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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칠단의 비밀 ◈
◇ 14회 (32장 ~ 33장) ◇
카탈로그   목차 (총 : 14권)     이전 14권 ▶마지막
1926.4~
방정환
1
칠칠단의 비밀
 
2
32. 단장! 단장!
 
 
3
그렇지 않아도 뒤쪽에서 놈들이 쫓아올 것이 분명하고, 앞에는 그 창고에 칠칠단 놈들이 모여 있어서 야단이 날 듯하여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삼층 밑 땅 속에 뚫린 좁다란 굴속으로 도망하는 터라, 달리 도망할 길이 없어서 그냥 순자를 데리고 기어 나가다가 뜻밖에 저쪽으로부터 오는 놈의 머리와 머리가 맞닥뜨리어 온몸이 오싹하였습니다.
 
4
‘이제는 모든 것이 틀렸다!’
 
5
하고, 상호는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급하게 된 때에도 제일 마음이 크기는 오직 순자뿐이었습니다. 상호는 움찔하면서 몸을 뒤로 웅크리고 뒤로 손을 내밀어 더듬어서 순자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 손은 몸과 함께 부들부들 떨리었습니다.
 
6
그때 별안간 얼굴 앞에 환하게 불이 켜졌습니다. 저쪽 놈이 불을 켠 것이 었습니다. 이제는 꼭 죽었구나 생각하면서 얼굴을 들어 불빛에 저편을 보았습니다.
 
7
“앗!”
 
8
정말 큰일 났습니다. 거기 불을 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악마 같은 단장의 얼굴이었습니다.
 
9
“앗!”
 
10
상호의 입에서는 저절로 부르짖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정신도 잃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11
“요놈아! 어서 이리 나오너라.”
 
12
귀신같이 호령하면서, 한 손으로는 상호의 등덜미를 잡고 오던 쪽으로 도로 나갔습니다. 뒤에 따라오던 순자는 혼자 돌아서서 도망할 수도 없고, 어리둥절한 마음에도 이제는 죽더라도 오빠하고 같이 죽겠다고 끌려가는 오빠의 팔을 단단히 붙들고 따라 끌려 나갔습니다.
 
13
“요놈의 자식아, 어떻게 생겨서 그렇게 앙큼하냐? 조선에서 네가 도망을 하였으면 하였지, 계집애까지 빼어 가려고 여기까지 수염을 붙이고 쫓아와서 이렇게 대담한 짓을 해?”
 
14
하고, 칭칭 묶어 놓은 상호를 구둣발로 걷어차고는, 달려들어 코 밑에 만들어 붙인 수염을 잡아 뜯었습니다.
 
15
“요 앙큼한 놈의 자식! 어디 견디어 봐라!”
 
16
하고, 다시 발길로 걷어차서 단번에 쓰러뜨렸습니다. 굵은 줄에 묶인 채로 순자 옆에 쓰러 진 상호 입에서는 시뻘건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구두에 채여 입술이 터진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순자는 소리쳐 울었습니다.
 
17
“저놈 배 위에 7호 돌을 얹어 놔라!”
 
18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 두 놈은 큰 궤짝만한 돌덩이를 둘이서 억지로 들어다가 묶이어 신음하는 상호의 가슴과 배 위에 걸쳐 눌러 놓았습니다.
 
19
“내일 오정 때까지만 눌러 두어라. 그러면 저절로 죽을 것이다.”
 
20
순자는 몸을 묶인 채 그냥 몸부림치면서 울었습니다. 잠시 후 단장은 부하에게 명령하여 순자를 층계 밑 구석방에 데려다가 가두어 놓게 한 후, 곡마단에서 말을 갈기는 길다린 채찍으로 후려갈기기 시작하였습니다.
 
 

 
 
21
33. 그리운 고국으로
 
 
22
기호는 혼자서 발버둥질 치면서 이 창고 밖에서 안타까운 밤을 밝히었습니다.
 
23
맨 처음 요릿집 앞에서 상호와 헤어져서 곧 뛰어 창고집 앞으로 왔으나, 그때는 벌써 키 커다란 단장과 그 부하 아홉 사람이 무언지 쑥덕거리면서 창고 속으로 들어가는 판이었으므로, 기호는 깜짝 놀라,
 
24
‘아아’ 이제는 큰일 났구나! 상호가 순자를 데리고 나올 텐데, 저놈들이 저렇게 많이 들어가니 상호와 순자는 독 안에 든 쥐로구나!’
 
25
생각하고, 우선 골목 옆에 몸을 숨기었습니다. 쫓아 들어갈 재주도 없고 그냥 있을 수도 없고 지금쯤은 상호와 순자가 그놈들에게 붙잡혀서 고생을 당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자기의 뼈가 깎이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다 생각다 못하여,
 
26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27
하고, 그 동안에 봉천 경찰서에 두 번이나 뛰어갔으나, 숙직하는 중국 순경들은 덮어놓고,
 
28
“내일 아침에 와, 내일 아침!”
 
29
할 뿐이었습니다.
 
30
마음은 조마조마하고 그 속에서는 지금 상호와 순자의 생명이 어찌 될는지 모르겠고 혼자서 미칠 듯이 날뛰는 기호는 그냥 그 집에 불이라도 놓아버리고 싶었습니다. 불이 나서 불을 끄느라고, 또는 도망해 가느라고 소란한 틈을 타서 상호와 순자를 구해 낼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까닭이었습니다.
 
31
그러나 그 집은 창고같이 지은 벽돌집이니 성냥쯤 가지고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고, 또 벌써 날이 밝아서 오가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으니 그렇게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32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콩 튀듯 하던 기호는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그 길로 줄달음을 쳐서 허덕지덕 경찰서로 뛰어갔습니다.
 
33
경찰서로 갔던 기호는 금방 도로 되짚어 나와서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34
중국 경찰서도 믿을 수가 없으니, 이곳에 조선 사람들의 회가 있기만 하면 거기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곧 경찰서에 가서 조선 사람의 회가 어디 있는가를 알아가지고 나와, 조선 사람들을 찾아서 뛰어가는 판이었습니다.
 
35
아아 반가울손 그 간판!‘한인협회’라는 그 간판! 숨이 모자라 헐떡 거리면서도 그 간판을 볼 때에 기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아침 밥 짓는 연기만 나는데, 뜰을 쓸고 있는 늙은 중국 사람에게,
 
36
“회장 어른 계시오?”
 
37
하고 물으니까, 아아 어찌 반갑지 않겠습니까? 그이도 옷은 중국옷이나 말은 우리말로 대답하였습니다.
 
38
“지금 아침 운동하러 나가셨습니다. 곧 들어오실 터입니다. 왜 그러시오?”
 
39
기호는 마당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습니다. 이 곳 봉천에만 조선 사람이 1만 5천 명이 넘는다는 것과 이곳 회장은 나이는 50 이지마는 마음과 기운은 젊은 청년보다도 낫다는 것과 부인도 없고 아들도 딸도 없이 외로운 몸으로 여기와 있는 조선 사람을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해 활동하는 분이라는 것을 자세히 들었습니다.
 
40
뜰 쓰는 이와 하는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늙으신 회장이 돌아왔습니다. 기호는 인사를 차근차근히 할 새도 없이 경성서 여기까지 온 이야기와 곡마단에서 자라난 상호라는 소년과 순자라는 소녀가 지금 생명이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달음질하듯 하였습니다. 어찌 급한지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회장 어른의 두 눈이 이상하게 번쩍번쩍 빛나는 것을 못 보았습니다.
 
41
“그래, 그 상호라는 아이와 순자라는 아이의 성이 김가가 아니오?”
 
42
기호는 깜짝 놀랐습니다.
 
43
“어떻게 아십니까? 김가입니다.”
 
44
“오! 내 아들이오! 내 딸이오.”
 
45
부르짖더니, 회장은 다시 잠잠히 입을 다물고 두 눈을 꼭 감고 한참동안이나 잠잠히 앉아서 무엇인지를 생각하더니, 벌떡 일어서면서 뜰 쓰는 이를 불러 몇 마디 말을 일렀습니다. 5분이 못 되어 양복 입은 청년 한 사람이 마당에 나서서 나팔을 크게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새벽 하늘에 멀리 멀리 울려 퍼지는 씩씩한 나팔 소리에 기호는 어찌 기운이 나는지 그냥 앉아 있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서 그리로 뛰어나갔습니다.
 
46
5분이 못 되어 양복 또는 중국옷 입은 굵직굵직한 청년들이 둘씩 셋씩 눈이 휘둥그레서 모여들기 시작하였습니다.
 
47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어요?”
 
48
하면서, 묻는 그 반가운 우리말들……. 기호는 기뻐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49
15분 동안에 모여든 사람이 벌써 1백 37명이나 되었습니다. 늙으신 회장은 높은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50
“여러분, 오늘에야 내 아들 딸을 찾게 되었소이다. 그러나 그 애들은 다른 우리 조선 소녀들과 함께, 왜놈 광대패의 창고 속에서 목숨이 위험한 판이라오.”
 
51
일동은 주먹을 쥐고 흔들면서 어서 가자고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약속을 정해 가지고 발소리도 가볍게 칠칠단의 소굴을 향하여 쏟아져 갔습니다. 기호의 안내로 저쪽 요릿집으로 50명이 들어가고 이쪽 창고로 10 명이 들어가곤 17명은 밖에서 파수를 보면서 도망가는 놈을 잡아 묶는 한편, 돌멩이에 눌리어 숨이 금방 끊어질 듯한 상호와 천장에 매달린 채 새벽까지 두들겨 맞아서, 거의 기절해 쓰러졌던 순자를 구했습니다. 오뉘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서도 한참만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52
그날 온종일 수색한 결과, 모두 다 붙잡혀 묶인 칠칠단원이 49명인데, 그 중에 대항해 보겠다고 덤벼 보던 놈은 팔이 부러졌거나 허리가 꺾어져서 늘어졌습니다.
 
53
퉁겨 나온 아편이 35궤짝, 감춰 두었던 피스톨 탄환이 두 궤짝, 조선서 훔쳐온 소녀가 세 사람……. 상호, 순자의 아버지이신 ‘한인 협회’회장이 시키는 대로 칠칠단원을 달려온 중국 경찰 마차에 실어 보내고 여관 주인도 뒤미처 잡아가 버렸습니다.
 
54
“만세! 만세!” 기쁨을 다하여 부르는 우리말 만세 소리를 들으며,
 
55
“잠깐 다녀오겠노라.”
 
56
약속하고, 떠나는 회장과 상호와 순자와 기호와 그리고 세 소녀를 태운 기차는 고국을 향하여 먼 길을 떠났습니다.
 
 
57
─《어린이》 5권 8호 (1927년 11∙12월호, 북극성(北極星))
【원문】14회 (32장 ~ 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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