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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칠단의 비밀 ◈
◇ 7회 (15장 ~ 16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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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4~
방정환
1
칠칠단의 비밀
 
2
15. 중국으로 중국으로
 
 
3
캄캄한 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을 급행 기차는 지금 자꾸 북쪽으로 북쪽으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4
곡마단의 여러 일행과 그 일행에게 다시 잡혀 에워싸여 가는 순자를 태워 가지고 이 밤에 경성역을 떠난 이 급행열차는 지금 중국 봉천(奉天)을 향하여 속력을 다하며 별로 쉬지도 않고, 달아나는 중입니다.
 
5
자정이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기차는 개성을 지나서‘뛰!’소리로 어둠을 헤치면서 달아나는데, 찻간마다 가득 탄 손님들은 거의 모두가 앉은 채로 고개를 기울이고 코를 골고 있습니다. 자정이 넘어서 그런지 차 속에 달린 전등도 아까보다는 몹시 컴컴하여졌습니다.
 
6
보기도 싫은 곡마단 사람들에게 에워싸여서, 단장 내외의 앞자리에 끼어 앉은 순자는 조 비비는 가슴 속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이 없어, 타는 불길같이 쏟아져 나오는 한숨을 ‘후유!’ 쉬면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유리창 밖을 내다보고 내다보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리창 밖은 캄캄한 어둔 세상으로, 차 안 모양만 거울 속 같이 비치어 보일 뿐이었습니다.
 
7
순자는 두들겨 맞아 아픈 두 팔을 늘이어 긴 한숨과 함께 기지개를 펴면서 두 눈을 감았습니다.
 
8
‘이대로 끌려가서 어떻게 되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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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였습니다.
 
10
어저께 낮에 서울 중학동 외삼촌 댁 안방에서 오빠와 함께 어릴 적 사진을 보면서 울던 일까지는 똑똑하게 생각이 나건마는, 별안간 경찰서 형사들이 대문을 박차고 우루루 몰려 들어오던 때부터의 일은, 암만하여도 나쁜 꿈을 꾸고 그때에 같이 잡혀간 외삼촌과 그 한기호라는 학생은 꿈속 일 같이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자기 몸이 그 무서운 악마들에게 붙들려 끌려가는 중인 것을 보면, 꿈은 아니고 확실히 사실은 사실이구나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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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하면, 어저께 낮에 형사 세 사람이 마루 끝에 들어설 때에 오빠는 분명히 높다란 들창으로 얼른 뛰어넘어 갔었는데……, 그 후에 잡히지 아니하고 어디로 피신을 잘 하였는지 달아나다가 잡히지나 아니하였는지, 그리고 자기와 외삼촌 노인과 한기호라는 학생과 세 사람이 형사들에게 끌려 경찰서로 걸어 갈 때의 울렁거리는 가슴,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리었습니다. 자기는 여러 가지 조사를 받고 있다가 잃어버린 물건이나 찾으러 오는 듯이 내 몸을 찾으러 온 곡마단장의 마누라와 그 부하의 손으로 넘겨 와서 이렇게 중국으로 끌려가지마는 어찌나 되었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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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단장과 부하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 남의 식구 꾀어냈다는 유인죄로 감옥에 보낸다 하던데, 그 늙으신 외삼촌이 정말 감옥에 갇히셨으면 어떻게 하나, 머리가 센 늙은 몸은 우리 오뉘를 구해 내려고 그렇듯 애를 쓰시다가 결국 감옥에까지 가시게 되는가 생각할 때에 순자는 몸이 떨리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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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일 외삼촌의 일을 궁금해 하면서 붙들려 가는 가엾은 몸이 슬픈 생각 무서운 생각에 가슴을 태우는 동안에 벌써 밤은 새어서 어느 틈에 평양을 지난 지도 오래고, 지금은 조선의 끝 신의주 정거장을 지나서 큰 소리를 지르며 기차는 압록강 철교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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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인제는 중국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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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중얼거리면서, 차창으로 내다보는 순자는 그만 소리를 내어 통곡도 하고 싶고, 양양히 흘러 내려가는 푸른 물결을 내려다볼 때는 그냥 몸을 솟구쳐 풍덩 빠지고도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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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외로운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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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동 354번지로 형사의 한 떼가 상호와 순자를 잡으려고 달려들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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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잡히고 저래도 잡히기는 일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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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높은 들창에 손을 대자마자 곡마단에서 하던 버릇으로 소리도 안내고 휙 뛰어 넘은 상호는 그 길로 그냥 줄달음질하여 서대문 밖으로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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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서대문 밖으로 오기까지는 하였으나, 그러나 생후에 처음 와 본 길이라 북으로 가야할지 남으로 가야할지 단 한 걸음도 내디딜 길이 망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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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요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요 아무 죄 없는 몸이 곡마단에서 빠져 나왔다고 이렇게까지 남의 눈을 속여 쫓겨 다니게 되는가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신세가 슬프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까닭도 모르는 형사들이 사면 방에서 내 몸을 찾고 있을 것이니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서대문 밖 감옥 옆 금화산 중턱 잔디 위에 앉아서 상호는 온종일 궁리하다 못하여 밑에 있는 일본 사람의 하숙집에 들어가 주인을 청하고 며칠 동안을 파묻혀 숨어 있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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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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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와 외삼촌과 그 한기호가 어찌 되었을까, 반드시 잡혀갔을 줄 짐작은 하면서도, 그래도 궁금하고 갑갑해서 못 견뎠습니다. 새벽에라도 곧 중학동 집에 들어가 보려고 몇 번이나 모자를 쓰고 나섰으나, 자기를 마저 잡으려고 밤중에 자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형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 분명하여서, 나섰다가는 도로 들어서고 도로 들어서고 하였건마는, 그래도 갑갑증이 나서 소식을 알려고 저녁 전깃불이 켜지기를 기다려 전처럼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대담스럽게 중학동 거리를 걸어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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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도 이렇게 걸어가다가 들켜서 잡히면 어쩌나 생각을 하니, 외삼촌 댁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크게 뛰놀고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형사 같아서 몸이 오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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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외삼촌댁에까지 당도하였습니다. 웬일인지 일찍부터 닫혀 있는 대문을 밀어 열고 들어서려 할 때에 갑자기 상호의 가슴은 성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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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대문 안에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난 까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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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는 내밀었던 손을 움츠리고, 열까? 말까? 멈칫거렸습니다. 그런데, 그 때 천만뜻밖에 뒤에서 와락 달려들어 상호의 바른편 팔을 꽉 붙잡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28
─《어린이》 4권 10호 (1926년 11월호).
【원문】7회 (15장 ~ 1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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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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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