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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11. 아버지의 怨讐 ◇
해설   목차 (총 : 19권)     이전 11권 다음
1923.12
이광수
1
소도둑놈이라는 김문흠은 허생에게서 안성 유 진사에게 찾으라는 돈 만냥 어음을 얻어 가지고 그 길로 아버지의 해골을 짊어지고 아내를 데리고 안성을 항햐어 떠났습니다.
 
2
강경서 오리는 나와서 정한 잔디판에 해골을 내려 놓고, 그 해골 앞에다 강경서 사 가지고 온 술을 놓고, 아내와 그 앞에 가지런히 서서 열번은 절을 한 뒤에 그 큰 눈에 눈물을 뚝 뚝 떨구면서 마치 산 사람을 대하여 말하는 모양으로,
 
3
『아버지 이제야 돈 만냥을 얻었습니다. 그 원수엣 돈 만냥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십년 전에 있었던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지도 아니하였을 것을. 아버지! 그러나 돈 만냥이 생겼으니 인제는 어머니도 찾고, 집도 찾고, 유진사놈의 원수를 갚을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해골이라도 아버지의 집 아랫목을 한번 누워 보시게 하고 유 진사 놈의 상투를 뽑아서 아버지 해골 앞에 끓어 앉히겠습니다.』
 
4
하고는 또 열번인지 스무번인지 한정 없이 절을 합니다.
 
5
그리고는 또 해골을 걸머지고 떠나서 가고 갑니다. 장 발앞에 내려 앉지를 아니하나 이렇게 맘이 급하여 하면서 며칠 만에 안성 읍내에 다다랐습니다.
 
6
김 문흠은 해골을 위선 사람 아니 보는 곳에 묻어 놓고,
 
7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유 진사놈을 끌고 와서 아버지를 모셔 들여가겠습니다.』
 
8
하고 하직을 한 뒤에 아내더러는 거기 지켜 앉아있으라 하고 장달음으로 안성 장거리를 이리 돌고, 저리 돌아 고래등 같은 유 진사 집에 다다랐습니다.
 
9
유진사 집에서는 마침 그 날이 유 진사의 환갑날이라 하여 안팎 마당에 차일을 치고 안에는 여편네 손님과 아이들 손님, 밖에는 먼데 가까운 데서 모여 드는 사나이 손님, 늙은이, 젊은이, 말탄이, 나귀탄 이, 가마탄 이, 걸어오는 이, 와글씨글하는데 밖 마당에 매어 놓은 말과 당나귀들도, 무슨 좋은 일이나 생긴 듯이 앙앙 소리를 지릅니다. 개들도 좋아서 뛰고, 아이들도 안마당에서 호기롭게 대문간에 늘어 서서 김나는 곰국과 떡을 먹으며 눈길을 번득거립니다.
 
10
첫겨울 눈이 부슬부슬 오는 듯 마는 듯 떨어지는데 잔치에 모인 손님들은 그런 줄도 모르는 듯이 술들이 취하여 웃고 떠듭니다.
 
11
김문흠은 잠깐 바깥마당에 서서 주저주저하였으나 아무도 그를 눈거들떠보는 이는 없습니다. 혹 있다 하더라도,
 
12
『아마 어디서 얻어 먹으려 온 거진가 보다.』
 
13
할 뿐이요 그가 품에 만냥짜리 시퍼런 어음쪽을 품고, 유 진사의 원수되는 김 오위장의 해골을 지고 온 그의 아들 김문흠인 줄을 알 리가 없습니다.
 
14
문흠은 이윽히 어쩌면 좋은가 하고 생각하다가 뚜벅뚜벅 대문으로 들어가 큰사랑 마루에 서슴치 않고 올라섰습니다 제 아랫목에 비단 브료, 비단 안석에 술이 반취나 되어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벙글벙글 웃는 뚱뚱한 노인이 유 진사인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김문흠은 일부러 모르는 체하고 천연덕스럽게,
 
15
『유 진사가 어느 어른이십니까?』
 
16
하고 점잖게 목소리를 빼었습니다.
 
17
유진사는 여러 사람의 치하하는 말에 취하여 꿈속같이 있다가 이 소리에 놀래어서 내다본 즉, 어떤 때묻은 바지저고리에, 상투바람으로 때묻은 수건을 동인 거무튀튀하고 감태 사나운 사람이 섰는 것을 보고 아무 대답도 없이 물끄러미 치어다만 봅니다. 좌중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문흠을 보고 있을 적에 문흠은 한번 더 소리를 높여,
 
18
『유 진사가 어느 어른이십니까?』
 
19
하고 부릅니다. 이때에는 벌써 유 진사 집 차인들 사환들이 욱 나와서 문흠을 둘러쌌습니다.
 
20
『내가 유 진사요. 그래 무슨 일로 나를 찾소?』
 
21
하고 유 진사가 태연히 대답을 하였으나, 그 얼굴에는 까닭모를 근심의 빛이 떠돌았습니다.
 
22
김문흠은 둘러 선 사람들을 헤치고 뚜벅뚜벅 방으로 들어가면서,
 
23
『나는 허생원의 심부름 온 사람이요. 급히 쓸 곳이 있으니 돈 만냥만 찾아 가지고 오라고 유 진사 나리께 어음쪽을 가지고 왔소.』
 
24
하고 품속에 있던 어음쪽을 꺼내어 유 진사에게 줍니다.
 
25
유 진사는 문흠의 더러운 모양과 불공한 어조와 언제 본 듯한 얼굴에 잠깐 놀랐으나 허생원에게서 온 심부름꾼인 줄을 알고는 겨우 안심이 된 듯이,
 
26
『응, 허생원이 보내셨어? 허생원께서 지금 어디 계시냐?』
 
27
하고 이번에는 허생원의 하인으로 알고, 또라지게 해라를 합니다.
 
28
문흠은 돈을 다 찾아 놓기까지는 허생의 하인으로 보이라 하고 아까보다는 좀 공손하게 한번 허리를 굽히며,
 
29
『네 허생원님께서는 지금 강경장에 계십니다. 강경장에 계셔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계십니다.』
 
30
하고 천연덕스럽게 또 한번 허리를 굽혔습니다.
 
31
유 진사는 수차인을 불러 돈 만냥을 내실려라 하였읍니다. 이윽고 큰 광문이 활짝 열리더니 섬거적에 싸인 돈짐이 턱턱 마당에 나와 쌓입니다. 백 냥 묵은 것이 백작 조그마 한 집체만하게 나와 쌓이는 것을 보고, 잔치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침을 꿀떡꿀떡 삼키며,
 
32
『쩟 부잔 부자다.』
 
33
하고 감탄들을 합니다. 돈을 다 내다 샇고는,
 
34
『그러면 읍내에 있는 마소를 불러서 강경으로 내실려라.』
 
35
하고 차인에게 명령을 하는 것을 보고 문흠은,
 
36
『아니요. 강경장으로 내실릴 것이 아니요.』
 
37
하고 소리를 높여 유 진사를 향하여,
 
38
『유 진사, 저 마당에 쌓인 돈이 다 당신의 돈이요. 내 아버지 김 오위장이 당신에게 졌던 빛이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그 빛을 갚았으니 이 자리에서 내 어머니와 내 집을 내어 놓으시오. 내가 누군지 모르겠거든 그 늙은 눈을 똑바로 떠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시오.』
 
39
하고 유 진사의 코 앞에 자기 얼굴을 들이댑니다. 유 진사는 너무도 의외의 일에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다만 눈만 둥글 하고 사지만 벌벌 떨 뿐이외다.
 
40
문흡은 더욱 소리를 높여,
 
41
『여보, 유 진사 댁은 내 아버지에게 빛을 지우고 내 어머니와 내 집을 빼앗았고 내 아버지는 그 때문에 미쳐서 돌아가셨소. 당신이 후환을 두려워해서 나를 죽일 양으로 사람을 많이 놓아 찾았단 말로 들었소마는 하늘이 뜻이 있어서 나를 오늘날까지 살려 두셨소. 내가 벌써 댁의 모가지를 끊고, 댁의 오장을 내어 잘근잘근 씹고 깨물어 버렸겠지마는 남의 빛을 갚아야 하겠기로 여태 댁을 살려 둔 것이요. 그러나 오늘은 댁이 내 아버지에게 지운 빛도 다 갚았으니 당장으로 내 어머니와 내 집을 내어놓으시오.』
 
42
하고 가슴 속에 품었던 시퍼런 칼을 꺼내어 오른손에 엎어 들고 유 진사를 노려봅니다.
 
43
이 통에 방안에 모여 앉았던 손님들은 슬며시 하나씩 하나씩 빠져 나가고 차인과 사환들도 문 뒤로 숨어 서서 벌벌 떨고 있습니다.
 
44
유 진사는 그만 안석에 등을 기대고 들어오는 칼을 막으려는 듯이 두 손을 앞에 내어밀고 벽을 뚫고 들어가려는 듯이 두 발을 방바닥에 착 붙이고, 몸으로 뒤로 밀어 들이려 하나 딱 막힌 벽이 움쭉이나 하나, 그저,
 
45
『으으은, 살려 다오. 사사사살려 주오. 네 어머니 안방에 있으나 마마 맘대로 데려가고 이 지지집도 맘대로 가가가지고 사사사살려만 주오!』
 
46
하고 벌벌 떨기만 합니다.
 
47
문흠은 비웃는 듯이 입술을 길게 좌우로 혀기더니,
 
48
『흥, 염려 말어. 아직도 더 할 일이 있으니까, 당장은 안 죽일 테니 염려말어! 그러구 만일 누가 원한테 들어가 나졸을 끌고 나오는 날이면 네 모가지는 담박에 이게요.』
 
49
하고 칼로 찌르는 양을 보입니다.
 
50
유 진사는 내밀었던 손을 싹싹 빌며,
 
51
『안 그러께요. 안 그러께요.』
 
52
하고 고개를 대청으로 돌려
 
53
『내 아무놈도 이 양반을 건들이지 말렸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마님 나옵소사고. 아드님 오셨읍니다고. 그리고 다른 식구들은 당장으로 짐싸 가지고 아무데로나 뉘집 행랑으로나 헛간으로나, 그것도 없거든 산으로라도 빨리빨리 나가라고. 그리구 이 집은 이 양반 비어 드리라고.』
 
54
이렇게 명령을 합니다.
 
55
얼마 아니하여 안에 우는 소리가 오고옥 하더니마는 유 진사의 아들들 딸들 며느리들 손자놈들 손녀년들 종년들, 옷 보퉁이와 밥주발을 지고 이고 안고, 종종걸음을 쳐서 앞문으로 뒷문으로, 부슬부슬 떨어지는 눈 같은 것은 오는 줄 안 오는 줄도 모르고 달아납니다. 아이들은,
 
56
『아이고 네 가락지!』
 
57
『아이구 내 때때치마!』
 
58
『아이고 저 약과그릇』
 
59
『저 꿀 항아리!』
 
60
야단 법석이 나 목숨과 팔다리도 미쳐 못가지고 가서, 정신을 절반씩이나 잃어버리고 가는 판에 언제 그런 것을 다 돌아보랴. 우아 큰일났다. 달아나자. 달아나자.
 
61
동네 사람들은,
 
62
『에구머니 가엾어라. 어쩌면 저 부잣집이.』
 
63
『무엇이 가엾어 고소하지. 천벌이 늦게 내렸지, 작히나 앙 화를 쌓았나.』
 
64
『어쩌면 그 만냥 미치광이 아들이 여태껏 살아 있다고 돈 만냥을 가지고 오우?』
 
65
이 모양으로 달아나는 아까까기 아씨, 도련님들을 마치 개한테 쫓기는 병아리 새끼나 내려다보듯이 반쯤 웃어가며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66
하인놈들까지도,
 
67
『이런 제길, 그래 내일부터는 김 오위장댁 하인이어?』
 
68
하는 놈도 있고,
 
69
『암다 어느 제밀 할 놈이 하인이면 어때어? 종 노릇하고, 밥얻어 먹기야 유 진사면 어떻고 김 오위장이면 어떼어?』
 
70
하고 껄걸 웃기도 합니다.
 
71
이러한 속에 그렇게 서슬이 푸르던 늙은 유 진사는 소백장 앞에 선 늙은 소 모양으로 문흠의 칼만 기다리고 눈만 껌벅거립니다. 그 대신에 문흠은 십년 참아 오던 분한 마음과 오늘날이야 원수를 갚는구나 하는 쾌한 맘이 한데 뒤범벅이 되어 이빨이 떡떡 마주 물리고 치가 불불 떨립니다. 가끔,
 
72
『응흥.』
 
73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은 유 진사의 가슴을 푹 찔러 그 간을 끌어내려는 욕심을 참는 소리외다.
 
74
이윽고 하얗게 세인 점잖은 늙은 부인 하나이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와 말없이 문흠을 치어다보며,
 
75
『에그, 네가 문흠이냐.』
 
76
하고 몸을 앞으로 숙여 문흠을 안을 듯이 합니다.
 
77
문흠은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 늙은 부인을 피하면서,
 
78
『나를 낳아 주셨으니, 당신이 분명히 내 어머니는 어머니지마는 아버지를 떠난 지 사흘이 못되어 유 진사에게 몸을 허하였으니, 아버지께 대한 죄인이라오. 또 아버지께서 당신 일래 미쳐서 돌아가신 뒤에도 거상도 안 입었으니 아버지께 죄인이라오. 또 아버지를 잊어버리고 짐승같은 유 진사의 집에서 아주 안락하게 일생을 늙었으니 아버지께 죄이니라오. 당신의 그 의리도 모르고, 인정도 모르는 손으로 내 몸을 만지면 나도 아버지께 죄인이 될 것이라오. 만일 당신이 이 큰 죄를 만일이라도 속하려거든 유 진사를 끌고 내 뒤를 따라 오시오.』
 
79
하고 눈을 부릅떠 호령을 하였습니다.
 
80
늙은 부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저편 구석에 벌벌 떨고 앉았는 유 진사를 바라보며 눈짓을 한 즉, 뜻을 알아들은 듯이 눈으로 대답을 하며,
 
81
『자 어디든지 문흠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께 목숨만 살려 주시오.』
 
82
하고 애걸하는 눈으로 문흠을 치어다봅니다.
 
83
문흠은 유 진사 내외를 앞세우고 의기 양양하여 눈 날리는 안성 거리를 지나 자기 아버지의 해골둔 곳으로 옵니다.
 
84
거기는 문흠의 아내가 추운 듯이 팔장을 끼고 지켜 앉았다가 남편이 어떤 노인 내외를 앞세우고 오는 것을 보고 놀라는 낮으로 일어납니다.
 
85
문흠은 손으로 눈덮인 흙을 한바탕 파더니 그 속에서 반 남아 썩은 관 하나를 안고 일으켜 유 진사 내외의 앞에 덜컥 내려놓고, 품에서 아까 꺼내었던 시퍼런 칼을 꺼내어 익숙하게 서너 군데를 꾹꾹 지르더니 쩍쩍하는 소리를 내며 관 뚜껑을 떼어 젖힙니다. 유 진사 내외는 나무로 깎아 세운 사람 모양으로 아까부터 발 하나 움직이지 아니하고 서 있다가 관 뚜껑이 열리자 허연 해골이 번쩍하는 것을 보고는 부지불각에「악!」소리를 치고 뒤로 자빠질 듯이 두어 걸음을 물러섭니다.
 
86
문흠은 위선 늙은 부인의 팔을 끌어다가 해골 앞에 세우고 해골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산 사람에게 말하는 듯이,
 
87
『아버지, 돌아가실 때에 하신 유언대로 유 진사에게 돈 만냥 빛을 갚고, 어머니를 데려왔읍니다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문흠아, 네 어멈 찾아 오너라.」하셨지라오……우 후, 저렇게 다 썩어져 버리고 해골만 남아 있으니…아버지 아버지!』
 
88
하고 문흠은 목을 놓아 웁니다.
 
89
유 진사의 안전이라 아무 말을 못하여도 늙은 부인도 두 손으로 낯을 가리우고 흑흑 느낍니다. 다음에는 문흠이가 유 진사의 목덜미를 짚어다가 해골 앞에 끓어앉히고 시퍼런 칼을 유 진사의 꼭대기에다 겨누고, 또 해골을 향하여 흑흑 느끼는 소리,
 
90
『아버지, 이 놈을 잡아 왔읍니다요. 이 유 진사놈을 잡아 왔습니다. 이놈을 이 칼로 푹 찔러 죽여요? 이놈의 간을 꺼내어 드려요? 아버지! 이놈을 어떡하라오?』
 
91
유진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92
『김 오위장! 이놈이 죽을 죄를 지었소. 계집에 혹해서 그랬구려. 이놈이 죽일 놈이요…….』
 
93
하고 우후후 소리를 내며 웁니다.
 
94
함박눈이 내려와 사람들의 머리와 관속에 말없이 누워 있는 해골을 덮습니다. 모두 말이 없고, 오직 흑흑 느끼는 울음소리뿐이외다.
 
95
문흠은 슬며시 유 진사의 목덜미를 놓았으나 유 진사는 일어나려고는 아니합니다.
 
96
『유 진사 일어나오! 어머니도 일어나요! 내가 당신네에게 아버지 해골을 지우고 안성 읍내를 두바퀴나 세바퀴나 돌아서 아버지 해골을 아버지 집 아랫목에 누어드리고, 그 앞에 당신의 가슴을 째고 간을 꺼내서 아버지 혼령에 제사를 드리고야 말려고 하였지라오. 그러나 그것이 다 부질없는 짓이라오. 내가 아버지 자식으로 태어나서 아버지 빛도 다 갚고 아버지 유언대로 어머니도 아버지 곁에 데려다 드렸으니께루 나 할 일은 다 했지라오…아버지! 아버지 마음대로 하시오. 나는 인제는 먼 곳으로 달아나는지라오.』
 
97
하고 아버지 해골에 샇인 눈을 툭툭 떨어서 눈이 음쑥하고 이빨이 성긋한 두골을 두어번 쓸어 보더니 또 한번
 
98
『아버지 나는 가느게라오.』
 
99
하고 그 아내를 앞세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납니다.
 
100
푹푹 퍼내리는 회색눈 바랫속에 문흠이 내외의 모양은 그림자 모양으로 남쪽을 항햐여 스러지고, 뒤에는 땅어 엎드린 유 진사 내외와 뚜껑 열린 관속에 하얀 눈에 묻히는 해골과 그 곁에 이 역시 눈에 묻힌 시퍼런 칼날이 있을 뿐이외다.
 
101
눈아 흰눈아 오늘 종일 밤까지라도 퍼내려 모든 원한과 슬픔과 그것을 위하여 푸르던 칼날도 묻어버려라.
102
해골도 뉘우치는 눈물도 묻어버려라.
【원문】11. 아버지의 怨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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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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