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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일기(馬島日記) (1907년) ◈
◇ 마도일기(馬島日記) (1907년 9월) ◇
카탈로그   목차 (총 : 12권)     이전 9권 다음
문석환 의사
1
馬 島 日 記
 
 
2
1907년 9월
 
 
3
9월 1일 기축.
 
 
4
川上이 말하였다.
 
5
“지금 이후로는 여러분들이 사는 방에서부터 燈油와 침 뱉는 병의 일까지 모두 면제하고, 역부를 대신시켜 하겠습니다.”
 
 
6
2일 경인.
 
 
7
본부에서 새로 洋木으로 베개를 만들어 와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그 먼저 것은 거두어서 갔다.
 
 
8
3일 신묘.
 
 
9
川上과 대화하다가 조선의 토속과 풍경에 미쳤다. 川上이 말하였다. “우리나라를 다 보지는 못하였으나 제가 본 것으로 말하면 풍경은 平壤만 못하고 인심은 안주, 의주만 못합니다. 그러나 풍경의 아름다움은 일본과 한국 사람들의 안목이 모두 같으나 인심의 善惡에 있어서는 일본과 한국 사람들의 말이 같지 않으니 어째서입니까? 인심의 선악은 산천과 관계되니 산천이 험하면 그 땅의 인심이 대부분 순수하지 못하고 산천이 고우면 그 땅의 인심이 대부분 평이합니다. 그러나 내가 지나친 곳에 이미 인심이 험하다고 들었어도 산천이 험하지 않으면 인심이 반드시 순수하고, 이미 인심이 곱다고 들었어도 산천이 곱지 않으면 인심이 반드시 곱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나는 한국 땅의 인품은 스스로 한국 땅에 있어서 일본 사람이 가리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 이치를 궁구하면 일본 사람은 다만 지나칠 때에 나에게 후하며 박한 것만 말하므로 대부분 해당 풍속과 서로 어긋나는데 나의 뜻에는 혹은 생각하기를 옛날에 대부분 우리들의 해를 입은 곳이어서 우리들에게 순하지 않음이 있는 듯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나의 생각한 바이고 확실한 말이 아니나 이치에 또한 그러할 듯합니다. 산천의 고움ㆍ험함과 인심의 선함ㆍ악함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미칠 수 있는 것이지 마음이 없는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양의 풍경은 한국의 통칭이고 안주, 의주의 인심은 나의 管見입니다. 그러나 추후에 한국 사람에게 들었더니 과연 헤아린 바와 같이 안주, 의주의 산천 역시 고왔습니다. 인심의 선악이 진실로 산천에 관련되지 않습니까?”
 
10
“이미 안주와 의주의 인심을 알고 있습니다.”
 
 
11
4일 임진.
 
 
12
川上에게 물었다.
 
13
“이 섬의 학질은 근래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까?”
 
14
“그치지 않습니다. 전날보다 조금 줄었으나 간혹 사상자가 있습니다. 한국의 서울에도 이 병이 있다고 합니다.”
 
15
“심합니까?”
 
16
“매우 심하지는 않으나, 사상자가 많다고 합니다.”
 
17
“지방은 어떻습니까?”
 
18
“듣지 못하였습니다. 근래 일기가 시원해짐으로부터 시기가 어긋나지 않으면 병이 그칠 수 있으나 그치지 않으면 내 뜻에 이 역시 운수가 부른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사상자를 보면 대부분 음식이 깨끗하지 않으며 거처가 정결하지 않은 곳에서 나옵니다. 주색에 젖고 기름진 데에 파묻힌 사람이 만약 이러한 때를 당하여 음식을 절제하며 거처를 신중히 하기를 더욱 평시보다 배로 하면 매우 좋을 것입니다.”
 
19
“그렇습니다. 이 병이 번화한 도시 지역에서 많은 것은 진실로 이러한 까닭입니다. 또한 비록 운명이라고 하지만 속이 허한 사람은 먼저 그 병을 받고 속이 알찬 사람은 병 역시 침입하기 어렵습니다. 병이 베푸는 것은 모두 귀신이 시키는 것입니다. 속이 허하여 병을 받는 자는 마치 나라가 허하여 이웃 나라가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몸을 망치는 재앙에 삼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20
5일 계사.
 
 
21
주번사관 한 사람이 와서 川上과 말하고는 洋紙 5장을 우리들에게 주면서 각각 자기의 생각을 써서 언급하면 광주리에 담아서 뒷날 기념으로 하겠다고 하여 허락하였다. 나는 오언시 절구 한 수를 지어서 써서 보냈는데 말하였다.
 
 
22
對馬一千古  대마도 천년 옛날에
23
誰知有此行  누가 이 행차 있을 줄 알았으리
24
塞國秋將晩  변방에 가을은 늦어가려 하는데
25
黃花近客情  국화가 나그네 정취에 가까이 하네
 
 
26
6일 갑오.
 
 
27
7일 을미.
 
 
28
仙人場을 생각하고 절구 한 수를 지어 말하였다.
 
 
29
仙人遙下月明山  신선이 멀리 달 밝은 산에 내려오니
30
水抱瓊場一帶還  물이 구슬 같은 곳을 안아 띠 하나처럼 돌았네
31
日夜欲窮千里目  밤낮으로 천리의 시야를 다하려 하는데
32
數峯歷歷霽雲間  몇 봉우리 뚜렷이 구름 개인 사이에 있네
 
 
33
文秀山을 생각하고 절구 한 수를 지어 말하였다.
 
 
34
往往逍遙陟彼岡  이따금 소요하면서 저 산에 올랐는데
35
覺來始識夢中行  깨어나서 비로소 꿈결 속에 갔었음을 알았네
36
念到高樑山山名下宅  생각이 고량산 아래 집에 이르니
37
時憑獨枕淚縱橫  이 때에 혼자 베개 베고 눈물을 뿌리네
 
 
38
8일 병신.
 
 
39
밤 꿈에 호박[南苽] 두 개를 한 여자에게 샀는데 매우 커서 품에 가득하였다. 값은 두 개에 2냥이었다. 여자가 물었다.
 
40
“이것을 사서 무엇에 쓰시겠습니까?”
 
41
대답하였다.
 
42
“씨를 받으려 하오.”
 
43
여자는 남쪽을 향하여 갔다. 나는 남과를 두 겨드랑이에 끼어 서쪽으로 가는데 홀연히 남과가 두 마리 개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왼쪽 겨드랑이의 개가 먼저 요동하여 겨드랑이에서 벗어나 남쪽으로 달려가자 오른쪽 겨드랑이의 개가 그 왼쪽 겨드랑이의 개가 달려감을 보고 역시 요동하여 겨드랑이에서 벗어나 서쪽을 향하여 갔다. 서로 거리가 수백 보쯤 되었는데 개가 홀연히 사람으로 변하여 나를 향하여 절하여 감사해 하고 그 즐거움을 극도로 하였으나 깨어나니 바로 꿈이었다. 매우 의아해 하여 웃으면서 이 말을 곁 사람에게 하자 풀이하는 이가 말하였다.
 
44
“남과는 덩굴에 매인 것입니다. 따면 매인 데에서 벗어납니다. 女子는 ‘好’ 자이니, 마땅히 好事가 있을 것입니다. 남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것은 마땅히 이 상징이 있겠습니다. 남과가 개로 변하고 개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변화가 있을 상징입니다. 두 마리 개를 끼었다는 두개의 ‘犬’ 글자와 또 함께 말했다는 ‘言’ 글자는 ‘獄’ 글자입니다. 두 마리 ‘犬’이 달리고 입으로 해설하는 것은 脫獄하여 口說의 밖에 나가는 것입니다. 금월은 바로 戌月(9월 개의 달)입니다. 금월 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45
또 지난 번 밤 꿈에 내가 호랑이 굴에 들어갔는데 매우 깊고 멀었다. 조금 머물다가 도로 나오자니 굴은 두 곳의 목이 있었는데 한 곳을 지나가자 해와 달이 밝았다. 또 몇 십 보를 나가자 또 굴이 있었다. 이 곳을 지나가자 樓臺가 언덕을 끼고 있었고 桃李가 열매를 맺었고 사람 일이 번화하여 마음이 상쾌하였다. 두 번 꿈이 혹은 조짐이 있는 것인가? 잠시 장난으로 써서 뒤의 증거로 참고하게 한다.
 
 
46
9일 정유.
 
 
47
일기가 맑고 아름다우니 바로 구월구일 명절이다. 절구 한 수를 읊어 말하였다.
 
 
48
客裏無非康慨時  객중에 강개하지 않을 때가 없는데
49
況逢佳節倍鄕思  하물며 명절을 만나 고향 생각 갑절임에랴
50
故山紅葉誰能愛  고향 단풍잎 누가 아껴주리?
51
異域黃花我獨知  이역에 국화꽃 나 홀로 알아주노라
52
酒乏送樽人已遠  술은 술동이를 보내지 못하니 사람이 이미 멀어져서이고
53
地非落帽俗相移  지역은 모자가 떨어질210) 곳이 아니니 세속이 서로 달라서라
54
劒城月下徘徊夕  검성의 달빛 아래 배회하는 저녁
55
應有親朋惜別離  응당 친구가 이별을 아쉬워하리
 
 
56
頭註:
 
57
白嶽山頭逢九日  백악산 위에서 중양절을 만나니
58
故園松柏夢依依  고향 송백이 꿈에 아련하구나
59
莫道吾身累紲苦  내 몸 갇힌 고통을 말하지 말라
60
遙歡伯仲省楸歸  형제가 성묘하고 돌아옴을 멀리서 기뻐하노라
 
 
61
川上이 말하였다.
 
62
“일전에 일본 황태자가 한국으로 나간다는 말이 비록 신문에 실렸으나 잘못된 말이었습니다. 나 역시 잘못 전하였는데 지금에는 진실로 한국 인천항에 정박할 날입니다. 태자의 이 행차는 한국 황제와 상의한 뒤에 나라에 오래 수감된 사람들을 모두 고향으로 풀어 보내고 국가의 원로들로서 나이가 80세에 이른 자들에게 모두 賞錢을 준다고 합니다.
 
63
靜觀亭이 四律 2편을 읊었으므로 다음에 기록한다.
 
 
64
縶坐旅窓涕自流  객지 창가에 묶여 앉아 눈물이 절로 흐르는데
65
每逢佳節倍悽愁  명절을 만날 때마다 서글픔 갑절이라
66
中郞北海仗丹節  中郞將211)은 북해에서 붉은 기를 잡았고
67
君子南冠餘白頭  君子는 南冠을 쓰고212) 센 머리가 많았네
68
故國依俙千里夢  고국은 어렴풋이 천리의 꿈속에 있고
69
殊邦搖落二年秋  이국에 표류한 지 이년의 세월이라
70
萬端心緖難堪處  만 가지 회포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71
風滿竹林月滿樓  바람은 대 숲에 가득하고 달빛은 누대에 가득하구나
72
如何此地又重陽  어이하여 이 곳에서 또 중양절인가!
73
可恨離懷與水長  이별 회포 한스러움이 물과 함께 길구나
74
被禁難謀村酒白  갇힘을 당해 마을 소주를 꾀하기도 어렵고
75
隔牆不見野花黃  담장에 막혀 황색 들국화 꽃을 보지 못하네
76
亦稀飛鴈遙傳信  날으는 기러기에 멀리 편지 전하는 것이 드무니
77
那道哀猿寸斷腸  어찌 슬픈 원숭이 마디마디 단장의 슬픔213)을 말하랴!
78
寒枕深憂空悄悄  쓸쓸한 베개 머리에 깊은 근심 부질없이 뒤숭숭한데
79
傷心明月射窓光  밝은 달 창에 비치는 달빛에 속상하누나
 
 
80
10일 무술.
 
 
81
11일 기해.
 
 
82
脯時에 주번사관이 洋紙 몇 장을 가지고 와서 나이게 글을 하나 써달라고 하고, 또 思雲과 바둑을 한 판 두고 돌아갔다.
 
 
83
12일 경자.
 
 
84
寺尾 노인이 양털붓 2개와 封套紙 10매를 나에게 보냈는데 전일에 준 珠聯 4행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85
13일 기축.
 
 
86
일전에 八幡宮에 우리들을 모아 바람을 쏘이고 여기에 이르러 곁에 물색을 보았었는데, 마침 낯익은 大山文吉郞이 빽빽한 사람 중에서 나와 소매를 잡고 기뻐하니, 이 사람은 바로 蠶桑屋의 蠶桑敎師이다. 捲煙 담배 8갑을 가지고 8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 高島英一姓氏ㆍ小田順一郞 두 사람이 명함을 가지고 만나기를 청하였다. 여러 가지 술ㆍ술안주로 난만하게 권하여 마시게 하였으므로 마음에 항상 아꼈으나, 얽매인 처지에 있어 갚을 물건이 없으니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가? 근래 이 곳 인심을 보건대 우리들의 필적을 좋아하는 듯함이 있었다. 그러므로 글씨는 비록 졸렬해도 珠聯 십 수폭으로 3사람에게 뜻을 표하여 川上에게 부쳐 각각 그 집에 보내게 하였다.
 
 
87
14일 임인.
 
 
88
思雲이 읊은 시 한 수로 나를 위하여 외어 말하였다.
 
 
89
時維九月序三秋  시절은 구월 삼추에 들어
90
紅葉黃花感旅愁  단풍잎 국화꽃이 객지 시름을 느끼게 하네
91
不見人懷千里國  사람을 보지 못해 천리 나라에서 그리워하고
92
未歸客在二年樓  나그네 돌아가지 못해 이년 누각에 있네
93
海挹島嶼接天闊  바다는 섬을 떠내어 하늘에 닿아 넓고
94
溪穿石瀨抱村流  시내는 돌 여울을 뚫어 마을을 안고 흐르네
95
試問歸期餘幾日  물어보자 돌아갈 기일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96
達窮於理莫非由  통하고 곤궁함은 이치에 말미암지 않는 것이 없다네
 
 
97
나는 화답하여 말하였다.
 
 
98
歲事居然已暮秋  한 해가 어느덧 이미 늦가을인데
99
朝雲夜月摠關愁  아침 구름과 밤 달에 온통 수심이로세
100
天涯淪落全空槖  하늘 끝에 몰락하여 온통 주머니가 비었고
101
海角蕭條獨倚樓  바다 모서리에 쓸쓸히 홀로 누각에 기대었네
102
路轉險夷歸並進  길은 험난하며 평이함으로 돌아 아울러 나아감으로 돌아가고
103
水分淸濁許同流  물은 맑으며 흐림으로 나뉘어도 함께 흐르기를 허여하노라
104
往時狼狽何須說  지난날 낭패함을 어찌 말할 필요 있나?
105
漂泊西南不自由  서남에 표박하여 자유롭지도 못한데
 
 
 
106
15일 계묘.
 
 
107
川上이 말하였다.
 
108
“일본 황태자가 한국 황제와 태상황을 뵙고 한국 궁중에 이틀간 머물면서 약간 이야기를 하고, 그저께 한국 황태자와 서울을 떠나 인천 제물항으로 내려가서 군함을 타고 출발하여 일본을 향해 돌아갔습니다.”
 
109
“얼마나 많은 군함이 보호하여 왕래합니까?”
 
110
“20척입니다.”
 
111
“일본의 군함은 도합 얼마입니까?”
 
112
“약 1백 20여 척입니다.”
 
113
“어제 醫官에게 들으니 일본 태자가 돌아오는 길에 이 섬의 군항에 잠시 머물 뜻이 있는 듯하답니다.”
 
114
“아닙니다. 곧바로 佐保지명 군항으로 향하여 여기에서 기차를 타고 계속 동경으로 향합니다.”
 
115
“이 섬의 군항이 지명과 관련된 것은 무엇입니까?”
 
116
“竹敷입니다.”
 
117
“여기에 속한 군함은 얼마입니까?”
 
118
“약 20척입니다. 해군총독의 中將이 있습니다. 비록 무사하여 한가할 때라도 당번을 바꾸어 순행하면서 뜻밖을 살펴 예방합니다.”
 
119
“한국 황태자가 일본에 들어가면 어느 때에 귀국한다는 말이 있습니까?”
 
120
“한국 황제가 허락하여 보내고 일본 태자가 부탁을 받은 것은 모두 국가를 위한 정치상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동경에 가서 開明 사업을 힘쓰고 1년에 한 차례 본국으로 돌아가 皇親을 뵙고 卒業한 뒤에 영원히 귀국하게 됩니다.”
 
 
121
16일 갑진.
 
 
122
새벽에 시 한 수를 읊어 말하였다.
 
 
123
一片孤城接翠微  외로운 성 하나 푸른 산 벼랑에 닿았는데
124
薄雲點點細成衣  엷은 구름 점점이 가늘게 옷을 입었네
125
古林霜落狐狸伏  오랜 숲에는 서리 내려 여우와 너구리가 엎드렸고
126
沿海秋高鸛鶴歸  바닷가에 가을 하늘 높아 황새와 학이 돌아오네
127
萬方世事隨時變  만방의 세상 일 때에 따라 변하고
128
一域人情逐日非  한 지방 인정은 날마다 잘못되네
129
西隣欲飢東隣飽  서쪽 이웃은 굶어죽으려 하고 동쪽 이웃은 배부른데
130
遙惜平郊稻粱肥  멀리서 평야의 곡식 풍성함을 애석해 하노라
 
 
131
17일 을사.
 
 
132
서양과 일본의 해군전함은 각각 규모가 있었고, 전함 이외에 豫備艦ㆍ輸搬艦ㆍ巡洋艦ㆍ水雷艇艦ㆍ火災備保艦ㆍ測量艦이 있었다. 예비함은 낭패하거나 뜻밖을 예방하는 것이고, 수반함은 양식을 운반하는 것이고, 순양함은 척후하여 살피는 것이고, 수뢰정함은 적이 오는 것을 점지하여 水雷砲를 要路에 몰래 장착하는 것이고, 화재비보함은 화재에 물건이 저지되도록 갖추는 것이고, 측량함은 수로의 원근ㆍ천심의 요해처를 헤아리는 것이다.
 
 
133
18일 병오.
 
 
134
일본의 兵卒等級을 개정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憲兵科 一級上等兵, 步兵科二級一等卒, 三級二等卒, 騎兵ㆍ砲兵ㆍ工兵ㆍ輜重兵도 이와 같다. 憲兵科 二級一等卒, 騎兵ㆍ砲兵ㆍ工兵ㆍ輜重兵도 이와 같다. 憲兵科 三級二等卒, 騎兵ㆍ砲兵ㆍ工兵ㆍ輜重兵도 이와 같다. 經理部에 소속된 자는 上等縫工卒ㆍ一等縫工ㆍ二等縫工, 上等靴工卒ㆍ一等靴工ㆍ二等靴工이다. 衛生部에 소속된 자는 軍醫이니, 上等看護手ㆍ一等看護ㆍ二等看護이다. 나머지는 모두 기록하지 않는다.
 
 
135
19일 정미.
 
 
136
川上이 말하였다.
 
137
“금일 본영 대대장 부관 이하 장교ㆍ군졸이 小倉師團部에 연습차로 가서 기선을 타고 출발하고 본부는 몇 명 長官과 약간 신병만 남아 營門을 순찰하여 지켜서 일이 매우 한가합니다.”
 
138
“小倉에 며칠 있다가 돌아옵니까?”
 
139
“왕래하는 기간이 대략 10여 일 소비될 것입니다.”
 
140
“또 이 섬 서북 산 뒤로부터 대포 소리가 이따금 연이어 나는데 묻건대 그것은 무슨 이유입니까?”
 
141
“鷄知 사령부 포병이 산에 올라 대포를 연습하는 것입니다.”
 
142
“이 곳에 포대가 있습니까?”
 
143
“없습니다. 수레로 포를 운반합니다.”
 
144
“몇 군데 포대가 있습니까?”
 
145
“18군데입니다. 이 섬 소속에 嵯峨郡ㆍ上縣郡이 있는데, 2군 역시 섬이고 대마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嚴原에서 거리가 4백 70리입니다. 또 佐須奈地名가 있는데 군항입니다. 조선에 가장 가까운데 이 항구에서 조선과의 거리는 1백 80리이고 기선 길은 2시간 쯤입니다. 佐須는 대마도의 가장 북쪽이고 嚴原은 대마도의 가장 남단입니다.”
 
146
“대마도 산에 嚴原 서편의 산보다 큰 것이 있습니까?”
 
147
“이 섬의 북편은 官林ㆍ民林 두 산이 있는데 西山보다 매우 큽니다. 官ㆍ民 두 산은 나무가 울창하여, 이 섬의 공용ㆍ사용 숯은 모두 여기에서 나옵니다. 내가 생각컨대 嚴原의 西山은 우리 읍의 月明山보다 훨씬 크고, 官ㆍ民 두 산은 嚴原의 서산보다 더욱 크니, 바다 속의 泰山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48
20일 무신.
 
 
149
川上이 말하였다.
 
150
“전일에 雲樵가 高島ㆍ下田 두 사람에게 준 書蹟을 어제 만나 주었는데 두 사람이 감사하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또 下田을 만났는데, 下田이 말하기를 ‘雲樵 書蹟의 글귀 속에는 진기한 말이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雲樵가 감금된 중에 있으나 만약 긴요히 쓸 물건이 있으면 그가 마땅히 준비하여 보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이것이 비록 인정이지만 법에는 옳지 않습니다. 또 雲樵의 뜻은 다만 邂逅에 감사하는 것이고 술대접의 뜻은 여기에서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하니, 下田이 말하기를 ‘나는 高島와 결단코 감사 편지를 하려하고 답장을 잠시 정지합니다.’ 하였습니다. 내가 말하기를 ‘편지로 하례를 하는 것이 실로 좋은 뜻이니, 좋은 바를 따르시오’ 하였습니다.”
 
151
내가 물었다.
 
152
“이 두 사람은 글을 잘 하는 사람입니까?”
 
153
“글은 내가 알 수 없으나 모두 남의 글이 잘 되었는지 잘 안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154
“일전에 高島가 경비영에 보낸 편지의 겉봉을 보면 그 글은 어떠한지 알지 못하겠으나 그 필적은 매우 훌륭합니다. 섬에 들어온 이후로 이 섬의 書蹟은 혹 눈에 많이 보았으나 이보다 우수한 것은 아직 보지 못하였습니다.”
 
155
“그렇습니다.”
 
156
愼懼堂의 5촌 조카와 滄湖의 小家 편지가 왔다.
 
 
157
21일 기유.
 
 
158
아침밥을 먹은 뒤에 상등위병이 절구 두 수를 보내어 화답해 달라고 하였다. 그 한 수의 제목은 ‘夏曉’였는데 말하였다.
 
 
159
林鴉不起宿雲流  숲 속 까마귀는 밤새 구름 흐르는 데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160
殘月依俙曙色幽  남은 달빛 희미한데 새벽 빛 어스름하네
161
秋到籬邊凉氣動  울타리 가에 가을이 와서 시원한 기운 감도는데
162
一花初放碧牽牛  꽃망울 하나 벽견우에 처음 터졌네 碧牽牛는 꽃이름이다.
 
 
163
한 수의 제목은 ‘雨夜懷鄕’이었는데 말하였다.
 
 
164
一穗寒燈夜已深  불꽃 하나 쓸쓸한 등불 밤이 이미 깊었는데
165
蕭蕭簷滴響如琴  주르르 처마 물방울 거문고 소리인 듯
166
三秋未見家山夢  삼추에 고향 꿈을 보지 못하고
167
慝得旅窓千里心  객지 창가에 천리 마음만 일어나네214)
 
 
168
즉시 화답하여 말하였다.
 
 
169
慣來山水又秋深  산수에 낯익혀져 또 가을이 깊어졌는데
170
壁上無絃掛素琴  벽 위에는 줄이 없이 허름한 거문고 걸렸네
171
霜前晩香+曷君知否  서리 앞에 늦가을 향기 그대는 아는가!
172
料得黃花數朶心  국화꽃 몇 송이 마음을 헤아린다네
 
 
173
또 절구 한 수에 말하였다.
 
 
174
不動石根水自流  동요 않는 돌 뿌리에 물은 절로 흐르는데
175
淹留客館不勝幽  객관에 머물러 우울함을 견딜 수 없어라
176
遙憶故鄕何處在  멀리 생각노니 고향은 어느 곳에 있는가!
177
浩歌一曲放來牛  浩歌215) 한 곡조에 오는 소를 놓아두네
 
 
178
22일 경술.
 
 
179
川上이 매일 책자를 보는데, 반은 한문이고 반은 일본 언문[國諺]으로 책마다 그렇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내가 비록 자세히 연구하려 하나 모호하여 뜻을 풀이할 수 없었다. 이는 開化 이후의 예였다. 다만 末章을 보면 많은 책 이름을 나열하여 기록하고, 어느 책은 몇 篇, 값은 몇 냥, 우편 요금은 몇 錢이라고 모두 각각 책 이름 아래에 나누어 기록하였다. 그 책자의 출판소는 어느 都 어느 舘에 있다고 여러 책에 자주 보였는데 수십 책이 모두 그러하였다. 이것은 국내 사람으로 하여금 장소마다 알지 못함이 없게 하고, 보려고 하는 자에게 사람마다 완상하지 못함이 없게 함이었다. 만일 보려고 하는 사람이 가장 가까운 우체국에 말을 하면, 해당 우체국에서 이 뜻으로 葉書와 값을 보내면, 그 책 출판소에서 우편으로 부쳐 보내어 해당 우체국에 도착시켜 사람들에게 매우 편리하게 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물건도 그러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우체로 보내는 규칙은 몇 斤을 넘으면 부치지 못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거운 물건은 나누어 부쳐서 오늘 얼마큼 내일 얼마큼 한다. 이와 같이 하면 비록 많은 물건이라도 보낼 수 있다. 거친 물건과 같은 것은 또한 부칠 수 없다. 그러나 우체국의 용도는 마땅히 없어서는 안 되겠다.
 
 
180
23일 신해.
 
 
181
밤에 시 한 수를 읊어 말하였다.
 
 
182
窓淨琉璃夜色凄  고요한 유리창에 밤 빛 처량한데
183
滿天星宿入簷低  하늘 가득한 별들은 처마에 낮게 들어오네
184
寶刀常憶新龍夢  보배 칼은 항상 새 용꿈을 생각하고
185
小燭輕爭片月迷  작은 촛불은 가벼이 조각달의 희미함과 다투네
186
均莫猶天還起北  균등함은 하늘만한 것이 없어도 다시 북쪽에서 일어나고
187
明無如日復沈西  밝음은 해와 같은 것이 없어도 다시 서쪽으로 지노라
188
亡羊便是多岐路  양을 잃음은 갈래 길이 많아서이니
189
想得孤山採菊蹊  생각컨대 고산에서는 국화를 오솔길에서 따겠네
 
 
190
24일 임자.
 
 
191
靜觀亭이 관절통으로 자리에 누워 신음하였다. 통역이 醫院에 말하여 오후에 軍醫長官이 와서 증세를 진맥하고 말하기를,
 
192
“병이 중하지 않으니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즉시 醫院에 가서 사람을 시켜 가루약을 보내게 할 터이니 더운 물에 타서 먹게 하십시오.”
 
193
라고 하였다.
 
 
194
25일 계축.
 
 
195
오후에 주번사관이 와서 편지 한 통을 전하였는데 친구 曺秉直과 學童 崔晩奉ㆍ朴分吉ㆍ金寶物 등의 편지였다. 士官이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을 불러서 꾸짖어 말하였다.
 
196
“근래에 한국 사람들이 음식에 불편한 일이 있는 듯하다. 네가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
 
197
“마음을 다하여 음식을 제공하였습니다.”
 
198
“이는 나를 속이는 말이다. 네가 비록 나를 속여도 내가 어찌 너에게 속겠느냐? 내가 매일 아침 위병소에 들어가서 한국 사람들이 때를 지나도록 밥을 먹지 못하는 모양을 보았다. 이는 네가 태만하여 해가 늦어 일어나 취사하여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때로 시장하게 한 것이다. 또 제공하는 것이 정갈하지 못하여 이로 말미암아 입에 맞지 않았고 음식에 맛이 없게 된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영을 만홀히 거행하느냐? 이후로는 마땅히 근신하여 제공하는 것에 게을리 하지 말라.”
 
199
또 食主 石田의 처소에서 말하여 음식 제공의 수요에 맞게 하라고 하자 말하였다.
 
200
“삼가 교시를 받들겠습니다.”
 
201
士官은 靜觀亭의 병을 묻고 衛兵을 불러 유시하였다.
 
202
“이 환자의 방에 화로는 내가 이미 허락하였다. 밤을 지내도록 환자로 하여금 의지하여 편케 하라. 네가 등불을 끌 때에 말하지 말라”
 
203
頭註: 9월 19일에 부친 편지였다.
 
204
서울 西湖의 姜火+暹이 愼懼堂에게 편지를 썼고, 台鉉이 그의 아버지 眉湖에게 편지를 올려 왔다. 姜의 편지의 대략은 다음과 같다..
 
205
“祖逖의 닭우는 소리216)가 이미 들려 변경까지 도달하여 반드시 일어나 춤추고서 강을 건너는 자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 아래 연못의 물고기는 그 처소까지 겸하여 잃어 쉬며 그칠 곳이 없으니 시장으로 갈까요? 구렁텅이로 갈까요? 공적으로 사적으로 통탄스러움이 하늘에 다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206
週番士官이 川上에게 물었다.
 
207
“근일에 어찌하여 밖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냐?”
 
208
川上이 말하였다.
 
209
“일전에 怪疾이 유행함으로 인하여 다시 운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근일에 대대장이 계시지 않고 본부에서 명령이 없었으므로, 감히 사사로이 하지 못합니다.”
 
210
“그러한가? 명령이 있지 않으면 조금 넘어가는 땅에는 노닐 수 없으나 대대 부대 근처에서 바람을 쏘이는217) 것은 괜찮다.”
 
211
오후에 川上과 병사 2명과 함께 동남편의 작은 산 위에 올라가서 바다 파도가 일렁임을 바라보며 골짜기 나무의 담홍색을 보고 돌아왔다. 절구 한 수를 읊었는데 말하였다.
 
212
秋光欲染客衣裳  가을 빛이 나그네 옷을 물들이려 하고
213
紅葉千林半着霜  단풍 숲에는 반이나 서리가 붙었네
214
頃年戰役壕溝處  지난 해 전쟁에 참호가 된 곳에는
215
惟有砲臺照夕陽  포대만 있어 석양이 비치는구나
 
 
216
26일 갑인. 218)
 
 
217
曺친구에게 답장을 썼는데 다음과 같다.
 
218
“울타리의 국화와 언덕의 단풍이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게 함이 없는데 그리워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것은 내 마음이 원인이 되어 그러함이 아니라 바로 형께서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이 때에 금쪽같은 편지가 우체부한테서 왔습니다. 조선과 통하는 물가에서 눈을 닦고 뜯어보니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깨어나게 하고 이어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삼가 가을철이 늦어가는 때에 부모님을 모시는 일이 복되고 상서로우며 자당님께서도 때에 따라 편안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이 놓이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역의 부평초 신세가 그대로 옛날의 저이니, 다른 것을 어찌 말씀드리겠습니까? 국가 실정이 담장이 터지며 인사가 집이 부셔짐은 다시 말할 것이 없으나, 저와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은 한번 풍상을 겪고 잠시 보존하고 있는데 이것이 운수인가요, 요행인가요? 다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비록 초기에는 잘못되었으나, 종말이 어떠하며 혹은 만년에 거두는 것이 있을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중에 연습(演習) 두 글자는 감히 따르지 못하겠으나 이를 얻어 잠시 혹은 안정되는 방도가 있다면 어찌 천명의 이치에 정한 바를 도피할 수 있겠습니까? 옛날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복이 되기에 부족하고 어찌 화가 되지 않을 것을 알겠습니까? 제가 믿는 것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바르지 않은 이치가 없고, 이어 편안함에 거처하여 천명을 기다리는 것으로 법을 삼습니다. 혹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까요? 李宅의 일은 정말 참혹하게 되어 형용할 수 없습니다. 天道가 진실로 이와 같으니, 역사가가 말한 바 옳으냐 그르냐의 말219)이 과연 오늘날에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에 적혀 내려가고 천하에 드러나서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것입니다. 바닷가 군읍의 농사가 낭패했다고 하니 이른바 병든 잎사귀에 서리가 내리고 또 일층 도탄이 더해졌다는 것입니다. 저의 삼종은 몸속의 종기에서 완전히 소생하여 진실로 기쁜 소식이어서 기쁨이 이마에 손을 올릴 만합니다. 저의 맏형수와 어린 아이들의 다리 종기는 실로 겉의 종기라고 하니, 이는 가을철의 血症입니다. 인생이 이 세상에 누가 이러한 작은 근심이 없겠습니까? 나머지는 바라건대 속히 답장을 주십시오. 붓을 들자 마음이 달려갑니다.”
 
219
崔晩奉에게 답장을 썼는데 다음과 같다.
 
220
“그립고 그리울 때에 온 편지를 보니 어찌 기쁨을 이루다 감당하겠는가? 근래에 서리 기운이 하늘에 가득한데 부모님을 모시면서 탈이 없으며 과업은 점차 잘 되어가고 있는가? 먼 해외에서 빌어마지 않네. 공자가 말하기를 ‘내가 낮 내내 밥을 먹지 않고 밤 내내 잠을 자지 않고 생각해보니 유익함이 없는지라, 학문함만 같지 못하다.220)’하였으니, 이것은 고금을 총괄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일깨우는 곳입니다. 그대는 마땅히 노력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네. 나는 대마도에 들어온 이후로 책을 보지 않을 때가 없었고 경서를 외우지 않을 때가 없었으니 바로 이를 따르는 것이네. 인생의 환난과 영귀가 모두 하늘에 달렸는데 사람이 각각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닦아서 천명을 기다리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지금 할 것은 독서ㆍ강습보다 앞설 것이 없이네. 반드시 마음과 뜻에 맹세하여 하늘에 붕새가 날 듯 높이 날을 것을 도모할지니, 이른바 남자의 출세하는 일이고 몸을 세우며 이름을 날리는 것도 수반되네. 이 이외에 부탁할 것이 없네. 일전에 편지가 먼저 왔고 버선과 신이 오지 않아서 편지를 본 날 바로 답장하여 보냈으므로 미쳐 버선과 신을 살펴 받았다고 말하지 못하였는데, 추후에 왔으니 염려하지 말게. 나머지는 별폭에 있으니 아울러 돌려가며 보게.”
 
221
金寶物에게 편지를 썼는데 다음과 같다.
 
222
“가을 바람이 살랑 살랑하여 너에게 그리움이 더욱 절실하구나. 이 때에 편지를 보니 얼굴을 만나 본 것과 같구나. 조부모를 모시면서 진중하고 복되다는 것을 알았으니 안심됨이 적지 않다. 나는 객지살이의 잡다한 것은 것을 말할 것이 못되고 다만 책을 보며 글씨를 쓸 뿐이다. 다만 네가 전에 편지를 부치지 못했다는 말은 일에 당연한 것이고 이후로는 매번 답장을 보내서 천애에서 외롭게 기탁하는 회포를 펴보려 한다. 나머지는 다만 바라건대 부지런히 독서하여 나태함이 버릇되게 하지 말라. 많은 언급을 하지 않는다.”
 
223
別幅을 썼는데 다음과 같다.
 
224
“옥은 돌의 정수이고 지초는 풀의 영장이고 聖人은 사람의 으뜸이다. 어찌하여 옥에서 취하는가? 문채가 있어 기와ㆍ자갈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지초에서 취하는가? 상서로운 향기가 있어 띠풀ㆍ왕골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성인에서 취하는가? 性道가 있어 일반 품등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와와 자갈은 소용되는 바가 있으니, 기와는 지붕을 덮고 자갈은 담장을 수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띠풀과 왕골은 소용되는 바가 있으니, 띠풀은 깔개를 삼고 왕골은 자리를 짜는 것이 그것이다. 무릇 천하의 물건은 소용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사람이 自暴自棄하는 자에게 있어서는 소용됨이 없다. 소용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로운 바가 있으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포하는 자는 기와ㆍ자갈에 견주면 기와ㆍ자갈과 같지 못함이 크고, 자기하는 자는 띠풀ㆍ왕골에 견주면 띠풀ㆍ왕골과 같지 못함이 크니, 어찌 옥과 지초에 감히 견줄 것인가? 사람이 성인에 있어서 학문하여 멈추지 않고 떨쳐서 그치지 않으면 가깝게 될 것이다. 성인을 배워서 얻을 수 없다면 그 다음의 현인을 생각할 것이다. 만약 현인을 배워서 얻을 수 없다면 신중히 삼가는 선비가 그 다음일 것이다. 신중히 삼가는 선비를 또한 배워서 얻을 수 없다면 이는 자포자기하는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이다. 어찌 감히 성인과 현인을 바라겠는가? 기와ㆍ자갈에 견주면 기와ㆍ자갈이 부끄러워하고, 띠풀ㆍ왕골에 견주면 띠풀ㆍ왕골이 수줍어하리니, 사람으로서 이와 같지 못할 수 있겠는가? 經傳에서 구하면 이치가 있지 않은 것이 없고 사물이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바라건대 성공하는 날에 그대를 옥의 정수와 지초의 영장에 견주도록 하라.”
 
 
225
27일 을묘.
 
 
226
藤戶朋藏이라는 사람은 이 군영의 軍醫로서 文辭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그의 들고 다니는 가방 속에 漢文으로서 볼 만한 것이 있다고 하였으므로, 빌려 보기를 청하였더니 응하여 보내주었다. 하나는 增廣尺牘集解인데 중국에서 나온 것으로 왕복하는 편지에 일조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나는 支那중국이다. 지금 세계가 중국을 이름하여 支那라 한다.古文學畧史라고 하였는데 일본 사람 末松謙澄이 지은 것이다. 그 말은 荀子를 매우 숭상하였고 老子와 墨子를 상당히 믿고 공자, 맹자[鄒魯]의 성인을 비방하였다. 공자를 일컫기를 ‘호걸로서 詩經을 산삭하고 易經을 찬술하였다’고 하여 비록 성인이 정한 것일지라도 모두 上古의 詞藻를 사용하였다고 말하였다. 기타 세계의 문화에 관계되는 것이 두세 가지 근사하였다. 이는 순자의 性惡이고 맹자의 性善이 아니니 바로 순자의 유파이다.
 
 
227
28일 병진.
 
 
228
주번사관이 아침에 감금실에 들어와서 밥을 제공하는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229
“조반을 준비하였는가?”
 
230
“준비하였습니다.”
 
231
“준비하였으면 가져와라. 보고 맛을 보겠다.”
 
232
思雲에게 말하였다.
 
233
“제공하는 밥이 먹을 만합니다. 먹을 만한데도 먹지 않으면 밥 주는 사람의 책임이 아닙니다.”
 
234
“밥은 배를 채울 만큼 취할 뿐이니 하필 기름지며 맛나야 하겠습니까?”
 
235
“밥이 적지는 않습니까?”
 
236
“항상 음식이 남습니다.”
 
237
“금일은 우리나라 황제의 탄신일이니, 그대들은 잠시 가까운 곳에 소요하십시오.”
 
238
“그리하겠소.”
 
239
아침을 먹은 뒤에 병사 2인과 전일에 올랐던 곳에 올라서 풍경을 바라보고 돌아왔다.
 
 
240
29일 정사.
 
 
241
滄湖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안질이 점점 심하였는데 이것이 고통은 아니었으나 스스로 물건을 보지 못하여 눈이 흐려 안 보이는[靑昏]의 증세가 있는 듯하였다. 간간이 軍醫의 藥水를 써 보았으나 조금도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또 근래 이래로 밤에는 더욱 잠을 자지 못하였고 조금 뒤에 까닭없이 신음과 잠꼬대하고 한기와 열기가 더욱 침투하면 땀이 흐르다가 땀이 그쳐서 정상이 매우 고민스러웠다. 팔순 노모가 집에 계시고 아주 가까운 친족도 없어 봉양하는 절차를 못할 것이고 어린 아이들은 포대기를 떠나지 못한 데다 집안 형편 또한 가난하여 누구도 구휼하여 돌아보는 이가 없었으므로 가슴의 홧김의 빌미에서 얻은 것이었다. 통역이 醫院에 말하여 가루약을 가지고 와서 더운 물에 타서 먹게 하고 말하기를,
 
242
“의원이 진찰하러 올 것입니다.”
 
243
라고 하였다.
 
 
244
30일 무오.
 
 
245
川上에게 말하였다.
 
246
“조선의 난리는 전에 비하여 어떻습니까?”
 
247
“전에 비하여 조금 그쳤으나 혹은 3백 혹은 5백씩 모였다 흩어져서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그치면 저곳에서 일어나고 동쪽 머리에서 쇠하면 서쪽 머리에서 번성합니다. 틈을 엿보아 서로 기동하니 어찌 아침이나 저녁에 그치기를 기대하겠습니까? 만일 한국의 무사함을 말한다면 한국 사람이 다 죽어 한 사람도 없으면 가능할 것입니다. 만일 한 사람이라도 남는다면 난리는 끝날 수 있는 날이 없으리니 어찌 이와 같은 이치가 있겠습니까?”
 
248
“사람을 죽이고서 남의 나라를 얻은 자는 옛날부터 없었습니다.”
 
249
川上은 머리를 숙이고 말이 없을 뿐이었다.
 
 

 
250
각주)
 
251
210)  중양절 술자리에 글이 훌륭함을 말한다. 晉나라 孟嘉의 고사. 맹가가 桓溫의 參軍으로 있을 때 9월 9일 중양절에 환온이 龍山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바람이 불어 맹가의 모자가 떨어졌는데도 맹가는 흥에 취해 그 사실을 모르자 孫盛이 글을 지어 조롱하였는데, 맹가가 즉시 화답한 글이 매우 이름다워 좌석의 모든 사람들이 경탄하였다.(「晉書」 孟嘉傳)
252
211)  전한 蘇武의 직함.
253
212)  ‘君子’는 춘추 초나라 鍾儀를 말하고, 南冠은 남방 초나라 사람의 관이라는 뜻으로 종의가 초나라의 관을 쓰고 晉나라에 수감된 일이 있으므로 죄수의 신세를 뜻한다.(「左傳」 成公 9年)
254
213)  매우 슬퍼함을 말한다. 晉나라 桓溫이 三峽을 지날 때 그의 종자가 원숭이 새끼를 잡았는데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면서 1백여 리를 따라오다가 죽었다. 그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世說新語」 黜免)
255
214)  원문의 ‘慝’은 ‘惹’의 잘못으로 보인다.
256
215)  당나라 李賀가 지은 칠언고시의 제목. 봄날에 교외에서 벗들과 술자리를 벌여 놀면서 자신의 불우함을 큰소리로 노래한 것이다.(「李賀詩集」 1권 浩歌)
257
216)  晉나라 祖逖이 밤중에 닭이 우는 소리를 나쁘게 여기지 않은 일. 조적이 劉琨과 함께 잠을 자는데 밤중에 황야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는 유곤을 발로 차서 깨우고 “이는 나쁜 소리가 아니다(此非惡聲也)” 하고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리고 조적은 石勒의 군대를 격파하고 황하 이남의 땅을 모두 진나라 영토로 만들었는데, 강을 건너갈 때에 배에서 중원을 청결히 하지 않으면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한 고사가 전한다.(「晉書」 祖逖傳)
258
217)  원문의 ‘灑’는 ‘曬’의 오자이다.
259
218)  원문 ‘半陰半陰’은 ‘半陰半陽’의 잘못으로 보인다.
260
219)  司馬遷이 「史記」(伯夷列傳)에서 한 말. 「사기」에는 “儻所謂天道 是邪非邪”라고 하여, ‘天道가 옳으냐 그르냐?’로 나타나고 있다.
261
220)  「論語」(衛靈公)에 있는 말.
【원문】마도일기(馬島日記) (19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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