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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許生傳 (이광수) ◈

◇ 13. 三年官 ◇

해설목차  1권  2권  3권  4권  5권  6권  7권  8권  9권  10권  11권  12권  13권 14권  15권  16권  17권  18권  19권  1923.12
이광수
1
이리하여 이번 목사도 백성들한테 인심만 잃고, 그 좋아하는 송사 한 번도 못 받아 보고, 허생원네 말총 실은 배를 제발 빌어서 얻어 타고 서울로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2
그런 뒤에는 아무도 제주 목사로 오려는 사람이 없고, 또 전라도 바다에 수적이 창궐하여 더구나 제주로는 갈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리하여 나라에서도,
 
3
『그깐놈의 제주 없는 줄 알자.』
 
4
하고 다시 제주 목사를 보내려고도 아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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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제주는 삼년 동안 공판이 되었고, 제주 목사에 달린 대청 정의도 공관이 되어 제주에는 원도 없고 동장도 없고, 다만 백성들만 사는 동네들이 있었을 뿐이외다. 그리된 즉, 오너라 가너라 하고 귀찮게 구는 것도 없고, 무슨 세납을 내어라, 무슨 추념을 내어라 하고 성가시게 개개는 것도 없고, 사또니 소인이니 양반이니 상놈이니 하는 것도 없고, 백성들은 모두 의좋은 동네 친구로 낮에 종일 저 맡은 일을 하다가는 밤에 모여 앉아 막걸리나 걸러 먹고, 소리나 하고, 이야기나 합니다. 그네가 얼근히 술이 취해서 부르던 노래나 몇 구절 적어 보오리까.
 
6
『제주라 제주라 살기라 좋아라 우리가 제주라 살기라 좋아라.』
 
7
이런 것도 있고,
 
8
『그 누라 제주라서 토박하다고 한겨라 푸르른 바다라서 안 나오는 게 없소라 아이어 우리나 제주 제주 제주라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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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있고, 또 좀 긴 것으로는,
 
10
『옛날이라요
11
당나라에요
12
고량부 임금이
13
나셨든겨라요
14
고량부 임금이
15
가시자부터라
16
목사 판관이
17
오셨던겨라요
18
목사 판관은
19
잘도 갔어라
20
어서 어서도
21
잘도 갔어라
22
잘도 가고요
23
허생원님이라
24
잘도 왔어라
25
해와 달은야
26
가시라 하여도
27
허생님을랑
28
안가서라요
29
진정 말이요
30
가말아서라요.』
 
31
하는 것도 있습니다. 「가말아서라요」하는 것은 가지 말아지라는 뜻입니다. 혹 사람들이 옛 버릇을 버리지 못하여 서로 싸우거나 욕지거리를 하는 일이 생기면 싸우지 말라는 뜻으로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32
『우리들이라 다툴락하면은 허생원님이라 가실락한겨라.』
 
33
허생원이 가시면 어쩔 양으로 너희들 다투느냐, 하는 뜻이 외다. 그러면 그 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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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님야 가말락시오 우리들이야 안 다톨락할겨라.』
 
35
우리들이 안 다툴 터이니 허생원을랑 못 가시게 하라는 뜻 이외다. 이 모양으로 제주 백성들은 진심으로 허생원을 사모하면서 천하 태평으로 지냅니다.
 
36
허생은 제주에 있는 논밭과 산을 다 사서 농사하는 백성들에게 다시 팔아 먹지 못하는 조건으로 나누어 주고, 제주에 있는 배를 다 사서 고기잡이하는 백성들에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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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주 백성들이 먹고 남은 생선과 미역과 다시마와 표고버섯을 한데 모두어 튼 배에 싣고 일본 문사에 가서 팔아서는 옷감과 바늘과 철물과 종이를 사들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는 가난한 사람도 없고, 없는 물건도 없이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서로,
 
38
『이렇게 잘 사는 법도 있는 것을. 우리는 공연히 고생만 하고 서로 다투기만 하였어라야.』
 
39
하고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40
한번은 허생이 돌이를 데리고 한라산(漢拏山)에 올라가 제주 지경을 내려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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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조고마한 섬이라도 골고루만 가지고 저마다 일만 하면 넉넉히 먹고 사는 것을. 사람들은 일할 생각을 아니하고, 서로 남의 것을 빼앗을 생각만 하노라고 서로 못들 사는구나.』
 
42
하고 한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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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이 제주에 들어간지가 어언간 삼년이 되었습니다.
 
44
그런데 그 동안에 조선 팔도에는 큰 변이 났습니다. 삼년을 연하여 삼남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은 모두 늙은이를 끌고, 어린것들을 업고, 황해도 함경도로 구걸을 떠나고, 각처에 산에는 산적, 물에는 수적으로, 돈푼이나 있는 백성들도 맘 놓고 살아 갈 수가 없습니다. 어저깨는 어느 골 원이 도적에게 죽었다. 오늘은 어느 감영에 불한당이 들어서 감사는 뒷문으로 빠져 도망을 하였다. 지리산에는 최아무라는 자가 도적 몇 천명을 거느리고 웅거하였다. 번만에는 김모라는 자가 웅거하였다. 이 모양으로 무서운 소문이 봉홧불 모양으로 하루에도 몇 백리씩 연해 갑니다. 조정에서는 이 완이 이 대장으로 포도대장을 삼아서 여러 번 삼남으로 관병을 내려 보내었으나 가는 족족 쓰러져 버리고, 도적의 형세는 막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큰일났다는 큰일이 아닙니다. 이보다 더 큰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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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에서는 자정이 넘으면 사람들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디서 스르릉 스르릉 쇠갈리는 소리가 배개 밑을 울리는 까닭입니다. 사람들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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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글쎄 웬 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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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눈을 비비고 개들이 땅에 대고 자던 고개를 들고 콩 콩 짖기를 시작합니다. 이것은 효종 대왕께서 청국을 들이 치시어 태조 대왕의 옛 뜻을 펴실 양으로 돈과 무기를 부어 만드는 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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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난다더라. 호인이 나온다더라.』
 
49
『아니다. 호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왜인이 나온다더라.』
 
50
『그것도 아니다. 왜인이 나온 것이 아니라 조선서 대국을 친다더라.』
 
51
이러한 소문이 조선 팔도에 짜하여서 시정에서나 농가에서나 저녁들을 먹고 모여들 앉으면, 이런 이야기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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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인이 나오거나 왜인이 나오거나, 꼭 조선 사람이 죽기는 죽었어.』
 
53
하고 약한 소리를 하는 이도 있고, 약한 소리뿐이 아니라.
 
54
깊은 산골짝으로 아이들을 끌고 피난을 가는 이 조차 있었습니다. 어쨌으나 이때에 조선 팔도는 장차 고못을 지며 끓어 오르려는 물 모양으로 솥 밑에서부터 우수수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것도 큰일은 큰일이어니와 이보다도 더 이상 야릇한 큰일이 생겼습니다. 대체 경향을 물론하고, 총물이 전혀 동이 났는데, 감투 한 개 망건 하나 체뿔 한조각 얻어 구경할 수 없어서 조선 팔도에 꼬리 하나 온전히 가진 말이 없다시피 말총이란 말총은 죄다 뽑히고, 심지어 머리카락 바오라기까지 풀어서 망건 감투를 뜨는 형편이라, 망총 한오라기까지 풀어서 망건 감투를 뜨는 형편이라, 말총 한근에 은 한근 한다는 무서운 시세가 났습니다. 이것은 왜 이런고 하니, 원래 조선에서 쓰이는 총물은 대부분이 제주도에서 오는 것인데 허생원이 제주도에 들어간 뒤로 삼년 동안을 말총을 사들이기만 하고 팔지를 아니한 까닭입니다. 허생이 제주도에 내릴 때에 말이,
 
55
『제주 말총을 삼년만 무역을 해 쌓아 두면 반드시 십갑절은 남을 것이요. 조선팔도가 말총 때문에 흔들리리라.』
 
56
하더니 참으로 그 말이 맞았습니다. 말총을 실은 배가 조선 어느 포구에 들어고기가 무섭게 말총 장수들이 저마다 남보다 많이 사려고, 머리 악을 쓰고 덤비는데 부르는 것이 값이라, 팔기 시작한 지 두 달이 못 되어서 제주 성중과 조선 포구에 산더미 같이 쌓였던 말총이 간데가 없이 다 팔리고, 말총더미만한 돈더미만 쌓이게 되었습니다. 허생원은 제주 성중에서 큰 잔치를 베풀고, 닷새 동안을 연하여 제주 백성들을 대접한 후에 인제는 자기가 제주서 할 일이 끝이 났으니 제주를 떠나야 할 것을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주 백성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57
『아닌겨라 아닌겨라 가말겨라.』
 
58
『허생원님 가시면은 또 목사 올 것이니, 우리 어찌 사는 겨라오. 가말겨라.』
 
59
하고 간절히 만류합니다. 그러나 허생은 그것도 다 뿌리치고 여전히 땟국이 흐르는 선비의 행색으로 조천을 떠났습니다. 그는 장차 어디로 향아려는고.
【 】13. 三年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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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李光洙) [저자]
 
192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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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04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