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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2. 安城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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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구월 그믐날 점심때 안성장 유 진사 집에 변 진사 집에 왔던 그 선비가 그때와 꼭 같은 땟국이 꾀죄 흐르는 외관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양반의 행색이라 뒤에 애꾸눈이 비부한 놈이 생원님 이상으로 꾀죄 흘러가지고 따라 섰습니다. 유 진사 집 서사들은,
 
2
『어디서 웬 거지가 또 왔는고.』
 
3
하고 눈도 거들떠보지 아니합니다. 그 선비는 방에 떡 들어서며,
 
4
『유 진사 계시오?』
 
5
하고 엄전히 묻는 바람에 무슨 치부를 하고 앉았던 작자가,
 
6
『왜 무슨 일이요?』
 
7
하고 가장 시끄러운 듯이 마주 물으며,〈아니꼬운 자식.〉 하는 듯이 눈으로 선비를 훑어봅니다. 이때에,
 
8
『이놈 양반을 몰라보고 ……이놈 이 양반께서 누구신줄 알고.』
 
9
하는 소리가 나며, 그 선비의 뒤에 비슬거리고 섰던 애꾸눈이 비부가 와락 달려들어 그 작자의 멱살을 추켜들고, 두 눈에서 쌍줄 번개가 나도록 따귀를 붙입니다.
 
10
『아고고! 이 놈이 사람 치네.』
 
11
하고 고양이에게 물린 쥐 모양으로 이리 굴고, 저리 굴며 악을 씁니다. 애꾸눈이 딱 한 개를 더 붙이며,
 
12
『이놈아! 아직도 말버릇을 못 고쳐?』
 
13
이 통에 사랑에 있던 사람들이 욱 달려들었으나 애꾸눈이 주먹 바람 발 바람에 모두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14
『돌쇠야! 이놈 또 일을 저지르는구나.』
 
15
하고 그 선비가 눈을 흘기니 그제야 애꾸눈이가 스르르 그 작자를 놓으며,
 
16
『이런 놈들은 주먹을 한 개식 먹어야 정신을 차립니다.』
 
17
하고 싱글싱글 웃습니다.
 
18
이때에 유 진사가 안으로서 나오다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선비 앞으로 와서
 
19
『허생원이십니까?』
 
20
하고 공손히 읍합니다.
 
21
『예 그렇소이다. 노형이 유 진사시오?』
 
22
유 진사는 한번 더 공손히 읍하면서,
 
23
『변 진사헌테서 그저께 편지가 왔기에 날마다 허생원께서 오시기를 기다렸었지요. 그런데 집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신지를 모르고 이렇게 불공한 일을 저질렀으니 무엇이라고 여쭐 말씀이 없읍니다.』
 
24
하며 그 선비를 몸소 인도하여 중문을 들여 특별히 치이 높은 인사랑으로 들여 모십니다. 자기네들이 호랑이 무서워하는 유 진사가 이렇게 설설 기는 양을 불때에 애꾸눈이헌테 얻어 맞은 사람들은,
 
25
『에구! 호랑이 수염을 건들였구나.』
 
26
하고 후환이 두려워 아픈 뺨과 옆구리를 부등켜 안고, 슬슬 피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27
그 선비는 점심을 먹고 나서 돌쇠를 데리고, 한 번 안성 시장을 돌아 들어오더니 유 진사더러,
 
28
『내 돈 만냥으로 지금부터 안성에 들어오는 과일이란 과일을 모조리 사시오.』
 
29
하였습니다. 유진사는 이 말에 눈이 둥그러제며,
 
30
『과일을 만냥어치나 사서 무엇을 하신단 말씀이십니까?』
 
31
하고 선비를 쳐다봅니다. 선비는 조금도 태도를 변하지 아니하고,
 
32
『내 말대로만 하시오. 지금 사람을 곧 보내서 안성장에 있는 과일 장사를 모조리 불러 주시오.』
 
33
합니다. 유 진사는 속으로는,
 
34
『미친 녀석 다 보겠네.』
 
35
하지마는 제 돈 가지고 제 맘대로 하는 것을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필요도 없으므로 그 말대로 사람을 내보내어 안성장 안의 과일 장사라는 과일 장사를 모조리 불러 왔습니다. 그때에는 충청, 전라, 경상도의 모든 과일은 반드시 안성장을 거쳐서야 서울로 들어오고, 또 다른 지방에도 내려 갔습니다. 그러므로 늦은 가을 한 철 안성장은 과일장이라 할 만하게 친감, 연감, 곶감이며, 각색배며, 석류, 대추 할 것 없이 갖은 과일이 소 바리 말 바리로 꾸역꾸역 안성장으로 들이밀렸습니다. 이것은 안성 장사들이 사들여서 다시 서울로 실어 올리는 것인데 그러므로 제 철이 되면 안성장에 과일 장수가 삼사십명이 되었습니다. 이 삼사십명 과일 장수가 웬 영문인고 하고 유 진사 집 사랑으로 모여들었는 데 이때에 땟국이 꾀죄 흐르는 허생원이 썩 나서며,
 
36
『여러분!』
 
37
하고 말을 합니다.
【원문】2. 安城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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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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