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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7. 웬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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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이리 오너라!』
 
2
『누구십니까고 여쭈어라.』
 
3
『허생원님께서 아씨게 보내는 것이 있읍니다고 여쭈어라.』
 
4
이 말이 부인이 깜짝 놀라 옳지! 어디가서 돈을 벌어서 아마 양식이나 사 보낸 것인가. 문을 열고 나가보려 하였으나 아닌 밤중에 양반댁 젊은 부녀가 대문을 열고 남자를 본다는 것도 체면이 아니다. 문에다 입을 데고,
 
5
『사랑에서 안 계시니 밝거든 오십시사고 여쭈어라.』
 
6
하였습니다. 이름이 대문 밖이지 안방에서 대문까지 세 걸음도 못되는 집이라. 대문 밖에서 사람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빤히 들립니다.
 
7
『싱겁기도 하이. 사랑에 안 계신 줄 누가 모르나. 웬 사람이 있기나 한가. 행랑도 변변히 없는 모양인데.』
 
8
하고 두 녀석이 중엉거리더니 큰 소리로,
 
9
『우리도 길이 바쁘니 밝은 날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없읍니다고 어쭈어라.』
 
10
합니다. 그렇다고 양반댁 부녀가 손수 밤 대문을 열 리가 있습니까.
 
11
『그러시더라도 대문은 열어드릴 수가 없으니 하실 말씀이 있거든 밖에서 하십시사고 여쭈어라.』
 
12
하였습니다.
 
13
『이런 제길, 말은 밖에서 하는 것도 들리겠지마는 물건이야 밖에서 전할 수가 았나. 옳지! 얘 그럴 것 없다. 좋은 수가 있다.』
 
14
하더니, 그 중에 한 놈이 손을 대문 틈으로 넣어 곧잘 대문 빗장을 요렇게 조렇게 미적미적하여 여는 모양입니다.
 
15
부인은 괘씸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찌할 길이 없어서 가만히 영문만 보노라니 이놈들이 대문을 열고 들어와서 마루에서 무엇을 쿵, 쿵, 덜거덕 덜거덕 한참 야단을 하더니마는 도로 대문을 닫는 소리가 나며,
 
16
『우리가 대문을 열고 허생원께서 보내는 물건을 대청에 갖다 놓고 대문 다시 걸었으니 물건이나 나와 봅시사고 여쭈어라.』
 
17
하고 끼득끼득 웃고 달아납니다.
 
18
『어쩌면 저런 괘씸한 놈들이 있나. 저희 맘대로 대문을 열고, 남의 집 대청에 까지 들어와서…….』
 
19
이 모양으로 부인은 일변 무섭기도 하고, 일변 괘씸하기도 하여 벌벌 떨고 있다가 그놈들이 다 가버린 줄을 알고야,
 
20
『어디 그놈들이 무엇을 가져왔나 보자.』
 
21
하고 마루에 나와 본즉, 섬거적에 싼 짐 두 짝이 있습니다.
 
22
『에구머니나, 이게 무어야 어떤 몹쓸 놈들이 아이 죽은 송장을 겨오지 아니하였나.』
 
23
하고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새 기운을 내어 무서운 것이나 보는 듯이 가만히 손을 들어 섬거적 한편을 처들어 보았습니다.
 
24
『에구머니, 이게 다 돈일세, 이게 웬 일이야.』
 
25
하고 부인은 더욱 놀랐습니다.
 
26
『꿈이나 아닌가.』
 
27
하고 한번 만저 보고, 눈을 한 번 비비고 한 번 만져 보고, 발을 한번 덩구르고 또 한 번 만져 보고, 벙그레 웃으면서 한 번 만져 보고, 아무리 만져 보아도 돈은 분명히 돈입니다. 아무리 양반댁 부녀기로 일생에 열냥 돈도 구경을 못하고, 밥을 땅땅 굶다가 백냥인지 이백냥 인지 수도 모를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니 어찌 노래 한마디가 아니 나오겠습니까 비록 양반의 체면에 소리를 내어서는 못 불렀더라도 가슴 속으로는 불렀을 것입니다.
 
28
『돈이로구나 돈이로구나 진정 원수에 돈이로구나 아이 죽은 송장이 아니라 딴딴 굳은 돈일시 분명하구나.』
 
29
『우리 남편은 잘도 나셨네 어디서 이렇게 돈을 버셨누 돈두 싫구 은두 싫구요 이제는 우리 남편만 그리워라.』
 
30
이 모양으로 기뻐하노라니 부인이 그날 밤에 웬 잠을 이뤄겠습니까. 기나긴 가을밤을 돈 생긴 기쁨에 임 그린 슬픔에 잠 못이뤄하였습니다.
【원문】7. 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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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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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