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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19. 이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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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이날에 서울 장안에는 큰 일이 생겼습니다. 사대문통에와 종루 네거리며, 각 병문 어구에 이러한 글이 나붙었습니다 ─ .
 
2
『모든 가난한 백성들은 호조(戶曹)앞과 선혜청(宣惠廳) 앞으로 모이라. 돈과 양식을 주리라.』
 
3
이 글을 본 백성들은 나두나두하고 호조 앞과 선혜청 앞으로 물밀 듯이 모여 들었습니다. 가 본 즉, 관인들이 나서서,
 
4
『싸우지들 말고 쌀 한 짐, 돈 한 짐씩만 져가라!』
 
5
하고 외치는데 사람들은 마치 어디로 이사가는 개미떼 모양으로 호조 창고에서부터 늘이늘이 줄을 지어서 돈짐 쌀짐을 지고 나옵니다.
 
6
『우리 임금 만만세라.』
 
7
『금상 전하 만만세라.』
 
8
『우리 상감 마마시라.』
 
9
하고 우글우글 부글부글 만호 장안이 온통 섭벌의 둥지씨를것 같이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대체 이게 웬 영문이냐고 백성들이 모두 야단이 났는데 얼마 있더니 또 종로 네거리와 사대문 열두 병문 어구에,
 
10
『장안안의 대장장이들은 다 병조 앞으로 모이라.』
 
11
하는 글이 나붙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얼굴에 검은 칠한 대장장이들이 각각 마치를 메고, 집게를 들고, 뚜역뚜역 호조 앞으로 모여드는데, 거기는 총, 대완구, 창, 검, 할 것없이 보기만 하여도 몸서리기가 쭉쭉 끼치는 무기가 산더미같이 쌓였는데 이것을 모두 부수고 녹여서 호미와 보습과 낫과 식칼과 문고리와 문돌쩌귀를 만들라 합니다.
 
12
대장장이는 이게 웬 떡이냐 하는 듯이 이마빼기와 잔등이에서 구슬땀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큰 마치 잔 마치로 와지 끈 뚝딱 왱그렁 뎅그렁하고 장안이 떠나가는 듯하레 큰소리를 내면서 모두 바쉬버립니다.
 
13
또 얼마를 있더니 종로 네거리와 사대문과 열두 병문에 이런 글이 나붙었습니다─ .
 
14
『공경 대부로부터 사서인에 이르기까지 열 다섯 살 먹은 아들이 둘보다 많은 자는 하나씩을 대궐로 보내라.』
 
15
하였습니다. 이 글을 보고 사람들은 처음에 웬 일인가 하여 의심하였으나,
 
16
『우리 성상의 명하심이라.』
 
17
하여 모두 아들과 딸들을 곱게곱게 차려 구름같이 대궐로 모여 듭니다. 저녁때쯤 하여 밤낮 처먹고 마시고 우당탕 퉁탕거리던 어중이 떠중이들이 귀가 축 처녀서 모두 쫒겨나서 사대문으로 흩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영문에서 살던 군사들도 모두 먹을 것을 얻어 가지고 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18
『대관절 이게 웬 일이야?』
 
19
하고 장안 안 노인들이 모여만 서면 이야기를 하지마는 아무도 그러는 뜻을 아는 이가 없고 다만,
 
20
『이로부터 태평 성대가 된다네.』
 
21
할 뿐입니다.
 
22
이날 밤에 훈련원에서 산더미 같은 화약더미 불을 놓는다 하여 장안 사람들은 일변 무섭기도 하고, 일변 구경도 하고 싶어서 초어스름부터 남산으로 삼청동 뒤로 낙산으로 인왕산으로 기어오릅니다. 마치 백만 장내 사람이 모두 떨어난 듯 싶은데 남산 늙은 솔 밑에서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납니다.
 
23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아직도 찬 기운이 있는 밤의 봄바람이 사람들의 품으로 기어듭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가자 그 바람도 자고 사람들의 지껄이는 소리도 없어지고 수 없는 눈들이 훈련원만 바라보고 있을 때에 문득 번쩍하고 눈이 부시는 빛이 한번 나더니 쿵하고 소리가 한 번은 장안을 들었다 놓고는 동대문 수구문께가 잠깐동안 환하게 밝았다가 다시 아까 모양으로 캄캄하여지고 화약 냄새가 낙산으로 남산으로 인왕산으로,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하늘에 퍼져 올라갑니다. 사람들은 한참 동안이나 눈이 부시고 귀가 막혀서 정신없이 있다가 이윽고 다시 정신을 차리니 천지는 여전하고 하늘에 별들은 여전히 반짝반짝합니다. 아아 허생은 어디로 갔나.
 
24
(끝)
【원문】19. 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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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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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