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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5. 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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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12
이광수
1
허생이 방에 돌아와 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을 못 이루어 할 때에 어느덧 먼 촌에 닭 우는 소리가 들 립니다.
 
2
『내일은 일찍 떠나야 할 터인데.』
 
3
하고 힘써 잠을 이루려 할 즈음에 문득 개 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사람들의 발자취 소리가 들려 오더니 유 진사 집 개가 일시에 짖으며, 마당에서 쿵쿵하고 사람들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때에 건너방에서 자던 돌이가 주먹으로 눈을 비비고 뛰어 들어오며,
 
4
『생원님! 생원님! 도, 도적이야요.』
 
5
하고 황겁 중에 말도 잘 나오지 아니합니다.
 
6
『도적이 어디 왔단 말이냐?』
 
7
한 즉, 돌이는 다리와 팔을 벌벌 떨며,
 
8
『저기 저기 안마당에까지.』
 
9
하고 방금 들어오지나 아니하는가 하는 듯이 눈을 두리번 거립니다.
 
10
『돌아, 네 기운을 믿고, 누구에게든지 손을 대지 말렸다.』
 
11
하고 엄하게 분부하고, 허생은 일어나 옷을 입습니다.
 
12
『손을 대는 게 다 무엇입니까. 돌이도 풋기운 께나 있던 것이 다 어디로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13
이때에 벌써 도적 하나이 큰 칼을 번뜩거리며 문을 열고 쑥 들어서면서,
 
14
『이놈들 꼼작만 하면 죽는다.』
 
15
하고 호령을 한 적에 또 칼 든 도적들이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오더니, 한 놈이 허생의 멱살을 잡고, 한 놈은 돌이의 멱살을 잡고, 그 중에 한 놈은 시퍼런 칼날을 허생의 가슴에 대고 시컨먼 눈을 부릅뜨면서,
 
16
『이놈 네가 허생원이지?』
 
17
합니다.
 
18
『그렇다. 내가 허생원이다.』
 
19
『이놈, 어저깨 돈 십만 냥 생겼지.』
 
20
『그렇다. 십만 냥 생겼다.』
 
21
『있는 대로 다 내놓아야 망정이지 그렇지 아니하면 명년 오늘은 네 첫 기일이여!』
 
22
하고 칼로 허생원을 찌르는 모양을 합니다. 허생은 눈도 깜짝하지 아니하고,
 
23
『그래라. 그렇게 돈이 소원이거든 내 곳간 문을 열어 주께 너희들 맘껏 힘껏 다 가져가거라.』
 
24
하였습니다.
 
25
이 말에 도적들은 허생을 놓고 곳간으로 자기네를 인도하라고 명하였습니다. 허생원은 대님 한 짝 안 묶었던 것을 마저 묶고 앞서서 돈을 쌓은 곳간으로 가서 돌이를 시켜 문을 열었습니다. 문밖에는 유 진사도 상투 바람으로 도적놈들에게 붙들려,
 
26
『그저 목숨만 살려 줍시오.』
 
27
를 중염불하듯이 외우면서 벌벌 떨고 나와 섰습니다.
 
28
허생원은 앞서서 곳간에 들어가 손수 섬거적을 벗기니 산더미같은 시커먼 돈더미가 불빛에 번쩍하고 도적의 눈에 띕니다.
 
29
『자 이게 다 내 돈이어. 그 중에 천 냥은 내가 주인에게 밥값으로 준 것이니 그것만 남겨 놓고는 너희들 맘대로 가져가거라.』
 
30
하고 도적들을 위하여 비켜 섭니다.
 
31
도적들은 일생에 이렇게 큰 돈더미를 본 일이 없으므로 모두 눈들이 둥그레지고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 동안은 어쩔 줄을 모릅니다.
 
32
이 모양으로 한참이나 있은 후에 그 중에 두목되는 듯한 도적이,
 
33
『자 다들 힘껏 질머져라.』
 
34
하는 영을 내린 뒤에야 이십여명 도적놈이 일시에 돈더미로 덤비어 들어 구렁이 같은 돈 꾸러미를 슬슬 사려서는 전대와 숙마바를 내어 짐을 만듭니다. 돈 우는 소리가 마치 깨어진 종을 치는 소리와 같아서 안성장은 개짓는 소리로 떠나갈 듯하지마는 무서움에 놀란 사람들은 기침 한 번 크게 내지를 못합니다.
 
35
도적놈들이 돈짐을 짊어지고 다 못 가져가는 것이 아까운 듯이 언해 돈더미를 돌아보면서 대문까지 나갈 때에 허생이 그 중에 두목 되는 놈을 붙들고,
 
36
『내가 네게 청할 말이 있으니 들어 주겠느냐?』
 
37
하였습니다. 도적놈은 영문을 모르고 놀란 눈으로 허생을 돌아보며,
 
38
『내게 무슨 청이야?』
 
39
합니다. 허생은 도적의 어깨를 툭 치며,
 
40
『내 집이 서울 남촌 목적골 이러이러한 집인데 인제는 식구가 먹을 것이 없을 모양이다. 그런데 나는 일이 있어 아직 갈 수도 없으니 네가 누구를 시켜서 내 집에 돈 백냥만 전해다고.』
 
41
하였습니다. 도적놈은 한 번 더 놀라는 양으로 허생을 물끄러미 보더니,
 
42
『응 그러마. 마침 나도 서울 갈 길이 있겠다.』
 
43
하였습니다.
【원문】5. 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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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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