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메인화면 (다빈치!지식놀이터) :: 다빈치!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한글 

◈ 許生傳 (이광수) ◈

◇ 8. 그 이튿날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1923.12
이광수
1
도적맛은 이튿날 허생은 늦도록 자다가 일어나 유 진사와 돌이를 데리고, 돈을 세어 본 즉 도적이 가져간 것은 삼천냥 뿐이요, 주인 준 것 천 냥 떼어 놓고도 알돈으로 구만 육천 냥이 남았습니다. 그 중에서 육천 냥을 떼어 안성 읍내에 사는 가난하고 불쌍한 백성에게 다 나누어 주고 구만 냥만을 유 진사에게 맡기고, 돌이를 데리고 안성을 떠났습니다.
 
2
그날 안성 읍내에 사는 사람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혹은 오리 밖에 혹은 십리 밖에 나와 열번 스무 번 허리를 굽혀 감사하는 뜻을 표하지 아니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유 진사는 수십리 밖에 까지 말과 보교를 가지고 따라나와
 
3
『자 어서 말이나 보교나 맘데로 타시고 행차하십시오.』
 
4
하고 백 번 천 번 간절히 권하지마는 허생은,
 
5
『뜻은 감사하외다마는 말을 타면 세 가지 근심이 있고 보교를 타면 네 가지 근심이 있는 것이요.』
 
6
하고 일향 사절합니다.
 
7
『말을 타면 세 가지 근심이란 무엇입니까?』
 
8
하고 유 진사가 믈은 즉,
 
9
『첫째, 말이 무엇에 놀래어 뛰면 내 몸이 떨어져 죽을 근심이 있고, 둘째, 마부가 안장을 바로 잡다가 말에 채우면 마부가 죽을 근심이 있고, 셋째, 말이 발을 잘못 디디면 말이 거꾸러져 죽을 근심이 있으니 이것이 세 가지 근심이 아니고 무엇이요.』
 
10
합니다.
 
11
『그러면 보교를 타면 네 가지 근심이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12
하고 유 진사가 다시 물은 즉,
 
13
『첫째, 보교 채가 부러진 즉 내 몸이 상할 근심이 있고, 둘째, 앞채를 메는 자가 주저앉으면 뒤채를 메는 자가 상할 근심이 있고, 셋째, 뒷채를 메는 자가 주저 앉으면 앞채를 메는 자가 상할 근심이 있고, 넷째, 두 사람이 다 거꾸러진 즉 보교가 부서질 근심이 있으니, 이것이 네 가지 근심이 아니고 무엇이요.』
 
14
합니다.
 
15
『그러면 가장 근심 없는 것이 무엇입니까?』
 
16
하고 이번에 돌이가 물었습니다.
 
17
『세상에 근심없는 일이 어디 있으랴. 아랫목에 드러누웠으면 대들보가 내려올 근심이 있고, 홀아비로 살면 적막할 근심이 있고, 장가를 들면 아내가 바가지를 긁을 근심이 있고, 가난하자니 굶어 죽을 근심이 있고, 부자가 되자니 도적 맞을 근심이 있고, 들에 누웠자니 배암이 근심이요, 산에 누웠자니 호랑이가 근심이요……세상에 근심없는 일이 무엇이랴마는 이렇게 죽장망혜로 맨몸을 가지고 넓은 천지로 길을 가는 것이 고작 근심없는 일이니라.』
 
18
합니다. 이렇게 사양하는 것을 보고 하릴없이 유 진사는 허생을 위하여 가지고 오던 보교를 자기가 타고, 허생을 작별하고 집으로 돌아서고, 허생은 여전히 양태 욱어진 갓에 앞살 터진 망건, 뒤축 주저앉은 신을 찔찔 끌고, 땟국이 흐르는 두루마기 자락을 펄렁거리고 맑은 콧물을 킁킁 들이마시면서 돌이를 뒤세우고, 남으로 남으로 강경을 항하여 갑니다.
 
19
며칠만에 강경에 들어가니 허생의 행색이 안성에 처음올 때보다도 더욱 초라합니다. 대개 그 동안 여러날 행로에 갖은 비를 맞아 더욱 찌그러졌고 의복은 봉롯방 먼지에 더욱 더러웠습니다. 아이들이 이 꼴을 보고 뒤를 따르며,
 
20
『얘이 거지 간다.』
 
21
『얘이 미친 사람 간다.』
 
22
하고 조롱하나 허생은 거들떠보지도 아니합나다. 돌이 혼자서 열이 나서,
 
23
『이놈들 이 주리할 놈들!』
 
24
하고 이리로 이 아이놈을 쫓으면, 저리로 저 아이놈이 대들면서,
 
25
『얘이 애꾸눈.』
 
26
『얘이 곰보다딱지 코닥지 얼음에 자빠진 쇠눈깔.』
 
27
『다 파먹은 김칫독.』
 
28
하고 주리하게 성가시게 굽니다.
 
29
『요놈의 자식』
 
30
돌이가 아이들을 쫓노라고 이리뛰고, 저리 뛰며, 씨근벌떡 거리는 것을 보고, 허생은,
 
31
『돌아!』
 
32
하고 불렀습니다.
 
33
돌이는 어떤 꼬리 짧고 심술궂게 생긴 총각을 따라가면서,
 
34
『네, 가만 계십시오……이놈의 자식을 대강이를 부시어 주어야…….』
 
35
하고 손을 내밀어 그 총각의 짧은 꼬리를 붙들어 땅에 넘어뜨리는 길로 그 가슴을 타고 올라앉으며,
 
36
『이놈의 자식 요놈의 자식.』
 
37
하고 어르기만 하고, 그래도 차마 손을 대지는 못합니다.
 
38
총각은 곰같은 돌이에게 깔리어 저항할 수도 없이,
 
39
『아이고 아이고.』
 
40
하기만 합니다. 돌이는 의기 양양하여,
 
41
『요놈의 자식…주먹을 댈 자리가 있어야지. 대기만 바사질 것이요.…… 요놈의 자식 살고 싶거든 날더러 아버지라고 해라.』
 
42
하고 무릎으로 총각의 가슴을 한번 지그시 누르니 총각은 눈이 툭 불거지고, 숨이 턱턱 막히면서,
 
43
『아이고 아버지야요. 할아버지야요.』
 
44
하고 살려달라고 손을 너들너들합니다.
 
45
돌이는 분도 다 풀린 듯이.
 
46
『옳지! 내가 네 아비다 응.』
 
47
하고 총각을 놓아 주었습니다. 이놈이 댓 걸음은 온순히 고개를 숙이고 가더니 거기서부터 까치것음을 하면서,
 
48
『얘이 애꾸눈 곰보.』
 
49
를 연해 부르고 달아납니다.
 
50
『요놈의 자식을.』
 
51
하고 또 따라가려는 것을 허생이 소리를 높여,
 
52
『돌아! 이리 오너라.』
 
53
하여 붙들어 가지고 다들 골목으로 돌아서며,
 
54
『글세 이놈아, 도적놈이 오면 벌벌 떨던 것이 연약한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기운이 나느냐. 남의 동네에 들어와서 그 동네 사람의 인심을 잃구는 못 사는 법이요. 그 동네 사람의 인심을 얻으랴면 그 동네 아이들의 인심을 얻어야 하는 법이여.』
 
55
하고 누누이 타일렀습니다. 돌이는 세상에 나온 뒤에 일찍 뉘 말을 들어 본 일이 없건마는 웬일인지 허생의 말이라면 꿈쩍을 못합니다. 그러면 허생이 무서워서 그러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외다. 돌이가 허생의 집에 근십년이나 있었지마는 일찍「이놈」소리 한 번 허생에게 들어 본 적이 없지요. 그렇지만도 허생의 말이라면 우직하고 심술궂은 돌이는 한 번도 역정을 낸 일도 없습니다.
 
56
『그 깍장이 놈의 자식들의 등쌀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57
하고 돌이는 원망스러운 듯이 뒤를 돌아봅니다.
 
58
허생은 돌이를 돌아보고 웃으며,
 
59
『그대 무엇이 그렇게 분하단 말이냐?』
 
60
하고 물은즉,
 
61
『왜 못들으셨어요? 그 발길 자식들이 남을 보고 애꾸눈이니, 곰보니 하고 지랄을 하니 부처님이면 골이 안 나겠습니까.』
 
62
하고 대단히 분개한 모양입니다.
 
63
『미친 녀석』
 
64
하고 허생은 한 번 더 웃으며,
 
65
『그러면 네가 애꾸눈이가 아니고 곰보가 아니냐. 그럼 널 더러 어 잘났네, 참 잘난 양반일세, 했어야 네 맘에 맞을 번 했구나.』
 
66
하고 껄걸 웃었습니다. 돌이도 말을 듣고 본 즉, 그러듯 하여 제 역 픽픽 웃었습니다.
 
67
『세상 사람이란 천냥 부자더라는 만 냥 부자라야 좋아하고, 나리가 겨우 바쳐 불러 줄 사람은 영감이라고 해야 좋아하고, 너 같은 곰보 애꾸눈이더라는 어 사내답게 생겼군, 해야 좋아하는 것이다.』
 
68
하는 허생의 말에 돌이는 한번 더 피픽 웃습니다.
 
69
『너 왜 웃니?』
 
70
하고 허생이 수상한 듯이 믈은 즉, 돌이는,
 
71
『아니야요. 아니올씨다.』
 
72
하고 몇 번 숨기다가,
 
73
『그러니까 소인도 인제부터는 나리마님이라고 여쭙겠습니다.』
 
74
하고 자기의 재담이 우스워 못견딜 듯이 끼득끼득 고개를 돌리고 웃습니다.
 
75
허생도 소리를 내어 웃으며,
 
76
『옳지! 그만하면 너도 곧잘 이 세상에서 살아갈 만하다.』
 
77
하였습니다.
【 】8. 그 이튿날
▣ 한줄평 (부가정보나 한줄평을 입력하는 코너입니다.)
전체 의견 1
필아저* (106.240.***.***)   
2021-03-11 13:16:16
허생전을 현대 소설로 각색한 것 중에 최고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채만식의 허생전도 추천합니다.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전체 순위 : 333 위 (2등급)
- 분류 순위 : 42 위 / 251 개
(최근 3개월 조회수 : 138)
지식지도 보기
▣ 함께 조회한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백과사전 연결하기

  메인화면 (다빈치!지식놀이터) :: 다빈치!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한글 

◈ 許生傳 (이광수) ◈

©2004 General Libraries

페이지 최종 수정일: 2004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