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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9. 배를 몰아 사다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1923.12
이광수
1
하루는 허생이 돌이를 데리고 강경의 강가에를 나갔습니다.
 
2
시월 보름사리 물이 강언덕에 출렁출렁 들어왔는데 적은 배 큰 배들이 수없이 강가에 매여서 물결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배 위에서는 술이 취하여 얼굴이 벌겋고 개가죽 저고리 입은 뱃사람들이 무어라고 지껄거리고, 웃고 싸우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짐을 올리고 내리고 합니다. 시월 보름사리면 금년 치고는 마지막 사리라 저 함경도 평안도에서 물기 젓갈 같은 것을 싣고 왔던 배들은 가득하고 찬바람이 불고 강물이 얼어 붙기 전에 어서어서 곡식을 무역배 가지고, 혹은 영평 바다와 장산곶을 지나 서해 바다로, 혹은 동래 울산이며 강릉 삼척의 무서운 파도를 헤치고 동해 바다로 돌아가야 합니다.
 
3
이 배들 중에는 혹은 운이 좋아 이 한여름 동안에 다 가졌더라도 군산 강경의 좋은 풍류에 다 녹여보리고, 쓸데 없는 후회에 어쩌면 좋은가 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앉았는 이도 있을 것이외다.
 
4
허생은 무엇을 생각하는 듯이 한참 동안이나 들고 나는 배를 바라보더니 곧 주인집으로 돌아와 주인더러,
 
5
『내가 적이 쓸 곳이 있으니, 지금 강경 포구에 들어온 배를 값을랑 달라는 대로 주고 살 수 있는 대로 사라.』
 
6
하였습니다. 주인은 눈이 둥그레지며,
 
7
『그것은 그렇게 많이 사서 무엇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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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허생을 물끄러미 봅니다.
 
9
『주인이 힘쎄 주는 공로는 후하게 갚을 것이니 어서 오늘 내일 안으로 배를 사고, 또 뱃사람들도 요를 갑절을 주어 얻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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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모양은 거지같은 초라하나 안성서 한 달내에 십만냥을 남긴 이상한 양반의 말이라 주인은 다시 두말 없이 여러 차인들을 데리고 나가서 배를 사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 이 해에 남중 일경이 흉년이 들고, 게다가 고기잡이도 시원치 아니하여 배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앓던 중이라 달라는 것이 값이라는 말에 나도 나도 하고 배들을 파는 통에 그날 하루에 배 스무척을 흥정을 하였습니다.
 
11
이튿날 아침에 나가본 즉, 강가에 매인 것이 모두 다 허생원의 배라 돌이는 공연히 좋아서 이 배에서 저 배로 왔다갔다 하면서,
 
12
『이게 다 우리댁 배여!』
 
13
하고 사람들이 그 곁에 얼른하지를 못하게 합니다. 허생은 돌이를 시켜 뱃머리에 꼭 같은 붉은 기를 꽂게 하고, 요를 갑절씩 주어 얻은 뱃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 세우고, 위선 첫날 요금과 술값을 행하였습니다. 뱃사람의 수효가 이백여 명이나 됩니다.
 
14
그 이튿날은 마침 강경장이라 사방 장수들이 시월 보름 마지막 사릿목을 보노라고 꾸역꾸역 모여 듭니다. 이날은 강경장에 제일 사람이 많이 모여 드는 날이라 하여 먼데 장사들도 여러 날 길을 헤아리지 아니하고 모여 들며 강경 바닥 사람들은 이날 많은 술과 고기와 떡을 준비하여 저마다 장거리에 나서서,
 
15
『우리 집 술이 좋소. 안주가 좋소.』
 
16
『우리집 애송아지 고기가 맛나오.』
 
17
『지금 밥이 끓었소. 방이 덥소.』
 
18
하고 손님들을 끌어들입니다. 부엌에서들은 맛난 김과 냄새가 나오고, 방안에서들은 술취한 사람들의 지껄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19
『비싸오. 감하시오.』
 
20
『안 비싸오. 못 감하겠소.』
 
21
하고 흥정하는 소리,
 
22
『기름이야.』
 
23
『점이야.』
 
24
하고 빽빽한 사람들 틈으로 길 비키란 소리, 가끔 가다 이 구석 저 구석에서,
 
25
『이놈 네가…….』
 
26
『사람 따리네. 아이고고.』
 
27
하고 싸우는 소리, 당나귀 우는 소리, 송아지 부르는 소리, 말방울 소리, 마치 벌둥지 모양으로 와글와글 왁자지껄 야단입니다.
 
28
장에 난 것은 모조리 사라 허생의 명령을 받은 주인집 차인들은 장바닥으로 돌아다니며 가는 무명, 굵은 무명, 가는 배, 굵은 배, 각각색 철물, 탱기, 오대, 끈목이며 함지박, 뚝배기, 동이 같은 것까지 달라는 값에 갑절씩을 주고, 모조리 사들여서는 강가에 매어 놓은 배에 올려 실습니다. 장사아치들은 모두 비인 가게, 비인 당나귀 비인 보통이가 되어 구렁이 같은 엽전 꾸러미를 일변에 세고, 일변 들여 쌓고, 어떤 이는 섬거적에 싸서 당나귀에 시드는다. 어떤 이는 전대에 넣어서 허리에 둘러 찬다.
 
29
모두 다 물건 한 점에 돈 한 점 물건 한 바리에 돈 한 바리를 벌어 가지고,
 
30
『이게 웬 떡이냐?』
 
31
하고 좋아들 합니다.
 
32
『대체 저것은 어떤 부잔데 저렇게 돈도 많담.』
 
33
『대관절 물건은 저렇게 많이 사서 무엇을 한담.』
 
34
하고 장군들은 눈이 둥그러젰습니다. 어떤 사람은,
 
35
『어디 그 부자를 한 번 보아야.』
 
36
하고 이 구석 저 구석 기웃기웃 찾아 다니기도 합니다.
 
37
그러나 허생은 여전히 꾀죄 흐르는 모양으로 장바닥으로 슬슬 돌아다니건마는, 아무도 그것이 강경장 물건을 모조리 사들인 부자라고는 알아 보는 사람이 없고, 다만 그 사람이 곁에 올 때마다 혹은 옷에 기름때가 오를까봐, 혹은 보리알 같은 여러 해 묵은 이가 옮을까봐 무서워하는 듯이 슬슬 피합니다. 만일 그가 허생인 줄을 알았더라면 그 때문에 버선짝이라도 핥을 사람이 몇 백명은 되었을 것을…….
 
38
이렇게 허생을 알아본 이는 하나도 없었건마는 그래도 사람마다 허생을 보았노라 합니다. 어떤 이는,
 
39
『그 사람이 속속들이 비단으로만 내려 감았더라.』
 
40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41
『그 사람이 어떻게 돈이 많은지 금담뱃대를 물었어.』
 
42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주 정말 자세히 본 것처럼,
 
43
『아니어, 그 사람이 서울 갑분데, 수염이 허옇고 얼굴이 갸름하고 아주 점잖지.……김 진사라고 나도 두어번 보았는 걸.』
 
44
합니다. 허생은 이런 광경을 복 듣고 혼자 빙그레 웃으면서,
 
45
『어허, 돈 십만 냥에 이렇게 수천명이 사람이 기뻐하는 것을.』
 
46
하였습니다. 참말 그날 날이 맞도록 강경장은 마치 무슨 큰 잔치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집집에 술주정이요. 사람마다 노래요, 아이들까지도 오늘은 푼푼한 김에 팔뚝같은 커다란 엿가락을 물로 단침을 흘리며 띠들고 돌아다닙니다.
 
47
술 취한 농촌 사람들이 술에 붉은 얼굴에 갓을 기우듬히 쓰고, 집들을 항햐고 돌아갈 때에도, 갑작 부자들이 된 장돌림들과 뱃사람들은 밤이 깊도록 먹고 마시고 지껄입니다.
 
48
웬 일인지 밤이 깊도록 돌아가 돌아 오지를 아니합니다.
 
49
허생은,
 
50
『이것이 또 어디 가서 일을 저지른 게로군.』
 
51
하고 사방을 사람을 놓아 찾았으나 찾을 길이 바이 없습니다. 이 모양으로 야단이 나는 중에 문밖에서 와자지껄하고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몽둥이 든 사람 십여 명이 돌이를 잔뜩 비끌어 매어 가지고 들어오며,
 
52
『이놈아! 너는 돈만 있으면 아무런 짓을 하여도 그만이란 말이냐.』
 
53
하고 허생에게 달려들려 합니다. 허생은 손으로 몽둥이를 막으며,
 
54
『대관절 어찌된 일이요? 만일 내 하인인 무슨 죄를 지었거든 말을 하시오. 내가 좋도록 조치를 할 것이요.』
 
55
하였습니다. 그러나 몽둥이 든 사람들은 듣지 아니하고, 함부로 문을 치고, 방바닥을 두드리고, 허생께 대하여서도 욕설을 하며, 주먹질 조차 합니다. 사세가 심히 위험한 것을 보고, 허생이 공중을 향하고 무슨 소리를 지르니 사방으로서 몽둥이와 바를 든 시커먼 뱃사람 수백명이 우 모여 듭니다.
 
56
그들은 몽둥이를 들고, 허생을 대항하려던 패를 두들기려 하는 것을 보고 허생이 손을 들어 말렸습니다.
【 】9. 배를 몰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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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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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04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