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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4. 과일凶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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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이렇게 많은 과일은 무억해 놓고는 허생은 아무 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방에 들어앉아서 글만 뎅뎅 외입니다. 유 진사는 남의 일이지마는 너무도 과일을 많이 쌓은 것이 근심이 되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과일 곳간을 돌아보고는 혹은 혼잣말로,
 
2
『대관절 이 화상이 이것을 어쩌잔 말인구?』
 
3
하고 한탄도 하고, 혹은 돌이를 보고,
 
4
『애 무엇하러 이렇게 과일을 많이 사시는지 아니?』
 
5
하고 물어 보기도 하였으나, 돌이는 언제나,
 
6
『모르지요.』
 
7
하고 싱글싱글 옷을 뿐이었습니다. 돌인들 알 리가 있습니까.
 
8
이렇지 보름이나 지나자, 서울에는 큰일이 났습니다.
 
9
원일인지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과일 값이 올라가더니마는 시월달이 거의 다 가서부터는 서울 장안 과일전에는 감 한 개, 배 한 개를 얻어 사 볼 수가 없게 되어 여염집 잔치나 제사에는 과일 구경도 할 수가 없고, 궐내에서도 차차 과일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어 장안을 온통 뒤털다가 마침내 종묘에 일이나 있으면 하릴없이 안성으로 사람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성장거리에서도 과일이라고는 밤 한 톨 얻어 구경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10
『아아 과일 흉년이다!』
 
11
하고 전국이 떠들어 장사아치들은 돈을 지고 방방곡곡 과일을 사러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디 과일이 있나. 조선 팔도의 과일이란 과일은 안성 유 진사네 창고에 다 들어 갔다는 소문이 점점 퍼지자 과일 장수들은 안성 유 진사의 집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12
『배를 열 접만 주십시오. 값은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열 접이 못되거든 한 접만이라도 주십시오.』
 
13
『감을 한 접만 주십시오. 값은 달라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한 접이 못되거든 반 접만이라도 주십시오.』
 
14
이 모양으로 마치 때거지 모양으로 모여 들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졸랐습니다.
 
15
그러면 유 진사는
 
16
『내니 아오? 우리 집에 계신 손님의 물건이니까.』
 
17
하고 거절을 하였습니다.
 
18
며칠을 이렇게 졸리다가 마침내 허생이 여전히 땟국이 흐르는 모양을 하고 썩 나서며,
 
19
『그러면 창고 문을 열테니 싸우지 말고 다투지도 말고 사람마다 똑같이 노나 가시오.』
 
20
하고 창고 문을 열었습니다.
 
21
과일장수들은 저마다 먼저 가져갈 양으로서로 앞을 다투고 저마다 금덩이보다 더 귀한 과일을 한 개라도 더 가져갈 양 으로 아우성을 합니다. 그러나 돌이가 문에 꼭 지켜 섰다가 부정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면 그 무서운 주멱으로 눈에는 쌍줄 번개가 번쩍하도록 뒤통수를 갈기는 판에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만 가져갔습니다.
 
22
그러는 동안에 허생은 빙그레 웃는 낮으로 장수들이 과일을 모두 져내는 양을 보고 섰더니 저녁때가 되어 과일이 다 나간 뒤에,
 
23
『응, 돈 만냥에 조선이 이렇게 흔들린단 말인가. 백만냥이나 되면 어찌하랴는고. 아아 조선이 작기는 작구나.』
 
24
하고 한탄을 하였습니다.
 
25
돈을 회계해 보니 단 만 냥 밑천이 열곱이 늘어서 십만냥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유 진사는 허생의 앞에 들어와 땅에 이마를 붙이고 절하며,
 
26
『어리석은 눈이 누구신 줄을 몰라 뵈었습니다.』
 
27
하고 한참 동안을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허생은 유 진사를 붙들어 일으키며,
 
28
『유진사의 덕으로 이번 장사에 밑지지나 아니하였으니 다행이요.』
 
29
하고 돈 천냥을 끊어 주었습니다. 그 때 돈 천냥이면 지금 돈 십만냥 아닙니까.
 
30
그날 저녁 유 진사는 소를 잡고, 안성 장거리에 있는 술을 모두 모아다가 허생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고 안성장 사람을 모두 모아 한바탕 즐겁게 놀았습니다.
 
31
사람들은 모두 이 이상한 사람을 한 번 가까이 보려고 허생 곁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허생은 자못 유쾌한 모양으로 여러 사람이 권하는 술을 사양도 아니하고 받아 먹었습니다. 술들이 취하고, 밤이 깊으매 허생은 자기의 방으로 돌아 오고 사람들도 모두 취하여 각각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원문】4. 과일凶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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