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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6. 許生의 本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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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허생은 본래 어떤 사람인가. 아무리 조사를 하여도 그의 근본 내력을 알 길은 바이 없습니다. 전에 허생전을 지은 박 연암 선생께서도 모르시던 모양입니다.
 
2
아는 것은 다만 이것뿐이외다.
 
3
서울 남촌에 묵적골이란 동네가 있었는데 여기는 가난한 양반 부스러기들이 사는데라, 서까래가 팔아 부르걷지 아니한 집이 없고, 하루에도 한두끼씩 밥을 아니 굶는 집이 없습니다.
 
4
진날이나, 마른날이나 나막신을 신는다 해서 남산골 생원님의 나막신이라는 것도 이 동네 사람들을 두고 이른 말이요, 얼어 죽을지언정 겻불은 아니 쬐인단 것도 이 동네에 사시는 양반님네들을 두고 이른 말이외다. 혹 하늘에서 호박이 떨어져서 남행초사나 한 개 얻어 해야 먹을 것이나 생길 터인데 그것이니 하늘에서 별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만이 나하지요.
 
5
그렇다고 양반이 다른 일은 할 수 없고,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때까지 그래도 흥야라 부야라나 외우고 있을 수 밖에.
 
6
그러나 숙종 대왕과 같이 장난 좋아하는 어른이나 나셔야 순이나 돌아 다니시다가 닭 울 때까지 글 외는 것을 보시고 이튿날 과거에 「계명이기(鷄鳴而起)」라는 글제나 내시든 지, 또 내와가 까치가 되어 뒤꼍 나무에 둥지를 트는 양을 보시고, 그 이튿날 과거에「인작(人鵲)」이라는 글제나 내셔야 한 번 수가 나지마는, 숙종 대왕 같으신 고마운 임금이 늘 계신 것도 아니요, 또 계시다 하더라도 넓은 장안에 밤마다 묵적골로만 야순을 도시는 것도 아니겠고, 또 밤마다 숙종 대왕 같으신 이가 오신다 하더라도 그날 밤 따라 감기가 들거나 평생 아니하던 내외 싸움을 하든지, 어쩌하다가 서안에 의지하여 임금께서 지나가실 때에 잠깐 졸더라도 그만 일생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호박은 영영 만나보지도 못하고 말 것이외다. 그 중에 오뉴월 장마에 천장에서 비가 새어 떨어지는 것을 보고
 
7
『좋다. 비류직하삼척(飛流直下三千尺)하니 의시은하(疑是銀河)가 낙구천(落九天)을.』
 
8
하고 때묻은 목침을 끌고 장판에 물 없는 구석을 따라 다니는 풍류객이나 되면 몰라도 그렇지도 못한 골생원님들의 살림살이는 말할 것 없었을 것 아닙니까.
 
9
묵적골이란 대체 이러한 양반님들이 사셨는데 그러므로 아무것도 보잘 것 듣잘 것이 없었지마는 그래도 양반님네시라 「에헴.」하는 큰 기침 소리와 「이놈!」하는 호통 빼는 소리는 다른 동네에 지지 않게 있었습니다.
 
10
산 소나무 뿌리가 찍으면 들어오고, 찍으면 들어오고, 마당에는 남산 다람쥐가 쫓으면 들어오고, 쫓으면 들어왔습니다.
 
11
허생원은 그래도 호탕한 남아라 끼니때에 어떻게 밥솥이 생기면 이 찾아줄 이 없는 집에 날마다 날마다 찾아오는 다람쥐를 위하여 의례히 밥 한 술을 던져 주었고, 그러면 반드시 상머리에 앉았던 아씨의 눈초리가 힐끗 올라가며 숟가락이나 젓가락이나 닥치는 데로 집어던져 한 술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이 귀한 손님을 쫓아 버립니다.
 
12
『사람 먹을 밥도 없어요.……남들은 벼슬도 하고, 버슬은 못하더라도 무슨 돈벌이라도 한다는데 당신은 밤낮 듣기 싫은 팔양경만 외우고 무엇을 먹고 살잔 말이요?』
 
13
아씨는 밥먹던 숟가락으로 얄미운 다람쥐를 쫓고 나서는 의례히 이렇게 바가지를 긁었습니다. 그러나 십년내 거의 날마다 듣는 소리라 허생은 들은 체 만 체 하고 자기가 먹던 숟가락을 마누라에게 주며,
 
14
『자 어서 밥이나 자시오. 먹지도 잘 못하고,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몸이 상하지 아니하오?』
 
15
합니다. 그러면 아씨는 그 숟가락을 받아 밥을 자시고, 허생은 젓가락으로 먹던 밥을 마자 먹거나 그렇지 아니하고 아씨의 심사가 과히 불편한 날이면 그 숟가락까지도 마당에 내던지고 한바탕 몸부림을 하고 울거나 합니다.
 
16
일이 이렇게 되면 허생원도 좀 얼굴을 찌푸리고 마누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17
『압다. 얼마만 더 참으구려. 이렇게 공부를 하노라면 또 살 도리도 나지요.』
 
18
합니다. 이 말에 아씨는 마당에 떨어진 숟가락을 주워다가 부엌에 가서 씻어 가지고 들어옵니다.
 
19
이렇게 허생은 밤낮 글만 외우고 가사를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그의 부인이 바느질 품을 팔아 겨우 연명을 하였지요.
 
20
허생은 밥을 갖다 주면 먹고, 아니 갖다 주면 두 끼를 굶는지 세끼를 굶는지도 알지 못하고 여전히 글만 외웁니다.
 
21
하루는 그 부인이 하도 시장을 하고 양식은 없으므로 참다 못하여 남편의 방으로 가서,
 
22
『여보시오. 내가 오늘은 참 시장해서 못 견디겠소이다. 이틀째나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당신인들 왜 시장하지 않겠소. 어떻게 무슨 변통이 있어야지 이러구야 살 수가 있소.』
 
23
하고 간절히 남편에게 하소연을 한즉, 허생은
 
24
『나도 배가 부르지는 아니하오. 그러니 어쩌란 말이요?』
 
25
하고 두 줄로 흐르는 맑은 콧물만 들이마시며 여전히 글만 외웁니다.
 
26
부인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서안에 놓인 책을 와락 집어던지며,
 
27
『글세 굶어 죽어도 글만 읽으면 제일이요?』
 
28
한즉, 허생은
 
29
『어 왜 이래, 책 소중한 줄을 모르고.』
 
30
하며 오동빛 나는 방바닥에 배밀이로 엎뎌진 책을 집어 먼지를 털어서 다시 책상 위에 올려 모십니다.
 
31
『글세 여보! 당신은 책 소중한 줄만 알고 목숨 소중한 줄은 모르시오.……글세 어쩌잔 말이요? 평생 공부는 하노라고 해도 과거도 아니 보니 글은 읽어서 무엇을 하잔 말이요?』
 
32
한즉, 허생은 허허 웃으며,
 
33
『아직 공부가 다 못 차서 그렇구려.』
 
34
하다가,
 
35
『그러면 언제나 공부가 찬단 말이요. 굶어 죽어서 저승에나 가면 공부가 찬단 말이요?』
 
36
하고 좀 부인이 언성을 높인즉,
 
37
『허허 공부하노라면 찰 때도 있겠지.』
 
38
합니다.
 
39
『당신 따위가 백년을 공부를 한들 웬 과거 하나나 얻어 한단 말이요. 어서 공분지 무엇인지 다 집어 치우고 장사나 해보오.』
 
40
하면,
 
41
『허 장사를 하자니 본전이 없으니 어찌하오?』
 
42
하며 천연하고,
 
43
『장사를 못하겠거든 무슨 장색이라도 되구려. 이 처지에 이것 저것 가리겠소. 양반도 다 집어치구 공부도 다 집어치구 내일부터는 무슨 장색이라도 되우, 먹고야 살지?』
 
44
하고 부인이 톡톡 쏘면 허생원은 성도 아니 내고,
 
45
『허허 장색은 안해 본 것을 어찌하오?』
 
46
합니다. 부인은 참다 못하여 바락 성을 내며,
 
47
『여보 당신은 그래 여태껏 공부한다는 것이 「어찌하오?」 뿐이요? 장사를 하래두 「어째하오?」장색이 되래두 「어찌하오?」「어찌하오?」가 무슨 빌어먹다 죽은 「어찌 하오?」요? 이것도 저것도 다 못하겠거든 도적질이라도 하구려. 도적질도 못하겠소?』
 
48
하고 악을 씁니다. 허생도 마침내 책을 덮어 놓고 일어나며,
 
49
『어, 가여운 일이다. 내가 꼭 십년 작정하고 공부를 하잤더니 칠년을 다 못 채워 마가 드는군.』
 
50
하고 가노라 오노라 말도 없이 돌이를 데리고 슬쩍 나가벌고 맙니다.
 
51
한길에 나서니 아는 사람이 하나나 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돌아다니다가 종로 네거리에 와서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장안 갑부가 누구냐고 불어 변 진사인 줄 알고 안성 부자가 누구냐고 물어 유 진사인 줄을 알아 가지고, 어슬렁 어슬렁 변 진사 집으로 찾아간 것이외다.
 
52
이렇게 허생이 집을 떠난 후에 수십일이 되도록 돌아오는 기색도 없고, 소식조차 없으니 부인은 밉던 남편이라도 남편 그리운 생각이 간절합니다.
 
53
『내가 왜 그다지 심하게 말을 하였던고.』
 
54
하기도 하고,
 
55
『어서 돌아오기만 하세요. 다시는 아무리 글만 외우더라도 바가지도 아니 긁을게요.』
 
56
하고 마치 남편을 대한 듯이 남편 책상 앞에 앉아서 중얼거리기도 하고, 또 다람쥐가 마당에 내려오면 손수 찬밥도 내다 줍니다.
 
57
이 모양으로 혼자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 저녁에는 바로 불을 끄고 옷도 입은 채로 자리에 누우려 할 때에 밖에서 누가 찾는 소리가 납니다.
【원문】6. 許生의 本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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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