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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高麗(고려)에서 第一(제일) 莊(장)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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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높은 고개. 고개 우에 훙겁힌 흔겁의 붓들어 매있는 서낭. 이 서낭 나무 숲 속에 숨어있는 柳園(유원)이 칼을 빼들고 李侍中(이시중)의 울너 오기만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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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길 알에서는 꿈에도 이런 것을 生覺(생각)지 못하고 李侍中(이시중) 의 一行(일행)이 떼를 지어 올너오고 있다. 全部(전부) 三四十名(삼사십명) 될 것이다. 모두 할을 메고 칼을 찼다. 李豆蘭(이두란)도 이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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豆蘭(두란) : 十里(십리)를 넘겨 오도록 사람 하나 求景(구경) 못하겠읍니다. 이 고개도 꽤 높은 고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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太祖(태조) : 제 아모리 높어도 하눌 알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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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그야 勿論(물론) 하날 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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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하날 알에 있으면 제가 그여코는 李成桂(이성계)한테 屈服(굴복)하고야 말테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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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마츰 樵童(초동) 하나가 빈 지개를 지고 새打令(타령)을 불으며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가 武士(무사)들이 三四十名(삼사십명)이나 떼를 지여 몰여 오는 것을 보고 急作(급작)히 소리를 뚝 글이고 그 자리에 주춤 하다가 다시 또 걸어온다. 李豆蘭(이두란)이 그 樵童(초동) 앞으로 닥아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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樵童(초동) : 저는 아무 罪(죄)도 없습니다. 고개 넘어 장에 가서 나무 팔어 가지고 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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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너는 우리 高麗(고려)에서 누가 第一(제일) 莊(장)한 양반으로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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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 李成桂(이성계)라든가요, 활 잘 쏘고, 말 잘 타고, 戰爭(전쟁) 잘 하고, 동내에서는 얼마 안 있다. 그 으른이 임군 노릇을 하리라고들 합디다. 아마 그 으른이 第一(제일) 절 난가 봅니다. 그라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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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 뒤집에 金(김)서방만은 좀 달릅니다. 鄭侍中(정시중)이라구든가요. 며라구 하는 분이 第一(제일) 莊(장)한 분이라구 합니다. 金(김)서방은 글 工夫(공부) 잘 해서 지가 잇다금 片紙(편지)를 써달나구 가면 구런 이야기를 합디다. 이 뒤에 올 테니 물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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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그 놈. 글 工夫(공부)만 하고 아무 것도 몰느는 놈이로구나. 그래, 내 뒤에 곳 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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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 인이 개개서 거기에다 흥겁을 갑느니 무었이니 하든이, 아마 저 고개 등갱이 있는 데까지는 왔을 겜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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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음. 그러냐. 그라면 너는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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樵童(초동) 겨우 살어낫다는 듯이 빨는 거름으로 딸어가 버린다. 一武士(일무사) 李豆蘭(이두란)의 앞으로 나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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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무사) 甲(갑) : 우리 심심한테 그 놈을 한 전 作亂(작란)해 보는 것이 어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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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무사) 乙(을) : 왼 시골 놈이 어제 꿈 잘못 꾸었구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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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그만덜 두라무나. 그까짓 놈을 죽인대야 도리혀 제 몸에 똥 칠하는 셈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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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갑 : 아닙니다. 그 놈 괫심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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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을 : 지가 그 놈을 베여 버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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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무사) 乙(을) 칼을 빼어가지고 앞을 서서 고개 있는 데 거의 일으려 한다. 이 때 金書房(김서방)은 신돌매를 고처가지고 막 고개 잔등에 올넜을 때, 어찟 앞에 발아보니 武士(무사)들이 三四十名(삼사십명)이나 떼를 지여오고, 더구나 그 中(중)에 앞슨 武士(무사) 하나는 칼을 빼들었으로 그만 法(법)이 나서 서낭 나무 숲속으로 뛰여 들어간다. 숲 속에 숨어서 李侍中(이시중)의 一行(일행)이 오는 것을 기달이든이 맛부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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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書房(김서방), 柳園(유원) 마저 칼을 빼들었음을 보고 몸을 벌벌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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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 저기 武士(무사)들이 한 패 옴으로 무서워서 이 속으로 피하려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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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무사) 乙(을), 金書房(김서방)이 서낭 나무 숲 속에 몸을 숨기는것을 날쌔게 보고, 그리고 자 혼저 우스며 혼저 말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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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을 : 이 놈아 벌서 여기서 먼저 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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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을 : 에잇! 金書房(김서방)인가, 무었인가, 어서 나오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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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여치며 칼을 휘둘운다. 柳園(유원)이 아모 말도 않고 펄적 뛰여 나와 닷 자곳자로 칼로 武士(무사) 乙(을)을 나려 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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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듸 悲嗚(비오)을 남기고 武士(무사) 乙(을) 피를 뒤여쓰고 그 자리에 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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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園(유원)은 나잡버진 武士(무사) 乙(을)을 끌어 서낭 나무 숲 속으로 끌어 단기고, 다시 그 속으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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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 아즉도 밑에 한 패 오는가 봅니다. 어쩔라고, 그라십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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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 그것은 걱정마우. 싯! 잠잣고 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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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李侍中(이시중)의 一行(일행)은 거의 잔등 우에 일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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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무사) 甲(갑) : 이 야가가 어데 갔을가? 어듸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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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아모 對答(대답)도 없다. 一同(일동)은 은저리를 휘둘너본다. 그러나 아모 데도 사람 그림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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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벌서 먼저 여기를 넘어간다는지도 물의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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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丙(병) : 여기 이 잔등에서 맛날이라고 하잔읍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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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丁(정) : 글세, 이상하다. 설마 글 工夫(공부)하는 金書房(김서방)인가 무었한테 지지는 않었을텐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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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그러면 느덜이 이 은저리를 各各(각각) 찾어보라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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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야 一行(일행)은 四方(사방)으로 허틀어저서 이리저리 武士(무사) 乙(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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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甲(갑) : 이 놈이 어데를 갔을가. 벌서 鬼神(귀신)이 되어서 이 서낭에다 잇지 안는냐, 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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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園(유원)이 金西方(김서방)한테 일느고 飛鳥(비조)와 같이 내달어 한칼에 武士(무사) 甲(갑)을 베이고 다시 飛鳥(비조)와 같이 몸을 날이여 고개 잔등 길 한복판에 엄연히 서 있는 太祖(태조)를 向(향)하야 칼을 날인다. 칼은 太祖(태조)가 탄 말 다리를 치니, 말이 大驚(대경)하여 살같이 逃亡(도망)해 달어난다. 너무나 意外(의외)의 侵擊(침격)에 말우에서 나둥굴어지랴다 元來(원래) 말을 잘 타는 太祖(태조)라, 겨우 또몸을 꼰어 말 등에 엎이듯이 말 우에 업드려 비호같이 뛰는 말을 꼴비를 잡아단 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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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四方(사방)으로 헤여졌든 一行(일행)은 主人(주인)이 危急(위급)함을 보고 모두 한꺼번에 내닷는다. 柳園(유원)이 太祖(태조) 찔느기를 斷念(단념)하고, 칼을 휘둘너 덤벼드는 武士(무사)들을 물이치며 고개 길을 도망해버린다. 몇 사람의 武士(무사)가 딸으려 하나, 柳園(유원)은 비상히 빨느게 달이여 멀-이 도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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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太祖(태조)는 말고삐를 닥기여 도로 고개 잔등으로 들어오니, 다리를 맞은 말은 氣盡(기진)하여 그만 퍽하고 쓸어진다. 太祖(태조) 또 깜짝 놀나 나둥굴어진다. 그러나 겨우 適(적)이 멀이 逃亡(도망) 갔음을 보고 저윽히 安心(안심)하고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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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大瞻(대첨)한 놈이다. 참으로 大瞻(대첨)한 놈이다. 數十年間(수십년간) 여러 戰地(전지)에서 出征(출정)하였었으나, 이처럼 大瞻(대첨)한 놈은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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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왼 놈이지, 칼 쓰는 것을 보아도 비범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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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나를 노리고 여기 기달이고 있었드가 보구나. 어떤 놈일고. 어떤 놈이 나를 노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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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武士(무사) 甲(갑) 서박 나무 숲 속에서 武士(무사) 乙(을) 의 死體(사체) 를 發見(발견)하고 끌어내여 길바닥으로 내둥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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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갑 : 이놈이 여기 죽어자버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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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이것도 그 놈 짓인가 보다. 生覺(생각)할수록 大瞻(대첨)한 노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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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란 : 或(혹)은 政侍中(정시중)의 보낸 놈인지 몰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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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 글세 몰으겠다. 그러나 나는 政侍中(정시중)과는 남과 달은 友情(우정)을 가젔다. 何如(하여)튼 다음부터는 좀 더 서로 注意(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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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行(일행)은 고개 잔등에 서서 柳園(유원)의 달어 편을 멀거니 팔아보고 저의들의 갈 길도 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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