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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3. 과일貿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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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여러분! 내가 지금 좀 쓸 곳이 있어 과일을 사려 하니 각각 밭은 값들을 말하시오.』
 
2
한즉, 한 장수 썩 나서며,
 
3
『제게는 배 이백접이 있고, 값은 한 접에 서 돈이올시다.』
 
4
하고 두돈 오푼 받을 오푼 에누리하여서 돈을 부릅니다.
 
5
허생원은 사람을 시켜 그 장수의 성명과 과일 종류와 분량을 적게 한 후,
 
6
『그러면 당신 달라는 값대로 한 접에 서 돈씩 이백 접에 육십 냥, 값을랑 언제나 유 진사에게 찾아가고, 물건은 오늘 안으로 이 집 창고로 들여 실리시오.』
 
7
이렇게 백장수가 땡잡는 것을 보고 다른 장수들은,
 
8
『나도 나도.』
 
9
하고 저마다 혹은 대추가 스무 접, 혹은 잣이 열 닷 섬반 혹은 석류가 예순 접, 밤이 이백석 이 모양으로 내여 부르는데, 값은 부른 것이 값이요. 허생원은 한 푼 깎으려고도 아니하고, 죄 다 사들였습니다. 그러나 안성장에 쌓인 과실을 다 사들여야 겨유 육백여 냥어치 무론 그때 육백 냥이 지금 육천환도 넘었을 것이지마는.
 
10
흥정을 다 한 뒤에 허생원들은 매우 만족한 듯이 빙그레 웃더니,
 
11
『아직도 사려는 과일이 좀 부족하니 이후로 남도서 올라 오는 과일 짐이 끊어지기까지 과일이란 과일은 들어오는 데로 모조리 내게로 가져오시오.』
 
12
합니다. 장수들은
 
13
『이게 웬 떡인고.』
 
14
히고 모두 좋아서,
 
15
『네 그리하겠습니다.』
 
16
하고 당장 과일 값들을 찾아서 지고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아들, 동생, 아버지 할 것 없이 집안 식구들 있는 대로 떨어내어서 원근 동리로 과일 무역들을 떠납니다.
 
17
이 통에 안성장은 발끈 뒤집혔습니다.
 
18
『대체 어떤 깍정이 같은 선비 하나이 오더니만 달라는 대로 값을 주고 과일 무역을 한다.』
 
19
는 소문이 그날 저녁때로 되기 전에 그리 적지도 아니한 안성 바닥에 쫙 퍼져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저녁상을 받고 앉아서 또는 저녁들을 먹고 나서 심지어 우물에 저녁 물 길러 모이는 부녀들까지도
 
20
『응 그렇대.』
 
21
『글세.』
 
22
『미친 사람이래.』
 
23
하는 이 이야기뿐이요. 초 어스름이 되자마자 행여나 그 허생원이라는 사람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볼까 하고 유 진사 집 마당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이 순식간에 수백명이나 되어 엿장수들이 엿을 팔러 모여 들 지경이었습니다.
 
24
허생원은 창으로 가만히 이 광경을 내다보더니 혼잣말로,
 
25
『안성이 작기는 작구나! 돈 육백 냥에 이렇게 들끓는구나.』
 
26
합니다.
 
27
『대체 이 사람이 무엇을 하자고, 이렇게 과일을 몰아들인 단 말인가. 개수도 안 세어 보고 물건도 보지도 아니하고 달라는 대로 이렇게 사들이니 이 사람이 이것을 어찌하잔 말인가.』
 
28
하고 유 진사는 창고에 반이나 그득한 과일더미를 우두커니 들여다보며 생각도 하고 걱정도 하였습니다.
 
29
이튿날 날이 새기가 바쁘게 또 유진사의 집으로 과일짐들이 쓸어듭니다. 수십명 인부가 미처 땀을 씻을 새가 없이 쓸어드는 참 가관이지요. 허생원은 어제 하던 모양으로 물건도 보지 아니하고 개수도 새지 아니하고 달라는 대로 값을 주고 그러고는 의례히,
 
30
『얼마든지 또 가져 오시오.』
 
31
합니다. 사람들은 하도 과일을 팔기는 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혼잣말로,
 
32
『원 대체 이게 웬 일이야. 이 돈이 돈이 아니란 말인가. 대관절 과일은 이렇게 사들여 무엇을 한담.』
 
33
하고 과일 값으로 받은 돈을 돌에 떨어뜨려도 보고, 이빨로 물어뜯어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땡하는 소리라든지 이빨로 물어뜯는 맛이라든지 분명히 쇠로 만든 돈이요. 당당한 상평통보외다.
 
34
이 모양으로 하기를 보름 동안이나 하니 인제는 과일을 사 더라도 들여 쌓을 곳이 없습니다. 하루는 유 진사가.
 
35
『인제는 과일을 쌓을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돈도 일백냥 밖에는 아니 남았습니다.』
 
36
하고 은근히 다시는 사지말기를 권하였습니다. 그제야 허 생원도 빙그레 웃으면서,
 
37
『나도 인제는 쓸 이만큼 샀으니 내일부터는 사기를 그치시오.』
 
38
합니다. 그러나 벌써 과일철이 지나서 그 이튿날부터는 별로 팔로 오는 것도 없이 되었습니다.
【원문】3. 과일貿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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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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