겨 맞아서 온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참혹한 정상이 눈에 자꾸 어른거렸습니다. 그의 가슴은 떨리고, 그의 손은 저절로 주먹 쥐어졌습니다.
 
54
‘죽더라도 뛰어 들어가 보자.’
 
55
고 엉뚱한 일을 뒷일 헤아릴 새도 없이 결심하였습니다.
 
56
“내가 들어가 볼 터이니 당신은 여기서 기다려 보아 주시오.”
 
57
하고, 상호는 기호에게 떨리는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58
“들어가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어쩌자고 그 속에를 들어간단 말씀이오?”
 
59
기호는 걱정하면서 상호의 손을 쥐고 굳이 말리었습니다.
 
60
“그 속에까지 들어갈 것이 아니라 문을 열거든 그 문지기 놈을 끌어내서 두들기고 물어 봅시다. 그것이 낫지 않아요?”
 
61
기호가 생각한 이 꾀는 잘 생각한 꾀였습니다. 그러나 문을 열기만 하면 그놈이 혼자 지키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요, 또 만일 혼자 지키고 있다 하더라도, 그냥 잠자코 끌려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니까 소리를 지르던지 또 무슨 군호로 저희 떼에게 통지를 하여 여러 놈이 나올 것이 분명한 것이었습니다.
 
62
그러나 다행한 일인지 불행한 일인지 지금의 두 사람은 그런 것을 염염히 생각할 만큼 마음이 조용하지를 못하였습니다.
 
63
기호는 담 밑에 숨어서 망을 보고 있기로 하고 상호 혼자 그 마귀 같은 집 대문 앞에 올라섰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몹시도 울렁거리는 것을 참으면서 대담스럽게 ‘똑똑똑똑’ 일곱 번을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안으로부터 문을 열려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었습니다. 상호의 가슴은 두방망이질을 쳤습니다.
 
 
64
—《어린이》 5권 3호 (1927년 3월호).
【원문】10회 (20장 ~ 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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