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칠칠단의 비밀 ◈
◇ 11회 (23장 ~ 25장) ◇
카탈로그   목차 (총 : 14권)     이전 11권 다음
1926.4~
방정환
1
칠칠단의 비밀
 
2
23. 문에서부터
 
 
3
어둔 깊은 밤! 지옥길같이 무섭고 어두운 중국 봉천의 깊은 밤!
 
4
상호는 이때까지 벽 밑에 숨어 서서, 악한들이 들어갈 때마다 하는 짓을 보고 배워 가진 암호 한 가지만 믿고, 순자를 구해 낼 욕심에 전후 위험을 생각할 사이도 없이 뛰어가서 그 마귀의 굴 같은 괴상한 벽돌집의 무거운 대문을 똑똑똑 일곱 번을 두드렸습니다. 그러나 안에서는 문지기 놈이 일곱 번 치는 암호가 틀리지 않는 것을 믿고 문을 여느라고 덜컥덜컥 소리가 들리므로, 이제는 악한과 얼굴을 마주치케 될 것을 생각하고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렸습니다.
 
5
일곱 번 두드리는 암호가 맞아 문을 열기는 하지마는 얼굴을 마주 대하면 당장에 탈이 날 것이니, 이 급한 경우에 어째야 좋을까 하여 저편 벽 밑에 몸을 움츠리고 서 있는 기호는 상호보다 더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습니다.
 
6
덜그럭덜그럭 마귀굴의 그 무겁디 무거운 문이 열리고 컴컴한 속에서 귀신 대가리같이 시꺼먼 얼굴이 쑥 나왔습니다. 들키느냐 죽느냐 하는 판이라 벽 밑에서 보고 있는 기호도 몸이 움찔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덜덜 떨리었습니다.
 
7
상호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두 손을 내밀어 왼손 주먹 위에 오른손 두 손가락을 얹어 두 번째의 암호를 해 보이려 하다가 별안간 튀어 나가는 총알같이 휘딱 뛰어서 뒤로 댓 걸음 물러서 별렀습니다.
 
8
내다보던 문지기 놈은 무언지 눈앞에 섰던 놈이 전기에 찔린 것같이 휘딱 하고 없어지므로, 이상히 여기어 등불을 들고 쫓아 나왔습니다. 나와서는 등불을 쳐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찾는데 그때 물러서서 벽돌집에 박쥐같이 착 붙어 있던 상호가, 다시 번개같이 날아서 달려들어 그 놈을 얼싸안고 엎드렸습니다. 그러고는 몸과 두 다리로 그놈의 몸을 누르고 손으로 주둥이를 내리막아 눌렀습니다.
 
9
원래 어려서부터 곡마단 왜광대로 길러진 상호의 솜씨라 어떻게 번갯불같이 날쌔게 들이쳤는지, 별안간 습격을 당한 문지기는 미처 정신 차릴 사이도 없이 엎혀 눌려 가지고 사지를 버둥버둥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꼴을 보고 있던 기호가 뛰어나와서 둘이서 그놈을 끊는 물에 삶아 낸 것같이 기운을 죽여 가지고, 우선 저편 기호가 숨어 있던 어두운 벽 밑으로 끌고 갔습니다.
 
 

 
 
10
24. 무서운 칠칠단의 떼
 
 
11
문지기 놈의 사지를 묶어서 바깥벽 밑 기호에게 맡겨 두고, 상호는 대담스럽게 그 무섭고 캄캄한 마굴문 안으로 들어가서 문지기 자리에 앉았습니다.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기는 하지마는, 어디로 해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 안에 몇 백 명이나 있는지 영문을 몰라서 우선 여기 앉아서 동정을 살펴보아 가지고 들어갈 작정이었습니다.
 
12
그 집 속은 꽤 깊은 모양이어서 조금도 사람의 말소리는 가늘게도 들리지 않고, 가끔 가끔 여러 사람의 손뼉 치는 소리가 퍽 멀리서 가늘게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13
이 무서운 마굴 속에 들어와서 여러 놈들의 손뼉 소리를 들으니, 그 집의 깊고 우중충한 것으로든지 무시무시한 것으로든지 마치 멋모르고 지옥 속에 기어들어온 것 같아서, 새삼스럽게 겁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14
그러나 바깥일은 기호가 잘 맡아보려니 하고 믿고, 상호는 안쪽 손뼉 소리나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가만가만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어 가 보았습니다.
 
15
기침 소리만 조금 나도 탈이 날 듯하여 숨을 죽이고, 엉금엉금 발을 떼어 놓는데, 그때에 언뜻 사람 소리가 났습니다.
 
16
‘인제는 틀렸구나!’
 
17
쭈뼛하여 가랑이를 벌린 채 제웅 같이 우뚝 섰습니다. 고개도 까닥 못하고 섰노라니까, 저 등 뒤편에서 어떤 놈이 왔는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18
상호는 이제야 조금 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이 놓였으나, 들어오는 놈이 어떤 놈인지 얼굴을 맞닥뜨려 가지고 어떻게 새삼스럽게 가슴이 뛰놀기 시작하였습니다.
 
19
똑똑 두드리는 것을 헤어보지는 않았으나, 물론 일곱 번을 쳤으려니 하고 상호는 사뿐사뿐히 걸어가서 덜컥덜컥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고 보니까, 거기 키가 9척 같은 얼른 보기에도 중국사람 같아 보이는 놈이 서서 상호 앞에 왼손 주먹을 내밀고 그 위에 오른손 두 손가락을 얹어 보이므로, 상호는 얼굴을 숙인 채 시치미를 뚝 떼고 문을 활짝 열고 그놈을 안으로 들였습니다.
 
20
그놈은 별로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인지 그냥 뚜벅뚜벅 걸어서 어두운 구석을 큰 한길같이 안으로 들어가는지라, 상호는 문을 잠그는 것도 잊어버리고 대담하게 얼른 키 큰 놈의 뒤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21
그놈은 아무 의심도 안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무슨 흉계로인지, 문지기(상호)가 뒤에 서서 들어가는 것을 태연히 알면서 아무 말 없이 그냥 걸어가고 상호는 어두운 속이라 뒤에 바짝 붙어서듯 따라 들어갔습니다.
 
 

 
 
22
25. 무서운 죄악 내용
 
 
23
희미하게 불빛이 비치기는 하나마, 으슥하고 컴컴한 방을 셋이나 뚫고 지나서 또 아래로 내려가는 캄캄한 층계를 셋이나 더듬어 내려가니까, 바로 그 옆방에 모여 있는지 사람들의 소리가 귀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상호의 가슴은 덜컥 하였습니다.
 
24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도로 돌아설 재주도 없어서, 상호는 들키면 잡히고 잡히면 죽을 셈치고 그냥 따라 들어섰습니다.
 
25
앞에 선 키 큰 놈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상호도 들어서 보았더니 거기는 마치 학교 교실 둘을 잇대어 놓은 것만큼 크고 넓은 방에 전등을 다섯 군데나 달리어 밝기가 낮 같은 데 무슨 회의인지 30여 명 되는 사람들이 저마다 걸상에 걸터앉아서 단장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고, 아까까지 절름발이 짓을 하면서 걸어오던 능청스럽고도 흉악한 단장은 일어서서 한참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26
모여 앉은 사람 중에는 중국옷을 입은 사람이 10여 명 되고 나머지는 모두 양복을 입었는데, 그 중에는 단장의 마누라까지 합쳐서 여자가 다섯 사람 있었습니다.
 
27
두 사람이 들어서자 단장의 연설이 뚝 그치고 무슨 호령이나 한 듯이 모든 사람의 얼굴과 눈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쏠리었습니다. 어찌 되나 싶어서 상호의 가슴에서는 갑자기 두방망이질을 치는데, 키 큰 중국놈은 차려를 하고 서서 단장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체조하듯 힘을 들여 왼손 주먹에 오른손 두 손가락을 얹고 섰는지라, 겁나는 중에도 상호는 그대로 흉내를 내고 섰습니다.
 
28
한참이나 서로 마주 본 후에 단장이 고개를 끄덕하니까, 키 큰 놈은 이제야 한편 끝 걸상에 앉는지라 상호도 그대로 그의 옆 걸상에 앉았습니다.
 
29
모여 앉은 사람 중에는 단장의 신임을 받는 사무원이 너덧 사람 섞여 앉아있는 모양이었으나, 상호가 코 밑에 수염을 붙이고 있고 77의 암호까지 익숙하게 하니까 먼 곳에 갔다 온 자기네 부하로 안 모양인지, 아무 딴 눈치없이 단장의 연설은 계속되었습니다.
 
30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이번에는 조선 경성에 들렀을 떼에 두 남매의 도망질 사건이 생겨서 잘못하면 우리들의 본색이 탄로되겠으므로, 얼른 경성을 떠나고 조선 땅 밖으로 나오는 것이 편하겠다 생각하고 부랴 부랴 짐을 거두어 가지고 도망해 오듯 온 것이오.”
 
31
상호는 그것이 자기 남매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정신을 바짝 차리어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두 귀를 바짝 기울이고 앞으로 다가앉았습니다.
 
32
“그런데 그 오라비란 놈은 이내 잡지 못하였고 누이동생만 잡아가지고 왔는데, 그러는 통에 곡마단 벌이도 못하였거니와 가지고 갔던 아편을 전부다 처치해 버리지 못하고 간신히 3분의 1밖에 못 치웠는데 그 수입이 1천 3백 원! 나머지는 도로 가져왔고 또 조선 계집애 겨우 열세살 먹은 것 하나밖에는 걸리지 않아서 그것 하나만 숨겨 가지고 왔을 뿐이오. 그러니까 통틀어 말하면 이번 조선에 들렀던 일은 성공하지 못한 셈이오. 그러나 그것은 사정상 경성에서 도망해 오듯 급히 오느라고 그리된 것이니깐 하는 수 없는 일인 줄 아오. 그런즉 3분의 2 그냥 가지고 온 아편은 여기 있는 여러 사람이 활동하여 여기서 팔아야겠고, 새로 잡아온 조선 어린이는 나이가 열세 살이나 되고 인물이 제법 똑똑하니까 적어도 1백 50원 이상은 수입이 될 것 같소. 그런데 새로이 한마디 하여야 할 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번에 경성에서 저희 외삼촌을 만나서 도망한 것을 도로 잡아 가지고 온 나미꼬(순자의 일본 이름)는 이제는 암만 해도 오래 붙어 있을 리 없고 또 저희 오라비 놈이 자꾸 빼어 가려고 애를 쓸 것이니까, 곡마단에서는 한시바삐 그 애가 하는 재주를 다른 애에게 가르쳐 가지고 얼른 나미꼬를 팔아버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여러 사람도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좋겠고, 또 어느 때고 오라비 놈이 이곳까지 쫓아올는지도 모르는 것이니까, 여러 사람들은 각각 주의하는 것이 좋을 줄 아오.”
 
33
이 놀라운 연설을 듣고 있는 상호는 얼굴이 핼쓱해 벌벌 떨며 앉아 있었습니다. 아아, 놀라운 비밀! 흉악한 죄상! 그놈들 칠칠단의 무서운 내용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4
곡마단은 겉 문패에 지나지 목하고 아편을 가져다 넌지시 장사하고, 또 조선의 계집애를 꼬이거나 훔치거나 하여서는 중국 놈에게 팔아먹고……. 아아, 어떻게 중치를 하였으면 그 원수를 시원히 갚을 것이겠습니까? 상호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었습니다. 더구나, 나중에 이야기한
 
35
“순자를 잃어버리기 전에 미리 팔아넘겨 버리겠다.”
 
36
는 말에 상호의 마음은 그냥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미쳐 날뛸 것만 같았습니다.
 
37
그러나 이 자리에 순자가 보이지 아니하니 우선 순자를 어디다 어떻게 감춰 두었는지, 그것을 안 후에 할 일이라 억지로 억지로 진정을 하면서 상호는 힘써 눈치를 채려 하였습니다.
 
38
그러나 큰일 났습니다. 상호 옆에 앉았던 그 무섭고 징글징글한 키 큰 중국 놈이 다가오더니, 손목을 확 붙잡았습니다.
 
39
상호는 깜짝 놀라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가슴 속에 부르짖으면서도 그래도 어떻게 이놈을 또 속일까 하고 꾀를 내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은 아주 틀렸습니다. 그때에 방문이 덜컥 열리더니, 천만뜻밖에도 진짜 문지기 놈(사지가 묶여 매어 길 밖 기호 군에게 붙들려 있을 놈)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얼굴을 수그리면서 황급히 뛰어 들어와 상호에게로 다가왔습니다.
 
40
“이제는 틀렸다!”
 
41
하고, 낙심이 될 때 상호의 핼쑥하던 얼굴은 목이 부러진 것같이 푹 수그러졌습니다.
 
 
42
─《어린이》 5권 5호 (1927년 5ㆍ6월호).
【원문】11회 (23장 ~ 25장)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258
- 전체 순위 : 322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47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2) 미스터 방
• (1) 무정
• (1) 어즈러움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칠칠단의 비밀 [제목]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6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탐정소설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14권)     이전 11권 다음 한글 
◈ 칠칠단의 비밀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